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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에 대해서 별로 까다롭지가 않다. 아주 어려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어떤 음식이든 소화시키지 못해 항상 체증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12살이 넘어서면서 열심히 뭐든 잘 먹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나는 잘 먹는다. 가리지 않고... 지금 나에게 음식이란 먹는다는 개념보다는 퍼즐맞추기처럼 제맛에 가까운 식재료를 찾아 어렴풋하나마 비슷한 맛을 내는데 온갖 신경을 쓰게 하는 대상이다. 사는 곳이 한국과 다르다보니 고유의 음식을 고집하면서 살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음식은 한 나라의 고유하고도 독특한 문화이다. 식탁에 올려진 보기 좋은 음식들안에 속속들이 숨어 있는 재료의 역학적인 구성미가 없다면 제대로 된 맛이 나오기 힘들며 나같이 신토불이 식재료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은 음식을 한다고는 하나 진짜맛이 아닌 짝퉁맛이라하면 옳을 그런 음식들을 만들고 먹고 산다. 짝퉁맛이라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의 맛"이라고 바꿔 말하련다.
<미각의 제국>은 화려한 음식세계가 아닌 식재료와 기본 양념에 대한 미각입문서이다. 밥, 장, 김치, 소금, 설탕, 참기름... 이렇게 간단하게 보이는 음식의 재료들을 모아서 제대로 된 미각을 그리게 하는 보통은 넘는 글모음이다. 표현과 묘사가 적절하고 맛깔스럽다. 보통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과 음식이 대부분이어서 맛보지 않고도 글로써 미각을 되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함께 사는 사람이 절대 미각은 아니어도 섬세한 미각의 소유자라면 음식재료나 조리과정이 꽤나 신경쓰인다. "멸치국물 냈어?"혹은 "소금이 단맛과 만나서 씁쓸해졌다" 또는 " 시금치향이 끝내준다." 아니면 " 새우젓 한술 얹으면 좋겠다"등등 초기에는 이런 소리 들리면 속뜻이 있는듯 해서 이거 밥상을 엎어, 말어 하며 혼자 울그락불그락 했었다. 모두가 어린시절 아무거나 열심히 잘 먹었던 기억때문인지 음식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에 심기 많이 불편했던, 나와 다른 이와의 상호불통관계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지금은 조리과정에서 신선한 식재료선택과 최소한의 양념하기를 지킬려고 한다. 식재료 원래의 맛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가끔씩 음식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온갖 희귀한 양념만들기와 독한 매운 맛을 선보이는 일이 많아서 눈은 맵고 혀가 마비되는 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한국의 맛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맵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 웬일인지 상업성 짙은 술수때문이지 오해가 많아보인다. 맹렬한 매운맛은 정말 도리가 없다. 음식간의 섬세한 맛을 모조리 빼앗아가는 적군중의 적군이다. 한동안 매운 맛을 찾다가 속뒤틀린 적이 있어서 더이상은 찾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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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출판사의 첫 책이 아닌가 싶다. 어떤 출판사가 처음으로 내는 책은 어떻게 기획되고 선택되고 꾸며질까? 모르긴 해도 첫아이 출산처럼 잔뜩 긴장하고 준비에 준비를 거듭해 나오지 않겠나 한다. 이 책을 사서 읽어보면서, 출판사의 첫 책들을 두루 살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뭔가 처음이라는 느낌이 배어 있는 듯한 설렘이 읽는 이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상당히 데코레이티브하고, 적당히 절제된 책의 디자인은 순전히 디자이너에 달렸다기보다 편집자나 영업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일 텐데, 마음에 든다. 책이 가볍다는 것도 좋은 인상으로 남는다.
저자는 평생 글을 써온 사람답게 노련하고 익은 글솜씨를 선사한다. 저자만의 시각이 분명하고 대차다. 그리고 바르다. 자료를 모아 책 내는 게 무슨 풍조처럼 되어 버린 마당이라 더 그런 점이 가슴에 닿는다. 열두 번째로 책 중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왜 미각의 제국인가'는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를 설명한 글로서, 여느 책에서는 제일 앞에 자리잡기 마련인 대목인데, 순서 상관 없이 읽으라는 의도를 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영향력 확장의 본능이 집단화하고 정치화한 것이 제국주의'라면서 맛 역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조작돼 대중 속으로 스며든다고 했다. 대중적이라는 말이 보편적이라는 말과 엄연히 다름을 언급하면서, 우리 몸에 들어와 있는 제국주의자들의 미각 기준을 좀 털어내 보자고 한다.
물, 소금, 된장, 식초, 고추, 설탕, 참기름 등에 대해 간결하고 강력한 짧은 글들을이어 나가는데, 대부분 이 먹을거리의 바탕에 대한 내용이다. 원래 물이 어떤 것이며, 원래 물 맛은 어떤 것이며, 원래 물맛이 좋다는 건 어떤 것이다,라는 식. 좀 과장하면 뒤통수를 탁 치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술 더 뜨는 건, 저자의 문체다. 까마득한 옛날, 첫 직장에서 이래라, 하고 배운 글쓰기의 기본이 백퍼센트 적용된 듯한 글. 짧고 분명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거기다 저자 특유의 어휘나 세상을 보는 시각이 곁들여져, 읽는 이를 바짝 긴장시킨다. 느슨해져가기만 하던 머리를 날카롭게 세워주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가을, 가장 처연한 음식 등의 글은 맛으로 한정지을 수 없는 삶에 관한 깊은 성찰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환기, 글쓰기에 대한 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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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식을 먹어보면 거의가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달거나 맵거나, 조미료가 많이 첨가되거나 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맛집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물론 맛집을 많이 다니기는 해도 별 특별히 재료의 맛을 느꼈던 집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달고 맵고, 강한 자극이 없는 음식에는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맛칼럼리스크 황교익작가는 그런 점을 꼬집에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미각의 제국' 이 책은 요리레시피가 없는 요리책이라 할 수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느끼도록 요리할 수 있는 비법이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음식에는 자연과 신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주신 자연 그래로의 맛을 먹을때 우리는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맛이 있는 음식은 자연이 내 몸에 깃드는 음식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보면 오래전에는 음식에 별다른 첨가가 없이 자연의 재료만을 이용하여 맛을 내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조미료가 공장에서 생산되고 이제는 옛어머니의 손맛이 모두가 똑 같은 조미료의 맛이 되어 버린것 같다.
요리를 한다고 하면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어느 지형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 되었는지 알아야 하며 본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양념을 넣어야 하는지를 생각 해야한다. 그런데 요즘은 무조건 좋은 재료를 많이 넣어야 하는 것처럼 온갖 한약재까지 섞어서 양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만들고자 했던 재료의 맛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미각의 제국'을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무엇을 먹고 살았나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책에 쓰여진 대로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가족을 위해서는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하는지를 알게된다.
얼마후면 외국으로 요리공부를 떠나는 지인이 있다. 요리강사활동과 요리전문 싸이트를 운영 하고 있기에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요리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뿐 아니라 가정에서 가족을 위하여 요리를 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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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는 생선의 포이지만 생선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설탕 맛으로 먹는다고 하는 것이 맞다." 세상에,이게 무슨 소리일까? 어릴적 쥐포가 바다 생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었도,설탕이 주성분이란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쥐포에는 보통 7%의 설탕이 들어간다고,심지어는 쥐포가 식은 후 잘 찢어지지 않는다면 설탕이 그 이상 함유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적고있었다. 특별히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그 고유의 맛으로 이뤄진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나니,쥐포를 더이상 먹을 수 있을까? 싶어진다.
<미각의 제국>이란 책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독특한(?) 책이다. 음식칼럼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저자가 음식에 대한 아름다움 혹은 입에 녹을 법한 맛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음식에 대해 잘모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 해 주고 있다. 글은 굉장히 간결하다.게다가 화려한 사진들도 없다. 그런데 간결한 글 속에 담겨 있는 글들은 저자의 말처럼 진한게장과 같은 맛을 내고 있었다.(진한 참 맛의 간장게장을 아직도 먹어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만큰 간결하면서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충분히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전달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상상이였다. 언제부턴가 음식요리는 방송의 단골메뉴가 되였다. 부수적으로 맛집찾는 기행프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는 이들은 당장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그런데 <미각의 제국>을 읽게 된다면,그런 것들이 얼마나 허상인지 깨달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음식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강조하고 있었다. 역으로 생각하면,지금 우리의 음식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햇빛에 자연적으로 말려야 하는 것들은 모두 열풍기 같은 인위적인 것들을 사용하고 과다한 소금 혹은 설탕 참기름으로 포장되여 최하의 상품도 최상의 상품처럼 변해 버린 인공적인 음식들로 넘쳐 나고 있음을 배우게 된다. 싱거운 음식의 속성이 있다면 그것은 그 맛으로 즐겨야 하는 것인데,우리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것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혹자는 먹는 음식가지고 왜 그리 유난스러운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저 기본을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가 소개한 잔치국수 혹은 삼겹살,설렁탕 계삼탕 등등 모두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책 속에 소개된 많은 음식들을 보면서,당장이라도 저자의 글대로 행동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이 마냥 아쉽다. 그렇지만,참기름 사용부터 조금씩 줄여 볼 생각이다.음식 본연의 맛에 조금씩 집중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생각이다. 주말농장을 막 시작한 친구가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올여름이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중이였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 풋옷수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법을 보너스처럼 얻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저자가 소개한 음식 가운데 하나를 여름이면 실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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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식탁에서 만나게되는 익숙해진 밥과 반찬들, 국, 찌개는 나의 길들여진 입맛에서 낯설지 않은 어머니의 정성이다. 코를 살짝 자극하면서 정갈하게 차려진 어머니 특유의 손맛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감사의 선물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미각의 제국은 그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소소하고 익숙한 우리의 입맛과 우리 고유의 음식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잊혀져가는 아쉬움을 떠올려보게도 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계절에 맞는 제철음식과 요리들이 생겨나게 된 자연의 이유, 천연의 최고 음시재료라 하더라도 우리만의 조립법을 찾지 못해 그 고유의 맛을 살리지 못해 잊혀져 가는 맛, 보통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속에 숨겨진 비밀과 퇴색되어가는 변질된 맛의 안타까움같은 내용이 함께 했다.
특별히 추천하는 요리에 대한 조리법이나 맛집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 앞에 군침이 도는 음식을 떠올려보면서 거기게 담겨있을 정성이나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노력과 시간, 그 맛을 음미하고 행복하게 만족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단 맛이 첨가될거 같은 음식들에 소금이 첨가되어 맛을 살려주는 이유,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국물과 재료 본연의 맛을 지킬 수 있는지, 음식의 깊은 맛을 우러내게 하는 육수에는 어떤 향이 담겨 있는지도 알 수 있어 좋았던거 같다.
강하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에 길들여진 입맛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비빕밥의 문화가 있는 우리의 밥상에 정갈하게 차려진 나물들과 따끈한 밥이 알맞게 조화되어 고유의 풍미한 맛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강한 맛의 고추장과 참기름의 유혹을 떨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지고 했다.
음식에 겻들여진 특유의 감칠맛에 대한 선호를 줄인다면 한우나 삼겹살의 육즙과 깊은 맛을 입속에 더 가득 퍼트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늘 같이 찍어 먹는 달달한 소스나 채소들이 고기의 맛을 방해하는거 같아서 말이다.
익숙해진 식습관을 한 번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계절에 따라오는 맛의 냄새를 가득 맛고 즐기고 싶어진다면 그에 따른 맛을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해지겠다. 잘 차려놓아진 음식의 마지막 맛을 방해하거나 망치는 재료 등이 무엇인지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으니 분명 그 음식을 다시 만나게 될 때의 나의 태도가 달라질 것도 기대해본다.
좋은 재료를 선택했을 때에도 이를 어떻게 조리하고 숙성을 시키고 겉으로 드러나는 때깔만을 생각하지 않고 맛의 조화를 지켜가며 몸도 건강하고 맛도 만끽할 수 있게 하는지 우리는 알 필요가 있게된다. 그저 하나의 소소한 재료가 될 수도 있었고, 마음과 사랑이 담긴 느낌의 흔적들도 될 수 있었다. 82가지 음식의 재료는 눈에 보이는 것도 있었고 마음 가득히 느끼며 떠올려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었기에 보이지 않는 맛의 정성과 아름다움을 더 깊이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나의 음식을 만들어가는 법, 맛에 대해 지켜야할 예의, 입 안에 가득 번지는 맛의 향, 싼 맛과 싼 값에 묻혀져버려 사라진 정성가득한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해보고 싶어지는 생각 등 미각에 대한 대채로운 생각과 느낌이 묻어나는 시간들이 입속에만 멤돌던 숨겨진 음식의 세계로 초대해 준 거 같아 즐거운 경험을 맛볼 수 있던거 같다. 가슴 속 가득 기억하고 있는 맛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서 보이지 않는 음식의 느낌을 한 층 더 살려볼 수 있고 말이다. 모든 감각과 통하고 있는 미각의 언어가 가져다 주는 이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다시 또 펼쳐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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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즐기는 기쁨, 쾌락 가운데 먹는 즐거움이 있다. 어려서는 먹는다는 것은 즐거움이기보다 크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먹을 수밖에 없는 고역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왜 이리 먹고 싶지 않은 것이 많았을까? 가지 같은 나물은 어려서 싫어했는데 나는 지금도 가지를 싫어하는 것을 보니 어렸을 때 식성이 평생을 가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미각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찾아 시간과 정열과 돈을 쏟아 붓는다. 왜 먹는다는 것의 즐거움이 어떤 쾌락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미각의 제국>은 음식에 대한 컬럼을 쓰는 전문 작가 황교익의 작품이다. 대부분의 음식에 관한 책은 최고의 요리, 최고의 요리사, 최고의 식당을 주제로 해서 쓰여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요리의 맛과 멋보다는 요리를 이끌어가는 구성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문에 나오듯 누구나 다 먹는 쌀, 떡볶기, 물, 김치에 관한 책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책 속에 담긴 맛과 멋은 독자들의 눈과 귀와 혀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미각의 제국>에는 모두 84가지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꼭 음식만은 아니다. 제목 가운데는 물, 가을, 잡식성 인간, 아내, 봄, 콜라, 여름, 미식 등 직접적인 음식은 아니지만 음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즉 음식이라는 것은 단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계속에서 형성되며, 계절 속에서 어우려져 독특한 맛을 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음식에 대한 여러 가지 컬럼을 생각하며 음식을 먹고 생각한다면 좀 더 깊이 있는 맛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음식의 숫자는 어머니의 숫자라는 말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 누구의 요리보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의 맛을 과연 누가 능가할 수 있을까? 어머니의 음식에서 아내의 음식으로 가는 과정은 얼마나 힘든 과정인가, 그러나 그 속에서 느끼는 것은 바로 어머니와 아내의 사랑일 것이다. 음식은 사랑의 맛이 담긴 것임을 새삼 느낀다. 책은 쉽고 자유스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부터 읽을 수 있고,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이해할 수도 있다. <미각의 제국>이 주는 즐거움은 진정한 맛의 세계는 자신이 알고, 느끼고, 생각하는 영역에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가 처음 먹는 음식인 젖에 대한 글처럼 사람은 죽을 때 까지 사랑 없이는 살수 없는 존재이다. 철학이 담긴 음식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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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 책은 좀 다르네요. 특이합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음식에 관련에 된 책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유행에 뒤쳐져도 한참 뒤쳐집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화려한 사진이 없습니다. 보기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만드는 색감 좋은 사진 말이죠. 그런 사진들이 없습니다. 보통의 음식과 관련된 책들은 그런 사진들을 싣기 마련이죠. 그래야 책을 읽는 이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깐요. 그러나 그런 책을 읽어보면 화려한 사진에 현혹되어 정작 그 음식에 대한 맛과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력이 딸린다는것도 문제죠 ㅋㅋ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와 맛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촌스럽고 투박합니다. 그러나 글을 하나 하나 음미하게 읽게 만드는 마법의 책이죠. 책을 읽는 내내 입안 가득 그 음식의 맛이 그 향기가 번지는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나면 배가 부릅니다. ㅋㅋ 그래서 살이 안빠지는가요? ㅋㅋ 비빔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완전 절정입니다. 비빔밥을 만드는 순서만 적어놨는데.. 완전 집중해서 한글자 한글자 읽다보니 정말 제가 실제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배가 부르고 작가가 말한 비빔밥의 느낌이 뭔지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답니다. 책을 순서대로 차례차례 읽는것도 좋지만 이 책은 그냥 펼쳐지는 대로 뒤죽박죽 읽는것이 재밌는것 같습니다. 각각의 음식의 이야기가 다 다르고 그 느낌이 다 달라서 시간나는대로 펼쳐들고 음식과 미각의 세계에 빠져보는것도 괜찮습니다. 요즘 여름이라서 다들 입맛이 없으시죠? 이럴때 딱 좋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책에 10분만 집중해보세요. 집나간 입맛이 확 돌아옵니다. 맛있는 책이지만 음식에 관한 사진도 유명한 음식집도 소개해주지 않는 투박하고 불친절한 책이랍니다. 그러나 매력이 폴폴 넘치는 책이라서 빠져들수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고 흔히 먹는 음식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놀라울뿐입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의 수는 어머니의 수와 같다라고 하쟎아요. 저도 저희 어머니의 음식을 제일 좋아하고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여기고 산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런가.. 어머니의 음식이 그립네요. 주말이고 하니 애들 데리고 친정에 한번 다녀와야 겠습니다. 친정 엄마가 생각나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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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약간 은은하고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폼새로 생긴 이 책은 겉만 보면 뭔가 어려울 것 같은 포스를 물씬 풍긴다. 실은 극히 서민적인 ‘미각’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서민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네 먹거리 그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것, 음미하는 것, 어떻게 먹는 것이 그 본연의 식재료를 음미할 수 있을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아주 근본적인 한국인의 미각에 대해 설파하는 글이다. 설탕이니 소금이니 배추김치니 떡이니.... 그런데 이렇게까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책 제목만 딱 봐서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이 그저 한 번만 책을 열어봐라. 그럼,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단순함이 거기에 있을 테니까. 제목만 덩그라니 놓는 그 파격의 美란~!
총 84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순서대로 볼 필요도 없다. 충분히 자유롭게 규칙이 없이 보는 책이라고 해야 할 거다.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 책의 서문을 보면 한번에 이해된다. 서문 「왜 미각의 ‘제국’인가」라는 꼭지가 12번에 가 있다. 누가 거기에 처박아 놨을까. 그야 물론 저자 황교익이다. 맛 칼럼니스트라는 특이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회사 돈으로 지방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향토음식을 맛본 것을 『맛따라 갈까보다』(디자인 하우스, 2000년)란 책으로 펴냈고, 1990년 중반부터 여러 잡지에 맛 칼럼을 연재한 것을 묶어 『소문난 옛날 맛집』(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란 책으로 냈다니 뭐, 맛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맛 컬럼니스트가 될 수 있는 자격증이나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그런 자리에 꿰차고 앉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알아볼 일이고 지금은 그가 쓴 책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칼럼을 묶은 것이란 소리는 없었는데, 각 꼭지의 분량이 2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식재료에 대해서 읊어주고 있으니 맛에 대한 내공이 없어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다. 1번부터 10번까지는 양념들이 소개되어 있다. 「소금」, 「된장」, 「식초」, 「고추」, 「설탕」같은 부재료가 등장해주는데 내용은 우리에게 생소한 것 이상이다. 익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식재료이긴 하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먹어댔다는 자각이 여실해질 만큼 새롭다. 예를 들어, 국산 천일염은 다 좋은 줄만 알았더니만 쓴맛을 내는 염화마그네슘의 함량이 많으면 좋지 못하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세계 최고로 치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을 명품이라고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꼬집어준다. 맛있는 음식, 좋은 음식에 목을 매는 미식가들은 다른다지만 실은 요즘 우리 입맛이 단맛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설탕」편에서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식당 음식이 달아지고 있다고.
그 다음부터 84번까지는 뒤섞여서 한 번에 무엇이라고 나눌 순 없다. 「청국장」, 「추어탕」, 「설렁탕」, 「계삼탕」 등 탕 종류가 나열되었는가 하면, 「잡식성 인간」, 「열」, 「아내」, 「겨울」등 먹는 행위나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이 돋보이는 꼭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포도」, 「곶감」과도 같은 과일 종류가 등장하기도 하고, 「대게」, 「석화」, 「갯장어」, 「새우젓」 같은 해산물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니 말 그대로 미각의 제국을 본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단순히 어떤 어물은 어느 시기에 맛이 있다거나 단백질이나 지방이 얼마만큼 함유되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음식을 먹는 방식에 대해서, 그 철학에 대해서 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생선회」편에서는 일본과 우리가 먹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이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이라기보단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먹는 방식을 알려준다. 일본식은 회를 두툼하고 큼직하게 썰어 간장에 와사비를 곁들여 하나씩 찍어 먹는 것이 좋지만, 우리식은 얇게 썰어 초고추장과 야채를 함께 머무린다거나 상추에 싸서 마늘과 풋고추랑 같이 먹는 것이 훨씬 식감이 좋다고.
가장 특이했던 꼭지는 「아내」편이었다. 자신의 미각은 어머니의 세게에서 왔다가 이제는 아내의 세계로 진행하고 있고, 시작되었다는 말에서는 아내의 가치나 아내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묘해졌다. 단지 먹는다는 행위가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전달하는 행위였음을 역설하는 그의 글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줬다. 처음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어머니께서 자각했다던 책임 - “이 아이는 나 아니면 죽겠구나!” - 이 떠오른 것은 괜한 우연일까. 어쩌면 내가 이제껏 먹어왔던 우리 가족만의 식문화는 단지 습관 그것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표현은 아니였을지. 아이에게 좀더 많은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 고민하다가 나온 많은 음식이 이제껏 수많은 자식을 키우고 살려냈을 테니까. 아, 그러니 음식은 다른 말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미각이란 꼼꼼한 원칙이 아니라 영양이라는 것, 사랑이란 따스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란 것을 조금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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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식사를 할 때에는 맛있게 먹어야지 배고파서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난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게 식사를 많이 해왔다. 맛보다는 당연히 시간이 되면 먹어야하는 욕구충족의 일환으로 식사를 해온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먹었던 식사들이 맛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맛있게 먹었던 기억보다 배고파 견디지 못해서 먹었던 기억이 더 많을 뿐이다. 식사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그 시간을 즐긴다는 말과 동일한 말일 것이다. 그에 빗대면 나는 많은 시간동안 즐기는 식사를 해온 것 보다 살기위한 식사에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식사를 즐기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식사속에 숨겨져있는 맛의 묘미를 느끼고 아는 것이다.
[미각의 제국]은 이런 식사속에 숨겨진 맛의 묘미를 절묘하게 이끌어내고 있는 책이다.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달리 그림도 별로 없고 조리법도 없지만 머리속에 음식의 맛을 이끌어내는 글의 힘을 가졌다. 우리가 흔히 식사에서 즐길 수 있는 일상음식들을 중심으로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저자 자신이 느꼈던 맛과 진정한 음식의 맛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통렬한 비판과 함께 사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딱히 구체적인 분류는 피하고 있으나 어느정도 책을 읽다보면 공통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크게 양념류, 식재료, 과일, 요리, 차의 다섯가지 부분으로 맛의 중심을 이야기한다.
식사를 맛보다는 배고픔의 도구로 이용하는 나에게 이 책은 맛이 무엇인지를 잘 일깨워주는 선생님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맛을 결정하는 양념류 부분에서는 많이 느껴왔던 맛에 대한 비판이 '오~'라는 놀람보다 '이런'이라는 무지함을 깨우치게 해주는 장미꽃의 가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가령 참기름에 대한 비판을 보면 참기름을 '단 한방울로 모든 맛을 평정하는 한국음식의 독재자'라는 글로 의문을 가지게 했다가 참기름이 식재료의 맛을 감추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마치 그 맛이나 향에 익숙해있던 나의 미각이 너무나 당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게 끔 해주었다.
맛에 대한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에서도 거침없는 글로 표현하는데 맛은 미각에만 있는 것이 아닌 향을 중심으로 한 후각에도 많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런 후각을 중심으로 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 각각의 향을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또한 음식을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같은 음식이라고 불리우는 것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변화시켜주고 있다. 음식의 분류에 있어서는 이름의 통일성보다는 맛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 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하고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도 냉면이라는 이름에 중점해서 같은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런 분류는 진정 맛을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말 세밀하고 명확한 분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든 글들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은 음식을 만드는 재료의 맛은 사라진채 편리함만을 추구하여 음식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비슷한 맛이 세상에 많이 있다는 점을 든 것이다. 화학조미료, 강한 짠맛, 단맛, 매운맛(?)등 음식의 재료에 따라 맛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함에도 간편함과 단순함 그리고 속도감을 음식의 맛에도 적용시켜서 진정한 맛을 즐겨야하는 시간을 줄이고 생존의 욕구로 음식의 맛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저자는 너무나 답답하고 아쉬운 글들로 표현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옛맛이 변화하는 것에는 안타까움이 많다. 그러나 그런 옛맛을 지키는 것 또한 음식의 진정한 맛을 되살리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기계화로 음식들이 대량화 되면서 없어지는 맛에 대한 부분은 마치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게 변해 버린 고향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그만큼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내야하는 것이 바로 맛이다. 책에서는 맛을 지켜야 하고 진정한 맛을 느끼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 지를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냥 읽고 지나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의 진정한 맛을 알기 위해서 많은 지식들을 보여주는 이 책의 힘은 실로 놀랍다. 음식자체에 대한 비판과 맛의 표현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재료에도 그 맛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많이 묻어나있다. 그 표현이 지금껏 내가 먹어왔던 음식에 대한 당연한 끄덕임을 멈추게 만들어주고 음식과 그 속에 느껴지는 맛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만 같아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