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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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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하다. 그런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뭘까? 만약 고독의 층위가 분절되고 나뉘어져 있다면 누구든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고독은 누구나 공감하고 부정할 수 없는 교집합의 공통분모다. 소외든 고립이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깊은 나락으로 빨려 들어 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을 흔히 고독한 섬에 붙들어 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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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경하다. 그런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뭘까? 만약 고독의 층위가 분절되고 나뉘어져 있다면 누구든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고독은 누구나 공감하고 부정할 수 없는 교집합의 공통분모다. 소외든 고립이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깊은 나락으로 빨려 들어 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을 흔히 고독한 섬에 붙들어 매곤 한다. 대중 속의 고독, 아이러니컬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완강히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것은 또한 누구나 소통에 목말라 하며 해갈되지 못하는 공감의 목마름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인용 식탁>은 고독을 노래한다. 옴니버스로 단락과 장을 구분 짓지만 공통된 메타포는 고독이다. 고독을 이토록 보기 좋게 버무려 낸 젊은 작가 윤고은의 글발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어디서 이런 고소한 팝콘처럼 아삭하게 톡톡 튀겨 볶아진 글이 나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총 9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나름의 아우라를 뽐내며 사뿐사뿐 도도한 시선을 내 지르는 힘에 금세 압도당하고 매료된다. 여태껏 이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가 만든 상상력은 현란하다. 하지만 글과 글 사이에 들어앉은 행간에는 어떠한 기교도 없다. 건조하게 엮어진 문장만이 스미듯 여미듯 관통한다. 이것이 그미의 필력일까? 무언가를 기대하고 따라간 그곳에는 텅 빈 허무만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긴 일탈 후 무겁게 짓누르는 허무함이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일인용 식탁>은 도시적 삶의 코드를 통해 매몰되고 소실된 인간을 그린다. 그 자장의 범위 내에서는 혼자서 당당히 식사하는 법을 터득하고, 꿈도 대신 꾸어 주며, 달콤한 휴가 내내 빈대에 굴복당하고, 퍼즐을 맞추듯 인베이더 그래픽을 찾으며 일탈을 꿈꾸는 누군가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녀는 주인공들의 성 정체성을 체계적이며 의도적으로 뭉개 버린다. 이를 통해 중성적 대상, 즉 모두를 향해 누구나 그러하리라는 내밀한 공감을 이끌어 내며 원하는 종착점으로의 유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결국 소설 속 화자들이 곧 당신일수도 아니면 작가 자신일수도 있으리라는 든든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오롯이 만끽해 보자는 심산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에 더해 저자의 발칙한 상상력은 당신 안에 잠자던 감성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작가의 문화코드 짚어 내기는 터를 제대로 잡았으며 주춧돌이 튼실하다.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며 거울에 비쳐 퍼진 영상을 복기하는 것과 같다면 저자의 글은 현실과 상상이라는 이스트가 황금비율로 첨가되어 숙성되고 부풀려진 빵처럼 입체적이다. 하지만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공갈빵처럼 쉽게 오그라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홍도야 울지 마라>의 박홍도가 베어 문 솜사탕의 자괴감과 허무함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입 안 가득 퍼지는 연유와 무관하지 않다.


        고독은 현실 속을 점령한 빈대처럼 상상만으로도 불쾌해 진다. 불쾌감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벗어나고 이성은 빠르게 부유물처럼 떠내려가 버린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도무지 믿기 어렵지만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러니 그녀의 상상이 허무맹랑한 가십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텁텁함에 거북스럽다. 아픔으로 뱉어 내기에는 사소하고 보편적이다. 그것은 광범위하게 퍼진 삶에 무게라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배이고 아프기 마련이다. 상처는 시간이 보듬고 무뎌지게 하지만 고독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피어싱의 날카로운 단말마처럼 차가운 냉소가 자리 잡는다.


        폭설이 쏟아지던 날 삶에 치이고 더 이상 추락할 곳 없는 성인용품 플라토닉 러브 자판기 판매상의 이야기는 상상과 공상의 어느 경계에서 솟아 난 것처럼 가뭇없어 보인다. 냉소 가득한 현실의 절규에 비례해 짜부라지는 화자의 모습과 현실 속 우리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동일시되는 것은 치열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리라. 고립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속박된 삶의 그늘처럼 야생의 거친 숨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인지 인간미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절규하는 것인지 나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혼자서 폼 나게 식사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 등장하고 메트로놈에 맞춰 음식을 주문하고 부지런히 먹는 법을 습득하는지 모른다. “나 홀로식사“의 지존은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 공략이다. 그것은 일정한 규칙을 허용하지 않는다. 고립된 쇼 윈도우에 갇힌 존재처럼 쏟아지듯 내리 꽂히는 눈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견뎌야 하는 살벌한 영역이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멀지 않게 존재한다. 숨이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는 일이 무시로 일어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의 경계는 우리를 필요 이상 긴장하게 만든다. 연결된 장면이 끊어지기를 반복하며 상황을 건너뛰고 고립된 상황의 재현이라면 우리는 쉽게 궤도에서 이탈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누군가와 함께 라는 심리적 담보에 의해 무탈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혼자는 여전히 민망하다.


        상상이 이처럼 지독하게 현실을 외면한다면 기대한 바와 다르다. 상상은 그저 꿈처럼 말랑말랑하고 블링블링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몽상가의 설렘처럼 조금은 허무하지만 도탑게 다독여주고 위무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작가의 상상은 현실 비틀기를 통해 날것 보다 더 생생하게 버무렸다. 오히려 무게에 눌려 분출된 억압의 잔재를 두텁게 덮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생경한 상상은 현실과 유리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과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희망을 읊조렸다면 더욱 유연해지지 않았을까. 결국 상상은 현실을 담보로 시작된 형체 없는 바람에 불과하며 소멸을 예정한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e 2010.05.28. 신고 공감 1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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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상상이라면...
"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상상이라면..." 내용보기
가끔... 혹은 자주 혼자일 때가 더욱 편하고 좋다고 느낀다.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이루어지는 관계가, 내게는 쉽지가 않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자꾸만 새로운, 남들이 원하는 옷에 끼워맞춰 입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싫어져서 차라리 혼자였으면 싶다. 적당히 어울리고, 적당히 맞춰주고, 적당히 주목받기엔 나는 너무 융통성이 없나보다. 그래서 내겐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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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혹은 자주 혼자일 때가 더욱 편하고 좋다고 느낀다.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이루어지는 관계가, 내게는 쉽지가 않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자꾸만 새로운, 남들이 원하는 옷에 끼워맞춰 입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싫어져서 차라리 혼자였으면 싶다. 적당히 어울리고, 적당히 맞춰주고, 적당히 주목받기엔 나는 너무 융통성이 없나보다. 그래서 내겐 "현실"을 잊게 해주는, 나 혼자만 몰입할 수 있는 "꺼리"들이 있다. 책이 있고, 블로그가 있다. 때로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되고 때로는 나의 독창적이며 창의성이 넘치는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1인용 식탁>>은 그렇게 묘한 구석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사회 부적응자처럼도 보일 수 있는 윤고은의 단편 모음집(<무중력 증후군>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단편을 싫어하는 나로서도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다.)의 주인공들은 어떤 면에서든 조금씩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현실과 상상 사이. 그들은 왕따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혼자서도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 <1인용 식탁> -  백수에 대한 중압감이 빈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 <달콤한 휴가> - 후회되는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타임캡슐 1994> 하지만 현실에서 상상으로 확장되었다 하더라도 상상이 끝나면 다시 현실이 남는 것을. 

"이제는 정말 세상으로 나가 혼자만의 식사와 마주쳐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료증이 아니라 현실을 유예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43p <1인용 식탁>
"박현몽은 꿈 대신 거짓말을 준비했다. 언제부터인가 박현몽에게 꿈은 거짓말과 같은 말이었다."...156p <박현몽 꿈 철학관>
"아이슬란드는 모든 경쟁과 소음을 초월한 곳이었지만,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소음이 필요했다. 수면 위의 우아함은 물 아래 숨겨진 억척스러운 갈퀴질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262p <아이슬란드>

작가의 상상력은 때론 비수와 같고, 때론 섬뜻하며 때론 깜찍하다. 윤고은 작가의 단편은 장편을 위한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주제, 다양한 시도, 다양한 결말까지. 지금 바로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주인공들과 그들의 현실을 넘어 마음껏 펼쳐지는 이 상상의 세계들은 친숙하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어차피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조금씩 상상의 세계를 원하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함일테다. 너무 멀리만 가지 않는다면....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난 오늘도 "상상"을 꿈꾼다.

y****s 2010.05.12. 신고 공감 9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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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모호한 그녀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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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혼자 먹는 밥은 나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이상하게도 괜찮다.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하다. 혼자 있으면 반찬을 대충 꺼내놓고 내 밥만 차리면 되니까. 국에 밥을 말아 김치 하나로 먹든, 마른반찬 몇 가지와 국 하나만 놓고 먹든 TV를 보며, 혹은 라디오를 들으며 먹는 밥은 좋다. 그런데도 밖에서 혼자 먹는 밥에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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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혼자 먹는 밥은 나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이상하게도 괜찮다.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하다. 혼자 있으면 반찬을 대충 꺼내놓고 내 밥만 차리면 되니까. 국에 밥을 말아 김치 하나로 먹든, 마른반찬 몇 가지와 국 하나만 놓고 먹든 TV를 보며, 혹은 라디오를 들으며 먹는 밥은 좋다. 그런데도 밖에서 혼자 먹는 밥에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식당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만 향해있는 것 같고, 내가 뭘 먹나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고, 왜 쟤는 혼자 밥을 먹나 궁금해할 것만 같다. 그래서 굳이 밖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쉽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를 주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윤고은의 소설집 [1인용 식탁]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식탁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세 명도, 두 명도 못앉고 오직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그런 식탁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예상과는 달리 표제작인 <1인용 식탁>은 혼자 밥을 먹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어찌된 일인지 점심 시간에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버린 주인공. 첫날은 그러려니 하며 넘겼지만 점심 시간에 함께 밥을 먹으러 가자는 동료 하나 없다. 결국 몇 개월을 혼자만의 식탁을 맞이해야 했던 그녀는 간단한 분식에서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고기집에 이르기까지 혼자 밥을 먹을 수 있게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혼자 밥 먹는 순간이 오면 외로웠던 것 같다. 밥을 앞에 놓고 외롭다니, 하루 세 끼를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복에 겨워 하는 소리라고 욕을 내뱉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 '밥'은 더 이상 '밥'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밥을 먹으며 공통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고민도 풀어놓으며 관계를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같은 찌개를 먹고 같은 반찬을 먹으며 친밀한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심리를 날카롭게 표현한다. '1인용 식탁'이라는 상상력에 깜짝 놀라고 그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1인용 식탁>만 내 취향과 맞았을 뿐 다른 작품들은 불편하기도 하고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피어난 온갖 세계들.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맨 마지막에 실린 <홍도야 울지 마라> 정도가 앞으로의 그녀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살짝 궁금하게 만든 정도랄까.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좋아하는 나이기에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시기를.

y********j 2010.05.16. 신고 공감 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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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책에 대한 평가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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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아홉 편의 작품을 읽어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작품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내 책 읽기가 다른 책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하루에 하나씩 읽어내겠다는 것이 처음 이 책을 샀을 때 가졌던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표제작부터 읽어갔다.그녀의 전작 <무중력중후군>을 읽고 이 작가에게 마음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한겨레 문학상의 타이틀을 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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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아홉 편의 작품을 읽어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작품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내 책 읽기가 다른 책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하루에 하나씩 읽어내겠다는 것이 처음 이 책을 샀을 때 가졌던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표제작부터 읽어갔다.
그녀의 전작 <무중력중후군>을 읽고 이 작가에게 마음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한겨레 문학상의 타이틀을 달고 있던 <무중력중후군>과 이번 작품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전작이 장편소설이라는 분량 적 차이를 이번 작품집에선 어떻게 풀어내고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무척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표제작만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한 건 출판사를 거치면서 혹은 작가 자신의 미련 때문인지 수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품도 있었다. 조금더 덧붙이자면 깜짝 놀랄 만큼 이번 작품집에 수록이 되지 말았어야 하는 작품도 있었다. 현실과 이상 그 간극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실감했다.
신문은 일제히 윤고은의 신작에 대한 기사를 내면서 대체적으로 평이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정작 기자들이 책을 읽어 보았는지 조금 의문이 든다. 그리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이런 작품을 내고 있다는 것이 조금 생각을 더하게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작에 기댄 하나의 판매 수단으로 보인다.

 

책을 손에 들고 이웃님의 댓글을 보고 윤고은의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그네들보다 잘 써 줄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직전 그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까지 방문했지만 좋은 소리는 못하겠다.

잠시 뜸을 들여 생각을 해 본다.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없다면 난 이제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읽기야 하겠지만(그래야 판단할 수 있을테니깐)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전작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전작과 비슷한 작품이라고 판단될 때 읽으려고 한다.


사실 김숨의 <침대>로 공감대를 알아갔고 이번 작품도 그 생각에 기댔던 것이 사실이다. 전작과 출판사를 보고 구입을 했는데 그 생각이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k*****n 2010.05.31.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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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식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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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1인용 식탁을 표지 제목으로 해서 달콤한 휴가, 박현몽 꿈 철학관, 로드킬, 피어싱, 홍도야 울지 마라 등의 소제목을 단 글들이 같은 책에 들어 있다. 재미있게 읽혀지는 글들이다. 작가 윤고은씨의 솜씨와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잔잔하게 그러나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사고가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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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1인용 식탁을 표지 제목으로 해서 달콤한 휴가, 박현몽 꿈 철학관, 로드킬, 피어싱, 홍도야 울지 마라 등의 소제목을 단 글들이 같은 책에 들어 있다. 재미있게 읽혀지는 글들이다. 작가 윤고은씨의 솜씨와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잔잔하게 그러나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사고가 특이하고 발상이 특별하다. 보편적인 인간들의 생각을 뛰어넘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존의 관념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인간들의 한 면으로 읽어볼 수가 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의 문제를 다뤄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1인용 식탁에서는 ‘오인용’이란 사람이 회사에서 점심시간 혼자가 되고, 혼자 식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왜 자신을 식사시간에 따돌릴까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혼자 점심을 음식점에 가서 먹는 일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회사 가까이에는 아는 사람을 만날까 저어되고, 하여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음식점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도 식사하는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 와중에 혼자서 식사하는 것을 배우는 학원에 등록을 하게 된다. 학원에서는 단계별로 혼자 식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주인공은 점심시간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나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나 점심 해결의 측면에서는 같은 것이니까 학원을 선호하게 된다. 학원에서는 혼자 눈치 보면서 점심을 먹어야 되는 일은 없으니까.

1단계-커피숍, 빵집, 페스트푸드점, 분식집, 동네 중국집, 구내식당, 학원가 음식점 등

2단계-이탈리안 레스토랑, 큰 중국집, 한정식집, 페밀리 레스토랑

3단계-결혼식, 돌잔치

4단계-고깃집

5단계-돌발 상황

단계를 모두 거치면 수료증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수료가 끝나면 고수가 됨을 말한다. 그런데 그 수료는 보통 수강생 중 15%만 수료를 한다고 하고 수료를 하지 않은 사람들 중 50%가 디시 등록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보편적인 것이라 한다.

 

사실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은 여간한 철면피가 아니고는 힘이 든다. 타인들이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고, 그것을 극복하고 음식을 먹기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발상에서 이 책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단계를 거쳐 나가면서 음식을 먹을 때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한다. 혼자에 몰두하면서 다른 것들을 의식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혼자서 식사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화사동료들이 회식을 하는 자리가 있어 같이 가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박자를 맞추어 음식을 먹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다음날 동료들이 같이 식사를 하러 갈 것을 권했고, 같이 가다보니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이 얼마나 힘든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그가 동료들을 따돌리고 혼자 식사를 찾게 된다.

 

 

달인은 혼자 극장에 가고 혼자 놀이공원에 가고 혼자 도보여행을 가고 혼자 심야쇼핑을 하며 혼자 유람선을 탄다. 적극적으로 1인용 생활을 즐긴다. 1인용 식탁 생활을 하는 오늘의 세태를 잘 반영하여 제시하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내용을 통해서 더욱 명확해 진다. 이 책이 문제 삼고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여러 사람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에너지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음식점은 화장실하고 비슷해. 아직도 유치원 여자애들처럼 손잡고 변기 앞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 사람이 소변보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끊임없이 옆에서 이야기를 나눠 주고, 그 다음 순서를 바꿔 역할을 교환하는, 그런 비효율적이고 창피한 일들을 왜 하는지.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 중에 최악이 인력이라고 보는데. 인간들의 에너지가 쓸데없이 낭비된다니까. 그중 하나가 식당에 무리지어 가는 거예요.

 

이런 와중에 학원의 강의가 종착역에 이르게 되고 시험을 받게 되는데, 그는 15%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결국은 다시 학원에 등록하게 되는데, 그 이유로 혼자서 식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도록 한다. 학원에 나오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 결국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래 이야기는 그것을 잘 설명해 주는 일화다.

고기식당에서 한 여인이 삼겹살 2인분을 시키고 있다. 그것을 구워 먹는데 1인분 밖에 먹지 못하면서 1인분을 먹기 위해 2인분을 시키는 것이다. 주인공도 고기 2인분을 시킨다. 서로의 의식이 교통을 이룬다. 같은 학원을 거친 수강생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 멘트에 서로 합치면 어떨까요? 라는 얘기가 나온다.

 

반전에 반전을 거치면서 결국 이야기가 다다른 곳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된다. 1인용 식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짚어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1인용 식탁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마음에 온다.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다른 작품들도 화자의 기발한 사고가 돋보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재미있고 탄탄하게 구성된 이야기를, 그리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이 이야기를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j****3 2010.05.10. 신고 공감 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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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바탕으로 확장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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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끼는 혼자 먹는다.  TV를 보면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 순간 4인용 식탁은 오로지 나를 위한 1인용 식탁이 되는 셈이다.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곧 익숙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만의 일상을 즐기게 된다. <무중력 증후군>으로 제 13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첫 번째 소설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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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끼는 혼자 먹는다.  TV를 보면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 순간 4인용 식탁은 오로지 나를 위한 1인용 식탁이 되는 셈이다.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곧 익숙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만의 일상을 즐기게 된다. <무중력 증후군>으로 제 13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첫 번째 소설집 <1인용 식탁>은 그런 일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외로움, 고독함, 쓸쓸함을 동반한 여유로움까지.

 

 <무중력 증후군>에서 달의 증식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였던 윤고은은 <1인용 식탁>에서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수록된 9편중 대표적인 단편을 보면 혼자 식사하는 방법을 강의하는 <1인용 식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백화점 화장실에서 소설을 쓰는 <인베이더 그래픽>, 돈을 주면 원하는 꿈을 살 수 있는 <박현몽 꿈 철학관>, 현실이 아닌 이상 국가를 향한 염원을 다룬 <아이슬란드>은  모두  픽션임과 동시에 논픽션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잘 담아냈다 볼 수 있다.

 

 <1인용 식탁>은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을 먹는 주인공 오인용이 혼자 밥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 이야기다. 강의 내용은 정말 흥미롭다. 분식집, 패스트푸드점을 시작으로 절대 혼자서는 가기 힘든 레스토랑, 고깃집으로 확대된다. 정말 이런 학원이 존재하고 있는건 아닐까.  학원에 다니면서 주인공은 어디서든 혼자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은 동질감이며 소통은 아니었을까. 

 

 ‘내가 배우고자 했던 것은 혼자 자유롭게 먹는 방법이었으나,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수강 기간 동안 내가 혼자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안이었다. 1인으로 구성된 체인점 같은 것.’ p 43 나만이 군중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오인용은 핵가족을 너머 1인 가족 세대의 표본은 아닐까 한다.

 

 등단했으나, 가족들이 모두 실업자 대우를 하는 소설가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휴지에 소설을 쓰는 <인베이더 그래픽>은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듯하다. 소설가의 이야기와 그녀가 쓰는 소설 이야기로 액자형태를 이룬다. 소설 쓰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백화점 화장실은 안락하기까지하다. 화려하고 거대한 백화점의 순찰대와 CCTV를 피해 다니는 소설가의 모습이 슬퍼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아이슬란드>에서는 반복되는 일상, 고달픈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마주한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듯, 아이슬란드는 지상 낙원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추상어였다. 사람마다 번역이 다르고, 정의되는 것도 다른,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단어. 그게 아이슬란드였다. 추상어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반대말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던 나는 아이슬란드의 반대쪽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  p268 소설을 읽는 동안 검색창에 아이슬란드를 넣었다. 정작 그곳은 화산이 폭발로 공황상태였다. 소설의 주인공도, 윤고은도 아마 그랬겠지 싶어, 헛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른 아이슬란드를 여전하게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빈대로 인한 두려움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달콤한 휴가>, 무인 모텔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에피소드 <로드킬>은 머지 않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 할 세상에도 한낱 벌레는 거대한 공포가 될 것이다.

 

 <무중력 증후군>이 미완성의 조각이었다면, <1인용 식탁>은 거의 완성에 가깝다 하겠다.  장편과 단편이 갖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윤고은의 단편은 훨씬 좋았다. 터무니 없는 상상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확장된 상상은 매력적이었다. 이제 윤고은의 상상 세계에 서슴없이 발을 내딛을 것이다.

r*********s 2010.05.11.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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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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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꿀 것이다. 말 그대로 꿈 꾸는 것이지 실제로 현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이는 없을 것이다. 현실이 없다면 '나'도 없으니까.       사무실 책상 앞에 웅크리고 있으면 세상에서 명확한 것은 세 가지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막은 계속될 것이며, 오아시스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다만 신기루는 가끔 나타날 거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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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꿈꿀 것이다. 말 그대로 꿈 꾸는 것이지 실제로 현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이는 없을 것이다. 현실이 없다면 '나'도 없으니까.

 

 

  사무실 책상 앞에 웅크리고 있으면 세상에서 명확한 것은 세 가지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막은 계속될 것이며, 오아시스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다만 신기루는 가끔 나타날 거라는 점.

 

                -  <아이슬란드> 중에서

 

  <아이슬란드>에서 '나'의 독백은 이같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막과도 같은 현실이 계속될 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은 저 멀리 가물거리는 신기루이다. 없는 것을 상상하는 힘. 인간의 현실을 지탱해주는 것이 다름 아닌 상상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윤고은의 소설집 《1인용 식탁》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균에게 인베이더 그래픽은 문과 같다. 그러니까 그 네모난 타일의 한 귀퉁이를 툭 치면 빙그르르 돌아가면서 다른 세계로 이끄는 그런 문 말이다.

 

                 - <인베이더 그래픽> 중에서

 

 

  작가인 '나'가 집을 벗어나 백화점 화장실에서 쓴 소설 속 주인공 균이 인베이더 그래픽을 찾아다니는 것이나 <아이슬란드>의 '나'가 아이슬란드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은 끝없는 사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즉 일탈 욕구에서 나온다. 그토록 열렬히 현실 바깥으로 난 문을 찾아헤매지만, 상상 속의 문은 현실에 통로를 내주지 못한다. "문은 빙그르르 열리지만 주말이 지나면 다시 균을 원래 그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현실의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탈을 꿈꾸는 행위 자체가 일탈이라는 이야기다. 꿈이 없는 일상은 그러므로 12시 종이 울리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의 가련한 모습을 연상케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끝없이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 특별한 꿈이 없는 박홍도와 같은 아이들이 있으면 의아해하는 동시에 불안해하며 재차 묻는다. "정말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어? 대통령도?"(<홍도야 울지 마라> 중에서). 신기루, 그러니까 상상의 힘을 믿으면서 정작 상상할 줄 모르는 어른들의 마음 속에는 거대한 사막이 들앉아 있다.

 

 

  "이거, 배경이 밤이니?" 미술 선생은 사실 물어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뭔가 따지려는 것이었다. 내가 고개를 약간 끄덕이자, 미술 선생은 거보라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해는 왜 그렸니?" "해는 하늘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도 밤에는 안 보이잖아." "우리 눈에만 안 보이는 거잖아요. 원래는 있는데." (...) "해랑 달이랑 다 그대로 하늘에 있는 거예요. 그건 그대로 있는데 우리 지구가 움직이는 거라고요. 지구가 도는 건데, 왜 아무것도 못 그리게 하세요?" 나는 신념으로 불타는 갈릴레오처럼 소리쳤다. 지구가 도는 거라고요! "그렇지만 풍경화라는 건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리는 거야. 내가 풍경화를 그려오라고 했잖니." "상상화도 있잖아요." "이건 풍경화잖아. 상상화는 다음 달이란 말이야." 미술 선생은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 <홍도야 울지 마라> 중에서

 

 

 

 

  마음 속에 사막을, 특히 자신에게 들키지 않도록 꼭꼭 숨기고 우리들은 몰래 꿈을 꾼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상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미술 선생처럼 꿈 꾸는 능력조차 상실하고 만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윤고은은 포착해내고 있다. <박현몽 꿈 철학관>은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꿔주는 박현몽이 나온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었고, 꿈을 사랑하긴 했지만, 꿈 없는 잠을 원했다. 그들은 꿈을 직접 꾸기보다는 간편하게 사기를 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낮 동안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대견해서 밤에는 어떤 틈도 허용하지 않는 깊은 잠에 빠지고 싶었던 것이다.

 

             - <박현몽 꿈 철학관> 중에서

 

 

  사람들이 박현몽에게서 사는 것은 꿈이 아니다. 그들은 꿈을 통해 현실을 개선하고 싶은 것이다. 코끼리처럼 긴 성기를 갖고 싶어했던 남택만과 상상력이 없는 소설가 김춘삼이 박현몽의 꿈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꿈 같은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날 새벽, 철학관에 불이 붙었다. (...) 불 속에서 내가 박현몽을 찾았을 때, 그의 손에는 안전핀이 뽑힌 소화기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 속에는 불길이 이글거렸다. 그 눈을 보면서, 이 불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꺼져버린 꿈의 불씨가 그의 눈동자 속에 있었다. 박현몽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건 꿈이다." 

 

             - <박현몽 꿈 철학관> 중에서

 

 

  그들의 현실은 "꺼져버린 꿈의 불씨"처럼 남루하다. 윤고은은 꿈의 불씨가 꺼진 일상에 숨겨진 불안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실직한 '그'가 우연히 빈대와의 전쟁에 휩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이 빈대의 숙주가 되어서야 안식을 취하게 된다는 <달콤한 휴가> 속 이야기는 끝없는 일상의 권태 한가운데 갇힌 인간의 불안이 극한에 이르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폭설로 무인모텔에 갇힌 남자의 '악몽 같은 현실'을 그려낸 <로드킬>이나 권태로운 결혼생활에서 벗어난 남자의 비틀어진 욕망이 파국으로 치닫는 <피어싱>은 평범한 일상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그로테스크한 욕망을 보여준다.

 

 

 

  표제작 <1인용 식탁>은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오인용의 홀로서기 과정을 그려낸다. 오인용 역시 일탈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일탈 욕구는 좀 더 적극적으로 표출된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가 곤혹스러운 오인용은 '혼자 식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한다. <아이슬란드>나 <인베이더 그래픽>의 '나'들이 단순히 신기루로써 현실을 지탱하는 법을 택하고 있는 데 반해 오인용은 홀로 식사해야 하는 현실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그가 뛰어들어간 학원에서 배운 것은 혼자 식사하는 법뿐이 아니었다. 오인용은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이제 그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학원에 간다. 적극적으로 현실 속으로 뛰어든 오인용은 그러나 현실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앞서 얘기했듯 일탈이라는 것은 결국 현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뛰어넘으면 그것은 이미 현실이 아니고, 현실이 없으면 '나'도 사라지고 만다. 오인용이 현실과 타협하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아내는 모습은 우리가 현실을 살아내는 모습과 꼭 닮아 있다. 현대인이 처한 소외의 문제를 발랄하게 풀어내고 있는 <1인용 식탁>은 현실의 무게를 홀로 감당해나가고 있는 우리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을 걸어온다. 우리 합석할래요?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당신. 신기루를 따라가는 것도 지겹고 지친 당신을 위해 윤고은은 잘 차려진 식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강 -약 강 - 약 박자를 맞추면서 문장을 씹다 보면 우리 무거운 현실도, 고독도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용기가 생긴다.

 

 

 

 

 

r******2 2010.05.1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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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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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윤고은의 장편소설《무중력증후군》을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은《무중력증후군》의 추천평이다.   달처럼,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사람의 살가운 글맛이 느껴진다. 기지가 반짝이는 작품이다.- 한강(소설가)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묘한 소설이다.- 정이현(소설가)   나 역시 그녀의 글을 처음 읽고 참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 첫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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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윤고은의 장편소설《무중력증후군》을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은《무중력증후군》의 추천평이다.

 

달처럼,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사람의 살가운 글맛이 느껴진다. 기지가 반짝이는 작품이다.- 한강(소설가)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묘한 소설이다.- 정이현(소설가)

 

나 역시 그녀의 글을 처음 읽고 참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꼭 읽고 싶었다. 그녀의 소설을 아홉 편이나 읽을 수 있다니…. 표제작 <1인용 식탁>은 「실천문학」2009년 여름호에 실린 글이다. 제목과 표지 그림이 너무도 어울려서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갔다. 혼자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등장하고 각 단계별로, 메뉴별로 먹는 박자를 알려준다.

 

점심 메뉴는 찌개백반이었다. 강─약─중강─약. 이제는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절로 몸이 박자를 셌다. 4분의 4박자. 밥─계란말이─국물─김, 밥─제육볶음─국물─고추조림, 밥─김─국물─…… (28p) 

 

책을 읽다 보면 내용에 푹 빠져들 만큼 흥미진진하지만 가끔은 현실이 반영되어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무실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먼저 우르르 몰려 나갔다. 나도 서둘러 자리 정리를 하고 의자에서 일어났으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단지 조금 늦어서 점심시간에 합류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14p)

 

홀로 점심을 먹으러 갈 때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반경 5백미터 이내의 음식점은 제외했다. 발이 사무실로부터 멀리, 멀리 가는 동안 눈은 음식점의 통유리창을 훑었다. 혼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거나, 전체적으로 손님이 없는 음식점을 찾아서, 걷고 훑고 걷고 훑고 그러다가 한 곳, 당첨이 됐다. (16p)

 

<1인용 식탁>에 등장하는 학원에서 나눈 기준에 따르면 주인공 오인용이 처음 학원을 찾아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도 1단계를 겨우 통과하는 수준일 것이다. 2단계는 해당하는 음식점들은 입구에서 몇 분이냐고 묻기 시작하는 공간이니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이 보인다. 혼자서 식당에 들어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혼자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며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내 모습이 가끔은 어색하기도 하다. 소설이 우리의 모습을 투영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달콤한 휴가>에서 7년간 다니던 직장을 잃고, 6개월간 쉬기로 한 주인공은 2주간의 유럽 여행을 위해 두 달을 준비했다. 하지만 빈대의 등장으로 여행은 달콤하기는 커녕 평온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퇴직금의 첫번째 지출 항목이었던 커피메이커로 아침마다 원두를 내리던 그는 커피와 빈대가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글이 끝날 때쯤에야 그는 달콤한 휴가를 떠나게 되는데…

 

<인베이더 그래픽>은 <1인용 식탁> 다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매일 아침 백화점에 가는 것이 하루의 규칙적인 일과인 주인공은 백화점 화장실의 파우더룸에서 노트북을 꺼내 소설을 쓴다. 화장실의 두루마리 휴지를 챙기고, 테스트용 영양크림과 향수를 사용하고 식품 매장 시식 코너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녀가 쓰는 소설 '인베이더 그래픽'의 주인공 균은, 화장실에 도둑이 들며 사라지는 걸까…

 

<아이슬란드>에서는 짐 가방 대신 책갈피 하나면 충분한 '가이드북 읽기' 여행을 매일 밤 한 시간씩 한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굳이 진짜 국경을 벗어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작가의 상상력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적성도를 검사하고, 나와 궁합이 맞는 다른 나라들도 판정받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이다. 정말 그런 사이트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궁합이 맞는 나라는 어디일까? 주인공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적성도는 2.3퍼센트에 불과했으나 아이슬란드에 대한 적응도는 42.5퍼센트로 무척 높은 확률이다. 카페에 가입하고,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며 아이슬란드를 배우는 주인공은 과연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아홉 편의 소설 모두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흥미로웠고, 이런 일들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 박민규의 첫 단편집《카스테라》인데 그 책은 마구 웃으며 유쾌하게 읽었다면,《1인용 식탁》은 실재할 수도 있겠다고 한편으로 걱정도 하고 한편으로 공감도 하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d****k 2010.05.0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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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외로움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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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소설집 1인용 식탁.   요사이 홀로 서기를 시작하려는 나의 시선을 확 사로 잡은 책.   9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이 책엔 인간들의 외로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상상할 수있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으면서도 그 속을 가득메우고 있는건   외. 로. 움.   함께 살아가야하는 사회적 인간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외로움과 고독,소외감, 그리움,소통을 원하는 간절함.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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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소설집 1인용 식탁.

 

요사이 홀로 서기를 시작하려는 나의 시선을 확 사로 잡은 책.

 

9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이 책엔 인간들의 외로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상상할 수있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으면서도 그 속을 가득메우고 있는건

 

외. 로. 움.

 

함께 살아가야하는 사회적 인간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외로움과 고독,소외감,

그리움,소통을 원하는 간절함.그런 것들이 담겨져 있다고 느꼈다.

 

1인용 식탁을 보면서 나 역시 주변의 시선을 물리치고 당당히 삼겹살 2인분과

소주 한 병을 시킬 수있을까? 시켜보고 싶은 충동이 떠오른다.

결국엔 합석하는 그들은 누군가를 강력히 원하고 그리워 하는건 아닐지.

 

달콤한 휴가의 느닷없는 빈대의 출현이나,박현몽의 꿈을 파는 철학관, 로드킬

타임캡술, 아이슬란드... 모두 뛰어난 상상의 세계을 그려내면서 현실과 주고 받는

이야기가 시선을 쉬이 뗄 수 없게 한다.

 

너무도 가슴의 허전함을 가득메운 홍도야 울지마라 역시 홍도의 시선이 따라가면서도 그 속엔 감싸주고 싶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5월 가정의 달 바쁜 여러 날중에서 가슴 한쪽을 무겁게 누르는 그곳에 쏙~들어와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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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이 뛰어난 소설 [1인용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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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집에서 발견한 작가의 단편집이다.거기서 본 <1/4>라는 작품보다 마음에 드는 글들이 많았다.현실을 넘는 설정이지만 우리 모습이 반영된 상상들도 재밌었다.꿈을 대신 꿔주고 돈을 버는 사람, 빈대 숙주가 되어 빈대를 소탕하려는 사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적성도를 평가하고 적성에 맞는 타국가를 소개해주는 사이트 등. 그 중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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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집에서 발견한 작가의 단편집이다.
거기서 본 <1/4>라는 작품보다 마음에 드는 글들이 많았다.
현실을 넘는 설정이지만 우리 모습이 반영된 상상들도 재밌었다.
꿈을 대신 꿔주고 돈을 버는 사람, 빈대 숙주가 되어 빈대를 소탕하려는 사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적성도를 평가하고 적성에 맞는 타국가를 소개해주는 사이트 등.

그 중 책 제목과 같은 <1인용 식탁>이 제일 공감되었다.
여기에는 혼자서 식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등장한다.
사람들 틈에서 겪는 내적인 갈등과 분위기 묘사가 참 예리했다.

그런데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었다.
혼자 자유롭게 먹는 법을 배우고자 했으나, 정작 얻은 것은 '밥 혼자 먹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위안'이라는 것,
그래서 그 위안을 위해 다시 수강 등록을 했다는 부분이 말이다.


이 소설에서는 역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빈대 없음을 바라는 그 모든 행동들로 인해 빈대를 느낀다'거나,
그러면서도 '그토록 바라는 휴식을 빈대와 함께 얻는다'거나.
곳곳에 이런 상징들이 많다.
그래서 답답했고,
그러니까 공감됐다.

s******2 2016.08.2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