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 김성호 / 지성사]
동고비는 참새목 동고비과에 속하며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텃새다. 산림지역 숲속에서 생활하는데, 나무구멍이나 딱따구리가 떠나 간 낡은 집(나무구멍)에 알을 낳는다. 동고비는 가까운 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었다.
저자는 2년에 걸쳐 동고비의 번식 일정을 관찰하며, 동고비의 일상을 기록한다. 살아 움직이는 야생 동물, 특히 조류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날마다 한 자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서서 보내며, 날씨와 주변 여건에 맞춰 관찰한다는 것이 전문 연구자들에게도 힘겨운 일이다. 저자는 이 일을 위해서 휴직까지 한다.
저자는 동고비가 좋아할 만한,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나무의 새 둥지 구멍 12개를 찾아내고 동고비가 둥지 틀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 구멍 12개 중에서 하나의 구멍에 한 쌍의 동고비가 자리를 잡고 번식 일정에 들어간다. 먼저 동고비는 둥지를 자신의 크기에 맞추고, 알을 낳고 품기에 적당하도록 다듬는다. 이때 진흙과 이끼, 나뭇가지와 나뭇잎, 나무껍질을 재료로 쓰는데 집을 고치는 진도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가 조금씩 달라진다. 집이 마무리되면 암놈은 알을 낳고 품기 시작한다. 수놈은 먹이를 날라 암놈을 먹인다.
동고비는 몸집이 아주 작다(보통 참새 크기). 무척 빠르고 외형으로는 암수 구분이 어렵다. 게다가 관찰과 촬영 여건마저 좋지 않으면 번식 생태를 관찰하는 일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관련 자료가 거의 없으니, 번식 과정을 지켜본다 해도 동고비의 행동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저자는 동고비와 이야기 나누듯, 교감하며 동고비의 행동을 이해한다.
동고비는 8개의 알을 낳고 모두 부화시킨다. 갓 부화한 새끼들을 위해서 암수는 쉼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른다. 8마리 모두에게 골고루 먹이를 나눠주고, 배설물까지 입으로 받아내어 처리한다. 암놈이 알을 품을 때도 수놈 한 마리가 먹이를 나르는 일이 벅찼는데, 8마리의 새끼를 위해서 수놈은 물론 암놈까지도 바삐 날아다니며 먹이를 나른다. 부모 새가 하루에 평균 240회나 먹이를 새끼들에게 전해주는데, 이는 암수가 각각 하루에 24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저자가 동고비와 더불어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는 바로 동고비가 보여준 남다른 자식 사랑 때문이다. 어미들의 엄청난 수고와 사랑이 없다면 8마리의 새끼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토록 새의 번식 과정에 한없이 빠져들고 있는 것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며 배우고 싶은 것과 배워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진지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진지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습니다. 무엇을 할 때 간절히 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애가 끊어질 만큼의 절실함으로 몸과 마음을 던지는 자세까지 배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배워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들의 온전한 자식 사랑입니다. 그러니 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일종의 동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동고비의 둥지 만들기부터 동고비의 번식 과정 전체를 담고 있다. 딱따구리가 번식에 사용했던 둥지를 차지하기 위한 새들끼리의 다툼, 번식 전 과정에서 보여주는 암수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 자신의 몸 크기에 맞춰 둥지 고치기, 그 과정의 진행에 따라 변하는 재료들, 새끼를 위해 부단히 먹이를 운반하는 과정 등 오랜 시간 끈기를 가지고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저자는 300여 장의 사진과 편안한 문체로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는 단순히 동고비의 번식 일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고비를 둘러싼 자연, 숲, 그 안에 담긴 여러 생명체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한 편의 동화처럼 옮겨놓았다. 또한 동고비 둥지 주변에서 만나는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진박새, 오목눈이 등 여러 종의 새들도 등장하고, 동고비 수컷이 제 둥지에 관심을 보이는 덩치 큰 침입자들(다람쥐와 청설모)을 물리치는 장면도 흥미롭다.
오목눈이가 하루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 잡아 오는 애벌레의 수는 약 500마리가 됩니다. 또한 오목눈이가 어린 새를 위해 먹이를 나르는 기간을 20일로 잡으면 오목눈이 한 쌍이 4마리의 어린 새를 키우는데 약 1만 마리의 애벌레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숲이 건강해야 곤충도 있고 새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 더 아찔한 것은 만약 숲에 새가 없다면 숲은 어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숲에는 아무것도 남아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조류에 관해서 비전문가가 이처럼 꼼꼼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그저 대단할 뿐이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직접 찍은 300장 이상의 생생한 사진과 글은 동고비 옆에서 직접 동고비의 생활을 지켜보는 듯하다. 이 책이 저자의 처음 책은 아니다. 저자는 이미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에서 새의 일상을 관찰한 적이 있다. 저자는 새의 일상을 통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존경쟁의 치열함, 생명의 소중함과 애틋한 자식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요즘 새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인간이 새에게서 배울 점이 참 많다.
# 동고비는 이렇게 생겼다.
![]() (출처 : http://nature.kids.daum.net/animal/detail.do?itemId=5764 )
![]() (출처 :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Nuthatch_4_refit_1.jpg ) |
|
* 내가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운영하는
요 근래 그 글귀의 뜻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식물생리학을 전공한 김성호 교수가
유년시절 시골 외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였다는 지은이가
둥지를 짓는 과정부터 짝짓기, 알품기, 새끼기르기,
뿐만 아니라 동고비는 무려 80일간,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지만
동고비 암수가 만나 새끼 동고비 8마리를 무사히 키워 날려보내기까지의 생생한 기록은 처음에 딱따구리의 빈 둥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싸우는 동고비들의 모습부터
동고비와 숲속의 다른 생명들을 바라보는
해가 바뀌고 동고비의 둥지가 있던 곳을 또다시 찾아간 지은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저자의 신념처럼
---------------------------------------------------------------------------------------------
* 책 속에서...
지구촌에는 매일 140종 정도의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체들은 모두 피하거나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오목눈이가 암수를 합하여 오늘 먹이를 나른 횟수는 총 247번입니다.
지난 며칠은 하루에 먹이를 나르는 횟수가 230번에서 245번 사이였습니다. |
|
동고비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온 것은 2013년 3월 2일이다. 그날은 아들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3월이지만 아직은 겨울 끝자락이다. 땅은 다시 얼어붙었고 그늘진 산길은 어김없이 빙판이다. 앞서가는 아이가 조금 욕심을 부리면 어김없이 두 발을 허공으로 찬다. 헉헉대며 산길을 오르다 잠시 바위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동고비 두 마리가 머리 위에서 지저귄다. 계속해서 날아가지 않는 품이 이상하다.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가 손을 내밀면 화르륵 날아간다. 몇 번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자기 자리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자리를 옮기니 그때서야 내가 앉았던 바위에 슬금슬금 다가와 부지런히 부리를 놀린다. 바위 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쌀가루 같은 먹이가 널려 있다. 남의 먹이 위에 떡 하니 앉아 있었던 셈이다. 어이쿠, 미안해라! 얼른 자리를 피해 동고비가 쌀가루를 쪼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동고비는 우리나라 숲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새다.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많을 때에는 사람 곁에 오지 않지만 먹을 것이 많지 않을 때는 사람 곁으로 찾아온다. 잣이나 쌀을 비에 젖지 않게 뿌려 두면 날아와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북한산에서 내 가슴속으로 들어온 동고비 두 마리도 사람들이 뿌린 쌀가루를 찾아 왔다. 지난겨울과 이른 봄에는 손바닥에 올려놓은 잣과 땅콩을 먹기 위해 사람에게 다가온 모습도 보았다. 이렇듯 사람과 친근한 동고비지만 국내에서는 본격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딱따구리의 옛 둥지를 이용하여 번식을 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알려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대상이다. 그런데 김성호 교수가 동고비의 전체 번식 과정을 지켜보고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동고비는 참새목 동고비과로 몸길이는 13센티미터의 작은 새다. 참새보다 크지 않다. 깊은 산속이나 공원에 산다. 특히 썩은 나무에서 많이 산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텃새다. 3월부터 짝짓기를 한다. 수컷은 높은 나뭇가지에 않아 ‘삐잇, 삐잇’ 또는 ‘삐삐삐삐' 하고 울면서 암컷을 부른다. 짝짓기가 끝나면 깊은 산속 딱따구리가 쓰던 둥지나 나무구멍에 둥지를 튼다. 딱따구리의 옛 둥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맞게 다시 꾸며서 번식을 한다. 이미 딱따구리의 둥지에 숨겨진 과학과 지혜에 흠뻑 빠져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웅진지식하우스, 2008년)를 펴내기도 했던 저자는 자연스레 동고비와 함께하기로 한다. 아예 휴직을 하고 온전히 동고비와 함께하기로 한다. 하루에 열서너 시간씩 오로지 동고비만 살펴보며 80일을 함께한 것이다. 내가 이토록 새의 번식 과정에 한없이 빠져들고 있는 것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며 배우고 싶은 것과 배워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진지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진지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습니다. 무엇을 할 때 간절히 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애가 끊어질 만큼의 절실함으로 몸과 마음을 던지는 자세까지 배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배워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들의 온전한 자식 사랑입니다. 그러니 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일종의 동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만 온 정성을 다해 새끼를 키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생명체보다 먼저 새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그리고 새의 경우 그 번식 일정이 대개 2달 정도입니다. 그 정도의 시간에 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대상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223 - 224쪽) 그러나 저자의 계산을 어긋난다. 다른 모든 일정을 접고 동이 트기 전부터 숲에 어둠이 내려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동고비만을 만나는 일상이 마냥 행복한 일인 줄 알았다. 그리하여 휴직까지 한 것인데 17년 동안 강의를 했던 선생이 학생을 만나지 못하는 일은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고비가 어린 새를 키워내는 일정이 무척 길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길어도 두 달이 되기 전에 건강하게 자란 어린 새들과 함께 동고비 가족이 둥지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고, 저자는 그저 동고비 가족에 대한 이별의 아쉬움만 감당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71일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린 새의 소리를 처음으로 확인하게 된다. 다행히 어린 새가 모습을 드러낸 뒤에는 빠르게 성장하여 마침내 80일째 되는 날 8마리의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것을 지켜본다. 어린 새의 이소와 함께 저자의 할 일도 끝이 난다. 그렇지만 저자는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텅 빈 둥지를 서성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