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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 희극>이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되는 작품, <헷갈려 코미디>가 아침이슬 출판사의 김정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아주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쌍둥이가 있는지도 몰랐던 쌍둥이가 같은 장소에 있는 바람에 여럿이서 이런저런 오해를 하며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경쾌하면서도 유쾌하게 통통 튀는 듯한 감각이 돋보이고, 운문 번역에서 운율이 느껴진다는 점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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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발이 묶이셨다구요? 리어왕, 햄릿, 오델로, 맥베드. 끝도 없이 호명되는 그 이름에 이제 내가 널 좀 알아야겠다, 싶어 4대 비극을 뒤졌을 때가 자그마치 몇 년 전입니다.
터치스톤 황소가 멍에를 지듯, 선생. 말이 재갈에, 그리고 사냥매가 종에 매였듯, 인간은 성욕을 달고 다니는 거요. 그리고 비둘기가 서로 부리를 부비듯, 결혼도 조금씩 서로를 갉아먹자는 거죠.
로잘린드 아냐. 비너스의 그 못된 사생아. 생각이 씨가 되고, 변덕이 임신하고, 광증이 출산한, 자기 눈이 멀었으니 온갖 사람의 눈을 속이는 그 눈먼 악동, 큐피드에게 물어봐, 내 사랑 얼마나 깊은지. -<좋을 대로 하시든지>
터치스톤 어떤 기사분이 '그의 명예를 걸고' 팬케이크가 맛있다고 맹세하고, '그의 명예를 걸고'겨자는 엉터리다 맹세하대요. ..하지만..그 기사분도 거짓 맹세는 아닌것이, 그의 명예를 걸고 맹세한댔는데, 그는 명예같은 거 있어 본 적이 없거든, 혹시 명예가 있었더라도, 그 팬케이크니 겨자 따위 보기 전에 맹세로 날려 보냈더라.
선임공작 자네들 보다시피 우리만 불행한 것은 절대 아냐. 이 드넓은 우주 극장은 보여주지. 우리가 출연 중인 장면보다 더 불쌍한 광경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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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보다는 -비극이라봐야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 밖에 못 읽어봤습니다만.- 희극이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물론 순수하게 작품의 내러티브만을 두고 판단한 것이며,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이야기를 지어내는 솜씨만큼은 셰익스피어, 님 좀 짱인듯. 물론 비극 작품에는 우리가 맛 볼 수 없는 원어의 운율이라든가 필이 있겠지만 여튼 나는 알 수 없으니 내가 알 수 없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니? 남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해서 차라리 그런 시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바에야 차라리 스토리가 재미있는 게 훨씬 낫지 않는가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역시 뭐다? 아님 마는 거다.
이 작품도 묘하게 재미있네요. 뭔가 발번역인 것처럼 어설픈 듯 싶으면서도 -가령, "아따, 그만 떠들어라 그놈." 뭐 이런 식의 대사 때문에. 중세 유럽 사람이 아따 무시기 어떻당게 라는 식으로 대사를 친다는 게 뭔가 어설프지만 생각해보면 또 그게 어쩐지 어처구니 없는 재미를 주기도 한단 말이죠. 묘하달까나.- 이야기는 야무지게 전개되며 구성 또한 제법 알찬 바, 진짜 헷갈린다 그 말입니다. 또한 이 작품의 내용은 정말이지 제목과 기가 막히게 잘 맞아 떨어지네요. 원제가 the comedy of errors 거든요. 대강 이런 내용입니다. 쌍둥이 아들과 쌍등이 하인 아기를 배에 태워 바다를 건너던 부부가 풍랑을 만나 헤어지게 됩니다. 각각 하나씩을 품에 안고 말이죠. 그리하여 오랜 세월, 서로를 찾지 못하고 각각 다른 지역에서 자란 두 쌍둥이 주인과 하인 형제들이 어느날 어떤 계기로 한자리에 나타나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의 나열입니다. 양편의 지인들 모두, 가령 자신의 남편이나 형부나 주인이나 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 쌍둥이 형제가 설마 쌍둥이 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 벌어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의 향연입니다. 심지어 각 주인을 모시는 하인까지도 자신의 주인을 구별하지 못해 각자의 지시나 명령이 엇갈리며 일이 꼬여가는 이야기들인데요, 이런 식의 스토리가 셰익스피어 이전에 있었다면 모를까, 셰익스피어가 처음 만든 이야기라고 한다면 님하가 천재라는 거 인정. 정말 기발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거든요.
희곡이므로 당연히 연극 무대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지만서두, 이 작품은 유독 연극으로 보면 더욱 웃길 것 같네요. 익살스러운 배우들이 각 역할을 맡아, 가령 두 시간의 런닝 타임을 갖는다고 치면 열에 아홉은 두 시간 내내 웃다 나올 확률을 가진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 자체가 개그 콘서트에서나 볼 법한 스토리라니까요. 여튼 읽는 동안 즐거웠던 작품이었으나 역시 그래도 뭔가 어색한 번역 때문에 별 셋 이상을 주기는 좀 그랬습니다. 실로 위대한 번역이었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