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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성세대들에게 만화는 어린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도구라는 정서가 널리 퍼져 있어, 자녀들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공부는 하지 않고~’라는 단서를 달아 꾸지람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만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변화하였고, 오늘날에는 당당하게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종이책이 아닌 온라인으로 연재되는 웹툰을 포함한 만화가 독자들에게 널리 향유되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듯 만화는 이제 대중문화의 주요한 분야로 확고하게 정착되었으며, 그 가치는 물론 대중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겠다.
이 책은 최근 출간된 만화를 중심으로, 작품 속에 형상화된 삶과 죽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비평서이다. ‘만화지식총서’의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한국인의 생사관과 만화적 상상력’이라는 부제를 통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대체로 사람들은 평소에 죽음이 자신과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제 삶과 죽음은 단 한 순간에 결정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교통사고나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사회적 참사의 현장에 있다가 피해를 당한 사람들도 자신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것이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귀결되는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라지만, 이처럼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먼저 프롤로그에서, 그리스 신화의 스핑크스와 미노타우루스의 미궁에 관한 소재를 통해 영웅의 탄생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처하는 ‘만화적 상상력’을 탐구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결국 생사(生死)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생사의 미궁과 뫼비우스의 띠’라는 제목으로 1장에서 다양한 작품의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에서 아버지를 잃은 내용의 윤태호의 <야후>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단상을 형상화한 박흥용의 <삐이이이> 등의 작품을 ‘삶과 죽음, 비극적 강박과 희극적 여유 사이에서’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또한 이정익의 <나는 미치고 있다>와 이림의 <죽는 남자> 및 이향우의 <우주인>은 ‘희망과 절망을 넘나드는 뫼비우스의 띠’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최종훈의 <샴>이란 작품은 인간의 서로 다른 면모를 반영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라는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1980년대 이전의 만화부터 1990년대 이후까지 한국 만화의 흐름을 점검하면서, 2장에서는 ‘역사의 물길 따라 한국 만화의 생사관도 흐르고’라는 제목으로 저자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만화사의 흐름을 통해 ‘생존을 넘어서 생활로 나아가는 한국 만화’의 특징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마지막 3장에서는 ‘마음의 미궁과 사회적 미궁 : 한국 만화의 심층심리학’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근래 발표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 특징과 함께 의미를 진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태양이 빛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나니’라는 에필로그의 제목처럼, 우리 문화에서 만화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에 대한 비판과 상찬이 활잘하게 제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모든 작품을 직접 접했던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고 때론 낯선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을 통해 최근 만화의 경향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