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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솔해서 불편하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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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이라는 나이에 엄마를 잃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다. 나는 지금 마흔이 넘었지만 엄마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 끔찍한 사실은 엄마를 범죄로 잃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그의 엄마를 살해한 것이다.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엄마 진 엘로이를 말이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일은 남아 있다. 아들이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그에게, 그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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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이라는 나이에 엄마를 잃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다. 나는 지금 마흔이 넘었지만 엄마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 끔찍한 사실은 엄마를 범죄로 잃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그의 엄마를 살해한 것이다.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엄마 진 엘로이를 말이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일은 남아 있다. 아들이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그에게, 그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작가는 이제 나이가 들어 어둠 속에 묻어 둔 엄마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진 엘로이는 빨간 머리의 백인 여성이었다. 1950년 후반 그는 이혼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 왜 그녀가 멕시코인들이 사는 허름한 동네로 이사를 갔는지 당시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간호사였고 술을 많이 마셨다. 어느 토요일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간 날 외출했다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같이 술을 마신 여자와 남자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증언들이 있었지만 범인을 찾을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건은 천천히 아들의 삶에 어두운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기만 했다.

 

작품은 제임스 엘로이의 엄마 진 엘로이의 사건에서 시작해서 그후 제임스 엘로이가 자라는 과정과 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임스 엘로이의 청소년기에 있었던 약물과 알코올 중독, 절도, 노숙 등 그의 방황은 어떻게 그가 이런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만든다. 그만큼 그에게 엄마를 일찍 잃은 빈자리는 컸고 엄마의 사랑을 인식하지 못한 불안감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공포로 남아 그가 현실에서 도피해서 환상속에 집을 짓게 만들었다. 그의 범죄 사건과 범죄 소설에의 탐닉은 그의 엄마에게로 가는 길이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동시대 경찰들의 사건 해결 과정과 미제로 남는 사건들을 보여주며 미국의 범죄와 경찰의 역사를 되집어간다. 그 뒤 소설가가 되어 그가 집착하게 되어 글로 쓴 LA 4부작속의 <블랙 달리아>, <LA 컨피덴셜>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엄마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고자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한 경찰의 경험을 토대로 당시 너무 어리고 아버지의 말만 믿어 방치해둔 그가 해야만 했던 일인 엄마 진 엘로이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해결, 범죄자를 잡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를 놔주지 않던 근원적 어둠과 말이다.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을 하나의 사회적 문화의 비극으로, 인류의 비극으로까지 연결되게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아픔은 비단 작가만의 아픔이 아닌 범죄에 희생된 모든 이들의 아픔이자 그런 범죄가 발생하게 만든 문화의 상처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엄마를 잃은 피해자의 아들이었음에도 보호받지 못한 채 사진이 찍히는 언론의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그 뒤 그는 자라서 언론을 이용해서 엄마의 사건을 풀어보고자 한다. 작가에게 엄마는 금지된 인물이었다. 아버지가 그를 세뇌시켰고 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는 아니었지만 엄마에 대한 성적 집착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모든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작가는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은 엄마 진 엘로이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 전화를 기다린다. 어쩌면 그것은 엄마에 대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애정 표현이자 진혼곡이 아닌가 싶다. 또한 작가로써 보여줄 수 있는 범죄의 역사에 대한 비가이기도 하다.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어둠의 근원은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근원과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그 어둠을 잘 헤쳐나왔다. 그가 오늘날 범죄자가 아닌 작가로써 우리 앞에 우뚝 섰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니컬한 말투와 행동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작가의 글 속에서 비로소 엄마와 마주 선 아들의 코끗을 찡하게 만드는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 '엄마, 제가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늦어서 죄송해요.'라고 미안해 하는 모습이. 이 작품은 너무 진솔해서 불편하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작품이다.

d*****g 2010.06.0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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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둠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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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주목하지 않지만 (혹은 덜 관심을 갖지만) 무척 열광하는(환장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나로서는 그런 작가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문제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누구나 그런 작가가 있을 것 같다.   제임스 엘로이   현존하는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작가들 중에서 가장 드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면서 괴팍하고 자극적인, 폭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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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주목하지 않지만 (혹은 덜 관심을 갖지만) 무척 열광하는(환장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나로서는 그런 작가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문제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누구나 그런 작가가 있을 것 같다.

 

제임스 엘로이

 

현존하는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작가들 중에서 가장 드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면서 괴팍하고 자극적인, 폭력과 섹스 그리고 뒤틀린 욕망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을 (무더기로) 발표한 제임스 엘로이에 대한 관심은 ‘L.A. 컨피덴셜로 인해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그의 작품들이 (다른 범죄소설 작가들의 작품들에 비해서 국내에서는) 덜 주목받고 덜 번역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자전적인 경험-과거와 소설가로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능력 그리고 현실과 소설-상상의 경계가 마구잡이로 뒤엉키고 그 한계를 극명하게 구분되고 있기도 한 내 어둠의 근원은 불편하고 어둡고 음침한, 자극적이면서도 외톨이 정서로 가득하면서 그리고 퉁명스럽고 냉소적이고 건조하기만 한 제임스 엘로이 특유의 글재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서도 기괴한 사건과 그 사건을 재주사하는 과정 속에서 제임스 엘로이의 어두운-뒤틀려진 내면을, 자신의 과거를 들춰내고 폭로하면서 그 과거와 화해하기도 하는 독특함으로 가득하며 더러움과 과격함으로 범벅이 된 작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게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역겹고 구역질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제임스 엘로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의문의 강간살인을 당했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 중요한 순간-사건-경험이라는 것을 거듭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혹은 언급되고 있는데) 여러 범죄소설 작가들 중에서 제임스 엘로이처럼 직접적으로 범죄를 (그것도 무척 어린 시절에) 경험한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것이니 제임스 엘로이의 독특함과 특별함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그가 많은 세월이 흘러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담아낸 내 어둠...’이 갖고 있는 음습함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우면서도 읽는 과정 속에서 불편함 또한 느끼게 만들게 된다.

 

자극적이면서도 무언가 불편하고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무척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내용의 구성도 조금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데,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장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극단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온갖 사건에 관한 보고서와 메모들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과 당시에 있었던 정보, 면담, 수사, 조사, 탐문의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고 그 기록을 접하면서 실제 수사-조사의 과정이 갖고 있는 여러 어려움과 지루함 그리고 막연함을, 결국에 가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리고 범인이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함 보다는 그저 지쳐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제임스 엘로이는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기도 한데, LA의 변화와 그 역사를 혹은 시대의 풍경과 분위기(의 변화)를 알려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여전히 그 시대-당시에 머물려고 하는 듯이, 혹은 어떤 식으로 LA가 변화되었으면서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그 이후의 시대는 어떤 식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는지를 (그나마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던 시대에서 어떤 식으로 제멋대로 돌아가는 시대가 되었는지를) 반복해서 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엘로이는 항상 LA를 생각하며 LA의 슬픔을, 그리고 광대한 욕망과 자극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기괴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장에서는 살인사건 이후 제임스 엘로이 본인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마치 노골적으로 자신의 삶을 폭로하듯이) 들려주고 있는데, 불우한 어린 시절, 부적응, 약물중독, 삐뚤어진 인성,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과 혐오, 자극적인 욕망과 환상, 섹스와 약물에 대한 집착, 범죄에 대한 몰두, 갱생과 재활에 관한 이야기로 얼룩져 있다.

 

약물과 마약 그리고 술

피와 정액으로 얼룩진

그리고 수많은 자극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쏟아내고 있다.

 

위와 같은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어떤 의미에서는 과감하고 용감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밝혔듯이 다른 의미에서는 그의 노출증이 여전하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 그의 모습인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에 제임스 엘로이라는 사람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는, 그러면서도 의문하게 되고 판단하기가 미뤄지게 되기도 한다.

 

3장에서는 함께 어머니의 죽음을 재수사하게 된 빌 스토너 형사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형사라는 존재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를, 빌 스토너 스스로는 어떤 식으로 스스로의 삶과 형사로서의 삶을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하듯이 그를 그려내고 있고, 독백-고백하게 만들고 있다. 건조하고 우울하게 살인과 시체들 그리고 아스팔트로 가득한 그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야 제임스 엘로이와 빌 스토너는 함께 자리해서 어머니의 죽음을 다시금 풀어내려고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소설가로서 하나의 이야기로서 사건을 다뤄냈었던 위치에서 직접 사건에 개입하는 모습과 함께 그런 과정으로 인해서 그 스스로가 생각했던 현실과 상상이 뒤섞여지고 붕괴되는 과정을 (혹은 모든 것들이 하나로 겹쳐지는 과정을), 자신의 과거로 향하면서 어떻게 과거가 그 자신의 상상에 맞춰서 달라졌었는지를, 때맞춰 일어났던 O.J. 심슨 사건이 그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혹은 관계되어 있도록 강요하듯 만들어내는 면담 속에서 어떤 식으로 과거가 다시금 되살려지게 되는지를 (혹은 잊혀졌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결국 사건은 미해결로 남게 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빌 스토너가 진행하던 미해결 사건이 마무리되는 과정과 O.J. 심슨 사건 그리고 제임스 엘로이 자신의 사건이 어떤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지를, 결국 어머니의 과거를 마주하게 되면서 어머니가 어떤 식으로 살아왔으며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어가면서 제임스 엘로이는 어머니와의 깊은 그리고 복잡한 관계를 인정하고 덜 뒤틀린 방식으로 (혹은 그 뒤틀린 방식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

 

내 어둠...’은 개운하고 시원한 결말을 확인하진 못한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이고, 해결된 사건들도 딱히 만족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제임스 엘로이는 어머니의 죽음에 관해서 파헤치려고 하는 것인지 LA에 관한 어두운 모든 것들을 들춰내려고 하는 것인지 그 스스로도 무엇이 우선인지 헷갈려하는 듯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모든 것에 역겨워하면서도 모든 것에 깊은 흥미를 보이고 있다. 어쩌다 이런 결과물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느낌뿐이지만 분명한 것은 독특한 구성과 해괴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그리고 관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기묘한 유혹이다.

마치 달리아의 유혹처럼.

 

사람들에 따라서는 읽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이건 정말로 특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게 되는 것 같다.

 

어쩐지 오랜 기간 이 작품이 안겨주는 여운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짤막하게 잘게 잘려져 있고 건조함과 냉소 그리고 염세적인 음울함으로 가득한 글자들의 묶음은 더욱 더 독특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y*******o 2015.09.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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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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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블랙 달리아》에 대한 것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 내가 본 것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고 그 사건을 생각하며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았다. 블랙 달리아에서 피해자인 엘리자베스 쇼트는 제임스 엘로이(리 얼 엘로이가 본래 이름)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살해당해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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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블랙 달리아》에 대한 것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 내가 본 것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고 그 사건을 생각하며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았다. 블랙 달리아에서 피해자인 엘리자베스 쇼트는 제임스 엘로이(리 얼 엘로이가 본래 이름)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살해당해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 듯한데, 시간이 가면서 그에 대한 상처와 슬픔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 열살이라는 나이는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알기에는 조금 어린 나이이기는 하다. 제임스의 아버지는 언제나 어머니 진 엘로이에 대해 나쁜 말을 했다. 제임스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에 대해 하는 나쁜 말을 들었는데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한 말을 믿었다. 아버지는 제임스가 마음대로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아버지와 살게 됐을 때 좋아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아버지와 살면서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된다. 어머니가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제임스가 읽은 책은 범죄소설과 성인잡지였다. 책은 훔쳐서 읽고 성인잡지 같은 것은 아버지가 보는 것을 봤다. 그렇게 봐도 제임스의 아버지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텔레비전도 거의 범죄에 대한 쇼를 봤다. 이것은 어머니가 살해당한 것과 그 범인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제임스는 자신이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나중에야 깨닫는다. 어머니의 일은 오랫동안 제임스를 괴롭게 했다. 고등학교는 중퇴했다.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제임스는 군대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군대에 들어간 첫날 바로 후회하고 만다. 어떻게 하면 다시 나갈 수 있을까 하면서 아버지 핑계를 대고 정신분열증 증세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제임스는 전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제임스는 혼자 살면서 약과 술에 빠져 산다. 음식은 훔쳐서 먹었다. 이런 것들을 다 쓰다니……. 주거침입을 하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거침입으로 잡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술을 많이 마신 것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 무서워했는데 여러번 들어가다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게 여겼다. 감옥에 갈 때는 술과 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건강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살았는데도 죽지 않았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래도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술을 끊으려고 했다. 약과 술로 이런저런 환각에 빠지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곳으로 도망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슬픔에서 말이다. 감옥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캐디 일에 대해 말해준다. 캐디 일을 할 때는 술과 약을 하지 않았지만 이때는 대마초에 빠져든다. 시간이 흘러서는 대마초는 그만뒀을 것이다. 소설을 써서 출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35년 9개월 뒤에 자신이 재수사를 하기로 한다. 재수사를 같이 한 형사는 빌 스토너였다. 소설이었다면 왠지 극적으로 범인을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범인은 찾아내지 못한다.

진 엘로이와 함께 있었던 금발 머리 여자와 얼굴이 홀쭉하고 가무잡잡한 남자에 대한 것은 끝내 알 수 없었다. CSI를 보면 오래전에 있었던 사건 현장의 증거물에서 뭔가를 찾아내기도 하던데, 실제로는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어머니로부터 도망쳐왔던 제임스는 어머니에 대한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 듯하다. 이 책은 어머니를 그리며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희선


이달의 사락 n***8 2011.03.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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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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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다알리아>를 읽은 후, 과연 이 작가의 심연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니체의 말대로 심연의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고서야 나오기 힘든 소설이다. <블랙 다알리아>를 비롯, 영화화된 <LA컨피덴셜>, <화이트 재즈> 등을 쓴 작가 제임스 엘로이는 10살 때 엄마가 살해되었다. 옷이 벗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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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다알리아>를 읽은 후, 과연 이 작가의 심연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니체의 말대로 심연의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고서야 나오기 힘든 소설이다.

<블랙 다알리아>를 비롯, 영화화된 <LA컨피덴셜>, <화이트 재즈> 등을 쓴 작가 제임스 엘로이는 10살 때 엄마가 살해되었다. 옷이 벗겨진 채 목졸려 죽은 엄마의 살인범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이 책 <내 어둠의 근원>은 제임스 엘로이가 엄마가 돌아가신지 36년이 지나 엄마의 살인사건을 재수사한 기록이다. 수사는 편집증적으로 세세하고, 엄마를 잃고난 뒤 엘로이의 생은 너무나 처절해서 읽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어버린 경험이 그를 이런 세계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내가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은 현실에 비하면 낯간지러운 동화였다.

 

제임스의 부모는 이혼했다. 간호사였던 엄마가 리(제임스의 본명)를 데리고 살았고, 주말에는 아빠에게 보냈다. 리를 아빠에게 보낸 주말, 엄마는 술을 마시고 클럽에 놀러다녔다. 그 토요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일요일 아침 엘몬테의 아로요고등학교 담벼락 수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날 밤 함께 있었던 사람은 멕시코계의 마르고 어두운 피부를 가진 남자, 금발머리 여인이었다. 그러나 수사가 시작된 후 두 명의 용의자는 사라져버렸고(한번도 발견된 적 없고),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은 채 수사는 미제로 남아 종결된다.

이후 아빠와 함께 살게 된 리는 마약과 술에 중독되고, 아들을 방치했던 게으른 아빠마저 7년뒤 죽어버린다. 인간 쓰레기로 나락까지 떨어졌던 그는 골프장의 캐디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게 되고, 구원받는다.

<블랙 다알리아>를 쓰면서 빨강머리 여자(=엄마)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게된 제임스는 36년이 지나 이 사건을 재수사한다. 보안관 빌과 함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관련자들은 더러 죽고, 더러 늙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엘몬테는 뜨내기들의 도시라 당시 엄마를 기억하는 사람도 몇없다. 몇몇 용의자들 역시 죽거나 소재 파악을 할 수 없다. 그래도 그는 계속 수사하고 싶다. 누가 엄마를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알고 싶다.   

 

엄마의 죽음 후 나락으로 떨어지는 저자의 생활을 읽다보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언제 소설가로 성공하는 거야? 언제?'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고통스러웠던 그 시기에 대해서만 쓰지, 소설가로 성공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엄마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의 이야기는 개략만 나오는데도 관련자들이 너무 많아서 진이 다 빠진다. 읽다 포기할 뻔 했다.(나중에 이 사건과 엄마 사건의 연관성이 잠깐 나오기는 하지만 중요하지 않으니 읽을 때 이 부분은 뛰어넘어도 될 듯.)

오로지 살해 사건에만 매달려 있던 저자는 마지막에 가서야 "나는 엄마의 살해에만 촛점을 맞추고, 엄마를 독차지하려고 했다. 엄마의 과거와 생활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걸 알게 되면 엄마를 독차지 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고백 후 엄마의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모은 정보를 통해 살해되기 전의 엄마의 삶을 재구성한다.(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은 한편의 살풀이이고, 지독한 사랑 고백이며, 한 사람의 죽음이 남은 자의 인생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너무나 처절하고 힘들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끝까지 추격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우리 엄마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것만 해도 극복하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울 엄마가 내가 모르는 이유로,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 놈에게 살해당했다면? 아...정말 끔찍하다.

그가 이토록 엄마의 죽음에 매달리는 것이 이해된다. 



t***p 2010.11.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