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에 있을 때 구입한 책인데 이번에 번역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주문해서 막 받고 흝어보았다. 따라서 이 글은 번역본을 다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번역본이 미학 전공자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눈에 띄어서이다. critical theory를 '비판 이론'이라고 옮기고 있는데 물론 영어에서는 독일의 비판이론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론이라고 부를 때의 '비평 이론'을 모두 critical theory라고 한다. 여기서는 그것이 현대미술과 미술사학에서 수용한 여러 이론-대륙철학, 후기구조주의, 페미니즘, 정신분석, 문예연구, 신역사주의, 후기식민주의 등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Lois Tyson, Critical Theory Today: A User-Friendly Guide, 2006.은 앞에서 언급한 이론들을 모두 소개하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행한 용어 번역은 오역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짐작대는 곳이 있는데 '옮긴이의 글'을 보면 번역자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오해 수준의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책의 번역자가 아니라면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이기는 하다. 또 번역서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원본의 14개 논문을 빼버렸다. 원래 편집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것을 바꿀 때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것도 아주 심각한 사안이어야 한다. 그에 대한 한구절의 해명도 없다가 '찾아보기' 마지막 쪽 아랫부분에 '누락된 글'에 14편 논문의 제목만 적어놓고 있다. 무언가 마지못해 구석에 변명처럼, 아니 어떤 변명도 없이 실어놓고 있다. 전공 번역자와 전문출판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 행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