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이라는 책의 의의는 분명하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이 어떤 기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떠한 성과를 가져왔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이 책은 프랑스 혁명이 어떠한 지성사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지성사적인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던 배경이 어디에 분포하고 존재하고 있었는가를 역사과학적으로 증명한 책이다.
그리고 실물적인 역사 사료에 근거한 논증으로 이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이 논문의 성과이다.
또 한가지 혁명의 제반 조건에서 쉽게 일반화되고 혁명의 성과에 묻힐 지도 모르는 혁명 이전 시기에 전통적인 '신화'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었는가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혁명에 대한 또다른 '신화'를 신화가 아닌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로 재구성해내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신화'란 바로 인쇄술의 발달에 기반한 책의 방대한 전파 이를 바탕으로 번져나간 사상적 흐름을 포함하여 신비화된 기독교의 세속화 과정, 신성하게 여겨졌던 왕권의 탈신성화를 말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방대한 역사적 작업임을 알고는 있으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혁명이전에 '문화적 기원'이 저자가 언급한 것들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다른 또 다른 발견되지 않은 것들은 없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방대한 역사적 작업을 요약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성과다. [인상깊은구절] 1789년 사건의 도래와 절대적인 단절에 대한 확신에 사로잡혀있던 당대인들이 가졌을 역사의식과 알려지지 않은 제약들을 어떻게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중략) 사건이 가지는 급진성과 환원 불가능한 독창성을 복원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사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 은폐된 역설적인 연속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