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음악 시간에 노래를 배웠는데 보헤미안 민요라고 했다. 또 무슨 유럽 역사를 배경으로 한 만화를 보았는데, 거기에 집시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서이다. 특히 유럽의 중세와 근대사 중에서 집시와 관련된 부분이 총망라되어 있고 평소에 알고 싶었던 집시의 기원, 생활, 분포 지역, 인종적 특색 등이 잘 소개되어 있다.
집시를 다룬 영화나 다큐멘타리는 더러 있었고 감명 깊게 본 기억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집시를 파헤친 것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특히나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적극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누구나 그네들의 모진 삶과 역경의 파노라마가 뇌리에 깊이 박힐 것이다. 그들은 노예이자 못 가진 자였고 한낱 광대였으며 무욕의 종족이었다. 노자의 '무위자연'을 본보기로 삼았다고나 할까.
요즘처럼 각박하고 이기적인 삶에 치여 사는 우리에게 집시의 사상은 많은 사색거리를 제공한다. 집시는 소유와 의무를 버리고 사랑과 자유를 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혼 서약식에서 "...더이상 이 여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떠날 것"이라 맹세한다.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들... 혹자는 아무 대책 없이 막 살아가는 인생들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치관이란 상대적인 것. 나는 집시를 통해 현대의 우리를 새삼 돌아본다. [인상깊은구절] 일부 부족은 일부일처제지만, 다른 부족은 그렇지 않다. (중략) 신부는 대가를 치르고 사야 한다. 여자는 남편의 의사에 따라 이혼을 당할 수도 있지만, 이런 권리는 여자에게도 있다. 남편과 아내는 보통 서로에게 충실하지만, 돈을 받고 백인에게 몸을 파는 것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가 다른 집시에게 애정을 품은 듯이 보이면, 남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오직 돈을 받고 몸을 줄 때만 여자는 부정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