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20세가 지나고, 여러 선거에 투표권이 생기면서 확실히 나는 좀 더 자유롭고 싶어졌다.그래서 늦은 귀가도 해보고, 수업도 빠져보고, 갖가지 동아리 활동도 해 보았다. 손해도 많이 봤지만, 지금도 내 손에 남은 수확은 ‘원하는 책을 골라 읽는다’는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시인도 훌륭하며, TV에 나오지 않아도 세상에 소금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책이 김수영 전집이다. “……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아래에서/간간이/자유를 말하는데/나의 靈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냐(死靈)”라든지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사랑의 變奏曲)”라고 외치던 김수영의 시를 입에 달고 다닐 정도였다. 24살이 되면서는 “어느 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生活이며/모두 다 내던지고/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정말 속임없는 눈으로…(달나라의 장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김수영 전집은 사후 민음사에서 그동안 발표된 작품을 엮어 출판했다. 총 시·산문·평론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전집 역사상 가장 간결하면서도 정수만 담은 최고의 전집이다. 김수영은 일제시대와 미군정기를 거쳐 산업화가 한창이던 새마을 운동까지 모두 겪으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가다 작품 인생의 제3기라고 불릴 수 있을 기로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의식이 무척 강했기 때문에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작품을 썼으며,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를 때에도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더욱 감동받은 면모는 후기 작품과 산문집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가난했지만 머리가 좋고 영어를 잘한 덕에 서구 문물 수입에 빨랐던 김수영의 초기 작품은 난해하기 그지 없었는데, 후기로 갈수록 생활이 배여 나오고 한자보다는 우리말이 작품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산문집에는 거의 발가벗다시피 한 김수영의 면모가 잘 드러나있다. 부인이 벌어오는 수입, 맘에 들지 않는 처제, 공부 못하는 아이들, 겨울이면 죽어버리는 병아리들, 원고료도 신통치 않은 생활들이 김수영과 그의 시를 말해준다. 책을 찾고, 번역을 하고, 원고료를 받고, 다시 책을 찾는 순환과정과 문단이나 사회에 대한 독자적인 의견은 남의 글을 적절히 인용하고 시대에 편승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못하는 시인을 보여준다. 그 시대에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지만 부인의 피아노 레슨이 중요한 소득원 중 하나였으므로 그만하라고 말도 못하는 ‘남자답게 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한탄과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과 같은 등단 경로에 대한 비평가의 지적이 공존하는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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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처럼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고, 폭포처럼 떨어졌다 다시 올라섰던 시인 김수영. 그의 진면목을 이 산문집을 통해 새롭게 발견했다. 왜 김수영이고, 왜 그리도 많은 시인들이 그를 첫 손에 꼽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여전히 시는 내게 어렵다. 서사 위주의 줄글에 익숙한 터에 시가 가지는 서정성, 명징한 상징과 은유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시인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의 산문을 읽어보라고. <김수영 전집 산문 2>에는 인간 김수영과 시인, 평론가, 소설가로서의 김수영을 총망라한다.
‘그가 우리 시대의 가장 탐구적이고 가장 준열하고 우상파괴적이며 가장 유연한 시적 양심이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30대에 맞은 김소월의 죽음보다도 40대 후반에 당한 김수영의 그것이 더욱 요절로 느끼게 하는 것은 거푸 태어날 수 있었던 그의 젊음 때문이다. 그 점 김수영은 탕진됨을 모르는 가능성이자 안타까운 미완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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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2>
저항시의 대표적 시인인 김수영의 산문집을 읽었다. 풀보다 먼저 눕는 민중의 정신을 노래했던 그의 수수한 일상과 시에 대한 고민과 지식으로서의 통찰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사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순수시와 문학에 대한 지식에 깊이 천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서 내가 이 책을 100%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자신이 없다. 하지만 60년대의 한국 시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자각을 향한 시인의 노력을 엿보며 당시 '사상계'를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그가 현실참여시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여편네'와 '애새끼'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닭을 치는 일(양계)을 하거나 한 장에 20원 하는 번역 원고 일도 해야 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신문에 실린 자신의 시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신경을 쓰거나 원고료를 받기 위해 출판사에 들렀으나 '돈'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등 일상적인 문제에도 시달리는 '작가'인 한 인간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모든 역할에 충실한 현실주의자였다. 그 자신도 시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스승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그의 시에 대한 고민과 반성은 그의 삶의 전 영역에 걸쳐 고르게 한결같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현실성과 진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 책은 당시(50~60년대) 남한 문학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보기에도 좋은 교과서이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전쟁을 치른 뒤의 남한, 그곳에서 문학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자리잡아 갈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김수영은 당시 권력과 결탁하거나 시의 순수성을 잃어가는 문인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진실된 시를 쓸 것을 동료, 후배 문인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였다. 또한 그의 글에는 간간이 영어와 일어가 섞여 나온다. 이런 모습은 전후 남한 지식인들이 생활 양식뿐 아니라 문학과 지식의 원천을 영미권과 일본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온통 '시'에 대한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찼던 그의 삶을 일부분이나마 들여다 보니 '시'라는 문학 장르가 가진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시'를 제대로 음미하며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시험문제에 나오는 교과서 속 시와 시인들에 대해 외우기 급급했던 건 비단 나뿐만도 아니었을 듯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지금 세상사를 보면 김수영이 부르짖는 시론-시로부터 사회의 개혁을 이루고 미래를 만든다-라는 주장 자체가 다소 황망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시의 위상은 온갖 천박한 미디어와 파괴된 언어들에 파묻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그가 현재의 시와 오늘날의 시인, 요즘 남한의 시계(詩界)를 본다면 무어라 일침을 놓을까?
그래서인지 이제부터라도 시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김수영은 당시 문학 계간지 등을 통해 꾸준히 '시평'을 발표하였는데 대부분 날선 비평이 주를 이루었지만 더러 칭찬하는 시와 신인들이 있었다. 김수영의 평가를 곁들여 그가 추천한 시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시의 절제된 언어 미학과 함축된 사유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시를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져보고 싶어졌다. (물론 쓰는 건 어렵겠지만.)
일반인이 교양서로 읽기에도 좋겠지만 사실 이 책은 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실제로 창작(문학 영역)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훨씬 얻을 게 많을 듯 하기도 하다. 이 책은 당시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던 한 개인의 일상적인 시의 원천과 창작의 과정, 다른 시에 대한 평론을 골고루 담고 있어 실제 시인과 비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거나 조금 더 치열한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고 싶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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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추천과 감동의 말들을 듣고 기쁜맘으로 책을 샀지만, 읽은지 3일째 공감대를 찾고 있지만 아직 못 찾았다. 나의 무지 때문일까??? 도대체 사람들은 무얼보고 감동을받았을까?? 독서를 강요받은 느낌에 불쾌하다. 부정의 부정의 긍정을 깨워내려했다는 시인의 시는 어디에 있는겁니까? 그저 반복적인 문장은 무얼강요하기위함입니까? 난해하고 복잡한 문장들은 누구에게 읽히기 위함입니까? 지적우월감에 갇혀있는거 아니었나요? 시대가 암울한 시대였으니........ 공감과 존경을 찾으면 글을 다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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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일 방문했던 민음사 북클럽 반값목록에 올라와있던 시인 김수영의 전집은 거의 2월 내내 전집에서 언급된 생소한 작가의 책을 찾아보게 했다. 왜냐하면 <김수영 산문집>을 보면서 문학에 대한 새로운 가지의 방법론을 배우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느낌은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정확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것과 상당히 유사했다. 그의 산문에서 언급되는 작가의 평가나 아포리즘을 따로 엑셀로 저장해두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어 실행해 옮기지 못했지만, 열망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김수영 전집>은 한국의 근대문학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나로 하여금 김수영이라는 위대한 백그라운드라는 이름의 허세를 빌려주기에 이르러 지속적으로 그의 이름 석 자를 들먹거리게 했던 것 같다.
김수영 산문의 1부에서 다루고 있는 일상과 현실에 대한 글에서 느껴지는 솔직함이 좋았다. 넓은 시야를 바탕에 두고 그것들을 어색하지 않게 포괄하여 쓰는 그의 일상적인 글을 보면서 지금 쓰고 있는 내가 글을 한 가지 면에 집착하면서 쓰고 있지 않나? 라는 반성을 하게끔 하여 주었다.
그는 글이 쓰기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그런데 싫어하고 있는 자체까지 산문의 내용을 이어주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또한, 면봉이나 낙타산이나 구두와 같은 사물이 작동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이 사물이 현실과 만났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을 표현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산문의 2부, 3부, 4부, 5부에서는 시인의 사회관과 문학관이 잘 드러난다. 그가 완벽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4·19혁명을 극찬하고 있는 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문학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사상과 언론의 완전한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냉전이 종식되지 않은 시대 상황임에도 그는 당당하게 자유를 요구한다.
시를 쓰는 사람, 문학을 하는 사람의 처지로서는 <이만하면>이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언론자유에 있어서는 <이만하면>이란 중간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언론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둘 중의 하나가 있을 뿐 <이만하면 언론자유가 있다>고 본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그 자신이 시인도 문학자도 아니라는 말밖에는 아니 된다. -177p-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398p-
그는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을 향해 “살아있는 눈 위에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자”고 표현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그는 시는 온몸으로 쓰는 것이라 말한다. 머리에서 미리 걸러내지 말고, 심장이 뛰는 것만 고르지 말며, 그저 온몸이 가리키고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즉, 생명이면 생명. 분노면 분노, 냉정이면 냉정. 죽음이면 죽음. 그대로를 글자로 써내려가자고 말한다.
또한, 시가 뱉는 침은 현실사회의 상호연관성이라는 힘이 뚜렷하게 존재해야 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현실도피를 하는 당시의 초현실주의 시인들에게 상당한 반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한국의 냉전 상황의 현실, 군부독재의 현실을 무시하고 세계문학의 조류에 휩쓸려 엉뚱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펜대를 기울이는 지식인들에게도 같은 공격을 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학 선배라는 총대를 메고서 써내려간 그의 시 월평은 상당히 신랄한 어조를 띄고 있다.
이 산문에는 시인의 생전 모든 글을 모아 수록해 놓았다고 한다. 시작노트와 일기. 그리고 그가 완성하고 싶어 했으나 완성하지 못한 의용군이라는 장편소설까지. 600페이지가 넘는 글 사이사이에 명 문장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시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남겨본다. 그의 초기 시들이 상대적으로 난해하고 메타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후기로 가면서 점차 산문화되고 구체적인 단어들로 목소리가 분명해지고 있음이 전달되었다.
아마도 온몸으로 쓰고 있다는 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손이 움직이는 대로 쓴 그의 후기작품들을 말하고 있는 것일 테다. 이승만의 사진을 밑씻개로 사용하자는 그의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라는 시가 특히 그러했다. 제목부터 솔직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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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을 주문하였습니다.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칼럼 중에 지식인의 서재라는 것이 있는데 많은 작가들과 지식인들이 김수영 전집 1,2권을 추천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구입을 하였는데 역시...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시보다는 산문쪽이 오히려 더욱 마음이 갔었습니다. 김수영 연구자료들도 찾아보며 함께 읽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강력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