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지 않은 채 읽은 책이다. 표지가 전하는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집어 들었다. 또한 '우행록'이란 제목도 범상치 않았다. 책의 표지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반전, 정교한 구성으로 전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걸작 미스터리'라고. 읽기 시작했다.
스토리는 단순했다. 도쿄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일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견 사원으로 자리한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얼굴에 고급스런 분위기를 지닌 사랑스런 부인, 그리고 부모를 닮아 예쁘고 깜직한 남매가 어떤 원한 때문인지 죽임을 당했다. 일년이 지나도록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일반 장르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을 같은 장르의 책과 구분짓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한 축은 수시로 화자가 바뀌며 죽은 부부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을 술회하고, 다른 한 축은 여동생이 오빠에게 전하는 편지거나 독백같은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전자는 죽은 부부와의 만남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인터뷰이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각으로 죽은 부부와의 짧거나 길었던 만남을 상기한다. 사람들의 증언이나 추억담이 늘어갈수록 완벽하리만큼 근사해 보였던 죽은 자들의 삶에 爲裝이란 단어가 끼어든다. 수면위로 부상하는 죽은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의 외양과 반비례해지면서 비열하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한편 오빠에게 건내는 한 여인의 이야기는 차마 듣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큰 학대를 받고 자랐는지에 대한 자각조차 못할 정도로 부모에게 소외되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폭력에 노출된 그녀는 삶에 대한 조소만이 남아 있고, 그녀에게 의지가 되는 보호자이자 가족은 오빠 밖에 없다. 그녀의 계속되는 이야기는 점점 커지면서 어느 한쪽을 향한다.
무관할 것만 같은 두 축은 톱니바퀴처럼 서서히 아귀를 맞추어 간다. 소리없이 맞추어졌던 이야기는 언제 그렇게 좁혀졌는지 이제 완벽에 가깝게 모습을 갖추어 간다. 앞과 뒤, 겉과 안이 겹쳐지면서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하나의 모양이 나타날 것 같다.
작가 누쿠이 도쿠로는 게이오대라는 귀족학교를 빗대어 일본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첨예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 안에서 보이는 인간군상의 모습과 외부인의 유입을 불허하는 귀족학교 특유의 폐쇄성은 상상 이상이다. 결국 이 부정적 동류의식이 비극적 사건을 초래한 요인이 됐음을 비추며, 부조리한 인생사를 조소하듯 모사함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망가져버린 가정이 배태한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이 내겐 가장 섬뜩한 공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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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의 한적한 고급 주택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을 다니는 엘리트 남편, 아름답고 고상하고, 곱게 자란 아내, 그리고 사랑스럽기만 한 두 아이들... 그림처럼 아름다운 가족, 남들의 부러움을 사던 일가족이 식칼로 난자 당한채 발견되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그로부터 1년후 어떤 청년이 이곳으로 인터뷰를 하러 온다. 이웃집 아줌마, 아내와 요리를 같이 배우고 큰 아이와 같은 학년의 학부모인 또 다른 이웃, 남편의 대학 동창, 아내의 대학동창, 남편의 옛 연인, 아내의 옛 연인.... 살해당한 남편과 아내의 주변인물들을 인터뷰해가며 밝혀지는 진실은 알아갈수록 충격적인 이면들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통곡"을 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다. 통곡이라는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 역시도... 강한 임팩트와 여운이 남는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세상이 늘 자신 중심으로 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여자에게 타인의 시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엘리트 코스만을 따라 고속도로로 올라온 사람들은 무엇이든 쿨 할수 있는 시선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늘 컴플렉스로 똘똘 뭉친 그래서 공부밖에는 잘하는게 없는 사회적 약자(?)는 신분 상승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독함을 지녔을지 모른다.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그런 사회적 구조가 자본주의 국가라면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에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태생부터 우아했을까?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있었다면 "그녀"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사랑받으며 살 수 있었을것이다.
헌팅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결코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불나방처럼 또 다른 남자를 찾아 간다. 엄마를 엄마라 인정하지 않고 아빠를 아빠라 인정하지 않고 아빠라는 사람은 딸에게 짐승보다도 못한 짓을 하는데 "그녀"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까?
책은 별로 잔인하지 않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한다. 사건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1년이 지난 후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실을 알아가는 것은 숨막히게 슬프다. 아니 무섭다. 그렇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그들 부모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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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맨처음 하나의 작은 뉴스 클립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장기간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엄마의 체포소식이다.
본론은 바로 시작된다. 도쿄 중류층이 사는 조용한 주택가에서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해 4명의 단란한 가족이 식칼과 둔기를 사용하여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경찰의 조사, 일간신문, 잡지 등의 미디어의 보도가 폭풍처럼 지나간뒤, 미궁에 빠지고 피해자들과 관련된 인물들이 르포라이터의 인터뷰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무언가 개인적인 원한관계에 얽힌 것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들고, 이 피해자들의 짧았던 인생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며 이들의 생전의 모습이 조명되는 것이다.
다소 외진 곳에 지어진 세 주택중 두 곳은 비어있고, 다코가족이 살던 나머지 주택과 가장 가까웠던 집의 여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사건현장의 분위기가 스케치처럼 보여지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통해 다코 부인과 알게된 한 엄마,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월급이 세기로 유명한 부동산회사에 근무하는 성실하고 잘생긴 남편의 15년지기 친구와 과거의 애인, 다코부인 즉 나쓰하라의 대학시절 동기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피해자들의 겉에서만 비춰지는 것외의 섬뜩한 인간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동일한 인물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부분, 어떤 부분에서는 완전히 반대의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작품 뒤 해설자의 이야기처럼 상대방을 보고 평가하는 스스로의 기준과, 상대방이 아닌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 마치 거울의 반사처럼 상대방에게 투영되는 것과 같다.
인터뷰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는 과연 살인을 저지를만큼의 악의를 가진 인물을 모색하면서 남겨진 실마리를 찾으려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름모를 누군가 소녀 내지는 여자가 겪어여만 했던 처참한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에 대한 고백을 듣게된다. 그때 무심히 등장하는 제2의 살인. 관심이 없었다고 반복하면서도, 가장 많은 악의를 지닌듯한 바로 그 인물이 살인자가 아닐까 하는 순간에 일어난 그 사건은 독자를 멍하게 만든다.
죽은이에 대해서 나쁜 말은 하지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우리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진실을 말한다는 이들을 통해 은근히 죽은자가 감추고싶었을지 모를 치부를 들여다보면서, 점점 더 관음적 쾌락을 얻게 되고 은근하게 느껴지는 죄책감을 느낀다.
책소개에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자들의 이야기'라는 의미의 제목 "우행록"은 이렇게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처음에는 완벽하게 보였던 피해자 부부가 사실은 철없는 행각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 아닐까?...'란 말이 있지만, 글쎄, 가끔은 놀랍도록 악의적인 에피소드가 있긴 했지만, 그게 이 픽션속의 인물들이 살해당할 정도로, 그러니까 픽션 속에 있지도 않고 그렇게 악의적인 행동도 하지않을 소설밖 독자들과 먼 것은 아닐듯 싶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과연 살아있는 누군가는 나를 어떤식으로 회상할까 상상하니 무척이나 으시시하다.
글쎄, 누군가 다른 상대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충분한 노력과 시간과 고민을 통해서 판단하지는 않겠지. 가장 치명적인 때는 어쩜, 장님들이 코끼리의 일부분만을 만져서 '코끼리는 이러저러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영어제목이 가끔은 가장 정확하게 작품을 설명하던데, [A catalogue of follies]란 말을 통해서, 누군가는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당할 정도로 원한살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피해자들, 그리고 진실을 말한다고 하면서도 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추악함을 담아내는 인물들, 그리고 '소설인데 뭐~'하면서 은근히 보다 더 자극적인 부분을 무의식이건 의식이건 기대하는 독자까지 다 포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요파트 '책소개'에 동의한다).
해설자처럼 이 책을 읽고나니 나도 누군가 무언가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두려워진다. 제대로 파악하지않고 섯불리 말하는게 될까봐, 그리고 또 그 평가 속에 나도 모르게 나를 얹어놓고 타인에게 내놓게되는게 아닐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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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람 속 [우행록]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 이후 두 번째로 손에 잡은 작품이다. 어찌나 칭찬이 자자한지 직접 읽어보고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마음이 절절이 녹아든 작품이었고 뜻밖의 반전 또한 책 읽는 재미에 일조했기에 절로 엄지 척! 할만했다. [우행록]은 뭐랄까...[통곡]과 달리 평에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지 만장일치의 칭찬은 없어서 이걸 읽어, 말어...많은 고민을 했더랬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읽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제일 마지막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미 미야베 미유키의 [Q&A]를 읽어서 인지 인터뷰 형식이 낯설지는 않았다. [Q&A]에서는 사정청취의 형식을 띤 인터뷰였지만 [우행록]의 인터뷰에서는 대답하는 사람의 답변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이 좀 다르다면 다를까. 질문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에 처음부터 신경을 썼더라면 범인을 추리해내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다. 아무리 신경 써도 작가가 쳐 놓은 테두리 안으로는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한다. 르포 형식의 책을 쓰는 작가라고 말하면서 사람들로부터 이것저것 캐묻는데 만약 그게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질문자의 신분을 찾아내겠는가? 그러니, 그냥 마음 비우고 인터뷰 내용을 따라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질문자에 신경 쓰는 것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반전이 매 인터뷰 때마다 툭툭 튀어나올 테니...마음 단단히 먹고.
참혹한 일가족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이사 온 지 석 달만의 일이라 이웃은 가족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다만, 겉으로 보기에 단란해 보이는 가족이었고 한다. 남편은 인물도 훤칠하고 대기업 엘리트 사원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고, 아내는 곱게 자란 듯한 청초한 느낌의 미인이었다. 아들과 딸을 두었으며 무슨 원한을 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는데...
미궁에 빠진 사건이 일어난 지 일 년 뒤, 누군가가 다코 씨 일가의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한다. 요리교실을 다니면서 다코 씨 부인과 친해졌다는 사람에게서는 유명 사립 여고 세이신을 나온 다코 씨 부인에게 느꼈던 열등감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아름답고 학벌 좋은 다코 씨 부인을 시기하는 이웃의 말이려니 하고 넘어가줄 수 있다. 아직은 완벽한 일가족의 모습이 대체로 유지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다코 씨의 회사 동료에게서 다코 씨의 여성 편력이라고 하까, 비열하기까지 한 모습을 전해들으면서 완벽했던 그림같은 집의 이미지에는 서서히 금이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책략'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의 비열한 모습이랄까. 게다가 와세다 출신의 연줄을 이용해 라이벌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모습이라니... 사람의 겉모습이란 속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는 그릇이 아니라는 것에 한번 놀라게 되는 구절이다.
이제는 좀 더 심하게 놀랄 차례다. 다코 씨 부인, 나쓰하라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게이오 대학 동기인 미야무라의 증언으로 기록되는데, 미야무라가 본 나쓰하라는 게이오의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완벽하게 줄타기를 했던 사람이다. "나쓰하라 씨는 다나카 씨를 능멸한 거죠. 내부새에 대한 다나카 씨의 집착을 이용해서 그녀를 끔찍한 상황으로 몰아넣었어요. 표면적으로는 친구에게 지인을 소개한 것이지만, 실제로 한 일은 천박한 뚜쟁이 짓이었죠. 나쓰하라 씨는 그런 짓이 가능한 사람이었어요. 나쓰하라 씨 일가를 죽인 사람이 다나카 씨라고 해도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166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에 대해 어지간한 악감정이 아니고서는 이렇게까지 나쁜 쪽으로 매도하기가 쉽지 않은데 미야무라라는 사람도 참...뒤늦게 입바른 소리 한다, 싶었다.
다코 씨네 집안 남편에 이어 아내까지 완벽하게 쌓아올린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조금의 인연이라도 걸쳐진 사람이라면 사뭇 얘기하기 꺼려질 텐데도 사람들은 잘도 과거의 기억에서 자질구레한 것들 끄집어낸다. 남들의 입에서 나오는 '나의 평가'에 괜시리 신경쓰게 되는 부분이다. 물어보니 대답하는 것 뿐,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지어 낼 필요는 없기에 그 증언들을 사실이라고 믿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배치되는 증언이 나타나면 그 시점에서는 이제까지 견지해왔던 관점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과정에는 예기치 않은 사태가 불러일으키는 '패닉'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사실'이 아닌, '남의 입'을 빌려 전해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는데...또 마음 놓고 읽다가 된통 당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우행록]의 대담하고 쫄깃한 맛이다. 켜켜이 기록된 어리석은 행동 끝에 독자의 우두망찰한 표정 하나가 추가되는 순간이다.
의외의 범인이 툭 튀어나온 뒤에야,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일기처럼, 고백록처럼 담담하게 서술되고 있는 수신인 '오빠'에게로의 편지가 비중 있게 다가온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지만 비뚤어진 마음이 끝내 봉합되지 못하고 꽉 찼지만 허술하게 묶인 쓰레기봉투 터지듯이 팍 터져버렸을 때, 여기저기서 주워 온 쓰레기같은 가난한 마음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제 때 어루만져지지 않은 마음은 나의 삶을, 주변인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결국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헤집어보면 건전하지 않은 정신에 좀먹혀 온 인생들이다.
그들을 위해 또르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그들의 피폐한 정신을 조금이나마 씻어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속이라지만, 뒤늦게 비극적으로 파헤쳐질 마음 따위 간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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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름으로 기억에 있었지만 한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님!!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출간된 작품들을 살펴보다 우행록이 눈에 들어왔다. 일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되어 발견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1년 뒤 르포작가는 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부부의 주변인물을 취재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대기업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엘리트 남편,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미인 아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둘과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는 이 가족은 주변에서 보기에 완벽하고 부럽기만 한 가족이다. 그런 일가족이 어느 날 무자비한 공격으로 살해된 채 발견되고 사건의 범인은 찾을 수 없이 미궁에 빠진다. 사건이 지나고 1년 뒤 한 르포작가는 부부의 주변인물을 취재하고 나서고 그들로부터 부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부인과 같이 요리학원에 다니며 아이들과도 어울렸던 주부, 남편의 와세다대학 동창이자 회사동료, 부인의 게이오대학 동창 그리고 부부의 전 애인들...그들이 들려주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어떤 인간관계를 맺어왔고 어떤 성격의 사람들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취재하는 내용 사이에 한 여인이 오빠를 향해 들려주는 자기고백을 통해 그녀의 과거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여인의 고백과 일가족 사건이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마지막 취재가 끝났을 때쯤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 안에서 사건이 연결되고 모든 비밀이 풀어지며 결론에 다다른다.
참혹한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였지만 범인이 누군인가 보다 부부의 측근사람들이 들려주는 속마음과 부부의 생전의 모습들을 통해 사회 속 부조리와 잇속을 챙기려는 인간의 여러 본성을 엿보이게 했다. 그 중에서 말로만 들었던 사립 유치원을 시작으로 초, 중, 고, 대학까지 연결된다는 일본의 엘리베이터식 교육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파벌과 인맥의 민낯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누쿠이 도쿠로 작가님 역시 와세다 대학을 나와 부동산 회사에 근무하며 인간의 다양한 본질을 경험했다고 하던데 그 경험들이 녹아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사회소설 같은 가독성 좋은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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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이야기는 아닌데, 일전에 읽었던 책 중 여주인공이 이런 일을 겪는 이야기가 있다. 여주인공은 백화점 아르바이트 자리에 합격하여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갔는데, 그 자리에 나왔던 강사가 갑자기 게임을 하자며 자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파트너를 맺어 몇 분 정도 이야기를 시킨다. 그러더니 그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한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하란다. 그리고 나서 그 강사가 하는 말은 이랬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죠. 지금 여러분이 이야기한 '상대의 장점'은 사실,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부족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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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소설이다. 마지막 여자의 독백(이라고 할지, 편지라고 할지) 부분을 읽고 난 후 맨 처음 든 생각은 '이게 뭐야!'였다. 잔인하게 일가족을 살해한 사람의 동기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인물의 목적이 고작 그 때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인간이란 어디까지 이기적이고 잔혹해질 수 있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태에 내 이해심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트릭이 생각보다 싱거웠던 것인지, 또 그런 것도 아니라면 그 동안 읽어왔던 추리소설들의 소재와 전개가 너무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이 작가의 이 작품이 대단치 않게 느껴지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뷰를 올려야지 하며 며칠을 곱씹는 동안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누군가를 해친 그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아가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때로는 즐거워도, 가끔은 피할 수 없는 숙제 같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늘상 즐겁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일까. 지금 이 순간 이 사람과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아무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어차피 이 사람은 남이라는, 그런 어두운 생각이 불시에 고개를 들기도 한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는 이들이 어떤 한 부분을 보고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평가할 때, 우리는 상처받는다. 물론 그들이 평가한 한 때의 그 모습도 나의 일부이겠지만 누구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얼굴이 달라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우리는, 한결같기를 원하고 한결같기를 요구한다. 사람의 마음 속이 얼마나 복잡하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한 집에서 일가족 네 명이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엘리트 남편과 아름답고 우아한 아내, 귀엽고 예쁜 두 아이의 가정이 어느 날 사라졌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단서조차 보이지 않을 때, 누군가가 그 사건을 소재로 주위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그들 가족을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는 동네 아주머니, 우아한 부인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질투의 감정 또한 가지고 있었을 동년배의 부인, 엘리트였던 남편을 상냥하지만 때로는 기회주의자로 기억하는 회사 동료와 옛날 연인, 부인을 적대시했던 대학 동창 등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본 이 가족에 대해 기술한다. 때로는 동경을, 때로는 질투를, 때로는 폄하의 눈을 가지고.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한 것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말이었다. 친구들끼리 놀다보면 갑자기 감정이 틀어져 '이 바보, 멍청이, 돼지!!' 등등의 깜찍한(?) 말을 내뱉던 때가 있지 않던가. 그럴 때 친구를 더 약올리기 위해, 혹은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방편으로 '그럼 너는 부처님해,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니까 난 부처님이야'라는 말을 했던 적은 없었나.
인터뷰이들은 각자가 객관적인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들이 바라본 네 명의 가족은 자신들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한 존재들이었다. 그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친하게 지냈지만 나는 결코 저 사람같은 미모나 재력은 가질 수 없다는 괴로움, 때문에 그 사람이 나를 무시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쪽에서 그 사람을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한 왜곡된 기억들이 인터뷰이들이 진술하는 내용에 의해 오히려 그들 자신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결코 하나가 아니고, 아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표지의 문구가 이해되는 내용들이다.
인터뷰와는 별개로 한 사람의 진술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한 여성의 고백은 사건과 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녀의 과거에 연민을 갖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한 행동으로 한 가족을 몰살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서 그 점이 조금 아쉽다.
우행록-어리석은 행동을 기록했다는 이 책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잃지 않을 것, 모든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왜곡된 마음을 가지지도 말고, 남의 것만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타인의 행동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너그러움을 갖는 것. 우리가 누구를 감히 평가할 것인가. 자신이 남긴 발자취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면서.
하지만 책 속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을 우행록이라고 보기에는, 우리는 매일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고, 그저 안타까운 일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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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을 읽었다. 영어 제목으로는 <A Catalog of Follies>, 한자를 풀어 보니 어리석은 행동들의 기록 정도라고나 할까. <우행록>은 재작년에 비채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통곡>에 이어, 세 편의 증후군 시리즈를 거쳐 5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누쿠이 도쿠로 작가의 책이다. 특이하게도 누쿠이 도쿠로 작가의 부인도 미스터리 작가라고 한다. 일본 작가들의 글이 소재를 불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자유로운 소재의 선택이 왠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우행록>에서도 일본의 수도인 도쿄도에서 벌어진 잔혹한 일가족 살해사건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미스터리는 어느 르포라이터가 살해당한 다코 가족의 일상을 수소문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르포라이터가 가장 먼저 의심이 갔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사건 발생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과거사를 캐고 다니는 이가 궁금해졌다. 혹시 이 르포라이터가 아직 잡히지 않은 범인은 아닐까? 그가 만나는 인터뷰이들이 하나같이 호의적으로 그를 대한다는 점도 참 신기했다. 사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세하게 말하고 싶지 않을 텐데도 인터뷰이들은 시시콜콜한 과거의 이야기들을 모두 작가에게 들려준다. 어느 미스터리물처럼 <우행록>도 도대체 누가 범인이고, 무슨 동기로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런 범인과 동치 찾기보다는 다코 내외의 과거사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모두 6명의 인터뷰이 중에서 그나마 이웃인 첫 번째 두 케이스는 나은 편이다. 그저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선 준비운동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진행되는 인터뷰에 의하면, 다코 집안의 가장인 다코 히로키는 일본 유수의 대학인 와세다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부동산 개발회사에 다녔다고 한다. 그의 15년 지기인 인터뷰이는 다코가 입사 초기 회사에서 겪은 일과 연애에 얽힌 비사를 들려준다. 직장 동료에게 자기가 점찍은 여자를 먼저 채 갔다는 이유로 혹독한 보복을 하기도 했다는 말에 그럼 그가 범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인터뷰이의 시선으로 보는 다코는 과히 호의적으로만 볼 수 없는 사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시 특정 인터뷰이의 ‘필터’를 통해 접하는 다코 히로키의 일면이다. 역시 인터뷰의 압권은 바로 죽은 다코의 아내인 다코 유키에, 결혼 전에는 나쓰무라로 불린 유키에의 대학 동창인 미야무라 씨의 이야기다. 역시 명문인 게이오 대학에서 화려한 대학생활을 한 유키에에 얽힌 비화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집안, 성적 그리고 부유함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내부생과 외부생의 이야기에 그만 혀를 찼다. 게다가 외부생은 내부생만의 써클에 들고 싶어하고, 그런 외부생의 심리를 나쓰하라가 이용했다는 미야무라의 이야기는 오래전에 본 영화 <라쇼몽>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견의 지배를 받는다. 자기가 가진 필터를 통해 세계를 보고, 판단한다. 20대 초반의 게이오 대학을 다닌 학생들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미야무라는 자기는 내부생이니 외부생이나 하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하지만, 역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의 이야기다. 게다가 자기는 그런 사람들과 차원이 달랐다는 식의 말은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출중한 아름다움으로 나쓰하라 그룹에 어울리게 된 외부생 다나카를 철저하게 이용한 내부생과 나쓰하라에게 미야무라는 비난을 날린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코 가족 사건이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원한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서 다음 인터뷰이로 넘어갈 때마다 잠깐씩 등장하는 꼬마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있다. 난 솔직하게 말해서, 이 여자 아이가 죽은 다코네 막내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놀라운 진실로 독자를 인도해간다. 5번째 인터뷰이는 다코의 대학시절 스키 동아리부원으로 애증의 관계가 얽힌 이나무라 에미라는 여성이다. 그녀의 말을 통해, 다코가 얼마나 성공지향적이었으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파렴치한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흠, 이 여자도 충분히 다코에게 원한을 가질만하군. 마지막으로 등장한 오가타는 미야무라의 옛 애인으로 나쓰하라에게 반해 그만 미야무라를 배신한 전력의 사나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는 미야무라의 진술과는 상이한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를 통해 독자는 미야무라의 죽음도 알게 된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고, 그들 가족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우행록>은 참 독특하다. 철저하게 인터뷰라는 객관적이면서도, 지극히 주관적인 진술을 통해 독자가 궁금해하는 미스터리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다. 등장한 6명의 인터뷰이는 모두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르포라이터에게 매우 협조적이다. 그냥 미제사건에 대한 르포를 쓰겠다고 해서 모두가 르포 작가에게 협조적인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자발적인 협조의 동기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니면, 다코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이 다코 가족에게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학벌, 직장, 단란한 가정 등)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발이었을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임의대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는 그네들의 삶의 모습에서 '이중성(duality)'의 아이러니가 슬쩍 비쳤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하는 ‘필터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해주는 수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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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당분간은 좋아하는 쪽으로만 파야하지 싶은 생각이다. 요즘은 쉽게 쉽게 읽히거나 재미위주의 책들이 읽고싶으니 그쪽으로 쭈욱~ 가보는 걸로. 누쿠이 도쿠로 같은 경우는 한 두어권 만나봤나? 사실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저냥 읽어볼만은 해서 들어봤구만. 근데 이 사람책은 늘 뭔가 르포느낌이 난달까. 심지어 연애소설도 그랬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막 끌리는 스타일은 아닌데 읽으면 시간은 잘 가는 그런 부류랄까. 게다가 난 또 막 사재끼는 상황이고 보니 이 작가의 책도 그럭저럭 있나보다. 심지어 이 책은 오래전에 구입했고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다는데.. 제목이 바뀌어서.. 난 또 것도 모르고 다른책인 줄 알고 구입했네? 당신들 좀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ㅠㅠ 제발 책 제목 슬그머니 바꿔 나와서 나 두번 사게 하지 말라고..으아~~~ 책제목에서 어리석은 자의 기록(최근 개정돼 나온 책 제목이기도 한)"우행록" 이라고 하니 이미 어차피 추리소설이래도 반은 깔고 들어가는 느낌. 그니까 반정도는 범인이 누군지 알거 같기도 한 그런 느낌. "미소짓는 사람"에서도 이런 르포형식 같은 느낌을 이어가더니 이 책도 그렇구만. 이 책이 먼저일것도 같은데 여튼 이 작가는 이런 형식을 좋아하는 걸로....... 어차피 스포는 하지 못하니 그냥저냥 줄거리로 때워볼까도 싶다. 전원주택에서 살해당한 일가족의 이야기.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누가봐도 행복해보이고 부유해 보이고 엘리트이기까지 한, 심지어 성격 또한 그리 모난데 없이 사는 그 일가족을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취재하는 기자가 취재하는 형식을 빌려 이웃주민의 이야기, 그들의 친구 혹은 회사동료들의 이야기등을 취재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러면서 점점 범인은 좁혀진달까. 주로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아무리 그들이 원한을 살 일이 없었다하더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니 결국 한두사람쯤은 그들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구나 싶기도..... 그리고 친절이라는 것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 겉으론 엄청 친한척 따르지만 결국 속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하고 사실을 털어놔야하는 순간엔 나쁜말 한두말 쯤은 나올 수 밖에 없는 사람 마음. 뭔가 씁쓸하다. 여튼 난 반 정도는 범인을 맞힌걸로.... 그래봤자 결국 범인을 특정하진 못했다. 의외의 인물임을 감안하더라도 짐작조차도 못했고.... 그래도 반은 맞혔다고 하는건..음.. 스포가 될 수 있어 패스.. 엄청 잼나다 정도까진 아니래도 역시 그냥저냥 읽을만한 정도였다. 이 작가는 확~ 땡겨! 이런 맛은 안드는 구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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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입니다. 아놔. 저는 책을 읽고나면 보통 삼 일 이내에 리뷰를 작성하는 편인데요, 이 책은 그러질 못했습니다. 대개 주말에 왕창 리뷰를 작성해놓고 하루하루 조금씩 빵 부스러기 떼어먹듯 야금야금 올리는 병아리 같은 취미를 가진 저로서는, 책을 읽고 일주일 넘게 리뷰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그리 흔치는 않은 것이지요. 또 그도 그럴법한 것이 저의 기억력이란 게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리뷰를 작성하지 않은 책의 내용은 거의 은하계 뒤편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적어도 삼 일 안에는 끄적여 줘야 어디가서 나도 그 책을 읽었노라고 생색이라도 낼 정도의 끄트머리는 쥐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말이죠. 이제서야 리뷰를 쓰고자 블로그를 착, 열었더니 아, 글쎄, 휑~ 하니 사막에 부는 모래바람처럼 황량하기 그지 없네요. 하얀 블로그의 화면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하얀 제 머릿속은 정말로 순백의 미소를 지으며 순결에 쩔어 계시는 거니까요. 거의 소녀시대의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장님이 종합 땅콩 세트에서 파스타치오만 골라먹는 심정으로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떠올려 보아야겠습니다. 삼 분간 묵념.
크라잉 프리맨을 연상케 하는 표지는 꽤나 멋스럽습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고요, 정통 추리물은 아니고 인터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르뽀 형식의 소설입니다. 도쿄 외곽 지역에서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한 르뽀라이터가 살해당한 일가족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동네 사람, 동창, 기타등등- 차례로 만나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기는 해도 온 동네 방네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한껏 잘난 체를 한 다음, 범인은 바로 당신, 하고 외치는 형태는 아닙니다. 물론 끝까지 범인을 숨기고는 가지만 실은 범인의 정체보다는 왜 그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는가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봐야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에 만들어진 일본식 사회파 추리소설의 한 특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냐가 아니라 왜? 의 법칙 말이죠. 이 소설은 거기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디뎌 그 사건을 증언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면을 조명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제게는 마이 지루한 소설이었습니다. 인터뷰 형식이다보니 당연히 모든 이야기의 진행이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증언을 하는 각각의 사람들이 르포라이터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극의 전개가 이루어지지요. 물론 챕터가 바뀌면서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각도가 소개되기는 해도 '설명'이었을 때 벌어지는 소설의 맹점을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장면을 보여준다기 보다, 혹은 내면의 심리를 묘사한다기보다 그저 주야장천 설명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아, 저는 잔소리 심한 동네 할머니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은근 자리를 피하고 싶었더랬습니다. 대체 뭘까, 하는 호기심만으로 독자의 긴장을 유지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던 것이지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게다가 증언과 편지 형식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챕터가 번갈아 진행되는 형식이 그다지 매끄럽다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뭐랄까, 조금 아마추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어쨌거나 소설이 지루해지면 이웃 사촌이 산 땅에서 난 상추에게도 시비를 걸게 되기 마련이므로 이쯤에서 그랬다고 하고 리뷰를 마치렵니다. 절대 무슨 내용이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접는 게 아닙니다. 진짭니다. 설혹 기억이 가물가물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해친 게 아닙니다. 전 순결한 뇌를 가졌다고요.
사과랑 토마토를 같이 갈아마시니까 맛있네요. 거기다가 오렌지까지 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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