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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의 대지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좀 어릴 때였던 거 같다. 꽤 길다는 느낌만 남아 있다.
오히려 영화는 기억이 난다. 메뚜기떼가 엄청 무서웠었던.. 그렇다면 펄벅의 소설은 두 번째다. "역시"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거장은 소설을 이렇게 쓰는 구나..싶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주인공과 등장인물 내면 묘사가 뛰어나다. 영화를 보는듯 머리속에서 펼쳐진다.
우부인 집에만 갇혀 사는 여인이지만 현명하게 자식을 키우고 살림을 하며 삶을 지혜롭게 해쳐나간다. 그런 우부인이 마흔번째 생일날 결심을 한다.남자에게 두번째 부인을 만들어 주기로. 자신이 직접 결정한 일이다. 남편이 바란 게 아닌. 우부인은 왜 마흔살이 되던 날에 보통 여자라면 절대 상상도 못할 이 같은 결정을 하고 밀어붙였나?
미련이 남는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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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생명만을 중히 여긴 하늘은 남자에게는 씨앗을, 그리고 여자에게는 땅을 선물했다. 세상에 땅은 많다. 그러나 뿌릴 씨앗이 없다면 그 땅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남자의 욕구는 죽어서 뼈가 하얀 가루가 되고, 피가 물이 된 뒤에도 식을 줄 모르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하늘이 인간의 대가 끊이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잉태를 지상의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p.59) 이 말이야 말로 그 당시를 알고 느끼게 해주는 말이었다. 여자가 마흔이 넘어서 임신을 하게 되면 부끄러운 일이라 여겨지던 세상, 내 나이 마흔이 넘었지만 난 아직도 여자인데 그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단 말이지, 그 당시는 말이다. 왠지 수긍하면서도 반발심이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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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이루지 못한 사랑, 죽어 영혼이 되어 이루리라] 아니, 난!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리라... 그리고 사랑도 받으리라.
여자에게 마흔 번째 생일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여자에게 마흔 번째 생일이 그리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도 인생의 절반이 끝났다고도 생각지 않았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우부인은 남편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사랑하지 않았기에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도 어떻게 남편에게 소실을 얻어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사랑이 없었으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평범한 젊은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 라는 기분좋게 생각을 마무리한 우부인은 정말로 남편을 위한 소실을 생각하였던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모자라면서 건강하고 식성이 좋고 곱상한 젊은 여자이며 고집이 세거나 오만하지 않고 화를 내거나 소란스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소실이 들어와 집안이 조용할수도 있겠지만 남편이 남자들이 좋아할 여인은 아닌 것 같다. 남편의 욕구로부터 출산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우부인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여인들로는 남편의 모든 것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해하며 자신의 삶이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아내 멩, 남편과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싸움을 통해서라도 남편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아내 룰란,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남편에게 반발하며 집안의 소유물이 아니라 둘만의 가정에서 사랑하며 살기를 원하는 아내 리니, 그리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의 아이를 낳는 일에서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아내 강 부인과 다른 남자를 가슴에 품은 채 첩이 되어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함에 괴로워하면서 결국 의연하게 사랑을 떠나야 했던 여인 추밍이 있다.
살아서 이루지 못한 사랑, 죽어 영혼이 되어 이루리라 한 남자를 위해서가 아닌 온전한 자신의 영혼으로 살기를 원했던 우부인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은 아들의 가정교사인 선교사. 두 사람은 육신을 초월한 영혼의 교감을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확인하였을까? 우부인은 느꼈을지 모르나 이미 죽어 영혼이 된 선교사는 어때했을지...
펄벅의 새로운 책 리앙가도 빨리 만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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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저택>은 전근대적 시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를 살아가는 한 여인의 완벽한 삶에 대한 집착과 마침내 거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자신을 찾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우부인이 마흔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시작한다. 우부인은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하여 유서깊은 우씨 집안을 별탈없이 24년간 잘 이끌어왔으며 자신을 끔찍하게 사랑해주는 남편과 어엿한 4명의 아들들을 두었는데, 그런 그녀가 마흔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던 일을 실행하려고 하고 있다. 바로 그 일이란, 우씨에게 여신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했던 그녀가 여자이기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 소실을 들이려고 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자나이 마흔이면 더 이상 남자를 기쁘게 해줄 젊음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아이도 더 이상 낳기 힘들어 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반면 남자는 자신의 씨를 여자 안에 남기고자 하는 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집안의 평화와 남편의 안정을 위해서는 소실을 들여야 한다고 우부인은 결심한다. 그런 그녀의 결심은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을 위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 남편에게 목매달고 살아가는 비참함을 겪지 않기 위한, 모든 의무로부터 해방되고 자신만의 인생을 찾기 위한 그녀의 의지가 담겨있다.
우부인은 남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아들들의 며느리를 고르고 집안을 관리하고 하인들을 다루는 모든 면에서 완벽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실제 그런 그녀의 노력은 보상을 받아 우씨 집안은 늘 완벽한 상태로 유지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소실인 추밍이 들어온 후 예기치 못했던 일이 생기고 셋째 아들의 가정교사로 받아들였던 안드레 신부가 그녀의 완벽성에 의문을 제기하여 균형을 깨뜨리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그녀의 변화가 시작된다. 수십년을 집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여인을 통해 당시 중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필력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부인이 있지만 우부인의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인물상은 당시 중국 사회의 보편적인 인물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여자의 머리보다 여자의 몸이 더 중요했던 시절,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구시대적 관습들과 옳지 않은 전통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영혼에 날개를 달고자 했던 우부인의 깨달음과 변화는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내 마음 속에 많은 생각의 조각들을 심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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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였던가? 펄벅의 "대지"는 참 충격적이었다. 너무 힘든 일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여자의 모습이 어린 내가 보기에도 부당하게 느껴졌었고 화가 났었던것 같다. 대지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환경과 조건을 가진 우부인의 삶또한 어찌보면 희생의 삶이었는지 모른다. 마흔의 생일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상을 주듯이 변화를 선택한 우부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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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저택
-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다 -
![]() 학창시절 '대지'를 만나면서 너무 좋아하게 된 작가 '펄벅'. 미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자란 그녀의 글속에는 다른 책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동양인이 아니면서 동양인의 감정이나 생활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어서 간혹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중국인으로 혼동할 때가 있다. 이 번에 그녀의 책 중에 읽지 않았던 책 중 한가지였던 '여인의 저택'을 읽었다. 이미 몇 해전에 마흔을 넘긴 나에게 우선 책의 표지에 있는 글귀가 먼저 눈길을 끈다. '여자에게 마흔 번째 생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대로 부유한 중국 상류층 가정으로 시집 와서 가정의 모든 일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우 부인. 그녀는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결심을 하고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간다. 마흔이 되기까지 우 부인에게 자신의 삶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을 하고, 단 한번도 남편에게 거스르는 일이 없이 최선을 다한다. 그 당시의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많은 공부를 하고 책읽기를 좋아했던 우 부인은 지혜롭고 현명하며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다.
어린 시절 신 문물을 받아들인 친정 아버지는 딸아이에게 전족을 하지 못하게 했고, 글을 가르치고 공부를 시킨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숙명으로 받아들일 일들을 마흔 번째 생일이 되는 날 과감하게 거부한다. 그녀는 나이 마흔이 된 여인에게 하느님이 더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대신에, 이제 남은 인생을 육체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도록 온정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가련한 영혼과 육체여. 이제 남은 인생을 너를 위해 살아라. 너는 지금까지 네 몸을 쪼개고 또 쪼개왔다. 이제 네 몸에 남은 부분으로 다시 온전한 네 자신을 만들도록 해라. 그리하여 네 인생이 네가 주는 것뿐만 아니라 얻는 것에도 유용하게 쓰이도록 해라. ' -본문 77쪽-
그녀는 끊임없이 육체를 탐하고 아기를 생산하려는 남자라는 존재에 반기를 든다. 방법은 남편에게 젊은 첩을 들여주는 일이다. 당시에는 축첩을 하는 일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다른 이유에서 남편과의 육체관계를 거부한다. 돌이켜보니 자신이 정말 남편을 정신적으로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정 자기 자신의 사랑과 삶을 찾게 된다. 비록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사랑이지만, 죽음조차 그녀의 사랑을 갈라놓지는 못한다.
우 부인의 자신의 아들인 남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며느리들에게도, 시어머니가 아닌 한 여자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지혜롭게 일러준다. 며느리가 아들의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갈등이 깊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 남자의 여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함을 얘기한다. "네 자신을 되찾는 순간,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다. 여기 이 담장 안에 있으면서도 온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워질 수 있단다. ... 네가 인생의 물줄기를 따라 어디를 가고 있는지 살펴 보거라. " - 본문295쪽-
누구나 그럴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역시 마흔의 나이에 접어들고 여러가지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여자 나이 마흔이라는 것은 더 이상 여자이기만 할 수는 없는 나이이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으면서 여전히 여자이길 바라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어린 시절에는 여자 나이 마흔은 이미 살만큼 살아 이제 여자라기보다 그저 한 사람으로만 생각되곤 했었다. 그저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만 생각될 뿐 한 여자로 생각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그 나이를 지나 마흔 중턱에 접어들고 나니 우 부인의 이야기가 너무도 절실하다. 아마 마흔이라는 나이를 겪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면 그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육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영혼은 영원히 남을 것임을 알았다. 그녀는 신을 섬기지 않았으며 믿음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속에는 영원한 사랑이 있었다. 사랑은 그녀의 잠들어 있던 영혼을 깨웠으며 불멸의 것으로 만들었다. - 본문 509쪽-
'안드레, 당신이 눈을 감은 뒤에야 제가 당신을 알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도 당신을 신부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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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기도 했지만, 재미있어서 술술 빨리 읽힐 수도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많은 생각이 들었기에 정작 책을 다 읽기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두꺼워도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다 읽었던 다른 책들과 달리 정말 며칠을 두고 천천히 소화하면서 읽은 책은 오랜만이었다.
펄벅의 작품으로는 유명한 책 대지만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쓴 다른 작품들이 이토록 재미난 작품일줄은 몰랐다. 물론 요즘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아니, 나 개인적인 관점으로 보기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우 부인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현명함으로 이끌어지는 집안의 가풍과 문화는 존경할만한 것이었고, 그녀의 우월감은 정말 보수적인 여인의 그것이라 하기에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같은 유교 문화권 아래 놓여있으면서도 중국 여인들은 우리나라 여인들과는 또 다르다. 물론 요즘에는 그런 풍속이 많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에서는 적어도 우리나라보다 더 여인들이 대접받는 듯 했고, 자신의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닮은 듯 다른 중국 여인들의 삶이, 그것도 남편을 능가하는 강인한 여인의 내조가 묻어나는 이 책은 놀랍기만 하였다. 사실 중국인이 아닌 중국에서 산 서양인의 시선에서 본 작품이기에 실제 그들의 삶과 많이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적인듯 하면서 모든 것을 통솔해낼 위엄을 갖추고 있는 우부인의 능력이 부럽고 존경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우 부인의 마흔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책은 시작된다. 그녀의 결심은 가족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40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가녀린 몸매를 지니고 있는 우부인, 그녀만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우부인이 직접 첩을 얻어주고 자신은 더이상 남편의 처소에 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남편이 딴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고, 평생 그녀만을 사랑해왔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나이들어 더이상 자식을 낳을 용기도 없고, 남편에게는 이제는 젊은 여인이 어울린다는 핑계로 굳이 그에게 새로운 짝을 만들어준다. 가족들 모두가 경악했고, 심지어 하인들조차 모두들 놀랐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강부인 역시 놀랐다. 뚱뚱하고 몸매관리에 실패했지만, 마흔이 넘도록 자신을 임신시키는 남편이라도 본인은 그 남편을 위해 기꺼이 아기를 낳겠다고 할 정도로 남편을 사랑하는 강부인의 눈에는 우부인의 처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첩도 그녀의 계획에 의해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지 않을 만하면서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무식하고.. 적당히 적당히 ..한 여자를 골라 시골의 어느 처녀를 돈을 주고 사왔다. 마치 돼지고기 사오듯이 (책에 그런 표현이 실려있었다.) 셋째 아들과 동갑인 어린 처녀를 남편의 짝으로 점지해주고 본인은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처소에 가서 영혼의 자유를 누리며 살고자 한다.
영혼.. 이 책에 줄곧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영혼의 이야기다. 사실 우부인은 무척 똑똑하고 현명한 여인이었다. 남편보다 책도 많이 읽고, 집안의 대소사도 거의 그녀의 몫이었고, 강부인의 어수선한 집과 달리 모든 사람들이 우부인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따랐다. 하인들까지도 기꺼이 그녀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그저 책을 읽는 사이사이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봐야했던건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는 우부인이라는 캐릭터에 몰입되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토록 영향력있는 안주인이 될 수 있다는게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명한 우부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첩을 들인 결정은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책을 읽을 수록 자세히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마음으로부터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녀의 의무를 다하였고..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불러들인 서양의 사제로부터 깊은 감화를 받는다.
육신을 초월한 영혼,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정신의 이야기. 그 누구보다 현명했지만,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울타리 안에 갇혀있었어야 했던 우부인의 영혼이 안드레 사제를 만나 영혼과의 교감을 느끼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랑 이야기되 저속하거나 식상하지 않은 고결한 영혼의 사랑이야기.
남편을 사랑해야 한다는,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던 내게는 다소 충격이기도 한 소설이었기에 똑똑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했던 그녀의 과감한 선택이 놀라우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작품을 계기로 펄벅 여사의 다른 작품들까지도 모두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면 앞으로 모든 작품을 다 고루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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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의 '대지'를 고등학교 시절 읽었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후편인 '아들들'까지 바로 구입해서 읽어버렸다. 당시 유행했던 문고판은 이제 더 이상 보기 힘들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이사를 몇 번 하던 중에 책은 없어졌지만 내 기억속에서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책에 집중해서 읽었던 그 순간들은 늘 기분 좋은 추억이 된다. 성인이 되어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책을 읽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 시절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오후에 책을 집으면 저녁 먹는 시간도 잊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던 기억...
그 펄벅의 <여인의 저택>이 이번에 새로 출간되었다. 이십년만에 만나는 펄벅의 책...가슴이 두근거렸다. 읽어 나가는 도중에도 아..역시 펄벅 여사의 책이구나.. 감탄을 하게 되면서도 대지에서 느꼈던 그 문체가, 사람들의 그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의아해 지기도 했다. 번역가가 달라서가 아니라 아마도 이십년전 여고생의 시선과 지금 나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대부호인 중국의 집안을 그리고 있는 점이 있었다. 펄벅 여사의 삶이 매우 궁금하다. 중국에서 꽤 오랜 시간 성장기를 포함해서 살아갔던 여사는 아마도 중국의 대부호의 집들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삶 자체가 그 부유층과 어떤 연관이 있었던 것일까...대지에서는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가난에서 엄청난 부자가 된 주인공을 그리고 있지만 여인의 저택은 처음부터 귀족인 어떤 여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아이린이라고 남편이 부르는 우씨의 아내인 우 부인...마흔의 나이에 이미 손자들까지 거느린 대가족의 며느리이자 큰마님이다. 시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되었다. 갸날픈 손목과 몸매에 투명한 피부와 흰머리가 없는 검은 머리를 간직한 아름다운 여인...그래서 중국에서도 첩을 많이 거느리지만 우씨는 아내만을 바라보고 산다. 마흔의 나이에 출산의 고통으로 죽기도 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그녀는 결심한다. 남편에게 첩을 들이라고 하기로... 가난한 농민 가운데에서 고아인 어느 처녀를 돈을 주고 사들여 우씨의 첩으로 만드는 우 부인의 모습을 보면서 섬뜩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인자하고 냉철하며 공평한 여인이었고 그 칭송이 자자했지만 이런 점에서는 역시 기득권의 권리를 맘껏 누리는 것을 보면서 펄 벅 여사는 과연 어느 층의 사람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궁금해진다...
항상 대부호와 서민들의 생활을 느끼게 하는 펄 벅의 소설들은 과연 중국인들이 보기에도 인정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이외의 나라의 사람들이 읽기에는 그보다 더 멋질 수가 없다. 중국의 광대함을 잘 그리고 있는 그녀의 솜씨만 보아도 그리고 그 서사성만 보아도 펄벅 여사의 글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만의 중국인을 그린 소설들은 대중적인 사랑을 얻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 여인의 저택도 대지를 읽었던 날 처럼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집중이었다.
우 부인이 마흔의 어는 날 서양의 선교사인 파란 눈의 신부와 대화를 나눈 그 인상 깊은 장면들...대화 후에 혼자 별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기 시작한 그 최초의 날...은 나에게도 가슴 떨리는 장면이 된 것은 인생 속에서의 여인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정신 없이 살다가 문득 발견하게 되는 이제 중년에 가까워지는 나...우 부인의 나이가 되기까지 두 해가 남았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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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대보단 약간 떨어진 시대이다.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 또한 남자와 여자가 기거하는 곳이 달랐으며 부모가 기거하는곳과 아이들이 기거하는 곳이 달랐다. 밥도 남자와 여자가 먹는 곳이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완전 보수적은 아닌것 같은데 그렇다고 덜 보수적이지도 않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아이린 은 이제 40살이 된 중국의 부자집인 우씨 집을 이끌어가는 안주인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1910년의 분위기랄까.. 본인은 그 당시의 여인네들보다는 글을 읽을줄 알고 이해하는 폭도 넓고 정치적인 것도 생각할 줄 아는 깨인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기엔 여전히 헤메는 여인 같다. 자라온 환경과 성장은 옛날이요 아이들은 현재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최대한 살아온 생각으로 지주를 삼아 중심을 삼으려고 한다.
어찌 보면 따분한 이야기를 아주 섬세하고 세심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중국에선 아니 그시대엔 40이란 나이가 참으로 어정쩡한 나인가 보다. 세상을 다시 한번 살아야 하는 나이인 것 같다. 요즘엔 40에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조금 늦는다는 것은 인식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당시엔 남편과의 부부생활로는 40에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피임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축복의 임신이 축복이 되지 않는 것. 남자와 여자의 생리가 달라 40에 임신하면 주위의 눈이 껄끄러운 그런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또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 마흔 생일에 남편에게 첩을 얻어준다. 생식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말이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이해되기도 한다. 사랑으로 결혼한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만들어준 결혼이었기에 즐거움보다는 의무와 책임이 더 강했다.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기에 지쳐버린 나이가 40이다. 아이들도 자라서 결혼을 시켰고 40이란 나이에 할머니까지 된 상태이니 의무와 책임을 덜어버리고 싶었으리라. 그렇지만 여자가 여자가 아닐 수 없기에 본인이 얻어준 첩이지만 약간의 본능적인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가끔씩 부리는 투정은 안쓰러우면서도 귀엽기까지 하다. 본인이 의무를 하기 싫어 남편을 다른 이에게 내어주긴 했지만 그것으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이 여자란 이름의 근본일 것이다.
주위의 눈이 두려워 가족과 모두를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완전한 자유를 갈망하는 여인..아이린.. 자신의 세계에서 완벽을 추구한 여인.. 그 당시의 중국 여인상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