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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까지 오느라 참 많이도 걸었다. 내가 걸었던 수많은 길. 산비탈을 올라 종국에는 숲으로 이어지던, 아침이면 학교로 이어지는 폭이 좁은 그 길에서 길섶의 아침 이슬에 바짓단이 함초롬히 젖던, 미루나무 길게 늘어선 신작로길에 뽀얀 먼지가 일고 한낮 찌울매미 서럽게 울던, 그리고 한겨울 눈보라에 손을 호호 불며 걷던 그 많은 길들이 이제는 내 마음속 상상의 길이 되고 말았다. 호기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길섶에 수더분히 놓인 생명 하나와도 인연을 맺고 싶었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저녁 습기로 풋풋한 그 길에서 문득 하늘을 보면 성깃성깃 별들이 돋아나고 있었는데...
진동선 작가의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은 얇은 책이다. 대도시 뒷길이나 휑한 뒷골목을 20년 넘게 찍어오고 있다는 작가. 누구에게나 길은 인간으로서 갖는 숙명적인 고독과 미지에 대한 동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뽀얗게 타는 햇살의 여백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고일 듯한 그리운 추억들을 마음껏 그려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릴 적 아스라히 보이던 언덕 너머의 먼 미래를 꿈꾸던 장소이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작가가 길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런 보편적 그리움에 더하여 특별한 사연이 있는 듯했다.
"길을 통한 고독과 그리움의 풍경은 아무래도 누님과 관련이 깊다. 시집살이를 못 견뎌 친정으로 도망쳐온 누님이 신작로에서 울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길에 대한 강한 낙인이다. 자갈밭 신작로에 드문드문 전봇대가 휑하게 서 있던 그날의 길 풍경을 잊지 못한다. 이후로 신작로와 전봇대가 늘 눈에 들어오고 지금도 그런 풍경 앞에서 목이 메는 까닭은 누님이 안긴 유년의 상처이다." (6쪽)
이 책에서 작가는 파리의 뒷골목, 이태리 볼테라의 시골길, 독일의 로맨틱가도 등 아름다운 길들을 찍은 사진과 그 길에서 건져올린 사색의 알갱이들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고 있다. 짧은 글귀들이 전하는 울림을 생각하노라면 다음 장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다가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보면 아련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그 옛날의 시 작
인생에는 가고 싶지 않은 길도 있고,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길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길을 가야 한다면 그것은 아픔이다.
아픔은 '어쩔 수 없음'에서 온다.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다. 그럼에도 다시 그 길을 가야 한다면 그것은 한때 모든 걸 걸었던 아름다웠고 사랑했던 그 옛날의 시작 때문이다. (31쪽)
바야흐로 봄이다. 아침에 내가 보았던 공원 벤치에는 봄햇살에 살포시 젖는 사람들과 그 앞에서 줄넘기를 하며 깔깔대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휘감아 도는 산책로와 물이 오른 나무들이 있었다. 사는 것이 아픔이라면 아픔 한 조각쯤 가슴에 품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것이 끝을 알 수 없는 이 길을 걷는 이유가 될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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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걷고 싶은 길. 진동선의 힐링포토 길은 그리움으로 열린다.
이 책의 프롤로그도 좋았다. 피로가 잔뜩 쌓여있지만 책이 읽고 싶어서 고른 책이다. 포토북이라 더더욱 힐링이 되리라 믿었던 책이다. 역시나 기대이상으로 각인될 책이 된다. 천천히 몇 날 몇일을 읽어갈 계획이였지만 그 계획도 계획일 뿐, 책이 전하는 강한 이끌림에 빠져 책장은 계속해서 넘어가기만 한 책이다. 그렇게 천천히 되씹어가면서 읽어간 글들과 사진들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 되어준다. 홀로 걷고 싶은 길. 그대와 걷고 싶은 길. 이 두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어 두 길을 독자들이 걸으며 사색에 잠기에 도와주고 있다. 길이란 무언지 진중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 가끔은 떠올려보는 시간들로 채워지기도 하고,가끔은 그동안의 힘겨움과 역경들이 가진 의미들을 찾아보게 하는 책이다. 때로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여러 의미들을 이 책의 글들과 사진들은 놓치지 않도록 인도해주기도 한다. 당연한 것은 없는데 우리는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너무나도 당연한듯 스치며 지나친 것은 아니였나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이 가진 의미도 다시금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어준다. 고흐가 거닐었던 길도 사진으로 함께 거닐어보게 된다. 길을 그냥 무심히 스쳐지나치지는 않을 듯하다. 작가가 사진에 담고 글로 전하는 의미들만큼 지나온 인생들과 앞으로의 삶이 가진 방향과 좌표는 더더욱 분명해지는 의미가 되어준 책이다. 인생을 준비하며 삶의 좌표와 방향을 잡아간다는 것은 크나큰 의미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에겐 더더욱 채움과 비움이 되어줄 책이 될 듯하다. 포토와 함께 짧은 글이 가지는 강한 상징적인 의미들은 깊은 사색의 여행이 되어줄 듯하다. 가야 할 길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책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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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사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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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언덕에 서면 수만 가지 길이 보인다. 그리고 수만 가지 상처가 보인다. 오늘도 누군가는 저 길을 나서고 돌아오고 죽는다. 길이 없다면 삶도 없고, 죽음도 없고, 인생도 없다. –p115
사랑해야 길이다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라는 책으로 푸른 색이 얼마나 ‘울음을 새게하는 색’인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 진동선의 포토에세이, <그대와 걷고 싶은 길>
여전히 그는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바람과 구름을 만났고, 자신의 고독과 마주했으며, 인생을 깨달았다. 길이란, 바로 그런 곳이다.
때로는 혼자 걷고 싶은 길, 때로는 사랑하는 이와 다정하게 걷고 싶은 길… 작가는, 그 길을 사진에 잘 담았다. 변치 않는 글 솜씨로 길에 관한 사랑가를 부른다. 멋.지.다.
작가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문구를 인용해,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며 그 상상계의 삶을 위해, 성찰을 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길'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동안 진동선 작가의 큰 책(&가격)이 부담스러웠는데, 이 책은 크기가 작아졌다.(물론, 가격도.) 그래서 사진에서 풍기는 포스는 전작에 비해 좀 줄어든편. 이 부분은 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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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후에, 이 다음에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까? 가다가 멈춰 되돌아 보고, 또 돌아보는 이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왜 길을 나섰을까? 배웅하는 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느끼면서도 뒤돌아 보지 않는 이는 돌아오지 않을 운명이기에 그냥 가는 것일까? 손을 흔들고 웃으면서 다시 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이는 약속대로 돌아왔을까 내 발 앞에서 시작되어 멀리 끝이 안 보이는 '길'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모든 길은 돌아오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저자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고 싶다. 예담의 『그대와 걷고 싶은 길』에서 말이다.
사진평론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저자 진동선은 수많은 '길'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얻은 모습을 담았다. 단 한 번의 발걸음을 한 길도 담았다. 그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어주는 보행의 연장선인 단순한 '길'을 두고 저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나가면 그뿐인 '길'을 두고 '홀로 걷고 싶은 길'과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이란 멋진 타이틀로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슬플 때 '길'을 걷는다. 외로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쁨의 소식을 전하러 '길' 위를 뛰어간다. 미래를 향해 두렵지만, 호기심 가득한 발걸음을 '길' 위에 내 디딘다. '길'은 그런 존재이다. 울퉁불퉁 자갈길과 반듯하게 닦인 '길'도 있고, 오랜 세월을 담은 건물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길'도 있다. 숨통이 트이는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을 둘러싼 '길'이 있다. 또 어떤이는 눈에 보이는 '길'보다 마음속에 뻗은 '길'때문에 더 먼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은 하나의 시처럼 읽히는 에세이라고 하고 싶다. 사진집이라고 분류하기에는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고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은 글이다. 흑백 속에 자리 잡은 '길'과 컬러 속에 오롯하니 보여주는 '길' 속에서 고독과 상실과 흔적을 이야기한다. 때론 잃어버린 '길' 때문에 '힘듬'을 호소한다. 해 질 무렵 한쪽부터 어두워지는 골목을 들여다보며 쓸쓸함도 애잔함도 남음을 느껴본다. 혼자 길을 걸어본 이라면 둘이 어울려 걷는 길의 든든함을, 따뜻함을 그리고 소중함을 안다. 그렇기에 혼자 걷는 길 뒤에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나 보다.
'길'이란 단순한 피사체를 렌즈에 담고, 그 길 위에 뿌려졌을 많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을 보여주는 이 책은 잔잔한 독백 같은 글이 사진을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을 더 움직여준다. 보고 느끼는 책이다. 스쳐 가는 여행의 일정에서 길을 따라 움직이는 작가는 수많은 '길'의 얼굴을 표현한다. 한적한 시골 길을 걷는 노부부의 편안한 모습에서, 두 그루의 나무는 가지를 엮어 마치 한 몸인 듯 언덕 위에 서 있는 사진에서. 낡은 페인트 자국이 남았지만 삶의 가운데 자리 잡은 어느 건물 옆 골목길 사진에서. 낙엽길을 걷는 친구의 모습에서 독자는 저자가 말하는 인생과 삶과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뻔하고 진부한 말 같지만 천천히 새기면 이보다 큰 의미의 말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길을 걸어본 자만이 중간중간 놓인 벤치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의 그대와 길을 걸어본 자만이 '함께'라는 소중함을 느낀다. 한 장의 사진에서 인생의 길을 이야기하는 흑백영화같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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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선의 포토 에세이 <그대와 걷고 싶은 길>
나는 포토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집도 아닌것이 에세이도 아닌것이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게다가 요즘엔 누구나 다 찍는 듯 보이는 그럴듯한 사진에 그만그만한 감상적인 문장들로 치장한 책들이 꽤 비싼 가격으로 나오는 것이 포장은 무지 이쁘지만 실상 까놓고 보면 별 볼일 없는 선물처럼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헌데 이 책을 집어 든 건 표지의 사진 때문이었다. 그 너머의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길을 찍은 사진을 나는 무척이나 좋아하니까. 그 길에 들어가 어딘지 모르는 그 어딘가로 나서야 할 것 같은 기분, 사람들이 걷고 걷고 걸어서 만들어진 좁은 오솔길도 비행기들만 다니는 거대한 활주로도 낡고 좁은 골목길도 고즈넉하고 한적한 시골길도 황량한 들판에 놓인 길도 화려하고 요란한 도시의 대로들도 그것이 길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면 나는 가슴이 설레인다. 그래서 이 책에 손이 가고 눈이 갔다. 게다가 제목도 <그대와 걷고 싶은 길>이라고... ^^
길 사진들, 그리고 그 길에 대한 예찬들, 휘리릭 휘리릭 책장이 넘어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길에 자주 비유된다. 한 걸음 한걸음 걸어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모양이 그렇고,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그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채 방황하고 있을 때의 모양새도 그렇고 말이다. 길 위에서 서면 누구나 한번은 자신이 가는 길의 목적지와 출발지를 떠올린다. 그렇게 인생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길에 흠뻑 빠져 있다. 그런 글들을 읽고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나 역시 가보지 않은 길,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은 그 누군가에 대해서도.
쉬면서 읽기 좋은 책 진동선의 <그대와 걷고 싶은 길> - 다락방을 나서며, 허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