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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10대의 그시절로 돌아가서, 헤세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여름날 저녁에 (작품중에서)
아름다운 여름날 저녁에, 가난한 몇 동료를 빼면, 도시에서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인 겔프케 감독관이 정원에서 열리는 가족모임에 나를 초대하였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탐탁치 않았지만, 반면 그곳에는 뭔가 먹을 것과 선선한 정원을 생각하면 즐겁고도 위로가 될 것같아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감독관의 집에 도착하여, 손님들과 인사를 하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때 내 오른쪽의 젊은 아가씨가 내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오렌지 한쪽을 내게 건넸다. 고마움을 표하고 나는 전에 없이 기쁘고 편안한 마음을 가졌다. 그녀는 부러질 것 같은 몸매에 예쁘고 갸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신경을 쓰면서, 정중히 말을 건네며 내가 마치 꽤 예의바른 남자인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그녀는 내 말에 정중한 관심을 보이며 응대했으며, 나를 무식한 대식가로 여기는 듯한 태도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얼마쯤 지나고 나서, 그녀가 내가 자기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를 배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곧 주눅이 든 상태에서 고집을 피우는 불쾌한 기분에 빠지게 되었다. 조금 있다가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활기차고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었고, 나도 조용히 일어나서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겨,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않으면서 멀리서 여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집주인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망설이며 거기서 나와 다시금 평범한 사교적 태도로 돌아왔다. 오래 볼수록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데, 하지만 이제 그녀는 젠 체하는 태도을 보이며,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려는 나의 시도를 모른 체 했다. 나는 이름없는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노동자로서, 아마도 잠시 동안 세련되고 자유로운 삶으로 도약하는 꿈을 꿨지만, 이젠 희망없는 자기 존재의 질긴 고난으로 오래전에 다시 가라앉은 존재였다. 그 아름다운 여름 저녁과 명랑한 사교 모임은 위로할 길 없는 불만 속에 내게서 그렇게 사라져갔고, 익숙한 평소 생활대로 며칠이 지나갔다. 운명이 다시 나를 기억해낸 건 뜨겁던 어느 날의 정오 무렵이었다. 영양 부족에 의한 병으로 큰병원에 입원하였다. 병원 침대에 눕자마자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으로 비몽사몽을 헤매다가 모든 의식이 사라졌다. 내 기력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하는 데는 비교적 시간이 걸렸다. 당시에 내가 낯선 입원실에서 혼자 만족감을 느꼈던 이미지중에서 가장 높이 자리했던 것은, 내게 오렌지를 건넸던 아가씨의 이미지였는데, 나는 그녀의 이름도 몰랐지만,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같이 그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아름다운 꿈 이미지에 대한 이처럼 단순하면서 까다롭지 않은 관계는, 내가 완전히 허약해져서 삶으로부터 단절되어 누워 있던 동안만 지속되었다. 내가 어느정도 기운을 차리게 되자, 그 아가씨의 이미지는 마치 수줍은 듯 내게서 멀찍이 물러났다. 그리고 열정이라곤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관계의 자리에, 동경에 찬 욕망이 들어섰다. 이제 나는 갑자기 그녀를 찾는 생생한 욕구를 자주 느끼게 되었는데, 그런 탓에 내가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은 내게 정말로 고통을 안겨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