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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면 새벽안개가 부연 이른 시간에 네거리에서 한 여자가 차에서 내린다. 한 사내가 도망치던 여자를 태워 준 것이다. 사내는 여자를 태워주기 전 안면읍에 들러 모래밭의 맨 끝 바닷가에 위치한 횟집에 들러 광어 회를 먹었었다. 도망쳐 나온 여자는 횟집의 안주인이었다.
서정인 작가
『달궁』의 초판은 1987년 선보였다. 이어 『달궁 둘』(1988), 『달궁 셋』(1990)으로 연작되어 나왔다. 이번에 개정 합본판으로 한데 묶였다. 작가에 따르면 본래 세 연작은 하나의 이야기이나, 출간의 편의상 나뉘어진 것이었다. 이번 판에서 ‘박달막 이야기’를 부제로 설정하였으며 초판에 있던 일부 오식을 바로 잡고 다수의 문장을 개작했다 한다.
‘달막’은 ‘딸막’이며 ‘딸맥이’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들이 귀한 집에서는 딸이 태어나면 바라던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끝순이, 딸맥이, 말순이, 말숙이 등의 이름을 대강 짓는 행위가 흔했다.
남아선호는 가부장제 질서를 유지케 하는 중요한 풍조다. 여성에게 부여된 그 대강 지어진 ‘이름’들은 이미 하나의 낙인에 다름없으며 당사자들/여성들이 맞이하게 될 험난한 생(生)의 은유이자 예고이기도 하다. ‘박달막’이라는 이름 속에는 ‘막달(딸)라 마리아’와 ‘딸맥이’의 은유가 공존한다.
작은 판형에다 850여 쪽에 이르는 분량 탓에 본문은 비집고 들어갈 데 없이 촘촘하다. 하지만 낯선 편집에 익숙해지면 금세 이야기에 빠져든다. 서너 쪽의 분량으로 마무리되는 화자들의 이야기는 운율을 타듯 살갑게 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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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궁, 박달막 이야기/서정인/최측의농간/진주같은 삶을 원하는~
최측의농간에서 나온 달궁, 박달막이야기다. 단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장편소설이다.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소설을 쓴다면 이럴까.
달궁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인실의 삶과 그 여자가 고향을 잃고 서을로 향하는 20대 중반의 삶, 그 여자의 삶에 내리는 가난과 물질의 삶이 모두 버텨낸 삶을 그렸다. 행태와 황 영감, 봉숙이, 계숙이, 김 양 언니, 은숙이, 윤점례 등의 삶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단이 없고 앞으로 그 내용을 독자들이 만들어 가길 원해서 였을까. 그 끝을 알 수없는 소설이다. 주구장창 만들어 가길 원하는 소설말이다.
"네 눈의 불빛은 빛을 못 보아도 불빛이다. 흙에 묻혔다고 금강석이 보석이 아니냐? 내 딸아 너는 진주다. 다만 사람들이 흙만 보고 그 밑을 못 볼 뿐이다.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 잘못이고 사람들 잘못이 아니라 보물을 흙 속에 던져버린 세상 잘못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죄인이 되는 세상,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백치가 되는 세상, 보모가 있어도 해외 입양가는 세상.......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런 세상이 더 이상 없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1986년 한국문학창작상, 1995년 동서문학상, 1998년 김동리 문학상, 1999년 대산문학상, 2002년 이산문학상을 수상한 서정인이다.
최측의농간에서 출간한 달궁! 묘한 매력을 풍기는 박달막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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