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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도 없이 설레임도 없이 실망도 없이 예상치 못했던 기쁨도 없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평화롭고 모든 예측 가능한 일만 겪으며 규칙적으로 사는 생활--이것도 역시 좋다. 난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가질때가 많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다는 건...사랑이라는 감정은 거부할 수 없는,도대체 내 의지와 이성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특별해진다.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적인 면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 하기도 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성별을 떠나서 나이를 떠나서 다들 비슷한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연인으로 나오는 주인공들이 70세를 넘긴 노인들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들의 나이는 전혀 의식되지 않았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갖고 있었을 뿐. 깔끔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문체와 꼭 제자리에 놓인 듯 적확한 비유가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다. [인상깊은구절] * 베이지는 점차 시들어 버리거나 아예 색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그녀와 더불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색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처럼. 적어도 어젯밤까지는 말이다. 빛 바랜 베이지색. 어떻게 보면,색깔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 색에 대해 그녀는 지금 심한 역겨움을 느낀다.이것은 분명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는 상상에 대한 모욕이요,더없는 신선함으로 맥박 뛰고 있는 그녀의 영혼에 대한 모욕이다. 또한 어젯밤 발랭틴이 작은 포도주 잔에 따라 준 자줏빛 영혼에 대한 모욕인 것이다. --- p. 42 * 마르뜨는 이제 기다림을 음미할 줄 안다. 그 속에 빠져들어 즐길 수 있다. 기다림 속에서 아주 천천히 순간순간을 끌어가는 것이다. --- p. 51 *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아침마다 큰길로 나가 걷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 p. 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