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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연재되는 저자의 글을 많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를 조금 더 만나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저자는 참 솔직하다. 쉽게 얘기하기가 힘이 드는 내용도 거침이 없다. 자신이 살아온 일이라든지, 자신이 살고 있는 일이라든지, 더구나 여성으로 몸과 관련되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어 놓고 있다. 흔히 가식이 있는 자들이 쉽게 꺼내지 못할, 금기라고 여겨지는 내용도 저자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솔직함, 그 당당함, 그 진지함 등이 저자를 만나게 하는 이유가 되는 듯하다. 이 책도 전형적으로 그의 성격을 드러낸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그러나 그녀의 언어는 몸을 논하되 몸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마음이 몸의 곳곳을 누비며 더듬고 있다. 그 마음은 몸이 주는 애틋함에 은근한 안타까움이 들어 있다. ‘데굴데굴’이란 말을 즐겨 사용하는 저자의 삶과 언어, 이 의태어에 그 형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리란 생각이 든다. 몸을 가지고, 더구나 여성의 몸을 가지고 얘기를 만들어 가는데 잡스럽지가 않다. 생활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직접 겪는 일들을 가지고, 조소와 고통의 날개를 단다. 그녀의 삶이 만들어 나가는 편린이 담겨지기 때문이리라. 섹스를 얘기해도 쾌락에 머무는 것이 나니라 본질에 다가가고, 육체를 말할 때는 노동이 중심이 된다.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는 노동, 그것이 그녀의 언어가 된다. 그래서 그녀의 언어는 어찌 보면 거칠다. 어찌 보면 투박하다. 하지만 그 속에 사실과 탐구가 들어 있기에 진실하다. 우리는 그것에 매료가 된다.
그녀의 몸은 관능과는 거리가 멀다. 관능을 얘기한다고 여겨지는데도 독자의 마음은 그녀의 용기를 쫓고 있다. 우리들의 가장 가까이 있는 몸, 그 본질을 쫓고 있는 그녀만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언어들로 꾸며져 있다. 5편이나 계약까지 간 시나리오 작가가 경제적 궁핍으로 유명을 달리 했다는 말은 믿기지는 않지만, 있을 수는 있는 이야기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팍팍한 삶이 무섭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그러기에 돈을 쫓지 않을 수 없는 자자의 삶, 글 쓰는 일도 노동의 일부로 부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그것이 여유로운 오락이 아니라 일이기에 고통도, 인내도 동반되는 것이리라. 저자의 몸과 돈은 하나가 되어 있다. 언어도 그녀에게는 물질과 하나가 된다. 이런 얘기는 스쳐 지나는 농담이 아니다.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다. 부산에서 친구가 만난 몸짱, 집이 경매로 넘어가 거리에 내쫓길 때 집에 찾아온 몸짱 건달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들의 사소한 관심사다. 그녀 또한 그런 것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에 머물러 있지 않다. 어려운 몸들에 대한 환호의 마음들. 오늘날의 안티고네가 되어 거리에 나서는 일, 녹즙 아가씨가 되어 곳곳을 누비면서 웃음을 파는 일, 기륭전자 전사들과 함께 하는 일 등이 오히려 절박한 몸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녀의 몸은 쉽게 허물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든 갈망과 진실은 빛이 되어 세상에 떠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많은 안타까운 민중의 역사가 그려진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죽음과 진실을 드러낸다. 그녀의 사색은 그녀가 만난 일들에 대한 사실적인 평가요, 본인이 겪은 결과다. 아픔과 불편의 감정으로 치달린 세상에 대한 조소다. 약자인 인생들의 분노가 드러나는 함성이기도 하다. 저자의 가슴어리로 다가가 보면 싸늘한 웃음이 머문다. 그 웃음이 황한 웃음이 될 때까지 아마 그녀는 몸을 다시 돌아보리라. 저자의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생들의 삶에 대한 불공평의 아픔이 가득 밀려온다. ‘갑질’ ‘재벌 이세’ ‘황태자’ ‘공주 왕자’ 등 이런 말들이 직시의 대상이 되고,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창했던 분이 떠오른다. 저자를 만나면서 우리들의 세상이 보편적 복지, 사랑이 가득한 쪽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집단만 잘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부분이 어울려 기초가 되기도 하고 기둥이 되기도 하면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열매를 맺기도 하는 것이다. 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은 독불장군들이 장군 노릇을 한다. 그것이 문제다. 저자의 언어를 만나고 있다 보면 기득권자들의 몸이 더 피곤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지속적으로 우리들은 아픔을 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도전이조 주장이다. 가슴 아픈 노래가 책을 통해 가슴에 전달된다. 그녀의 일상이 사랑의 절절한 외침이다. 그것이 또한 그녀의 언어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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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약점이나 치부를 가리는 것 하나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보면 괜히 화가 난다.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데 읽는 내가 화가 나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하고 묻겠지만 사실 왜 그런지 나도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만 자신의 약점을 적당히 가리고 살짝 내비치거나 조금만 힌트를 줘도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닌데 굳이 시시콜콜 다 까발려서 자신의 이미지만 깎아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작가와 친밀하다거나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독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말이다.
최근에 알게 된 김현진 작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육체 탐구 생활>은 그녀가 쓴 책 중 내가 읽은 두 번째 작품에 불과하지만 지나친 솔직함으로 인해 작가의 문학적 재능이 덜 부각된다거나 작가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독자가 있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솔직함이라는 게 때로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하거니와 젊은 사람의 치기 어린 반항, 또는 삐딱한 시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한 채 오롯이 작가 자신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내야 할 때 화낼 줄 모르고 참아야 할 때 참을 줄 모르는 불균형한 어른이 되면서 내 영혼은 몸에서 달아나는 법에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모멸과 슬픔에 맞서 싸우지 않고 천장 어디쯤에서 남처럼 자기 몸을 쳐다보면서, 저기 가서 좋은 일이 없었다면서, 잊고 싶은 기억이 불로 지지듯 들고 일어나 어제 일처럼 쿠킹호일 구기듯 마음을 구겨버리면 술을 찾아 사고를 저지르고 후회한 게 지난 10년이었다." (p.83)
이 책에는 그닥 길다고 말할 수 없는 작가의 지난 삶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책은 50대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녹즙 배달을 하던 시기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서둘러 화장하고 유골함이 엄마와 함게 대구로 향할 때 자신은 집에 남았다고 한다. 그때 엄마는 유골 일부를 청국장통에 남겨두고 가셨는데 작가는 자신이 마련한 예쁜 통에 유골을 옮겨 담고 빈 통을 헹구는데 물 위에 뜨는 유골을 차마 하수구에 버릴 수 없어 물과 함께 마셨다고 한다. 역시 도발적이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육체를 제공한 아빠의 죽음으로부터 자신의 육체가 걸어온 길을 더듬는다.
생활에 지쳐 자학하듯 살았던 이야기며, 사랑으로부터 늘 피하고 도망치기만 했던 지난 날이며, 그 과정에서 만났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길지 않았던 그녀의 삶에 비해 그녀가 들려 주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처럼 파란만장하다.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피폐하다. 30대 아가씨의 삶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중의 일부는 작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없는 발톱을 일부러 드러낸 채 악다구니를 썼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연애 경험담(2.사랑이라는 '불완전'명사)과 새벽에 녹즙을 돌리며 낮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3.파란만장 미스김)와 그녀가 참가했던 농성장과 가슴 아픈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도 바로 그런 점이었다. 우리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 모델을 보고 성욕을 느끼거나 섹시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파란만장한 개인의 삶이라 할지라도 솔직하게 쓴 작가의 글이 독자의 입장에서 끔찍하다 느껴진다면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건 자명한 일. 그것은 작가의 재능과는 하등 무관한 일일 터였다.
"까마득한 옛날, 고등학교 그만두면 모두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가출하고 담배 피고 신나 불고 그런 애들이 된다고 다들 생각할 무렵 교장과 싸우고 싸우다 고등학교를 때려치운 것부터 시작해서 왜 그렇게 사느냐 하고 잔소리 들을 일이 서른 먹을 때까지 참 많고도 많았다. 삐딱한 글도 많이 썼고, 팔리지도 않는 삐딱한 책들도 많이 썼고, 부르는 데가 있으면 가서 삐뚤어진 이야기를 잔 뜩 해댔다. 물론 이건 피곤한 짓이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관심병이라 한다면 그 또한 맞는 이야기다." (p.277~p.278)
어린 시절의 고통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면 과도할수록 가난이나 삶의 고통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을 궁리하기보다 고통에 견디는 법을 먼저 익힌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하지만 고통이 더 이상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다는 걸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뻔한 생각을 했더랬다. 작가의 지난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그런 시답잖은 생각 말이다. 작가가 리영희 선생님의 병문안을 갔던 이야기를 이 책의 끝에 실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을 터였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의 육체 탐구를 마치고 영혼의 탐구를 새로이 시작했는지도... 아무튼 그녀의 앞날에 건투를 빌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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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의 육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씻고 치장하고, 몸 단련을 하고, 거울을 보고... 매일 함께 하지만 내가 내 몸을 아주 사랑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주말 내내 아팠다. 아프고 나서야 내 몸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나는 늘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때문에 ‘육체 탐구 생활’이라는 제목만 보고 몸에 대한, 몸을 사랑해야 하는 뭐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전혀 아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육체노동자’를 떠올렸다. ‘육체노동자’하면 집도 절도 없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물론 이것도 편견일 테지만. 도시빈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팍팍한 삶을 따라가며 작가는 육체를 탐구한다. 작가 역시 22개월간의 녹즙 배달과 카페 종업원, 호프집 아르바이트까지. 공부하고 글을 쓰지만 그 작업마저도 육체노동의 연장선이라 말한다. 비정규직의 육체노동을 하며 신분 업그레이드(?)는 꿈도 꿀 수 없는 이 구조 속에서 작가는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고 싶다 말한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날것 그대로를 느낀다. 책상 앞에서 상상하고 감을 잡는 게 아니라 직접 뛰어든 육체노동의 현장을 보여주기에. 애쓰며 살아도 보람 없는 빈곤 노동, 개미지옥처럼 끝날 날 없는 빈곤 노동, 그중에서도 감정 노동, 돌봄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 비숙련 노동자들은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아도 좋으니 애 좀 덜 썼으면 할 것이다. (181) 노동자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 노동자들끼리도 급이 다른 신분 구조를 가진 현실. 만약 정신노동을 했다면 조금 덜 안타깝고 아팠을까
김현진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다. 날 것 그대로의 글만큼 그녀의 인생도 우여곡절이 많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최연소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 ‘언니가 간다’의 시나리오 작가로 입봉 했지만 말아 먹고 그럼에도 다양하게 글을 쓰고 뜨거운 노동 현장을 누비는 그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건 빚밖에 없지만 여전히 씩씩하게 글을 쓰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고맙기까지 하다.
생활은 편리해졌을지 몰라도 살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이 사회. 누구하나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사는지.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걸 아는가? 열심히 일하고 났을 때 온몸에서 느껴지는 뼈마디의 놀라운 협주곡을. 비록 남루한 삶일지 몰라도 또 그렇게 살아보는 건 어떨지. 포기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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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만난 건 이웃 리니님 덕분이었다. 아마 그 때 그 리뷰를 보지 못했더라면 이 책을 읽을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눈에 강렬히 내려꽂히는 제목과 흑백 표지는 분명 인상 깊었지만 몇장 들추었을 때 느낀 것은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였다. 그리곤 잠시 잊고 있었다. 다시 리니님의 블로그 이벤트에 덜컥 당첨이 되고 나서야 기억해냈다. 읽어야겠다, 마음 먹은 것도 그 때. 리니님이 걱정하셨을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라 조금은 고심했지만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글쎄, 읽기는 잘했다. 남은 것도 있다. 다만 글로 표현하기가 참 힘든 책이다 싶었다. ![]() 『육체 탐구 생활』는 칼럼니스트 김현진이 자신의 경험담을 적은 에세이다. 자신의 몸에 하나, 둘,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 기억과 경험을 담았기에 제목에 강렬히 육체, 탐구, 생활이란 단어가 조화를 이루어 제목을 만들어냈다. 후반부에 들어가면 내가 정치 이념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김현진의 정치색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주제로 엮인 거야? 싶은 글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맨 첫 표지로 돌아가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아, 이 모든 게 저자의 몸에 새겨진 잊혀지지 않는 기억, 추억, 상처를 모아 만든 책이었지 싶은, 웃음이 나왔다가 묘하게 숙연해지기도 하는 책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영혼의 성숙, 성장을 바란다. 육체는 나이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법이라고, 육체를 사랑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지만 실상 우리의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은 몸이고, 결국 우리의 손에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 또한 몸이라는 것을 종종 잊고 산다. 만져지지 않는 것을 좇으려고 하나 결국 우리는 만져지는 것만을 믿고 사는데도 육체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지금껏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육체 탐구 생활』은 조금 껄끄럽다. 갑작스럽게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신 아버지의 육신에 대한 이야기, 기륭전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싸움터에서의 상처, 금식 등 자신의 몸이나 타인의 몸에 난 상처와 흔적으로 기억되는 추억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간다. ![]() 내가 껄끄러워했던 수많은 문장들이 거기서 비롯되었다.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는 노골적이고 담담하게 묘사를 한다. 아니 그게 묘사일까. 그저 적는다. 자신의 가슴 께에 갑작스럽게 생긴 멍을 보며 오래 전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라며 울부짖으며 자신을 걷어찼던 이를 생각해내고, 고독과 외로움에 사무친 모습 그대로 손톱 끝으로 살짝 자신의 손목을 건드리고 놀라버린 장기 복역 출소자의 모습에 이기적인 이들의 모습을 생각해내고. 울컥, 눈물이 쏟아질 만큼 가슴 아프면서 절절하고, 불쾌하며 괴롭고, 외로운 기억이 육체에 새겨진 채 나와 함께 한다는 것을 나는 어째서 잊고 살았던지. ![]() 물론 여전히 불편한 문장들 또한 숨쉬고 있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읽어보면 좋을 텐데 싶은 사람들이 몇몇 떠오르기는 하는데 딱 그 정도다. 물어보면 스치듯 책 제목을 추천해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먼저 꼭 읽어봐, 라고 말하기엔 쉽지가 않다. 술술 읽히는 글에 담긴 메세지가, 무겁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또는 나와 맞지 않아 오랜 고민을 하게 되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어떤 점이 좋았는데? 라고 묻는 다면 글쎄,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 글을 남기기 위해 글을 적어내려가면서도 제목 옆에 쓸 내가 느낀 주제 또는 가장 중요한 문장 등을 표현해줄 문구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생각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듯 싶다. 책 문장에서 하나를 뺏겨볼까. 앞뒤가 잘려나간 문장은 내가 느낀 바를 제대로 표현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가짜를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적었다. 너무 멀리 나갔나, 이게 뭐지, 싶긴 한데 수정할 수가 없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저걸 떠올렸나. 책을 잘못 읽었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다. ![]() 나는 이 책을 추천하진 않겠다. 그냥 끌리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혹시 끌려 서점 같은 곳에서 좀 보고 사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치듯 보면 선뜻 다시 책을 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서점 등에서 서서 또는 앉아서 읽기에도 가볍지만은 않은 에세이라, 끌린다면 차라리 도서관 등에서 빌려다가 시간을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게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어느 샌가 손톱을 까득 물어대며 몰입할 지도 모른다. 그러다 소스라치게 놀랄 지도. 이 책은 나의 육신에 상처를 남겼다. 종이를 무심코 넘기다가 베이고, 손톱을 깨물어대다 살점을 짓이겼다. 아프단 생각이 들었다가 이게 이 책이 나의 육신에 남긴 기억인가보다 싶어 그냥 두었다.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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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작가의 [육체 탐구 생활]을 간략하게 한 줄로 정리해보면, 제목에 적은 것처럼 '키보드만 두드리지말고 몸으로 보여주기'라고 생각한다. 다소 거칠고 야릇하게 들리는 '육체탐구'라는 것이 결국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면 모두 살아숨쉬는 동안 하고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자신의 육체를 탐구하는 데 그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육체를 혹은 전 인류의 건강한 육체를 탐구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저자 김현진과 만났던 육체를 가진 존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돈이란 건 좋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나쁜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어서 다들 돈을 좋아하는 거였다. 다들 사치하고 싶어서, 좋은 걸 누리고 싶어서만 돈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 꼴 저 꼴 안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돈을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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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는 이 여자의 매력에 푹 빠져 빅팬이 되고 말았다.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1981년생, 나보다 어리다. 그래서 더욱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여자는 세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씨를 품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인배이다. 똑똑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가난하다. 그러나 내가 먹을 수 있을만큼만 추수하고, 낮에는 몸을 써 일하고, 밤에는 도서관에서 책 빌려다 읽고 쓰고 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싶다는 사람. 경제력으로는 타고 나질 못해 무능력했던 목사 아버지 밑에서 대학교, 대학원을 고학하고, 집에 백만원만 어떻게 안되겠냐는 아버지 말씀에 알바를 몇탕씩이나 뛰면서 싸구려 술로 하루를 위로하며 살았다는 사람. 그러나 피해 의식이나 패배주의 같은 건 그림자조차도 비치지 않는다. 타고나기를 먹물로 태어난 사람인 걸 알면서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22개월간 새벽에는 녹즙 배달, 오후엔 카페 웨이트리스, 밤에는 대학원생으로 주경야독을 하는 모습. 너무나 멋있다! 패기가 팍팍 느껴진다. 비정규직, 건당 임금을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울고 웃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나도 덩달아 울고 웃었다. 그녀가 다독여주던 사람들의 아픔을 나도 함께 느끼며 이 여자가 멋있게 느껴지는 딱 그만큼 난 뭐하고 살았나하는 자괴감이 같이 따라붙었다. 사회 이구석, 저구석에 다양하게 관심을 두며, 직접 뒹굴어도 보고, 술도 먹고 싶을 만큼 먹어보고. 팬이 아니될리야 아니될 수가 없다. 책 읽으며 이런 느낌 든 적 처음인데 저자와 이메일로라도 연락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 진짜 당신 팬이라고, 너무 감사하다고, 세상에 눈 떠 주게 해주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며 안이하지 않게 격렬하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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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프로필을 보고 있으면 사회에서 일찍이 인정받은 능력으로 충분히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본인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이야기엔 소녀 가장의 사연을 듣는 듯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하다. 그녀는 책상머리에 앉아 글을 읽고 쓰는 것으로만 세상을 알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에 바짝 붙어서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의 경험들을 체험하고자 한다. 사람은 서는 자리가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마음도 일순간에 바뀌기 마련이다. 너무 애석하고 모진 마음이지만 한편으로 나 또한 그런 사람일 수 있고, 저 사람 또한 당연한 인간의 본성처럼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인지를 세상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세상을 전해 듣고, 아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 체험한 것으로부터 경험하는 그녀의 삶을 보고 있으면 운동권 학생의 뜨거움이 느껴진다. 몸으로 익히고 경험한 것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잠시 동안 내 기억 속에 머무르지 않다 하더라고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몸이 먼저 기억하고 반응하게 된다. 감각으로 익힌 자전거 타기가 그렇고 우리에게 냄새로 기억되는 익숙한 순간들이 바로 몸 한구석에 기억이 간직되어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 노동 운동의 현장에서 함께 단식을 하기도 하고, 플래카드를 들어가며 내 일처럼 싸워준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우리에게 손해를 끼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우리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그리고 상처보다는 손해가 언제나 낫다. 그게 그나마 견딜 만하다. 돈을 잃었다면 벌어서 메꾸면 되지만, 마음에 흠집이 났을 때 그것을 채우는 것은 돈 천만 원 버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렵다. (63쪽)
누군가는 반드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10년 이상을 좋은 회사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던 그녀가 어느 날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비숙련 여성 노동자의 삶을 택한다. 내 청춘, 내 시간, 내 젊음을 내어주고 별로 많지도 않은 월급을 받는 걸 거부한 대신에 시간을 얻은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가치로 매겨 급을 정하고 당연한 듯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착취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을이 갑이 되는 순간 같은 패턴은 반복된다. 당연히 무시당해야 할 사람도 없거니와 누군가를 무시할 만큼 대단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급으로 따지는 사고방식은 그저 돈이라는 가치만을 두고 봤을 때만 생겨나는 현상이다. 비정상적인 시스템에서 탈출한 그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왜 ‘그런’일을 하고 살고 있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자주 듣는다. 대신에 시간 부자가 되어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대학원에도 진학해 공부를 한다. 그렇다고 돈 걱정을 아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파트타임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도 하고 녹즙 배달을 하며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진다. 대신 자신의 시간을 돈 버는 일에 투자하지 않는 만큼 소비를 줄여야 하는 현실 또한 받아들인다. 그녀는 아등바등 어떻게 해서든 돈 버는 독한 재주만 생활력인 줄 알았더니 돈 안 쓰는 재주도 버젓한 생활력이라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는다. 하지 않는 것, 사지 않는 것, 가지지 않는 것 역시 자유이다. 어쩌면 소유에 매몰되지 않는 이런 선택이야말로 더 질 높은 자유일 수 있다. 돈을 버는 것만 능력인 줄 알았는데, 돈을 쓰지 않는 것도 능력인 것이다.
돈이란 건 좋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나쁜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어서 다들 돈을 좋아하는 거였다. (39쪽)
책을 읽다 보면 그녀의 말로 약간 난처해지는 사람이 있겠다 싶다. 물론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기에 옹호할 마음은 없지만,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일에 사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우습기도 하다. 정치가 복고로 가고 있다는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어쩌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면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은 적어도 부끄러움을 알기에 부족함을 채우려는 동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주변 사람과 사물을 본래의 가치보다 더 못한 것으로 매도시킨다.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쉽게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자기애로 똘똘 뭉쳐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을 가지게 되면 사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무섭게 치달을 수 있다. 자신의 결정이 타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공감과 연대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근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어떤지는 요즘의 세태가 살 떨리게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참 씁쓸한 맛이 오래 감돈다.
“인생에 대단히 로맨틱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면, 많은 것이 간단해진다.” (164쪽)
삶이 너무 힘들다는 말에 그녀의 인생 선배는 ‘너무 애쓰지 말라’고 조언하며 어깨에 힘 좀 빼라고 다독인다. 품위 있게 지는 법을 몸소 보여주는 행동에서 삶을 대하는 유머와 관조가 더 진지한 태도로 다가오기도 한다. 상처받는 일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상대가 와서 돌 한번 던지고 가면 속수무책으로 맞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상처를 받지 않는 것보다 상처를 잘 보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처를 받는 일은 외부로부터 오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사람과 전혀 교류하지 않고 살아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문제를 피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치유하고 보듬을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물론, 쉽지 않다. 매우 더디고 자기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사람 속에 섞여 다시 살아갈 의지를 주는 것이 보듬는 과정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나로부터 나왔을 때 버텨내는 의지가 더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애쓰며 사는 것들은 다 이뻐’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이나 ‘살겠다고 하는 것들은 다 이뻐…….’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상처받은 여자가 ‘그럼에도 살아갈’이유와 행복을 나직이 말하는 글에서 살려고 애쓰는 것들의 이쁨을 발견하게 된다.
자족할 것. 물론 있는 놈들이 너희는 이 정도가 딱이니까 거기에 만족하고 살아, 일하는 만큼 받고 싶은 건 너희의 욕심이고 네 팔자가 한심한 것은 죄다 네 탓 네 탓 네 탓이야, 하는 신자유주의적이고 비자발적 만족이 아니라 정말로 만족하는 것, 물질을 소유하려다가 물질에 소유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의 주인이 되는 것.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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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이라는 육감적인 제목을 가지고 이렇게나 단정한 글이 나오기도 힘들 것 같다. 제목만 들어서는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고, 은밀한 일들이 벌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단정한 느낌. ㅡ내게 <육체탐구생활>의 첫 느낌은 그랬다.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몸'에 깃들어 있다 작가의 말의 제목이 이렇다. 성공회 신부인 매튜 폭스가 쓴 글이 어느정도 실려있는데, 작가는 이 글을 보면서 '육체'라는 단어를 오래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는, '뱃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도덕적 격분과, 돌이켜보기 싫은 몸의 기억과, 상심했던 시간들과 내가 멸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내 육신이 실은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었음을 나는 아주 늦게 깨달았다. (11쪽)' 라는 자신의 생각이 다다른 깨달음을 이야기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육체에 대한 그녀의 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육체로 한정지을 수 없는, 정신과 기억과 추억과 몸에 대한 이야기다. 사전에 나오는 '육체'라는 단어의 뜻에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음에도 책 제목이 퍽 잘 어울리는 것은, 그녀가 책 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들이 다른 의미로는 '육체'라는 단어 속으로 충분히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탐구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를 오래토록 곱씹고 되새기고 생각하고 다시 곱씹어서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나서야 뱉을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탐구하면서 얻은 자신만의 깨달음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당신의 경험은 나도 경험해 봤어요. 그러니 당신의 경험이 당신의 것이라고 슬퍼만 하지 말아요. 당신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내는 나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같은 느낌. 전혀 위로를 전할 것 같지 않은 제목에서 위로를 얻었다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긴 한데,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일은 참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거 좀 웃긴다라는 글들이 나오다가도 그러니 그녀가 책 속에 담은 결코 가볍지 이야기들을 마주 할 때면, 나는 살면서 얼만큼 탐구하고 있나 고민도 하게 되고 말이다. 회사를 다닐 때 괴로움을 느꼈을 때 타인에게 받았던 위로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읽는 이에게도 위로를 전해주는 이런 이야기들은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였다. 할머니가 아가,라고 불러주면 대책없는 안도감이 온돌처럼 포근하게 찾아왔다. 아직 너는 세상에 애송이니까 더 깨지고 울어봐도 된단다, 너는 아직 아가니까 아직 깨질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단다 아가, 뭐 그런 의미들을 나 혼자 멋대로 읽어내다 보면 할머니가 아가, 하고 부를 때 암담해 보이기만 하던 남은 날들이 아주 조금은 희망적으로 보이는 주문에 걸리곤 했다. (62쪽) "있잖아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녀가 적은 단어들 중, 회사를 그만 두고 난 뒤 내뱉은 '낭만적인 낙오자'라는 생각은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낙오자임을 쿨하게 인정하고, 지금 당장은 아주 만족스러운 느낌을 잠깐이라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즐기는 것.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종종 거리며 다른 직장을 찾는 누군가에게는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회사를 퇴사한 슬픔은, 말하자면 이런 거였다. 단순히 직업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정상인들의 세계에서 절대 견디지 못한다는 증거, 결국 나는 하자 있는 제품이라고 도장 찍혀버렸다는 것,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큰 결함이 있다, 라는 총체적 증명. (51쪽)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경쟁 시대에서, 누군가는 낙오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무실에 들어앉아 있을 때 즐기지 못했던 가을 정취 속을 개를 데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인정했다. 그렇다 나는 낙오자다, 또한 하자품이다. 그리고 아주 낭만적인 낙오자다. 지금은 이것으로 좋다. (52쪽) 그래도 명색이 <육체탐구생활>인데 육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 나와서는 쓰나. 물론 등장한다. 남자들의 스키니진은 엉뽕 같다면서 여자들의 가슴을 모아주는 보정 속옷과 다를 바 무에 있냐며 스키니진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손이 이쁜 여자가 좋다는 말에 손톱을 길러 케어까지 받아봤으나 하는 직업상 손톱이 금방 부러져버려서 하등 소용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며, 저자의 아빠가 만든 채무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 자신들을 쫓아내러 온 용역 깡패의 탄탄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엉뚱한 느낌이 나는 이야기들이 대다수.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잘 생기면 성희롱이 아니고 안 그러면 성희롱이다'라는 글 부분이다. 물론 그 뒤의 해명 글 부분도 재미있었다. 남자들의 밑도끝도 없는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에 관한 글이었는데 여자들이라면 한 번씩은 꼭 공감을 할 것 같은 이야기였다. 그에 반해 '격렬한 손길이 애정이라 생각했다'라는 제목을 쓴 글은 책 속에서 가장 슬프게 읽은 부분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냈는데,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맞고 자라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며 상대방에게도 계속 맞을 짓을 하게끔 행동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잘못했을 때엔 엄마한테 꽤나 맞고 자랐는데도 불구, 그녀의 '생각' 자체가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진심으로 '애는 때려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말리는 부분에서는 도대체 어땠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은 곧 등장했다. 레슬링 기술을 걸리는 건 기본, 연발로 맞기도 했던 것 같다. (무척이나 두루뭉술하게 표기했지만 말이다) 어떻게 딸을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상상도 안되면서 꽤나 안쓰러웠던 이야기였다.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은 것이 다 그 마음의 상처 때문에 생긴 '누군가 내 몸을 함부로 해도 그러려니 하는 어떤 체념'의 상태까지 간 것에 대해서는 말이다. 사는 게 강퍅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때 과자를 뿌리던 할머니 모습을 생각하고 그 목소리를 떠올린다.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뻐. 악에 받쳐 잘 살겠다는 것들은 안 이쁘지만 살겠다는 것들은 이쁘다. 그 다음부터 나는 함부로 비둘기 징그럽다 말 안하기로 했다. 누가 그럴 자격이 있단 말인가. 살겠다고 하는 것들끼리. (235쪽) 그래서 그럴 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책 속에서 찾았기에 덧붙여본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죽겠다고 약도 털어넣고 팔목에 칼도 가져다 그어본 그 시절의 작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도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이야기들은 웃기는 부분이 있을 지언정 가볍지는 않았다. 가벼울 수 없었다. 그녀는 고된 삶의 육체노동에 자신을 던져보기도 하고, 남들은 다가가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는 농성장들에 다가갔으며, 굉장히 슬픈 죽음에 연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뭔가를 잃은 기억이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서른도 넘긴 나이에 알게 되는 모양이다. (22쪽)' 어른이 된지 한참인데 아직 사춘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 하면서도, '꿈을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져 우리는 그냥 이렇게 죽는 것이다. 죽을 각오를 하면 뭘 못하냐는 식으로 흔히 하는 그 말은, 정말로 죽고 마는 사람들 앞에서 이토록 무색하다. (261쪽)' 현실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내던지기도 한다. 그녀의 글들은 합일점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마음대로 내던져 지는 듯 하다. 그래서 책을 처음 열었을 때의 즐거움보다 책을 닫을 때는 차분함이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것들을 사랑하였고 어떻게 받아들였기에 이렇게나 만신창이처럼 보이는가. 그녀의 몸에 깃든 것들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인 듯 하여 안쓰러움도 한켠 마음에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생각은 온전히 그녀의 모든것들을 받아들이고 해석해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마음도 함께 자리잡았다. 가볍지 않다. 가볍지 않은데 글 속의 위트들은 피식 나를 웃게 한다. 참 아이러니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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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둘러보니 표지 뒷면의 추천사에서 칼럼니스트 김경이 이야기한다. "김현진은 무엇이든 혀로 맛보고 목구멍으로 넘겨보고 만져보고 애무하며 글을 쓴다." 과연 글 쓰는 사람은 다르다. 그렇지. 그렇게 썼겠지.
글쓰는 이는 어떻게 글을 쓰는지부터 보이는 모양이지만 나는 글 쓰는 이가 아니라, 쓰기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이 책을 말하기도 상당히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는 것은 독서보다는 사람을 만난 일에 가까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니, 김현진을 만나게 된다.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김현진의 모든 책을 읽은것은 아니기에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의 이야기만을 풀어낸다. 자신이 살아온 것, 경험한 것, 만난 이들. 그렇게 낸 책이 한 두권이 아니고, 그렇게 써내려간 세월이 십년은 족히 넘었다. 자기 삶을 주제로 이렇게 길고 깊은 작업을 파내려온 작가가 또 있을까. 그녀의 책을 따라가는 독자는 마치 '김현진'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을 읽거나, 친구가 되어 오랜 세월을 함께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김현진의 글이고, 김현진의 삶이다.
생에 두 번은 없으니 들어오라. 이 남루한 삶으로
- 김현진, 육체탐구생활 -
'뜨겁게 안녕'에서 사창가 옆의 공동주택에 살던 그 아이. 왕십리에 이사가면서 냉장고와 프로레스링을 벌이던 그 소녀. 데이트에 입고 갈 원피스를 지키기 위해 결연히 반지하 하수구 앞에 섰던 그 여자. 가진 게 몸 뿐이니 굶어서 돕겠다며 기륭 현장에서 10일간 단식하던 그 사람의 새로운 이야기다. 나로서는, 아니 김현진의 팬으로서는 안 읽을 도리가 없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읽는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굳이 쓰지 않으려 한다. 조금만 말해두자면, 남대문의 그 소녀는 좀 더 나이를 먹었고. 조금 더 삶을 알았다. 원피스를 지키기 위해 양동이를 들었던 소녀는 도시 한가운데의 미스 김이 되었지만, 세상을 보는 그 감수성이 무뎌지지는 않았다. 언제나처럼 그녀를 스쳐간 남자들의 이야기, 무엇보다 그녀가 사랑한 사람들 이야기가 있다. 나이를 먹는 만큼 조금 더 성숙해졌고. 아주 많은 슬픔이 있었고. 떠나간 사람과, 아직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문장은 여전히 깔끔하고, 유려하며, 재미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현진이 복문의 천재라고 생각하는데, '뜨겁게 안녕'에서 보았던 거의 프리재즈를 연상케 하는 신들린 복문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리듬이 좋은 문장이고, 상당히 잘 읽힌다. 가슴을 치는 문장도. 서늘함을 자아내는 문장도 여전하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숨도 못 쉬고 끝까지 읽어내려갔었는데,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두번째 잡아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장한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특히 써두고 싶은 것은 묘사에 대해서. 나는 글에 무식하여 무슨 재주인지 알 길이 없으나. 그녀의 묘사는 지독하게 생생하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뼈가루를 마시는 장면에선 입에 뽀드득 느낌이 난다. 남자에게 갈비뼈를 걷어차일 때는 실제로 싸커킥을 배에 얻어맞은 느낌. 상황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느껴질 때가 대부분인데 김현진의 글에서는 체험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몸으로 겪어낸 일이라서 그런 걸까. 황정음의 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값진 능력이다.
글쎄,
김현진을 모르는 이는 있을 수 있다. 한번만 읽은 이도 있을 수 있겠다. 사람은 사람을 싫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번만 읽은 이는 없다. 그녀의 글은 필요에 의해서 읽는 글이 아니다. 즐겁기 위해서 읽는 글도 아니다. 이 글에는 사람이 있다. 김현진이 있다. 글을 읽으면 그녀를 만나게 된다. 만나면 알게 되고, 좋아하면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글을 읽는 일이 그러하니, 이 책은 그녀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을 당신에게 그녀를, 김현진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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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쁜 손을 가진 사람입니다. 비록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아니라고도 하고, 이런 저런 거친 일들에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여성스러움을 많이 간직한 글을 써내는 예쁜 손이에요. 이래 저래 잡아대는 아저씨들에게 지친 손이기도 하고, 비전향 장기수가 손끝에 스쳤을 땐 아파할 줄 아는 따듯한 손이기도 합니다. 본 적은 없습니다만, 자판을 치는 손에서는 빛이 날 것 같아요.
사실 손보다는 예쁜 얼굴이 더 유명한 작가네요. 어릴 때부터 예쁜 얼굴로 숱한 남자들을 울리기도 하고, 죽을 만큼 상처도 받았다고는 하는데. 단순히 예쁜 얼굴 때문에는 아니였을 겁니다. 그녀가 삶에서 풍기는 향기 같은 것에 끌린 이들이 많았던 거겠지요. 어떤 남자는 거의 그녀를 죽일 뻔 했다고도 하고, 아직 글에도 쓰지 못할 아픔도 주었다고는 하는데. 적어도 그녀를 스쳐간 남자들은 행복해졌다고 해요. 본인이 좀 행복해지면 좋으련만.
이래저래 내놓은 열권이 넘는 책들에는 예쁜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어, 수많은 남성 독자들의 한숨을 자아냈던 사람인데,(심지어 이 책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미모보다는 삶에 더 마음이 갑니다. 언제나 도시 빈민의 삶 한가운데에 있었던 사람이고, 동시에 한국 최고의 문인 양성 코스를 밟았던 사람이기도 하지요. 꽤 복잡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녀를 잘 설명해 줄만한 일화가 없을까 생각해 봤는데, 광우병 시위 때의 이야기랍니다. 어떤 시위대도 들어서지 못한 청와대를 예쁜 원피스 하나로 뚫고 들어갔다고 해요. 하늘하늘 예쁘게 차려입은 원피스를 보고 시위대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한 경찰들 때문이죠. 여성성의 힘이란. 결국 청와대 앞에서는 쫒겨나서 시위대에 합류했는데, 그 원피스를 입고 물대포를 맞았답니다. 하긴, 그녀는 힘든 일이나 궂은 일을 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 시위 현장에 갔으면 물대포 맞고 날아가는 역활로는 딱이였던 것이겠지요. 물대포를 맞으며 날아가는 가운데 안티고네와 하이몬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글로 엮어낸 걸 보면 역시 먹물은 근성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예쁘고 약하고 섬세한 여자. 억척스러운 노동자. 누구보다 고생이 심했던 도시 빈민. 한국 최고의 예술가 양성 기관에 17세에 입학한 천재. 시위 현장에 달려가 열흘씩 단식하기도 하고, 노조를 끌어내는 구사대에게 이종격투기 기술을 날리는 투사. 이루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많큼 많은 일을 겪었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좋은 작가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작가기도 하지요.
혹시 이름을 들어보신 일이 없으신지.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일에 들어온 사람이고, 벌써 10년차가 훌쩍 넘은 중견작가라니까? 누군지 모르시겠다면, 거 참 환장할 일이네요. 요새 출판계가 이렇게 어렵다니까요. 소설 쪽에서는 그런대로 팔리는 작가도 있다고 하고, 요새는 팟캐스트 덕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저는 이러나 저러나, 한국 작가 중에서는 단연 김현진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이만한 작가도 없어요. 한번 믿고 사보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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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나는 그녀를 읽고,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건 꽤 괜찮은 일이다.
그러니 당신도 그녀를 읽었으면 좋겠다. 그녀를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나를 스쳐 간 당신의 몸, 당신의 이마를 한때 어루만졌던 눈군가의 손, 아스팔트 위에서 사정없이 깎여나가던 누군가의 피와 살, 철탑에서 얼거나 타들어가는 몸들, 당신이 나를 낚아채주길 바라면서 숨죽여 뺨을 대보았던 당신의 쇄골, 몸은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은밀한 삶을 알고 있다. 이것은 그 '몸'에 대한 이야기다.
-김현진, 육체탐구생활 -
ps.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풍성할수록 좋은 법. 이 책 단독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뜨겁게 안녕', '그래도 언니는 간다'. '가장 사소한 구원' 과 함께 읽으면 더욱 풍성한 독서가 될 거라 확신한다. 허허. 믿고 사보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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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잘 읽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