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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악연, 그들의 처음부터 악연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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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세상에는 많은 인연이 존재한다. 인연이 있으면 악연도 있는 법, 누구나 자기의 악연은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오직 두 남자만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남자의 삶을 그린다. 그들의 삶보다도 그들의 우정,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저자인 필립 그랭베르는 대단히 심오하게 인간의 악연에 대해 서술했다. 정말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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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세상에는 많은 인연이 존재한다. 인연이 있으면 악연도 있는 법, 누구나 자기의 악연은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오직 두 남자만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남자의 삶을 그린다. 그들의 삶보다도 그들의 우정,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저자인 필립 그랭베르는 대단히 심오하게 인간의 악연에 대해 서술했다. 정말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설임은 정확하다.


  어렸을 때부터 둘은 항상 함께였다. 방황이 심한 청소년기에도, 대학을 가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은 하나였다. 그리고 그럴거라고 믿었다, 누군가는.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루와 만도, 그들은 과연 악연이었을까. 만도의 일기가 굉장히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 나온다. 그리고 루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가비, 프시코퐁크 교수,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만도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주로 루의 고백으로 이어진다. 언뜻보면 두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정말 이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 언저리에 무언가 내려 앉는다.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 그것은 아마도 같은 인간으로써의 이해하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비극을 지켜보면서, 한 사람의 고백을 바라보면서, 누구의 잘못이 아닌, 그저 악연이었음을 인정하면서, 내 마음은 그렇게 무겁고 쓸쓸했나보다.


  우정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이야기, 루의 고백으로 빠져드는 힘은 흡입력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물감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물들어가는 이 책은 분량도 적어, 2일만에 읽었지만, 결코 막연하게 어설프게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말을 떠나서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만은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r********i 2010.05.1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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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인연일까, 악연일까
"[악연] 인연일까, 악연일까" 내용보기
기억이 시작되는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였던 루와 만도. 예닐곱 살 때 부터 벌써 그들은 죽어서도 변치말자는 약속을 하지만, 성장해감에 따라 각자의 삶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맞게 되자 이때부터 이들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루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적 변화나 역할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만도는 새로운 관계들을 냉정하게 잘라내거나 루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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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시작되는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였던 루와 만도. 예닐곱 살 때 부터 벌써 그들은 죽어서도 변치말자는 약속을 하지만, 성장해감에 따라 각자의 삶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맞게 되자 이때부터 이들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루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적 변화나 역할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만도는 새로운 관계들을 냉정하게 잘라내거나 루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내 삶이 네 삶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인데 만도에게 루는 ‘내 일기가 곧 네 일기’가 되듯 내 삶이 곧 네 삶이 되어야 했다. 루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 마침내 '펑-'하듯 만도의 문제가 루 앞에 드러나게 되고, 루는 자신이 그의 문제를 촉발하였다고 자책한다.

루에게 만도와의 관계에 있어서 충격적인 사실을 일깨운 정신분석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등 없는 작은 의자가 전부 다리 네 개로 서 있는 건 아니다. 그중엔 다리 세 개로 버티는 것들도 있다. 거기서 다리 하나가 더 없어지면 치명타가 된다. (p.152)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만도가 과연 애초부터 다리 세 개를 가지고 있었을지 그것부터 의문이 들기 때문에 이 말을 만도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들 관계를 과연 악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만도는 다리 하나가 없어져 쓰러져 버린 다리 세 개의 의자가 아니라, 애초부터 다리가 두 개인 의자였는데 이 의자의 세 번째 다리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 루가 아니었을까 싶으니.


작가 필립 그랭베르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정신분석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글은 정신분석학적으로도 꽤 잘 접근하고 있는 듯도 하지만 의자 다리가 과연 두 개 였을까, 세 개 였을까 뿐 아니라 의문이 드는 부분이 또 있다. 다리 세 개인 의자가 세 번째 다리를 잘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서 있을 수 있느냐 넘어지느냐 하는 것이 결정된다면, 이 다리 세 개인 의자에 네 번째 다리를 만들어 잘 서 있을 수 있도록 튼튼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왜 간과해버리고 있는 것일까.

얇아서 쉽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소설이다.
마치 작가가 독자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나 던져놓고는 냅다 튀어버린 듯한 느낌.  




친구와의 만남의 빈도나 접촉하는 횟수가 우정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스무 살 전 까지만 해도 다들 똑같은 일상을 살았는데... 매일 얼굴 맞대며 똑같은 공부를 하고 똑같은 고민을 안고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제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길들을 걷으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 경우에는 더욱이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으니 잠잘 때만 빼고는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꼭꼭 붙어다니며 늘 똑같은 삶을 살아갔는데.. 대학을 선택하면서 각각 이 지방, 저 지방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대학 졸업 후엔 거기 더해 유학 간 친구, 해외취업한 친구도 생겨버리자 만남의 횟수는 더욱 줄어들고, 연락하는 빈도도 확연히 줄어들어버린 경우도 있다.
게중에는
일 년에 한 번 보고, 일 년에 한 번 전화해도 마치 어제 만났다 헤어진 듯 편한 친구도 있는 반면, 이렇게 물리적 거리로 인해 마음도 멀어져버려 이제는 그 친구의 결혼식엘 꼭 가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드물지 않게 있으니..
우리가 예전에는 친구였었지.. 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m*******e 2011.02.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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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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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미건조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결말부분을 읽을 때까진 말이다.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의 두께 그리고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책 표지  나 또한 표지의 시선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또한 나의 시선을 끈 이유 중에 하나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두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어릴적 공원에서 만난 만도와 루는 절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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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미건조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결말부분을 읽을 때까진 말이다.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의 두께 그리고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책 표지 

나 또한 표지의 시선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또한 나의 시선을 끈 이유 중에 하나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두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어릴적 공원에서 만난 만도와 루는 절친이 된다. 그 둘은 추억을 함께하며 그 모든 것을 함께 한다. 그러나 이 둘 사이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틈이 생기게 되고 절친이었던 만도와 루는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결망의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게 된다.

 

사실 이 둘은 스페인 해안에서 보냈던 여름, 페르사례즈 묘지에서의 산책, 영국으로 떠난 졸업 여행 등 하나부터 열까지 두 사람은 모든 것을 함께 했다. 단 공원에서 있었던 일과 스키캠프에 관한 일은 서로에게 언급하지 않은체 말이다. 그 사건이 그 결말이 이 책의 결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모른체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책의 소개글 처럼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스쳐가듯이 지나가는 여자들은 많지만 이 책은 오로지 루와 만도가 등장할 뿐이다.

그리고 어떤 분의 서평처럼 이 책은 광기어린 정부가 등장할 뿐이다.

우정에서 시작해서 사랑처럼 질투와 독점욕과 불균형으로 얼룩진 만두의 삶은 그저 한 사람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 즉 스토커에 지나지 않은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악연이란 제목을 왜 작가가 선택했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필립 그랭베르 그는 작품 정신분석가 이면서 소설가이다. 

그래서 일까 이 책에는 정신분석에 관한 이야기도 그리고 재미있는 소설도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한번쯤 시간날때 읽어보면 괜찮을 책인 것 같다.  

y********7 2010.05.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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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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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시절부터 죽어서도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하며, 많은 날들을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아간 두 소년.  스페인 해안의 암벽에서 보냈던 여름, 페르사례즈 묘지에서의 산책, 영국으로 떠난 졸업 여행...그렇게 만도와 루는 샴쌍둥이처럼 늘 함께하지만, 다른 대학 생활을 보내며 조금씩 멀어지게되다 결국 만도가 절교 선언을 한다. 그리고 다시 만도를 만났을때 루는 만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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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시절부터 죽어서도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하며, 많은 날들을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아간 두 소년. 

스페인 해안의 암벽에서 보냈던 여름, 페르사례즈 묘지에서의 산책, 영국으로 떠난 졸업 여행...그렇게 만도와 루는 샴쌍둥이처럼 늘 함께하지만, 다른 대학 생활을 보내며 조금씩 멀어지게되다 결국 만도가 절교 선언을 한다.

그리고 다시 만도를 만났을때 루는 만도가 우발성 정신착란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루는 그를 지키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그에게서 도망이라는 배신을 하게되고 그가 죽고나서야 서로의 사이가 악연이였음을 알게된다.

 

악연. 제목만 들어도 이 얼마나 미리 군침이 도는 느낌인가.

죽어서도 변치않을 - 우정을 약속한 친구사이가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길래 악연이 되어버린것일까..하며 내심 어마어마한 폭탄같은 비밀을 고대하며 책을 읽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만 간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어마어마한 그것은 없었다.

그저 '둘' 혹은 '함께'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쳤지만, 신뢰를 잃었을때 얼만큼 허무하게 - 그리고 처참히 무너질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루의 포옹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여자친구와 바로 헤어진 만도.

만도의 루에 대한 우정은 애정을 넘어 집착에 가깝다.

아니 절대적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이 맞을수도 있는것은 만도가 처음 무너진 그 날이 루가 함께하기로 한 방학캠프에 나타나지 않았을때 보여준 발작에서도 볼 수있다. 늘 자신만만하고 똑부러진 만도지만, 루에게 자신의 온몸을 의지해오고 있던것이였다.

아..사실 누군가 자신에게 모든것을 맡기고 의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내 말한마디에, 내 표정하나에, 행동 한가지에 상대가 웃고 운다는 것은 엄청난 짐이 되었을것이다.

 

자신을 친엄마 이상으로 돌봐주었던 닌느에게 몇해씩이나 연락을 하지 않고, 무덤에 묻힌 후 다시는 찾지 않았던 모습이나 친구처럼 지냈던 가비의 임종을 지켜달라는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루의 모습을 누가 탓할수 있으랴 -  

나 역시 시간날때 종종 찾아뵙겠다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있고, 밥한번 먹자는 말만 수십번인 친구도 몇있는데 말이다. 마지막에 만도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났던 루의 모습속에 지인들을 등지고 살아가는 내 모습도 비친다.

 

'진짜 우정이란 완전히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우리 둘은 언제나 그랬고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며

저 세상에 가서도 그럴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친구 하나가 떠오른다.

오랜시간을 함께한 친구는 최근들어 우울하다 죽고싶다는 소릴 자주한다.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여과없이 건네는 말이겠거니 하면서도 가끔 그 이야기에 소름이 돋을때가 있다.

정말 그 친구가 힘들고 괴로운데 웃으면서 농담처럼 SOS하는 것이면 어쩌나,

그 신호를 내가 알아주지 않아서 더 힘들어하면 어쩌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왠지모를 괴로움에 휩싸였다.

최후에 친구의 괴로움을 몰랐다는 두려움보다

그렇게 죽고싶으면 죽어버려!라는 만도의 엄마처럼 폭팔해버릴 내 얼굴이 떠올랐기때문이다.

인생은 숱한 ‘악연’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살아가야지. 하는 단호한 말 깊은 곳에 미안한 마음이 자리잡고있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죄책감으로 안고 살아가기엔 인생은 너무 벅차다. 상대가 나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을 내가 져버렸다고, 그것을 모두 악연으로 치부한다면, 내경우엔 아마 악연 수십명은 있는 셈인데.. 그것을 다 어떻게 맞추고 살아갈 수 있을까.

다소 복잡한 시간개념이 거슬렸지만 어떻게 살아가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남긴 책이였다.



n****o 2010.05.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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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가장한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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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 내게 인연이 존재하듯 악연 역시 존재하리라. 사람은 누구나 인연과 악연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기분 좋은 인연이 있는가 하면, 씁쓸함과 동시에 상처만을 안겨주는 악연 역시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 <악연> 속 두 남자 주인공처럼 치밀하게 인연으로 가장한 악연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너무도 치밀하게 치장되고 무장되어 치명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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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 내게 인연이 존재하듯 악연 역시 존재하리라. 사람은 누구나 인연과 악연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기분 좋은 인연이 있는가 하면, 씁쓸함과 동시에 상처만을 안겨주는 악연 역시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 <악연> 속 두 남자 주인공처럼 치밀하게 인연으로 가장한 악연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너무도 치밀하게 치장되고 무장되어 치명적인 결말을 마주하지 않으면 이것이 악연인지 인연인지 분간조차 하기 힘든 것이다. 그것만큼 사람의 뒤통수를 휘갈기는 일이 또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무덤덤하게 흘러내려가는 이야기 속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마지막 책을 덮으며 흡사 이런 분위기에 이끌려 한동안 멍하게 생각에 잠긴 꼴이 되고 말았다.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이 책은 ‘루’라는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줄곧 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 사람은 그의 샴쌍둥이와도 같은 친구 ‘만도’다. 두 사람은 늘 모든 것을 함께하는 사이다. 그것을 우정이라 하지만, 만도의 우정이 루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소 연약한 루에게 강인한 만도의 반강요적인 우정은 충분히 그렇게 다가올 법도 하다.

 

루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만도의 우정 앞에 몇 번의 배신과 시련을 안겨주게 된다. 결국엔 만도의 절교 선언을 받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만도의 연락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만도가 정신착란의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욱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만도의 그런 정신착란이 자신으로 인해 깊게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었다. 루는 그러한 사실에 자신의 배신과 시련에 큰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죄책감을 씻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이 함께 한 우정을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그를 배신하지 않고 구해내겠다 다짐한다. 하지만, 결국 루가 택한 방법은 다시금 배신이라는 결말이었다.

 

정신착란이 있는 사람은 애초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사람이다, 그 문제는 어떠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 마치 의자의 다리 네 개 중 하나가 부러져 휘청거리는 것처럼. 이 모든 사건의 일련들을 바라보며 결국엔 이들의 천생연분과도 같았던 인연은 철저하게 악연이라는 끔찍함으로 결정된다. 절대적인 우정은 상대방이 되는 것이라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조차 악연이라는 말 앞에서는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만도의 일기장을 보며 루가 느낀 감정은 바로 그것이었다.

 

글 속에 루의 소중한 친구는 만도를 제외 하고 그를 친 자식처럼 사랑하고 아껴준 닌느와 수요일이면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브리지 게임을 즐기던 엄마의 친구 가비가 있다. 루는 닌느의 죽음과 죽음 후에도 그녀를 기억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가비는 그에게 좀 특별했다.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에 늘 생동감을 느끼며 종종 데이트를 즐기곤 했던 것이다. 결국 그녀의 죽음 앞에서 약속 하나를 지키지 못했지만 그는 그녀를 오래도록 기억했다. 루의 소중한 세 사람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다. 루에게 소중한 세 친구는 결국 그보다 앞서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졌다.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인연과 악연은 무엇일까라는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 다시금 정신착란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의 감정을 큰 기복 없이 무덤덤하게 끌고 가다가 어느새 큰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가의 글에 나름 흥미를 느꼈다. 그가 정신 분석가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처음부터 모든 것이 너무도 잘 짜여 진 음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초기작인 <비밀>이라는 책은 이미 예전에 사두었으나, 좀처럼 읽을 여유를 찾지 못해 여전히 내 책꽂이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어쩌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 책을 꺼내어 볼 용기가 나는 것 같다. 인연이라고 섣불리 단정 지은 관계일지라도 혹시 모를 일이다. 그 속내의 진짜 모습이 무얼 감추고 있는지 말이다. 끔찍한 악연의 모습일지 말이다.

 

 

b******1 2010.05.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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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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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방학 캠프 사건이, 그의 스키 사고와 내가 함께 가지 않은 사실이 빠져 있었다. 일기는 우리 둘이 완벽하게 하나이기를 바란 그의 필사적 바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로 남아 있었다. '진짜 우정이란 완전히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우리 둘은 언제가 그랬고 죽을때까지 그럴 것이며 저 세상에 가서도 그럴 것이다.' 62p   소유에 대한 무서운 우정의 이야기.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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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방학 캠프 사건이, 그의 스키 사고와 내가 함께 가지 않은 사실이 빠져 있었다.

일기는 우리 둘이 완벽하게 하나이기를 바란 그의 필사적 바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로 남아 있었다.

'진짜 우정이란 완전히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우리 둘은 언제가 그랬고 죽을때까지 그럴 것이며 저 세상에 가서도 그럴 것이다.'

62p

 

소유에 대한 무서운 우정의 이야기.

악연..

 

책의 소개글과 다른 서평글들을 먼저 읽어보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그 악연의 공포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해석을 하며, 혹시 이건 아닐까? 아니면 이건? 하면서 온갖 안좋은 상상들을 하였다. 그래서, 친구 만도를 정말 나쁜 사람으로만 머릿속에서 자꾸 몰고 갔다.

 

그저 그는 친구를 몹시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을뿐인데..

처음부터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지나치게 허구적인 상상이 커져서, 다 읽고 나서.. 아..이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제 풀에 꺾여버린 마음이 들고 말았다.

 

사실 이 일이.. 내게도 비슷하게 일어났었기에..

나는 이 악연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 두번..

우정이라는 이름의 굴레로 나를 옥죄어온 일들이 있었다.

 

사춘기에 한번, 그리고 대학교때 한번..

둘다 나를 몹시 힘들게 한 고통의 우정이었다.

한번은 다른 반이 되었다고 자신을 외롭게 하였다며, (반이 갈려서 멀어지는건 어쩔 수없는 일이라 생각했던건 어린 나의 순진함이었던가? 아니면 그 애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던가..)중학교때 만나서는 나도 당해보라고, 안 그래도 낯가림이 심한 나를 완전히 친구들에게서 멀어지게 미리 조치를 해두었다. 처음 만나는 그 생소함에 나는 정말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고.. 사춘기가 이토록 혹독한 것인지 처음으로 쓰라리게 겪어봐야했다.

 

그리고, 두번째..우정이라는 이름의 굴레는..이제는 어른이 되어 우정이라는 굴레로 친구를 옥죌 일이 없겠다 방심했던 대학생때 또 다가왔다.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내가 다른 친구와 가까워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며.. 자꾸만 구속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섭게 닥달하고..

 

그 구속이 갈수록 심화되어서 친구도 나도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기숙사를 나올 때가 되어 우리 둘이 같이 하숙을 한다고 하자, 언니는 정말 폭발할 지경이 되어... 그 날 밤 언니가 우리 둘의 핸드폰에 남겨놓은 음성 메시지는 정말 너무너무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른이 되었고..나보다 몇살 많은 언니여서 더 그런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그저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고 마음을 준 것 뿐인데..그냥 다른 친구들처럼..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는데..왜 자꾸 나를 구속하려 들었던 걸까..

 

자꾸만 부담스럽고 너무 힘에 겨웠던 생각이 난다.

 

만도..

그에게서 언니를 보았고.. 초등학교때의 그 아이를 보았다.

진실, 우정..이라는 굴레로 나를 구속했던 그 이름...

그래서 우정이 무엇인가.. 내게 아주 혹독하게 느껴지게 했던 그것들..

그래도 사람간의 친분, 우정이란 것에 아직도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은..어쩔 수 없이 내가 계속 사람을 좋아하는 천성을 지닌 탓이리라.

m*****y 2010.05.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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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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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얇은책이다 그런데 그속에 들어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인간 내면속에 존재하는 삶이란 무언가 철학적인 생각과 나를 들여다 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악연 이들의 인연이 왜 악연일까 만도의 집착이 그렇게 만든걸까 아니면 루의 무관심이 그들의 관계를 악연으로 만들었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만도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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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얇은책이다 그런데 그속에 들어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인간 내면속에 존재하는 삶이란 무언가 철학적인 생각과 나를 들여다 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악연 이들의 인연이 왜 악연일까 만도의 집착이 그렇게 만든걸까 아니면 루의 무관심이 그들의 관계를 악연으로 만들었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만도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두사람의 인연의 시작은 어릴때부터이다. 나는 욤 닌느를따라 공원에 갔다 그곳에서 만도와 만도의 유모를 만나게된다. 그때부터 만도와 나는 단짝이된다. 만도는 여름이되면 부모를 따라 이탈리아로여행을 떠났다 돌아오고 나는 나의 부모님과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우리두사람이 떨어져 있는 기간은 여름휴가 때이다. 그때만 빼고 둘은 모든일을 같이하는듯 보인다.

 

이야기는 루의 시각에서 쓰여졌다. 루는 심각한 성격이 아니다 밝고 쾌활하고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그런 성격이다. 엄마의 친구인 가비아줌마와도 친하게 지낸다. 가비와 포커를 즐기기도한다. 루는 그래서 아마도 어둠을 상징하는 죽음이 싫었을 것이다. 유모인 닌느의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과 가비의 죽음을 지킬때도 그랬다. 결국 가비의 죽음을 지키려갔지만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그런 루에게 만도는 친구이지만 그의 그늘진 마음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루는 만도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자신의 상황에따라 편리하게 생각한 것이다.

 

루와 만도를 생각할때 루는 그때그때 행복을 추구하는 아이다. 만도는 루와 반대의 성격 둘의 성격을 보건대 무리없이 확고한 우정을 나눌수있는 좋은 조건이지만 만도의 집착은 서로의 약점이 보완되는 완벽한 우정이 될수 없게 만든다. 만도의 해바라기 같은 우정이 루에게는 자신을 속박하는 것으로 느껴져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 일으킬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루가 올은건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생각만을하는 만도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루가 만도를 끝까지 지키기는 힘들었을 것을이다. 그의 성격에 만도의 음침함과 집착을 그만큼 견딘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r*******5 2010.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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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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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운명적 만남이라고 생각했던 인연이, 나중에는 악연이라고 느끼게 된다면...그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듯 하다. 어릴 적 공원에서 만난 이후 마치 샴쌍둥이처럼 여름방학 이외의 모든 시간에는 항상 함께 하던 만도와 루. 흔한 절친이라는 감정을 넘어서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서로를 느껴오던 두 소년의 우정의 감정은, 여름방학 캠프 때 루가 약속을 어기고 캠프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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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운명적 만남이라고 생각했던 인연이, 나중에는 악연이라고 느끼게 된다면...그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듯 하다.

어릴 적 공원에서 만난 이후 마치 샴쌍둥이처럼 여름방학 이외의 모든 시간에는 항상 함께 하던 만도와 루.

흔한 절친이라는 감정을 넘어서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서로를 느껴오던 두 소년의 우정의 감정은, 여름방학 캠프 때 루가 약속을 어기고 캠프를 가지 않게 되면서 둘의 사이에는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금이 생기게 된다.

 

루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관계로 만도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지만, 만도의 성격이 남자답고 자신감 넘치는 것에 비해, 루는 조금 소심하고 여성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우정이라는 감정을 넘어서 조금씩 집착으로 변하는 만도와 그것을 점점 부담스러워 하는 루의 모습을 보면서, 겉으로 느껴졌던 둘의 성향은 어쩌면 반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집착으로 변하게 되고 상대방에게 부담감이 생기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그 감정의 본질은 이미 되찾기 힘들꺼라는 생각이 든다. 만도에게 있어서 루의 존재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었을까...

제목만 보고는 서로에게 혹은 어느 한 쪽에서 큰 피해를 입히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하고 나름대로 생각도 해봤지만..이런 결과를 낳게 되는 관계는 슬프기만 하다. 정말 이 둘은 악연이었을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해서 더 슬픈 이야기이다.



m******7 2013.12.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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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사랑과 집착 사이, 열정과 광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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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우정)을 가장한 악연의 덫, 아름다울수록, 간절할수록 더 치명적이다.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똑같은 중량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런 바람을 갖고 있는 것부터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할 때, 사랑을 하면서도,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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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우정)을 가장한 악연의 덫, 아름다울수록, 간절할수록 더 치명적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똑같은 중량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런 바람을 갖고 있는 것부터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할 때, 사랑을 하면서도, 상처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얼마 전,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룹 ’2PM’의 일부 팬들이 안티로 돌아서면서, "팬이 안티가 되면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왜 한때 격하게 아꼈던 대상에게 분노를 쏟아놓고, 과격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가. 통속적이지만, 사랑이 큰 만큼 배신감도 컸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배신이라고 하는가? 내 사랑에 대한 거절? 시간이 흐를수록 가벼워지는 사랑의 중량? 

중학교 시절, 자꾸만 나의 우정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과 짝이 되면 조용히 그 짝을 협박해(!) 자리를 바꾸었고, 무엇을 하든 함께 하려 하고, 어디를 가든 함께 가려 했다. 그 친구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 했던 것은 내가 다른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청소시간이었다. 그 친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물었다. "너, 정말 나를 좋아해?" "응, 좋아해!" 그러자 친구는 마룻바닥에 칠하는 왁스를 내밀며 내게 말했다. "정말 좋아하면 이 왁스를 먹어봐!" 그 이후로 그 친구를 피했던 것 같다. 그 아이가 무서웠다. 나의 마음을 눈치 챈 친구도 생각보다 쉽게 돌아섰다. 길에서 마주쳐도 눈인사조차 하지 않는 차가운 사이가 되었다. 모르는 사람보다도 못한 그런 사이가, 차라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만도 못한 그런 사이가. 

<악연>에서 내가 읽은 것은 서로 중량이 다른 사랑(우정)이었다. 한 사람의 사랑이 시들해질수록, 상대의 사랑은 집착으로 변질되는 사랑. 루는 어린 시절 공원에서 처음 만난 만도와 단짝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무엇이든 ’함께’하며, 죽어서도(!) 변치 않을 우정을 약속했다. 

"같이 놀고, 같은 책을 읽고, 첫 경험도 같이 치르면서 숱한 것을 나눴던 우리였지만 나날이 독재처럼 변모하는 우정에서 나는 벗어나고 싶었다. (...) 닌느에게도 가비에게도 유일한 존재였고, 그녀들 가슴속의 내 자리를 유지하고자 나름으로 분투했던 내가 이제 만도에게 유일한 존재란 사실은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119).

루는 점점 만도의 우정을 버거워한다. 만도는 여자 친구가 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여자 친구와 헤어진다. 루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루가 자유롭기를 원할수록, 만도는 더욱 견고히 결속되기를 원한다. 결국, 그들의 우정은 루와 만도 모두에게 재앙이 되고 만다.

<악연>의 작가 필립 그랭베르는 소설가이자 정신분석가라고 한다.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끄집어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병적인 심리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듯 하다.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정신분석학 교수의 입을 빌어 "정신질환자는 정신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정신질환자이다"(151)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증상은 ’악연’이라고 부르는 것의 결과로 나타날 때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실연이나 절교가 계기가 되어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교수는 악연을 이렇게 정의한다. 

"등 없는 작은 의자가 전부 다리 네 개로 서 있는 건 아니다. 그중엔 다리 세 개로 버티는 것들도 있다. 거기서 다리 하나가 더 없어지면 치명타가 된다"(152).

이 강의를 듣고, 루는 생각한다. "우리가 둘도 없는 친구였던 시간 동안 나는 만도에게 무엇이었나?" 그는 자신이 만도의 광기를 가로막고 있었던 그 무엇이라고 느낀다. 결국, 루와의 절교로 "만도의 고집, 찌꺼기 하나 없이 깨끗한 우정을 간직하려는 강박 관념이 비로소 전모를 드러낸다"(152-153). 바로 악연의 작동으로 말이다.

작가는 만도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애초부터’ 만도 안에 잠재되어 있던 광기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악연'은 계기이지, 원인이 아니다. 건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애초부터' 병들어 있던 마음 때문이지, 악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작가가 <악연>을 통해 그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단서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둘을 갈라놓은 건 다른 것, 처음부터 도사리고 있던 어떤 것이었지만 그때는 누구도 그걸 짐작할 수 없었다"(11). 

<악연>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심은 만도의 일기장에서 깨끗이 지워진 ’한 사건’이다. 그 사건이 진실을 드러냈을 때, 만도가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아름다운 우정 뒤에 숨어 있는 검은 광기가 우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내가 그 애의 악연이었나, 그 애가 나의 악연이었나?"(205)

악연은 사랑을 걷어내고, 사랑에 달라붙어 있던 어두운 그림자를 불러온다. ’악연’은 사랑했던 사람 모두를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로 만드는 것 같다. 치명타를 입고 상처받은 쪽도 그렇지만, 치명타를 입힌 쪽도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악연’이지 않을까.

<악연>은 기대했던 것만큼 스토리가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면, 장면의 강렬함이 독특한,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두 번쯤 읽으니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조금 보이는 듯하다. 대수롭지 않던 것들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사랑(우정)이라 믿었던 인연이 재앙으로 변하는 순간, <악연>이라는 제목이 오싹하게 다가올 것이다. 사랑(우정)을 가장한 악연의 덫, 아름다울수록, 간절할수록 더 치명적이다.



 

c***1 2010.05.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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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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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다 싶었던 프랑스 작가 필립 그랭베르. 그의 신작 <악연>이 이리도 빨리 한국에 번역된 것은 바로 그의 전작 <비밀>의 성공에 힘입어서였을 것이다. <비밀>은 흥행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동명의 영화로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었다. <악연>의 작가 프로필을 읽고 나서야 나는 '아하!'하고 숨을 들이 쉬었다. 이  정도의 흥행작을 써냈으니 신작이 이처럼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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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하다 싶었던 프랑스 작가 필립 그랭베르. 그의 신작 <악연>이 이리도 빨리 한국에 번역된 것은 바로 그의 전작 <비밀>의 성공에 힘입어서였을 것이다. <비밀>은 흥행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동명의 영화로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었다. <악연>의 작가 프로필을 읽고 나서야 나는 '아하!'하고 숨을 들이 쉬었다. 이  정도의 흥행작을 써냈으니 신작이 이처럼 빨리 번역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싶었고 올해 서울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이 프랑스였던 만큼 기회도 좋았을 것이다. 작은 체구에 보색으로 눈길을 끄는 묘한 느낌의 표지는 벌써 악연이라는 제목과 함께 웃으며 읽을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악연>은 두 소년의 우정이 소재이자 주제다. 두 소년 외의 등장인물이 있긴 하지만 소설 첫 머리에 밝혔듯이 그저 스쳐가는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 파리의 한 공원에서 만난 두 소년은 첫 눈에 운명적 만남을 느끼게 된다. 이태리 이민가정의 아들이며 키가 크고 매사에 열정적이고 극단적인 성격을 보이는 만도. 그리고 바쁜 엄마를 둔 덕분에 보모 가비의 손에 키워진 소심해서 유약하고 내성적이서 우유부단한 프랑스 소년 루. 이들은 모든 일을 함께 나누고 함께 경험한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이 죽을 때까지 영원하리라 믿는다.


둘 은 그들의 삶과 시간을 나누는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지만 전혀 닮은 점이 없다. 어쩌면 서로의 다른 점에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원한 우정을 꿈꾸며 루에게 집착하는 만도에게 루는 차츰 숨이 막혀 오기 시작한다. 내성적인 루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거침없는 비판을 퍼붓는 만도에게 주눅이 든다. 소심한 루가 공원에서, 여름캠프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서, 마지막으로 쌍동이 분수에서 만도를 배신하는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일이 벌어지면서 변치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우정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배신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만도, 이에 안도하며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파급을 상상하지 못하는 루.


' 루는 늘 다른 데서 시간을 보낸다. 약속을 세 번 깨면 그와 결별이다' (203쪽) 라는 구절을 만도의 일기에서 발견할 때까지 소설의 화자인 루는 그토록 친했던 만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만도가 얼마나 자신에게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 집착이 만도에게 또 그들의 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도. 그들의 만남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악연의 운명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그 랭베르의 <악연>은 한 장이 3페이지를 넘기지 않을만큼 짧고 숨가쁘게 쓰여졌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묘사는 소설의 템포를 한층 가속한다. 한 장이 끝나고 다른 장이 시작하는 사이 공간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지만 쓰지 않은 많은 말들이, 독자들이 자신을 발견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숨어 있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앞부분을 다시 펼쳐들게 되는 소설이다.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b********n 2010.05.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