|
재미있습니다.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네요. 이 책은 언뜻 넘겨보기엔 그림도 허술해보이고 '눈빤짝 순정만화'라는,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르입니다만 일단 손에 들면 지루함없이 계속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뒤가 뻔할 거라는걸 알면서도 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는건,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 만큼이나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내용은, 시골의 촌스러운 아가씨지만 용감하고 꿋꿋한 벨이, 자립을 위해 런던에 와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그 와중에 만난 매력 넘치는 사람들로 인해 원석이 갈고 닦이듯 벨의 장점이 더욱 꽃피우게 되지요.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레이디 에셀은 주인공 벨 보다 더욱 빛나고 꼿꼿한 사람입니다. 역경에 대처하는 그녀(?)의 당당한 자세는 기존의 운명 순응적 여주인공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아가 강하고, 요즘의 대가 너무 센 타입보다는 우아합니다. 시리즈에 같이 수록된 작가의 초기 단편을 보면 성격이 모호한 여주인공들이 나오는 작품도 더러 있던데, 오랜 세월을 거쳐 작품세계가 이렇게 변화하고 발전한 걸 보면, 작가의 작품 세계는 한두 작품으로 말할 게 아니라 오래 지켜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기 작품은 솔직히 제게는 좀 지루했거든요. 지금은 이 레이디 빅토리안으로 인해 작가분께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만. 세월에 따라 갈고 닦이는 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고 보면 작가님의 프로다운 마인드가 엿보여서요, 발전하고 노력하는 분이란 인상이 들어 존경스러운 마음도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순정만화에 대해 약간의 호감이라도 지닌 분께만 어필할 것 같습니다. 순정만화의 전형적 공식인 사건들이 난무하니 알레르기 있으신 분은 마음에 안들어하실 것도 같거든요. 설렁설렁 그리는 와중에도 자세히 나타나는 19세기 영국 배경및 소품, 관습들도 볼거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