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식장에서 노교수가 제자들에게 당부한 말이 생각난다. 책을 많이 읽어라. 읽음에 끝내지 말고 많이 사색하라. 많이 걸어라. 걷다보면 사색의 시간이 많아지리니 걸으며 읽었던 책들도 곱씹어 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란 뜻일게다.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속에 분명 길이 있고 해답이 감추어져 있다. 그것을 찾아내서 실천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모처럼 한줄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끔하는 책을 만났다. 오롯이 '사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선 꽤 알려진 '우치우위'라는 작가인데 이 책으로 그를 처음 알게 되었으니 내겐 생소한 작가다. 기행문 형식으로 쓰여졌으되 여느 기행문과는 분명 다르다. 그의 거침없는 글 솜씨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역사와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학문적 소양과 입담에 가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활자가 생명을 지닌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그대로 막함없이 물흐르듯 이토록 자연스럽게 쓰여진 글을 실로 오랜만에 대면한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인생의 철학 한자락이 숨겨있고 역사나 인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넘어 그만의 솔직한 사유를 듣게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그만의 안목은 로마와 베니스, 인도의 타지마할, 파리, 사막 가운데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위치우위의 인문학적인 사고와 그의 탄탄한 지식의 기반위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과거의 문명이 되살아난듯 살을 더하고 빛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본래 인류는 거친자연을 벗어나기위해 문명을 창조하기 시작했지만 점차 뒤바꿔 사람들은 황량하고 삭막한 곳이 되어버린 문명세계를 빠져나와 차라리 우메하고 야만적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계각국을 돌아보고 여러나라의 문화를 감상했지만 결국 어떤 인류 문명보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자연, 네팔의 히말라야를 인류가 고군분투하며 이루어 놓은 어떠한 창조물보더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팍팍한 세상에서 가끔은 이렇게 책과 함께 자신을 대면하고 사유의 시가을 가져보는 것도 좋으리린 생각이 든다.
“문화의 뒷받침이 없는 경제 발전은 야만이다.” 사회주의 체제이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자본주의가 만연한 나라, 문화혁명 이후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유학이나 망명을 택할 때 조차 위치우위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 중국 방방곡곡을 두루 여행하며 중국문명의 흔적과 역사, 문화를 담백하고 쉬운 그만의 문체로 담아냈다. 이 책은 위치우위의 50여권의 저서 중에서 손수 골라 뽑은 짧은 글들로 그가 여행을 통해 얻게된 경험과 느낌, 사색의 기록으로 처음부터 읽어도 되지만 순서없이 어느장을 펴 읽어도 무관하다. 지나온 역사를 바라보며, 현재 역사의 한가운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그의 여행과 함께하며 그가 사색에 잠길 때마다 역사속에서 길을 묻고 길에서 예술과 과거를 돌아보며 그의 생각을 갈피마다 적어 놓았다. 우정과 질투, 폐허와 문화. 인격, 예술과 심미의 세계에 관한 그의 견해와 식견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치우이의 글을 읽다보면 내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되며 그의 글은 우리를 사유로 이끌고 삶의 길을 묻는 사색에 잠기게 한다. 중국에는 학문이 깊은 학자가 꽤 있고, 문학적 재능이 있는 작가도 꽤 된다. 하지만 이 둘을 겸비한 사람은 매우 적다. 위치우위, 중국인 대부분이 그를 학문괴 문학에 뛰어난 학자로 평함에 주저하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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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색이란 낯선 경험이 아닐 것이다. 사색이란 조용한 침묵속에서만이 가능한 상태이고, 오로지 정신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어쩌면 복잡한 마음과 정신을 깨끗한 여과지에 걸러내며 온전히 마음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색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책을 읽고자 하는 이유 역시 깊이 깨닫고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한, 오로지 자기성찰을 위함이 아닐까? 위치우위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중국의 최근 10년간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에 그의 책은 4권이나 올려져 있고 우수문학작품상, 중국출판상 등을 수상하면서 예술평론가로, 문화사학자로도 활동중이다. 그의 화려한 타이틀이 안겨다 준 일종의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하면서 위치우위의 책이 어렵지는 않을지,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처음 느꼈던 낯설고 어려운 책일것이란 부담감은 조용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시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책은 문화와 사랑, 인생의 아름다움, 그리고 역사와 여행, 예술과 심미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 책에 담긴 내용이 전체적으로 학자나 전문가의 느낌을 가졌다기 보다는 인생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삶을 먼저 깨닫고 돌아볼 수 있었던 이웃집 할아버지의 잔잔한 옛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류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삶을 순례했던 저자의 통찰과 인문학적 사유에 대한 뜨거운 애정은 책을 읽는 내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특히나 인문서를 좋아해서 즐겨 읽는 편이지만 아포리즘 형식의 짧막한 구성을 가졌던 책은 여지껏 보기 드물지 않았나 싶다. 사색의 즐거움을 읽으며 아무때나 쉽게 펼쳐들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잠언서와 같이 짧막한 형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 인생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때문에 세속의 세월, 평범한 세상의 흐름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가을 바람이 불고, 갈대가 피고, 고깃배가 멀어지고,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곳이 바로 우리 생명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186p- 역사의 여러 가지 측면에 보다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책으로 하여금 느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감동이다. 타향에서의 독특한 체험기는 간접적으로나마 방랑과 향수에 대해, 그리고 자연에 대해 더욱 친밀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주었고 고풍스러운 세월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생명에 대한 가치와 존귀를 더욱 진한 감동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보다 과정이란 그 단순하고도 명료한 사실을 저자는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여유란 쉽게 여의치가 않는다. 각박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숲 전체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여유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나무의 아름다움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제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되었지만 아무 의미없이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거속에는 바로 나 자신이 있고 그 역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인생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색의 즐거움을 통해 처음 만난 위치우위의 깊은 깨달음, 그의 문체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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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른들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책 다만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좀 깊고, 때로는 비판력도 드러내고, 나이와는 관계없이 늘 지금보다 좀더 괜찮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행동으로 정신으로 모범을 보이고자 애쓰시는 분들께 드린다면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2. 중국 혹은 중국인에 대한 나의 편견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편견들 때문에 가끔씩 스스로에게 놀라곤 한다. 분명히 처음에는 어떤 근거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 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근거는 몽땅 잊어버리고 결과적인 인상만 붙잡고는 좋다, 좋지 않다로 판단하거나 믿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성격상 집착력은 깊어서 한번 박힌 인상은 좀처럼 바뀔 줄을 모르니,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현상이든 내 편견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문제가 좀 있다.(내가 이것을 알고 있음에도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나의 오기일 것이다.) 나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인류 역사상 아주 오래된 문명 발상지라고 해도,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세계를 움직이는 강대국의 하나라고 해도, 중국인이 쌓은 문명과 업적이 인류 역사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해도, 나는 존경스러움을 못 느낀다. 어려서부터 학교 수업 시간에 중국에 대해 너무 많이 배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우리나라와 커다란 중국. 적은 우리 민족과 아주 많은 중국인. 질투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작가가 말하고 있는 ‘질투’, 어쩌면 그것일 수도 있다. 나는 중국과 중국인을 흠모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이 작가의 글은 내게 좋았다. 작가가 중국인이라는 게, 작가가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의 역사와 중국의 문화에 대한 사랑을 글로 보여주고 있는 게 샘이 날 만큼, 부러웠다.(질투가 맞는 모양이다.) 이 역시 가진 것이 많은 자에 대한 나의 부러움이지 싶다. 작가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에 대해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곳 중에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곳은 고작 ‘서호’ 한 곳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였다. 3. 이 책을 통해 바뀐 내 마음 ① 폐허에 대하여 - 앞으로 폐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작가가 한 말을 생각한다면 폐허야말로 역사이며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② 이 작가가 쓴 ‘천 년의 정원’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미 이 작가가 쓴 유럽기행을 읽기도 했었다.(혹시 그 리뷰를 보고 이 책을 보내 주신 것이었을까?) ③ 일부러 외면하고 있던 중국 한시를 이제는 좀 살펴보아야겠다. ④ 작가 이름 좀 외워두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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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이란 타인이 능에 침입하는 통로이며, 논리란 후대들이 짓밟는 계단이다.(p16)
문화는 소통이 강점이다. 전파는 문화를 이어가는명맥이다. 세상의 숱한 장애와 장벽들 모두가 문화를 통해 해결이 된다(p31)
한 도시의 문화적 농도는 그곳의 문화적 생산력이 아니라, 문화적 흡인력에 좌우된다.(p34)
전통은 당대 위대한 예술가의 창조를 통해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적응은 일종의 관성이애, 타성이다.창조는 근본적으로 적응을 타파하고 밀접한 관계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움직여 미래로 향하는 것이다. 나아감은 불균형이다. 평형과 적응에 연연한다면 걸음을 멈출 수 없다 (p47)
평생에 걸친 타향체험, 이것이 영원히 고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는 유랑자의 체험이다(p89). 타향체험은 자아를 확인하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타향의 산수야말로 내 생명의 출발점을 가장 떠올리게 해주는 것들이다.
여유로움은 고통의 종결이고, 고통은 여유로움의 대가이다.(p128)
헤로도투스의 역사사건에 대한 태도- "나는 기록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믿을 의무는 없다"
3~5장은 중국여행..6장은 세계여행..독일은 어둠속의 정신과 관련되고, 파리는 여유롭고 한가한 곳이지만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p137) 이란은 변화무쌍하고 무한하게 풍성한 곳이다.
예술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소양이며, 오해와 답답함 속에서 아름다운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고, 천박한 사리사욕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일깨워주는 힘이다.(p149)
예술은 자유의 상징이며, 이상적인 인생의 앞선 직관이며, 인간의 정신적 우위를 감성적으로 토로하는 것이며, 세속적인 정감을 심미적으로 정화는 것이다.(p152)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만이 우리의 진정한 생명을 증명할 수 있다. 움직임이 있는 생명만이 진실한 것이다.(p175)
청년기에 정형화(일반적인 정형, 전략적 정형)되버려면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p197)
중년이 가장 쉽게 저지르는 오류는 바로 모든 희망을 노년에 기탁하는 것이다.(p200)
견실한 중년은 어떤 주장이나 관점을 강요하기보다 인격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중년의 매력은 절반이상이 바로 '보살핌'이란 단어와 관련이 있다.(p201)
마음이 나약해진 중년의 특징은 자신의 나이를 종종 잊는다는 것이다. 어린 사람과 노인의 양끝에서 한걸음 벗어나 양끝을 향해 위안을 선사하는 것이다.(p202)
처음으로 발견한 흰 머리는 생명의 출발점과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종점을 길고 긴 선으로 이어준다.(p212)
진정한 선량함은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이해 역시 바라지 않는다. 산하를 고루 비치는 햇살은 산하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대지에 봄바람이 불어올 때 역시 대지의 표정을 살피지 않는다.(p233)
호적의 [불후]라는 저서속에 물 한잔 아끼는 절약행위, 길가에 침 뱉는 일이 계속되면 각각 긍정적,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p234)
인격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은 인도주의 원칙, 개인의 신앙, 기본적인 성실성, 자신의 체면이다. 이익다툼, 공적득실,일반적인 시시비비는 인격적 존엄과 무관한 일이다. 분노를 느낄 필요가 없다.(p242)
렘브란트 이야기(p246~8)
성공이란 친구들이 나를 인정하는 눈빛과 웃음소리다.(p279)
서로 원하는 것이 없는 친구야말로 진정한 친구다.(p286)
자신의 삶의 고귀한 본질과 심각하게 어긋난 점을 발견하면 이런 우정은 깨트려야 한다.(p291).
우정의 본질적으로 실리를 거부하고 귀속됨을 거부한다.(p294)
남을 괴롭히는 발걸음..무리,질투,과시,재미,본능에서 나오고...남을 괴롭히는 핑계..정치,양성,역사,학술,태도문제다(p301)
질투는 거짓을 낳고, 거짓은 질투를 더 강하게 만든다.(p307)
위치우위의 [사색의 즐거움]을 읽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적어보았다. 솔직히 그의 글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역시 서구 지성인, 작가들에게 물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사회가 현대의 중국의 작가나 지성인들을 만나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고, 고작 고대 중국의 사상가나 접할 수 밖에 없는 풍토였기 때문이다. [사색의 즐거움]에는 중국과 세계 여러나라에 대한 이야기부터 인생에 관한 처음과 마지막, 그리고 세상사에 대한 관찰과 고뇌가 담겨있다. 어느 주제에 한정되어 있지 않아 읽는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지적 탐험이 내겐 흥미로왔다. 역사의 흐름속에 인간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극히 한정적이고 제약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영역은 이를 뛰어 넘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이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한정지울 수도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연륜이 쌓여 시야가 넓어질 수도 있지만, 인간이 갖는 심리적 나약함을 피할수도 없는 것 같다. 요즘 세상사가 재미없고 힘든 면도 있었는데, 넓은 시야와 정서적 안정감을 이 책 한권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다. 그렇다면 온종일 이 책에 투자한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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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문명,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 몇해전, 한 노감독의 영화 개봉 인터뷰 문장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적이 있다. 유명한 헐리웃 스타인 여배우가 아이를 잃어버리고 뒤바뀐 것을 알게 된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였다. 여배우의 연기와 그녀 못지 않게 유명한 배우였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는 크랭크 인 순간부터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클린트이스트우드다. 그는 개봉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벗어났는가?"라고. 입으로 나온 그 문장이 머릿 속 뇌로 흡수되어 나의 심장의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랬다. 우리는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겉포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그것을 벗어나진 못했다는데 결론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감독에게 다시 묻고 싶어졌다. 과연 야만과 문명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사로, 생각의 길... 그때의 그 마음 속 질문을 이 책의 저자에게도 똑같이 해보고 싶어졌다. 각자의 답은 다르겠지만 우문현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런 질문을 생각나게 만든 또 다른 사람이 저자 위치우위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작가지만 부끄럽게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작가의 이름은 낯설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꽤 많은 책을 한해,한해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세상은 너무나 넓어서 이름낯선 작가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쏟아져 나타난다.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독서량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기도 했다. 위치우위는 책을 통해 좋은 생각들을 뱉어낸다. 긴 명언식으로 된 이 책의 생각들은 사상이라고 하기엔 가볍고 일상이라고 하기엔 길다. 생각의 길에서 그는 "지나침"과 "나태함"이 없는 기름기 쏙 빠진 담백한 말들만 책의 접시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인생은 태어난 곳에서 출발하고 갈수록 자꾸 멀어져 간다. 길을 떠나 낯선 세상을 만나고 좁은 좌표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 인생들이 모여서 문명을 이룩하고 문명은 야만을 담고 있을 수도, 몽매함에 숨어 있을 수도 있겠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 묻혀 우리는 너무나 쓸데없는 것들에 사로잡힌다. 쉽게 화내고 쉽게 미워하면서 정작 고민해야 하는 것들의 진정성을 잃어버린다. 그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그의 생각들이 [사색의 즐거움]을 통해 우리를 찾아왔다. 시간을 체로 걸러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그렇지 못하기에 그의 생각들을 흡수하면서 나의 생각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사색의 즐거움은 즉 내겐 독서의 즐거움과 동급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멈춰 있었던 생각에 기름을 쳐본다. 매끄럽게 순환될때까지 생각의 물고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문명이 야만을 벗고 오롯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그날이 올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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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어가는 행위이다. 노를 저어 물길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갈 때, 그림과 같은 풍광을 마주치는 일은 너무 흔하며, 때로는 한가롭게 물놀이를 하는 물새를 만나기도 하고, 갈데숲을 헤쳐야 할 때도 있으며, 노 젓기를 멈추고 물 속에 손가락을 담궈 볼 때도 있고, 거센 물길을 따라 한 길 낭떠러지에 이를 때도 있다. 그러나 한 길 낭떠러지 길도 그림과 같이 느끼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 폭의 그림을 만나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 할 이도 있다. 그것은 읽는 사람의 몫으로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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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움직이고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유 있는 삶과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바보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한때 느리게 걷기 혹은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천천히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는 무척이나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들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가고 현대 사회에는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상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험난해지면서 자신만 알게 되고 여유로움 보다는 급한 성격의 모습만 보이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조용한 곳을 찾게 되고 나만의 공간 혹은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을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조용하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색이 필요한 요즘 아마도 책 제목에 이끌려서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마음의 안정감 같은 휴식을 느끼게 해주었던 책이기도 하다. 「사색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처럼 문득 사색이 그리워서 조용함이 그리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하려고 나도 모르게 덥석 손에 거머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저자가 《위치우위》라는 저자로 중국 저자가 쓴 책이었다. 그는 중국의 예술평론가이자 문화사학자라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그의 이력을 보고 어려운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잘 읽히지 않는 인문 서적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쉬엄쉬엄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 수 있게 세계의 역사나 문화 그리고 자신만의 기행 형식으로 적혀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어렵게 생각했던 철학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써 내려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역사나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 그리고 문명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고 기행형식이었기에 딱딱한 문장이라는 느낌보다는 부드럽고 읽기 쉽게 풀어쓴 내용이 많았기에 문장 한 줄을 읽으면서도 공감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혹은 바쁘게만 살아가는 사람에게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책을 통해서 잔잔하면서 여유로움을 되찾고 자신만의 사색에 잠기어 나 자신부터 되돌아 보며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잠깐만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자신의 삶에 조금이나마 여유나 휴식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인문 서적이라서 어렵게 생각했지만, 중국 작가가 보여주는 이 글을 통해서 인생에서 그냥 지나쳤을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류의 흔적이나 발자취와 역사와 기행, 그리고 여행으로 삶에 대한 통찰이나 철학 등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었고 그 글을 통해서 인생에서 혹은 살아가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사색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사색의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나 삶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며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되돌아보며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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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공상하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는 신데렐라도 되었다가 유서깊은 가문의 숨겨진 핏줄도 되었다가 하는, 그러다가 조금씩 철이 들면서는 괴로워도 슬퍼도 씩씩한 캔디나 빨강머리 앤 처럼 '현재의 나'를 인정하되 현실을 극복해가는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대부분 동화를 바탕으로 한 허황된 생각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성장기 소녀들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청소년기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서 나 자신, 주변 인물, 사물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세상을 살았으면 얼마나 살았다고 그 땐 왜 그렇게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근심 걱정이 많았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색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이라고 되어 있는데 범위를 규정하기가 힘들 정도로 굉장히 넓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 인생에 있어서 공상도, 상상도, 고민도 아닌 제대로 사색에 빠져 본 적이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 해 진다.
<사색의 즐거움> 이 책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문학자로 손꼽히는 위치우위가 쓴 '사색의 글'을 모아 펴낸 것이다. 기존에 출간된 50여권의 책 중에서 주옥같은 글만 모아 편집한 것이니 내용상의 검증이야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저자는 인류와 문화, 문명, 폐허, 여행, 예술, 삶, 우정, 감정...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삶과 인생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해준다.
'사색'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면과 객관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는지라 내용과 서술에 있어서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철학과 사상에 관한 인문학 책을 읽는 것 처럼 어려운 문장도 있다. 길가에 핀 꽃을 보고도 평범한 아낙과 건장한 청년과 아이들... 사람들이 저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진데,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 선배로서 글을 쓰는 작가로서 인문학자로서의 깊이가 묻어나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전체적으로는 주제가 분명하게 나뉘고 한 가지 주제 안에서도 짧은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가 편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예전의 글을 다시 모아 출간하는 책에 대해 좀 성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적지 않은 분량의 내용을 담음에 있어서 저자가 영감을 받았던 장소나 예술작품 등 이미지를 함께 편집해 주었더라면 무게있는 글귀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마음이 보다 가볍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지치고 바쁜 일상에서 책 한 권을 통해 잠시나마 삶과 인생에 대해 사색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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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 드리우는 인생의 각별한 무늬 『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이다미디어, 2010 ‘증정’ 또는 ‘기증’이라는 스탬프가 찍힌 책들은 처음부터 내 눈으로 찍은 책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대개는 읽는 순서에서 밀리거나 거의 안 읽혀지기 일쑤다. 그러나 최근에 받아본 위치우이(余秋雨)의『사색의 즐거움』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공안의 단속망에 걸린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핸드백에서도 립스틱과 함께 그의 책이 나와 ‘문화립스틱’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위치우위 신드롬’을 일으킨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32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 앞에서 ‘思索’에 앞서 ‘死色’이 먼저 되었다) 위치우이는 중국의 새뮤얼 존슨 또는 현대판 루쉰으로 불리는 유명한 문화사학자이자 예술평론가이다. 이 책은 그가 독서를 통해 얻은 사상, 철학, 인생관을 짧은 명상록 형식으로 적은 글모음이다. 원래 제목은 『인생철언(人生哲言)』이라는데 제목 만으로는 청소년 시절에 연애편지 채우느라 찾아보던 격언이나 명구 엮음집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보고, 현재 역사의 한가운데를 여행하면서 역사속에서 길을 묻고 길에서 느낀 생각의 갈피들을 기록해 놓았다. 저자는 향기로운 역사나 문화 이외에 폐허와 유배지, 또는 쓸쓸한 변방을 거니는 고독한 발걸음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내 마음이 가장 많이 끌리는 곳은 폐허를 여행하는 것이다. 석양 아래 부서진 기둥, 우거진 잡풀 사이 잘라진 비석에 익숙해지면 트렁크 속 역사책에 의혹의 눈길이 닿을 수밖에 없다. 폐허는 우리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 속으로 인도한다. 폐허가 없다면 어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어제가 없다면 오늘과 내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폐허는 한 편의 교과서로, 우리에게 지리를 역사로 탈바꿈시켜준다. 폐허는 과정이다. 인생은 옛 폐허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폐허로 나아간다.” (58-60쪽) 이 문장을 읽다가 실크로드를 여행했던 어느 해 여름을 떠올렸다. 트루판 동쪽 끝에 있는 고창국의 옛 도시터인 ‘고창고성’을 당나귀마차에 의지해 찾아갔다. 부서진 기와와 벽돌, 붉은 흙덩어리들이 황폐한 들풀 사이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8월의 폭염 아래서 난 한참을 그렇게 정물처럼 서 있었다. 폐허를 바라보며 세상을 기어이 견디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애틋하고 장렬한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저자는 이미『중국문화답사기』를 통해 유려하면서도 장중하고 서정적인 필력을 자랑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도 빼어난 글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짧은 기행 감상문에도 향기로운 역사, 운치 서린 사유, 깊고 깊은 삶의 내음이 얼마나 가득 담겨져 있는지, 당장 짐을 꾸려 떠나고 싶은 충동을 내내 억눌러야 했다. “중국에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참으로 많지만, 나는 유독 쑤저우(蘇州)에서 진정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 이곳은 물이 맑고, 아름다운 복사꽃에, 창가는 매혹적이다. 주전부리가 너무 달고, 여인은 너무 곱고, 다관이 너무 많고, 서점이 너무 즐비하고, 서법은 지나치게 유려하다.” (115쪽) “위대함이라는 찬사를 받을 도시는 로마이다. 로마는 모두 예술 거장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모든 설계는 주위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공간적으로 전혀 어색함이 없으니, 다른 도시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눈치껏 위대함이라는 단어를 비껴갈 수밖에 없다.” (131쪽)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보면 그래도 가장 건전한 도시는 파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곳은 다른 도시의 장점과 단점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장단점을 최대한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도시에서 잠시 동안이라도 살 수 있다면 생명까지 자유로워질 것 같다” (136-137쪽) 그의 글은 역사와 인물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내밀한 사유공간과 직접 연결된다. 여행을 하며 생각의 길을 걷다보면 예술이 보이고, 역사가 보이고, 어느덧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며 삶의 길을 묻고 대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동서고금의 역사·문화·예술 전반을 누비고 다니는 그의 글솜씨를 쫒아가다 보면 막혔던 ‘사로(思路)’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비극이 없다면 비장함도 없고, 비장함이 없다면 숭고함도 없다. 설봉이 위대한 까닭은 산등성이에 등산가의 시신이 묻혀있기 때문이다. 대해가 위대한 까닭은 곳곳에 선체의 잔해가 떠돌기 때문이다. 인생이 위대한 까닭은 백발, 이별, 어찌할 수 없는 실패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63쪽) “중년이 가장 쉽게 저지르는 오류는 바로 모든 희망을 노년에 기탁하는 것이다. 지금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절제하며, 엄숙하고 정중하게 그리고 숨죽이며 인내하는 것은 모두 부를 축적하여 존엄하고 자유로운 노년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년에 무능한 사람은 결국 노년이 되어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200쪽) “사람은 평생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러므로 두 가지 부류의 우정, 즉 넓은 의미의 우정과 엄격한 의미의 우정이 있어야 한다. 전자가 없으면 불편하고 불안할 것이며, 후자가 없으면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295쪽)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인문학적인 통찰과 상상력으로 덧칠한 아포리즘 형식의 짧은 산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처음부터 읽어도 되지만 순서없이 어느장을 펼쳐도 무관하다. 내가 읽은 책에는 특히 3장(역사의 폐허를 거닐다), 6장(낯선 땅으로의 먼 여행), 8장(삶을 순례하다!)에 무수히 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쓴 사람의 사색의 기록이 책에서 걸어나와, 읽는 이의 삶에 각별한 무늬를 드리우는 소중한 증거다. -끝-(2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