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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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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인 커트 보네거트의 [갈라파고스], 시종일관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새로운 화법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SF 작가라는 평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작가의 마음이 다소 이해가 갈 정도로 [갈라파고스]는 SF 문학으로 읽히기 보다는 인류 멸망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깊이 있게 씌여진 작품으로 생각되었다. 딱히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두드러지게 표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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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작가인 커트 보네거트의 [갈라파고스], 시종일관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새로운 화법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SF 작가라는 평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작가의 마음이 다소 이해가 갈 정도로 [갈라파고스]는 SF 문학으로 읽히기 보다는 인류 멸망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깊이 있게 씌여진 작품으로 생각되었다. 딱히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지 않아서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마크 트웨인 이후 가장 웃기는 미국 작가" 라는 평만 믿고 작년에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을 구입했었다. 늘 읽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읽게 된 작품. 처음엔 도대체 갈팡질팡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잡기 힘들었다. 도대체 이 작가가 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지, 아님 중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문단이 "툭~ "하고 튀어 나올 때는 끝까지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의문스러웠고, 평만 믿고 구입한 스스로의 안목에 적잖이 실망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인가?  중반부로 넘어오면서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채게 되고, 깊이 있는 주제라는 사실 또한 점점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끝까지 다 읽고나서는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작가의 문체나 작품에 서서히 빠져드는 나를 보게 되고 어느덧 내 머릿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속이 시원하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당분간은 이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될 내 운명을 감지하게까지 되었다.

 

[갈라파고스]는 기아와 폭동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시점에 우연히 갈라파고스 제도로 '세기의 자연 유람' 을 하게 되는 다섯 남녀의 이야기다. 이 다섯 명은 산타 로살리아 섬에서 마치 에덴의 동산처럼 삶을 이어가게 된다. 이야기의 화자는 그들이 바이아 데 다윈 호를 타는 1986년을 시점으로 1백만 년 뒤의 시간에서 지구와 갈라파고스 제도를 항해하는 다섯 명의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서술하고 있다.  

 

커트 보네거트와의 첫 만남이기 때문인지, 아님 이 작가의 블랙 유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작품을 택하지 못 한 내 서투른 선택에서 인지 '[갈라파고스] 에선 작가의 그러한 장점을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또한, 중간중간에 갑자기 작가의 이야기 인 듯함이 작품 속에 나타나고 앞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듯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한 작가의 특기를 잡아내지 못 한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문체를 만날 수 있어서 끌림도 강하게 남는다.

앞으로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을 접해보면 어느 정도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눈치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다소 산만한 작품 읽기였지만, 기분은 묘하게도 들뜨는 시간이었다.

 

 

m******9 2012.05.03. 신고 공감 5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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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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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 그의 소설들이 새로이 출간되고 있다. 왜 한꺼번에 연작으로, 또는 메이저 출판사가 내지 않고 조금은 영세해 보이는 출판사가 하나씩 내면서 추이를 살피는 걸까? 커트 보네커트는 미국인이지만, 미국이 미쳤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서슴없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29세때 첫 소설을 출간했고 13편을 더 썼으며, 현재 80세를 갓 넘겼다. 블랙유머의 달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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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 그의 소설들이 새로이 출간되고 있다. 왜 한꺼번에 연작으로, 또는 메이저 출판사가 내지 않고 조금은 영세해 보이는 출판사가 하나씩 내면서 추이를 살피는 걸까? 커트 보네커트는 미국인이지만, 미국이 미쳤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서슴없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29세때 첫 소설을 출간했고 13편을 더 썼으며, 현재 80세를 갓 넘겼다. 블랙유머의 달인이며, 자살하지 않고 늙으막까지 살아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위대한 미국 소설가다. 갈라파고스 군도가 에쿠아도르에 속해 있으며, 그곳에는 피를 빨아먹는 새가 살고 있으며, 열대 펭귄과 이구아나가 살고 있으며 그의 소설에 의하면 백상어와 범고래도 많아 보인다. 갈라파고스에는 기이한 생물이 많다. 잘은 모르지만,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고 적자생존을 생각해낸 데에는 갈라파고스가 큰 기여를 했다. 갈라파고스라 군도는 육지와 10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예전에 어떤 대륙과 연결되어 있던 근거가 없고, 바다에서 화산폭발로 인해 생겨났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르는 특이한 생물들이 독립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 소설은 이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쓸데없이 큰 뇌를 가지고 쓸데없는 호기심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공룡들이 멸종되었듯이 어느날 갑자기 멸종해 버릴 것이다. 살아남은 인류는 적자생존에 의해 쓸데없이 용량만 크지 생존에는 도움이 안 되는 뇌를 점차 퇴화시켜, 백만년 후에는 물개처럼 변해 간다... 이 소설은 어떻게 갈라파고스 군도에서만 인간이 살아 남아 어떻게 퇴화되는지 보여준다.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쓸데없이 큰 뇌를 퇴화시킨다. '당시 인간들은 워낙 번식력이 강했다. 따라서 그 정도의 재래식 폭발로는 장기적인 생물학적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 심지어 오랜 전쟁이 끝났을 때도 생존자가 너무 많아 보일 지경이었다. 아이들이 늘 넘쳐나다 보니 폭력적 수단을 통해 인구를 줄이려는 진지한 시도는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핵공격을 제외하면 그런 수단은 인류에게 영구적 손상을 입히지 못했다. 바이아 데 다윈 호가 아무리 바다를 가르고 휘저어도 바다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P195 인구가 너무 많아 지구가 폭발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도 인구는 계속 늘어갈 것이다. 가끔 만원 지하철이나 교통체증에 시달리다 보면, 인구가 한 반쯤 줄어들면 상황이 나아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호전적인 전쟁 세대는 세계대전이 한 차례 더 일어나야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 인구가 확실이 줄 수도 있다. 너와 나의 거리가 더욱 확보되어 숨쉬기가 편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간의 번식력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같이 잘 살 수 있을 지를 연구하는 것이 훨씬 발전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지금, 누구든 카자크의 이른 죽음을 두고 연민에 젖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 그 녀석, 어차피 베토벤9번 교황곡을 작곡할 재목은 아니었어." 얼마나 오래 살았든 우리가 살아생전에 성취한 것이 십중팔구 하찮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는 이 삐딱한 논평은 나의 창작이 아니다. ...(중략)... 자기도 1차 세계대전 때 서부전선에서 시체 매장을 담당하는 독일군 장료였던 자기 할아버지한테서 들었노라고 했다. 그런 작업을 처음 하는 군인들이 한 구 한 구 시체 얼굴에 흙을 덮어가면서, 죽은 군인이 그토록 젊은 나이에 죽지 않았더라면 무엇을 했을지 곰곰 따져보다가 철학적인 상념에 빠져드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참들은 그런 생각에 잠긴 신병에게 온갖 냉소적인 말을 내뱉었을 것이고. 이런 표현도 그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잊어버려! 그 친구, 어차피 베토벤9번 교황곡을 작곡할 재목은 아니었잖아."' P204 죽음에 대한 이런 표현은 너무 냉소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 전쟁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과정은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건 그가 피하지 못한 총알 탓이 아니라, 그가 그 장소에 있게된 운명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히 그의 시체라도 건지게 되어 땅에 묻을 낭만적인 상황이라도 연출이 되면, 시체를 덮으며 이렇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아, 어차피 이 녀석, 베토벤9번 교황곡을 작곡할 재목은 아니었어.' 커트 보네거트, 그는 일반 소설가들보다 한 단계 더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는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글을 쓴다. '죽음과 함께 추는 억지춤'은 내용과 제목이 몹시 출중하다면, 이 소설은 재미면에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깊이에 있어서는 대등하다.
d****b 2003.09.2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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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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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첫번째로 읽었던 건 고양이 요람이었는데, 그것은 고양이 요람(실뜨기)를 하듯 재미로 만들어진 지구를 멸망시켜 버리는 무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학 기술에의 지나친 의존, 그리고 인류를 몰살시킬 위력을 가진 무기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의 조금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던 박사, 그는 다만 그 연구를 즐겁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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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번째로 읽었던 건 고양이 요람이었는데, 그것은 고양이 요람(실뜨기)를 하듯 재미로 만들어진 지구를 멸망시켜 버리는 무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학 기술에의 지나친 의존, 그리고 인류를 몰살시킬 위력을 가진 무기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의 조금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던 박사, 그는 다만 그 연구를 즐겁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커트 보네거트의 블랙 유머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것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는 내내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사실 갈라파고스도 마찬가지였다. 읽으면서도 어디서 웃어야 할지에 대해 무척이나 난감했던 것이다. 블랙 유머의 지존이라고까지 여겨지는 커트 보네거트. 하지만 난 줄거리 파악에도 급급했다. 뭐, 하긴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은 워낙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면이 많은데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끼어들기 일쑤라 정신없는 건 여전하다. (그래 봤자 아직 두 권째이지만...)

갈라파고스는 갈라파고스 섬 투어를 위해 에콰도르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 중에는 사기꾼도 있고, 퇴직 교사도 있으며, 돈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 과학 기술의 천재 등 특색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화자는 유령이자 100만년동안 인류의 발달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은 1900년대 말이지만, 모든 것은 유령의 과거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SF 소설에 왠 유령이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다지 SF 소설이란 느낌은 안든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 보면, 과학 기술의 발달과 전쟁 등으로 인류가 멸망하고 살아 남은 몇몇 사람이 신인류의 조상이 된다는 설정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독특한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의 생명들처럼 이들도 인류 멸망 후 100만년이 지나 새로운 인류가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많은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인류의 탄생에서 현대 인류로 발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초기 발달에서 어느 정도까지의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렸을 뿐 현생 인류는 급속하게 발달했다. 특히 인류가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 다양한 기술을 발달 시키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를 파멸로 몰아 가는 밑거름이 되었을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도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하면서 자만에 빠져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에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일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커트 보네거트식 신인류 탄생 비화, 갈라파고스.
고양이 요람보다는 읽기 수월했지만, 여전히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본질에 다다르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았던 책이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y*****5 2010.04.01.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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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 만빵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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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이내에 죽을 사람이기 때문에 *를 단다는 발상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흥미를 유발했다. 먼저 선전포고를 해 놓고서는 하하 이것 보세요, 곧 죽는다니까요, 라며 농을 치듯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렇듯 그의 소설은 조금씩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 조각들을 슬며시 엿보게 해주면서 과거와 현재, 물론 여기서의 현재는 지금 서술되고 있는 장소에서의 현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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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이내에 죽을 사람이기 때문에 *를 단다는 발상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흥미를 유발했다. 먼저 선전포고를 해 놓고서는 하하 이것 보세요, 곧 죽는다니까요, 라며 농을 치듯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렇듯 그의 소설은 조금씩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 조각들을 슬며시 엿보게 해주면서 과거와 현재, 물론 여기서의 현재는 지금 서술되고 있는 장소에서의 현재일 뿐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의 현재를 말하기도 한다,를 쉴새 없이 오고 간다. 그런 덕분에 (게다가 당시 그렇잖아도 마음이 좀 어지러운 때라) 적잖이 내용이 왔다갔다 하기도 했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이 보네거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꼭 갖다 붙이는 재미있다, 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에는 큰 이의가 없다. 아마도 좀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그 편편이 나열된 이야기들이 파편화되기 보다는 하나로 뭉쳐졌을지도 모를 일. 아무튼 갈라파고스를 읽고 나니, 게다가 그 소설이 보네거트의 다른 소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하니 다른 소설은 어떨까 심히 궁금해진다.
YES마니아 : 로얄 l****7 2004.05.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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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수 만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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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에 대해 우습게 풍자할 수 있을까?? 지구생명이 멸종되어 물고기 인간으로 진화해버린 백만년 후의 모습은 잘 짜여진 연극한 편을 보는 듯하다. 유령의 모습으로 지구의 생존자들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는 직접화법으로 전해주는데, 읽다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작가가 유령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는 "어깨위에 쓸모없이 달려 있는 큰 뇌"에서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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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에 대해 우습게 풍자할 수 있을까?? 지구생명이 멸종되어 물고기 인간으로 진화해버린 백만년 후의 모습은 잘 짜여진 연극한 편을 보는 듯하다. 유령의 모습으로 지구의 생존자들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는 직접화법으로 전해주는데, 읽다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작가가 유령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는 "어깨위에 쓸모없이 달려 있는 큰 뇌"에서 어쩌면 이리도 창조적인 능력이 있었는지... 어쩌면 우리의 후손이 장차 사지 대신 지느러미가 되고, 아가미 호흡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드는 것을 보면 이 책은 사람을 홀리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우디 앨런이 블랙코미디의 대가라면 소설계에서는 커트 보네거트일 듯 싶다. 유머러스한 글 속에는 분명 우리 인간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웃음 속에 숨겨진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한참을 낄낄대고 웃다고나면 씁씁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다른 이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다만 지하철이나 공공장소는 피할 것을 권장한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큰 웃음소리를 내서 민망한 적이 있다.
k*****n 2003.09.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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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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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이 책을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알겠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꼬리물기식으로 전환되는거며 초반에 희한한(?) 설정으로 인하여 읽긴 읽었으나 제대로 다 안읽은 느낌까지 들게하니 말이다.   책속의 화자는 이미 죽은 사람, 즉 유령이다. 그 유령은 자신이 죽은후 갈라파고스 제도를 유람하는 '세기의 자연유람'에 항해를 하게되는 '바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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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이 책을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알겠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꼬리물기식으로 전환되는거며 초반에 희한한(?) 설정으로 인하여 읽긴 읽었으나 제대로 다 안읽은 느낌까지 들게하니 말이다.

 

책속의 화자는 이미 죽은 사람, 즉 유령이다. 그 유령은 자신이 죽은후 갈라파고스 제도를 유람하는 '세기의 자연유람'에 항해를 하게되는 '바이아 데 다윈호'의 제작에 참여했던 노동자인것이다. 그런 그가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인류가 멸망하게 되면서 살아남게되는 몇몇 사람들의 진화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즉, 그는 자신이 죽은 시점에서부터 1백만년후의 인간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을 떠올렸다. 비슷한 소재지만 다른 결말을 보면서 '파피용'이 약간의 종교적인 느낌이 들었다면 '갈라파고스'는 상당히 설득력있는 과학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의 살아남은 인류가 다윈의 '자연선택의 법칙'때문에 갈라파고스 제도의 산타 로살리아섬에 고립되면서 문명세계에서 온 그들은 점점 살기위한 이로운 방법을 찾게되고 갈라파고스 제도의 희귀한 생물들처럼 변화해간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더 잘 잡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강한 턱과 이빨, 지느러미를 가지게 되고 피부를 바꾸는 것이다. 처음 생존자들이 섬에 고립되기전에 그들은 무엇이든지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통역해주는 '만다락스'라는 기계를 가져가지만 아무것도 없는 순수한 원시상태에서 아무런 힘이 못되는 첨단기계에 절망하고 만다. 태초의 동물같은 본능만을 가지게된다는, 말하자면 온갖것이 다 들어있어서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인간의 뇌가 그것을 활용할 일이 없어지자 오로지 '순수' 그 자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자제하지 못하고 끝없이 욕심부리고 교만하게 구는 인간의 말로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짐짓 덧없고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커다란 두뇌가 인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것에는 동의한다.

m*****8 2009.11.01.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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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백만년의 인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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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피어스의 『핑거포스트』를 읽은지 거의 2년만에 소설을 손에 들었다. BBC 다큐멘터리 갈라파고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발견한 소설이었다. 이미 읽어 본 독자들의 평도 그럭 저럭 괜찮았고, 유머러스하게 인간의 진화를 다루었다는 소설의 소개를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흥미로움 가득히 이 소설의 첫장을 펼치게 되었다. 사실, 이언피어스의 『핑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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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 피어스의 『핑거포스트』를 읽은지 거의 2년만에 소설을 손에 들었다. BBC 다큐멘터리 갈라파고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발견한 소설이었다. 이미 읽어 본 독자들의 평도 그럭 저럭 괜찮았고, 유머러스하게 인간의 진화를 다루었다는 소설의 소개를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흥미로움 가득히 이 소설의 첫장을 펼치게 되었다. 사실, 이언피어스의 『핑거포스트』는 하나의 사건을 4가지 시선에서 바라보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전개 방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소설이라는 분야가 웬지 나에게는 진실되게 다가 오지 못하는 기분이 언제나 나를 소설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작년에 읽기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했다. ㅠㅠ)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는 당연히 보네거트라는 작가를 알지 못하고 있었고, 작가의 배경을 알지 못하고 읽는 작품이 가지는 한계 (책을 읽을때, 이 부분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작가의 사상이나 가치관, 심지어 이념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 작업이 책을 읽는데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와 내가 조금씩 나이가 먹어 가는 이유 때문인지, 전지적 시점의 화자가 유령이라는 것도, 화자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 도달해서야 겨우 눈치 채는 무던함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진화의 전리품 중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큰 뇌를, 이 소설은 모든 원죄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구도를 유지한다. 읽어 가며, 그런 시점에 이해도 간다. 인간의 큰 뇌가 야기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해 보면, 지구상에서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 식물들은 정말이지 순진하기 짝이 없다. 그런 뇌가 야기한 인류 종말의 시점을, 아이러니하게도 다윈이 모든 생물의 기원을 눈치 챈 바로 그 장소, 갈라파고스에서 보내게 되는 몇몇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작가 보네커트의 블랙 유머를 확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아무튼, 갈라파고스는 두번째 인류의 방생 내지는 기원이 되는 장소가 되었고 그로 부터 백만년 후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묘사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 남은 몇몇 큰 뇌의 소유자들이 기원이 되는 또 다른 백만년 후의 인류에 대한 진화를 조금만 더 덧붙여 이야기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작아진 뇌가 의미하는 순진 무구한 생물 자체로 돌아 간 것으로 묘사된 미래의 인간 사회에, 작가가 약간만이라도 더 투자하였으면 개인적으로 더욱 멋진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책에서 묘사된 핵심 주제에 대한 넋두리를 적어 본다.

 

"왜 절망이라는 병이 당시, 특히 남자들 사이에 그토록 만연했을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유일한 진짜 악당인 지나치게 큰 뇌를 다시 탓할 수밖에 없다."

j*****k 2008.03.18. 신고 공감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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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거트 영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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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지금부터 20년전쯤(1985년)에 쓰신 작품이라는데, 그래도 환갑니 다된 연세이시겠지요. 그 나이에 이런 유머를 구사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어화둥둥 내사랑아, 하는 멜로물도 짜증나고 무슨 기호인지 알아보기 힘든 아가들 소설땜에 우리 말글이 큰일났다 싶은 차에 부시 같은 악당이 사는 나라의 영감님 소설에 감동을 받다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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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지금부터 20년전쯤(1985년)에 쓰신 작품이라는데, 그래도 환갑니 다된 연세이시겠지요. 그 나이에 이런 유머를 구사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어화둥둥 내사랑아, 하는 멜로물도 짜증나고 무슨 기호인지 알아보기 힘든 아가들 소설땜에 우리 말글이 큰일났다 싶은 차에 부시 같은 악당이 사는 나라의 영감님 소설에 감동을 받다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반성많이 하게 됩니다. (젠장 소설 읽고 반성하는 꼬락서니도 맘에 안들어) 옳은 것에 겸허해지고 자연에 겸손하며 무엇보다도 이 커다란 머리통으로 잔머리 굴리지 않고 살겠나이다. 암튼 무지 웃기면서 진지하면서 감동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인상깊은구절]
살아있었을 때 나는 종종 나의 커다란 뇌에게서 조언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자신의 생존이나 인류의 생존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아무리 관대하게 말해도 미심쩍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조언들이었다.예를 들어, 나의 뇌는 나더러 미 해병대에 들어가 배트남에 가서 싸우도록 했다. "고맙다, 큰 뇌야."
q***7 2003.07.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갈라파고스 Galapa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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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은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인줄 알게 된다. 정말이지 딱 알게 된다. 그래도 설마라고 우겨본다면 리처드 브라우티건 정도가 비슷할까? 그렇다고 아주 비슷하다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우격다짐으로 가장 유사해보이는 작가라고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이다. 물론 나도 브라우티건의 작품은 송어낚시 외에는 읽어본 게 없어서 100% 맞는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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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은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인줄 알게 된다. 정말이지 딱 알게 된다. 그래도 설마라고 우겨본다면 리처드 브라우티건 정도가 비슷할까? 그렇다고 아주 비슷하다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우격다짐으로 가장 유사해보이는 작가라고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이다. 물론 나도 브라우티건의 작품은 송어낚시 외에는 읽어본 게 없어서 100% 맞는 얘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두 양반의 스타일이 비슷한 건 사실이다. 세 가지를 얘기할 수 있는 데 첫째가 블랙유머요, 둘째가 산만함이요, 셋째가 입에 짝짝 달라붙는 단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브라우티건보다 보네거트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송어낚시는 뭐랄까, 너무 난해하달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기억할만한 역사적 사건을 미국인이 공감하기 힘들듯이, 송어낚시도 그런 미국의 문화적 사상배경을 이해하고 읽어봐야 감동이 두 배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 한국인으로서의 이해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보네거트의 사상은 아주 간단하다. 얼마 전 [나라 없는 사람]이라는 에세이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이 노인네의 생각은 딱 두 가지, 하나는 반전, 다른 하나는 환경. 그게 전부다. 댓츠 잇.

      [제5도살장]은 반전에 관한 소설이었다면 이 작품은 환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영역을 딱 구분하기도 힘들다. 보네거트의 작품에는 언제나 두 가지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단지, 어떤 얘기가 주를 이루었느냐는 차이뿐인데, 그런 견지에서 도살장과의 차이가 그렇다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 [제5도살장]은 딱 내 스타일인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딱, 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물론 보네커트 특유의 특징, 블랙유머, 산만함, 단문, 이 모든 걸 갖추고는 있지만 뭐랄까, 도살장에 비해서는 좀 약했달까? 좀 그런 느낌이 있었다. 유머는 약하고, 산만함은 배가되었으며, 단문도 줄었다고 말하면 너무 단편적인 얘기이겠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느낌이 잔상으로 남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뭐랄까, 보네거트의 특장점만으로 작품속에 확, 몰입되기는 어려웠다는 얘기이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질 않았다.

      본래 이 양반 소설이 서사라는 게 없는 걸로 유명하고 도살장도 서사적인 소설은 아니었기 때문에 옹골찬 서사를 기대하고 본 것은 아니었다. 사실 보네거트의 소설은 서사적인 재미를 기대하고 보는 작품은 아닌 게 맞다. 그의 작품은 보네거트 특유의 감각적인 냉소. 그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가 사실 드물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말이지. 그건 뭐랄까, 노력해서 얻어지는 부분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토크쇼에서 재치있게 받아치는 센스를 노력한다고해서 이룰 수 없듯이 그런 부분은 노력보다는 어느 정도 타고난 센스를 지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소설도 그렇다. 멋진 문장이나 세련된 문장은 부단한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릴 수가 있지만 촌철살인과 같은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감각적인 문장은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얘기이다. 웃긴 얘기를 많이 외운다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지.
     그리고 그의 특유한 설정. 난데없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내나 싶기도 한 기묘한 상상력이 보네거트의 머릿속에는 둥둥 떠다니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래서 보네거트를 SF작가라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닐까도 싶고. 
     설마 도살장에서 UFO가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SF작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UFO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황당한 어떤 것들이 등장한다.
     하여간 작품을 보면 커트 보네거트 특유의 냄새가 풀풀 날리는 소설이지만 그다지 몰입이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는 게 내 결론이다. 아직까지는 도살장이 더 좋았어.    



b******k 2009.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백만 년을 넘나드는 블랙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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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블랙유머! 고도의 풍자적 묘사!]   먹으로 주~욱 그어놓은 듯한 검은 테두리의 은회색 [갈라파고스] 표지에 박혀있는 문구다. 필자가 '커트 보네거트'의 이름을 들은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서다. 딱히 이유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필자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쪽이 마음에 든다. 뭐 그거야 별로 상관없고 어쨌거나 '커트 보네거트'라는 이름의 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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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블랙유머! 고도의 풍자적 묘사!]

 

먹으로 주~욱 그어놓은 듯한 검은 테두리의 은회색 [갈라파고스] 표지에 박혀있는 문구다. 필자가 '커트 보네거트'의 이름을 들은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서다. 딱히 이유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필자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쪽이 마음에 든다. 뭐 그거야 별로 상관없고 어쨌거나 '커트 보네거트'라는 이름의 울림이 꽤 독특하기도 하고 '하루키'가 꽤 높이 평가하는 느낌이라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니 무슨 작품이 있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그냥 서점 사이트에서 이름으로 검색해 봤는데 국내 판본 자체가 검색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당시 제대로 검색을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었는데 최근에 와서 마치 준비된 듯 어디선가 '펑!' 하고 튀어나온 느낌으로 [갈라파고스]의 링크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타났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검색 경로가 당췌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인데, 초기 알츠하이머인지 단순 건망증인지 그것도 아니면 명탐정 '셜록 홈즈'처럼 뇌 용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버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튀어나왔다. [갈라파고스]와 함께 '커트 보네거트'작품 몇 편이 같이 튀어나왔던 것 같은데 '다윈'의 [종의 기원]의 무대가 되었던 제도와 같은 이름의 제목에 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충동 구매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나는 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구매하지 않는다면 어디 가서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미지의 인물이 백만년전의 현대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갈라파고스]는 뭐랄까, 좀 산만한 느낌이랄까... 정신 사납고 따라잡기 힘들다. 친절한 배경설명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그 산만함 뒤에 일관된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 의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을 없지만 서도. 리뷰를 두들기는 주제에 기껏 얘기해놓고 모른다고 하면 무책임한 거 아닌가? 라고 한다면 무책임한 것이겠지만, 뭐 원래 필자가 좀 무책임한 인간이니 이해하시라...아하하~(퍼퍽!ㅠㅠ)

 

어쨋거나 뭐라고 정리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반에 거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분위기를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 이야기 또한 정신 없고 산만한 듯 하면서도 종국에 가서 보면 이야기는 빠진 부분 없이 하나로 완성되고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뭔가 주저리 주저리 정신 없이 늘어놓는 것 같은데 군더더기가 붙어 있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먹을 때는 맛있지만 먹고 나면 후회되는 종류의 음식이 아니라 처음에는 좀 맛없지만 먹다 보면 맛있는, 먹고 나서도 상쾌하고 든든한 음식 같은 느낌이랄까?

 

이러한 느낌이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강해져서, 초반에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가 중반에는 '괜찮은데'로, 종반에 가서는 '이거 대단한 작가인데'로 변한다. 조만간 그의 작품을 좀 더 읽고 싶은 욕심이 난다. 그 특유의 시크하고 유쾌한 풍자. 블랙유머. 그만의 색깔을 좀 더 맛보고 싶다. 그런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자 작가라고 생각된다.

p****l 2012.06.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