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리뷰 총점 종이책
만인의 삶과 죽음 이야기 그칠 줄 모르리
"만인의 삶과 죽음 이야기 그칠 줄 모르리" 내용보기
『만인보』를 기획한 지 30년, 첫 번째 권 시집이 나온 지 25년이 지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권 시집에도 광주의 피는 계속된다. 첫 시는 광주의 상징인 윤상원이 지상에서 보낸 도청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윤상원은 누구인가. 광주의 상징 아닌가. ‘그날밤 윤상원은 빈속이었다 / 가거라 / 가거라 했건만 / 가다가 끝내 / 돌아와버린 소년에게 / 남은 라면을 먹이고 빈속이
"만인의 삶과 죽음 이야기 그칠 줄 모르리" 내용보기
 

『만인보』를 기획한 지 30년, 첫 번째 권 시집이 나온 지 25년이 지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권 시집에도 광주의 피는 계속된다. 첫 시는 광주의 상징인 윤상원이 지상에서 보낸 도청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윤상원은 누구인가. 광주의 상징 아닌가. ‘그날밤 윤상원은 빈속이었다 / 가거라 / 가거라 했건만 / 가다가 끝내 / 돌아와버린 소년에게 / 남은 라면을 먹이고 빈속이었다’. 죽음 앞에서도 아름다웠던 사람. 그러나 ‘신새벽 네시 / 도청 뒷담 넘어 / 명사수 / 특공대의 집중사격 개시 // 윤상원 복부 관통 / 양현이 / 영철이 / 커튼을 찢어 감쌌으나 / 다시 수류탄 작렬 // 그날밤은 무슨 아름다움이었다 // 놀라운 것은 / 윤상원의 총은 / 단 한발도 쏜 적 없이 / 총탄 장전 그대로 / 방아쇠 당긴 적 없이 / 오는 죽음을 그대로 맞아들였다 // 윤상원의 총은 총이 아니라 / 5월의 상징 / 5월 광주의 의미 그것 / 그것은 끝까지 쏴버리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바다 파도였다’(「바다 파도」).


광주의 피 낭자하지만 이전 시집과 다른 것이 있으니 죽은 자가 화자로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여 비름도 쇠비름도 아니여 / 그냥 여편네여 걸어다니는 몸뻬여 / 아무개 마누라여 / 시민군도 폭도도 아니여 / 그냥 신수동 무지렁이 / 폭삭 늙은 가난뱅이 여편네여’(「김오순」)라며 쉰일곱 살에 시민군 차에 치여 죽은 ‘이놈의 세상 별볼일 없는’ 인생을 다루고 있거나, ‘이승의 아버님 보소서 / 아니 / 제가 살았던 그 이승 떠나 / 이곳 저승으로 와버렸으니 / 저에게는 / 아버님의 이승이 / 어느새 저승이 되고 말았나이다’ ’(「양회남」)라며 저승에서 아버지에게 말하는 방식을 빌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두 달 뒤면 / 제일은행 출근할 예정이라 / 무지개꿈 한껏 부풀었는데 / 어처구니없이 / 어처구니없이 / 지원동 주남마을에서 / 총 맞’(「박현숙」)은 ‘열여섯살 / 송원여상 졸업반’ 여고생이 화자로 등장하여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무당이 되어 넋이 말하게 하는 방식으로 증언하는 처연한 상황이지만 광주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웃음 짓게도 하니 주인공 이름이 ‘관악산 다람쥐’란다. ‘이 언덕 저 언덕에 박힌 암자들 / 하나하나 찾아가 / 원주화상 기도 헌금 모아둔 것 / 탈탈 털어가는 다람쥐입죠 / 벌써 몇 번 쇠고랑 찼으나 / 다시 나와 다람쥐 노릇 영영 못 버립지요’. 그러나 관악산 다람쥐도 연주암만은 칼 내밀고 터는 일 통 없었으니 연주암 ‘보살 덕에 / 어린 시절 굶지 않은 은덕으로 / 다람쥐께서 / 그뒤로 / 그뒤로 / 그 암자 연주암만은 / 터는 일 없었습지요’(「관악 연주암」). 이조년의 일화도 재미있다. ‘큰형 이백년 / 둘째형 이천년 / 셋째형 이만년 / 넷째형 이억년 / 그리고 막내 이조년 // 이 백천만억조 오형제 아리따웠다 / 이 오형제가 / 금덩어리를 주웠다 / 횡재였다 // 영천현 한강을 건너갔다 / 막내 조년이 / 금덩어리를 물에 던져버렸다’(「투금탄(投金灘)」). 탐욕 대신 우애를 택한 것이다.


빈털터리 세 명이서 술을 마시는 장면은 우리 민중의 뜨거운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여 가슴 훈훈하다. ‘빈 주머니 친구 / 빈털터리 친구 왔다 / 하나는 강원도 공사판에서 왔고 / 하나는 며칠 전 홍성교도소에서 만기출소로 왔다 / 나도 빈 몸이었다 / 비었으나 / 염병 앓도록 반가웠다 // 나 김철호 / 어찌 속수무책이겠느냐’. 이들은 호기롭게 대포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꽉 차게 취해버린 뒤 ‘주인 불렀다 / 아저씨 망치 좀 주시오 / 망치는 무슨 망치 / 투덜대다가 / 망치를 꺼내왔다 // 그 망치로 김철호 / 앞니 / 어금니 쳐서 / 그 금이빨 빼주었다 / 피범벅 입으로 / 옛수 오늘 술값 9만 5천원은 / 이 금으로 받으시우’(「술값 9만 5천원」). 이렇듯 광주를 주로 하되 우리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던 대장정은 석굴에서 책 읽는 수레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니 수레는 고은 시인 자신의 모습이거니와 우리 문학사에 우뚝 선 인물 유형이리라.

 

 


그대로 하여금 이 세상의 낙조 가득히

이 세상의 길고 긴 이야기 다함 없느니

오늘밤도 그대 따라가는

만인의 삶 이야기 삶과 죽음 이야기 그칠 줄 모르리


지금 세상 밖은 온통 머리 푼 바람 속


영겁의 소년 수레여 다할 줄 모르는 영겁의 돌책이여 돌노래여 돌이야기들이여

-「그 석굴 소년」


YES마니아 : 로얄 g*******g 2010.08.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