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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단 한 번도 추적하지 않는다 뒷표지에 있는 이 한 문장이 주는 여운은 꽤나 오래 간다. 여기에서부터였을까. 분홍빛 표지가 주는 아련함과 내가 살던 공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복잡한 심정이 된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복합적인 감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이 책《상하이, 여자의 향기》를 향한 마음은 온갖 감성을 자극한다.
집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면 빛은 반딧불처럼 유유히 들어와 편안하고 포근한 잠의 고향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 그림 같은 도시에서 귀를 쫑긋 세우면 아주 진하고 달콤하게 코 고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_왕안이 (책뒷표지 中)
이 책은 중국 작가 왕안이의 자전적 에세이다. 왕안이는 오늘의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상하이작가협회 주석으로, 중국의 중요한 문학상을 두루 섭렵했다. 상하이 대표 여류작가 왕안이(王安憶)는 이 책《상하이, 여자의 향기》(원제-남자와 여자, 여자와 도시)에서 상하이의 일상에 대한 기억과 사람, 도시, 삶으로 이어지는 감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저자의 글이 내 마음을 톡 건드려준다. 천천히 읊조리며 읽다보면 마음속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며 감성이 살아난다. 일상이 아닌 곳으로 가야만 비로소 작은 일들도 기억에 담았던 나와 대비되는 모습이기에 일상을 보는 시선을 얻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는 듯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흘러가버리는 무언가를 붙잡아 기억에 새기는 일이다. 왕안이의 글은 상하이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은 물론, 내가 살던 공간까지 되살리는 마법을 펼친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상하이를 찾아서, 상하이와 베이징, 바다 위의 번화함, 거리 풍경, 상하이 서양식 주택, 타이캉로, 주인의 하늘, 석양, 가로등 아래, 집 안과 집 밖, 과거의 생활, 피곤한 도시인, 상하이는 코미디다, 상하이와 소설, 상하이 음식, 성황묘의 구경거리와 주전부리, 도처의 농민공들, 창강의 지류에서, 영원히 용속해지지 말자, 더 행복한 삶을 위하여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2부에는 남자와 여자, 여자의 도시, 여성의 얼굴, 여성 작가의 자아, 물질의 세계, 상하이의 여성, 생사와 이별, 모든 것을 당신과 함께, 복숭아를 던져주기에 옥구슬로 보답했지요, 우울한 봄, 공간은 시간 속을 흐른다, 천사창 아래서 등의 글이 담겨있다. 일러두기에 보면 저자와 협의하여 원작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고 밝힌다. 원작의 제2부 9장과 10장은 이 책에서 제2부 6장과 7장으로 옮겼고, 이 책의 제2부 8,9,10장은 저자의 다른 에세이《공간은 시간 속을 흐른다》(2012)에서 발췌한 글로 대체했다고 한다.
전에 어느 소설 첫머리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단 한 번도 더듬어보지 않는다." 사실 더듬어본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살고 있는 곳은 현실과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그 성격이 일상생활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 도시는 너무나 진실하다. 그래서 이론적인 개념들은 전부 허무한 것으로 드러나고 만다. 나로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상하이를 묘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의 일상이 개인의 복잡다단한 생활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은밀하고 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1쪽) 이 책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된다. 첫 문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야 뒷부분을 읽어나갈 추동력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충분히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 이 문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게 되고, 그녀가 들려주는 상하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마음의 자세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주전부리, 날씨와 냄새, 계절 변화, 장쑤로 거리 풍경, 상하이 음식 등 세밀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공간을 짐작하며 읽어나간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것일까. 저자의 감성에 도움을 받아 다른 듯 비슷한 교집합을 찾아가며 나만의 시간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거리의 풍경은 드러난 삶의 결심이자 활짝 열린 얼굴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다 보면 한 겹 단단한 허물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이를 굳은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거리 풍경은 더 거칠고 지저분해지는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거리 풍경일수록 더 거칠고 약간의 폭력마저 동반하여 흉흉한 기질을 드러낸다. 그 등불 화려한 거리 풍경 아래서 장수로가 부드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천하고 억울한 모습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너그럽고 깊이가 있는 모습이다. 보기에는 아주 가난하고 초라한 것 같지만 대걸레로 쓰는 천조차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포가 있다. 이 거리는 침착함과 인내심이 있어 여기저기가 조금씩 변해가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말로는 거리 풍경이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풍경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곳의 거리 풍경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일관적인 삶의 계획을 갖고 있다. (53쪽_거리 풍경 中)
옮긴이의 글을 보면 2013년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AALA 문학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왕안이는, 자유공원에 만개한 봄꽃들이 자신이 떠날 때까지 지지 않고 남아주어 고맙다는 폐막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 감성을 갖고 있고, 폐막인사를 통해 언급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말 하나만으로도 왕안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상승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녀는 상하이 토박이답게 깊은 역사인식과 오랜 상하이살이의 체험을 바탕으로 다른 상하이 예찬론자들이 보지 못하는 과거와 현재의 지속태로서의 상하이, 가늘고 섬세한 만큼 깊이 있고 정확한 디테일로서의 상하이를 읽어내고 잇다. 이 책에 담긴 30편의 글은 그녀가 매일 만나는 상하이의 섬세한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안 어딘가에 거칠면서도 여리고 탐욕스러우면서도 절제할 줄 아는 상하이의 진정한 기질과 정신이 서려 있을 것이다. (269쪽_옮긴이의 글 中)
누군가가 짚어주어야 비로소 깨닫는 건조한 일상에 감성 코드를 끌어올려주는 책이다. 상하이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에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람과 삶까지 함께 인식한다. 아울러 서울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되는 것, 독자에게도 무언가 떠올리며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을 붙잡도록 끌어주는 것도 독서의 연장선이다. 저자가 주는 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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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은 왠지 모를 잔잔함을 주는 듯한 이미지의 '상하이, 여자의 향기'입니다. 고정관념 일수도 있지만 여자의 향기를 표현하듯, 책의 표지는 핑크색으로 되어있습니다. 그 표지색만으로도 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상하이, 여자의 향기' 잔잔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상하이의 모습을 그리듯 천천히 하나하나를 열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잔잔함이 오늘의 봄과 매우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잘 모르는 중국의 말에는 주석을 달아 따로 설명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한편으로는 잘 모르는 중국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1부는 상하이의 구석구석을 하나씩 과거부터 되짚어 오는 여행을 하는 느낌의 글로 상상력을 자극하여 상하이를 그려보게 만들어줍니다. P.63 이처럼 압축된 울림 속에 때로는 심지어 미세하기까지 한 부드러움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아주 차갑고 생경한 소리도 있다. 기차 바퀴가 철로를 때리는 소리다. 쟁쟁거리는 이 소리는 선명한 리듬감을 지니고 있다. 이 소리는 이곳의 빈 공간을 얇게 자르고 낮게 가라앉은 울림을 여러 개로 나눈다. 이리하여 이 공간의 윤곽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고 하나의 튼실하고 가득 찬 구조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 쟁쟁거리는 소리는 무한한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어 드넓은 하늘 아래서 아무리 격렬하게 부딪치는 소리라도 가볍고 부드럽게 변화시킨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고 순수하게 변화시킨다. - 중략- 이것이 바로 상하이라는 이 도시 변두리 지역의 소리다. 과거의 생활을 되짚어 보며 변해버린 요즘의 모습을 아쉬워한다. P.87 아주 먼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손님이 한 번 오면 금세 얼굴을 익혔고 다음에 또다시 찾아오면 서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음식점 주인이 의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은 다시 찾아주는 손님들이다. 이것이 아주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는 훈훈한 장사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이 지나가면 내일은 문을 닫고, 모레면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삶이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책의 1부가 상하이에 대한 잔잔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2부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P.180 상하이 여인들의 강인함은 공격의 강인함이 아니라 수비의 강인함이다. 아마 상하이 여인들보다 억울한 일을 더 잘 견뎌내는 부류는 없을 것이다. 견뎌낸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득실의 균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상하이 여인들의 눈물을 절대로 연약함의 눈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하이, 눈에 보이는 상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상하이 안에 담긴 하나하나를 말함으로써 하나의 상하이를 완성해가는 느낌입니다. 60년 가까이 상하이에 살면서 상하이를 바라본 작가의 눈으로 그려낸 '상하이, 여자의 향기' 작가의 눈을 빌려, 독자 역시 상하이를 그려볼 수 있는 책, 상하이라는 곳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해지는 이 책. 잔잔하게 계속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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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eoqkrtnzl/220997341471 중국 상하이 대표 여류작가 왕안이의 자전적 에세이 <상하이, 여자의 향기>다. 여성 특유의 문체로 상하이의 옛 모습과 당시 살았던 사람들과 생활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응...? 푸핑이 왕안이 작가의 작품이었음을 방금 확인을 했다. 어쩐지... 잘 읽었으면서도 기억을 못했군... 아무튼... 한길사에서 나온 베이다오의 <베이징, 내 유년의 빛>과 비슷한 느낌이면서 또 다른 느낌을 전한다. 역시 남자와 여자는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가 보다... 두 책을 연이어 읽으며 받은 느낌이랄까? 베이징의 경우 중국의 수도이고 잘 알려진 도시이지만 상하이 역시 우리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우리의 임시정부가 바로 이 상해... 상하이에 있었기에 상하이를 대하는 느낌은 특별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베이다오의 <베이징, 내 유년의 빛>과 짝을 이뤄 발간이 된 듯하다. 두 책의 표지도, 중국의 과거를 회상하는 글도 도시와 성별만 다를 뿐 어딘가 많이 닮아있는 듯한 책 들이다. 책의 제목에서 여자의 향기란 표현이 있듯...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있어 생생하게 보고 느끼는 듯하다. 여자가 쓰는 글과 남자가 쓰는 글은 많이 다름을 알게 되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부분들이 더 마음에 들긴 한다. 상하이라는 도시 특유의 풍경들과 건물과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직접 내가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과거 지금보다 덜 번다하고 덜 세련되고 덜 깍쟁이였던 푸근하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글 속에 녹아있는 듯하다. 며칠 전 책방 정리를 하다 발견했던 낡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면서 느꼈던 그 감성이 왕안이의 글 속에 담겨 있었다. 비록 낡고 바랜 조그마한 사진이지만 그 사진을 찍었던 당시의 감정이 생생히 살아나서 색과 빛이 담겼었는데... 한길사의 <베이징, 내 유년의 빛>과 <상하이, 여자의 향기>가 그 비슷한 정서를 내게 던져주는 책이었다. 베이다오의 작품은 동적인 글이었다면 왕안이의 글은 정적인 글로 주로 냄새와 풍경으로 서정적 느낌이 되겠다. 상하이는 베이징보다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다. 황해를 사이에 두고서 마주 보고 있는 도시일 것이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하이지만 정서는 어찌나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지... 알 듯하면서도 낯이 선 도시다. 상하이 대표 여류작가 왕안이를 통하여 상하이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맛보게 된 <상하이, 여자의 향기>다. 참고로 중국의 문학을 둘로 구분 짓자면 경파와 해파로 나눌 수가 있다고 하는데... 경파는 북경(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며 대표적인 작가는 베이다오라 할 수가 있고... 해파는 상해(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며 역시 대표적인 작가는 왕안이라고 할 수가 있단다. 고로 한길사의 두 책은 경파와 해파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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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길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책들이 많다. 대학때 '금기의 수수께끼' 책을 공부하면서 학우들과도 나눈 얘기지만 <상하이, 여자의 향기>도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홍색 표지와 함께 '상하이'라는 단어가 향기롭게 다가오다가도 막상 책을 읽으면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이 되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구나 라는 생각에 걱정반 기대반이 앞서는 책이기도 하다. 2.이 책을 읽으면 상하이의 풍속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하이 음식, 방언, 주거, 풍경, 민중 등 지역민의 관점에서 열거하며 상하이의 미풍양속을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학술적인 분석이 이면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책이다. 3.굳이 <베이징, 내 유년의 추억>과 비교를 해본다면 전자의 경우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는 점이고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지역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같은 수 있겠으나 상당히 제 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지역을 바라보면서 글을 써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두 책 모두 지역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 배려가 수반된다는 점은 공통점일 수 있겠다. 4.2009년 <장한가> 국내 출간과 함께 왕안이 작가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소설 소개 부분에서 큰 공감이 됐던 부분이 있다. 그 책에서도 상하이에대한 자세한 묘사를 다룬 구절들이 있었다고 한다. 상하이라는 큰 주제가 작가의 작품 안에서 떠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불행한 운명에 맞서 싸우는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상당부분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5.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다 보면 그 지역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깊어지기 마련인데 22년을 한 집에서 살다보니 필자 역시 왕안이의 지역민으로서의 상하이에 대한 사랑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더 좋았던 점은 단순하고 무지한 애착과 사랑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가 어떻게 훌륭한지 상당히 논리적이고 사료적인 측면이 수반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 점에서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6.상당히 해외여행의 기회가 잦아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스러져가는 시대일 수가 있겠지만, 그에대한 반동으로 이러한 책을 더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서평을 마친다. 좋은 오전시간을 이 책과 함께할 수 있게 해주신 한길사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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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하이와 베이징, 해파문학과 경파문학, 왕안이와 베이다오 상하이 대표적 작가왕안이의《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베이다오의《베이징, 내 유년의 빛》과 짝을 이루어 나왔다. 해파문학과 경파문학의 특징과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일까. 두 에세이 모두 일상이 녹아든 기억과 느낌들을 꺼내어 그들이 살아온 도시를 재구성하고 있지만, 두 도시 사람들의 기질과 사고방식, 문화적 유전자가 대조적인 만큼이나 이 에세이들도 표현방식이 상이하다. 양둥핑의 《중국의 두 얼굴》(2008)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문화적 차이와 경파(京派)·해파(海派) 논쟁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문인 린위탕의 말을 빌려 상하이 사람들은 "타고난 상인이고 우수한 문인이지만 전장에서는 새가슴"이라 말하고, 베이징 사람들을 가리켜 "기개가 있는 자연의 사람들"이라 표현했으며, 베이징의 경극과 상하이의 호극, 궁정화풍과 자유로운 화풍, 문화대혁명이 가른 두 도시의 명암 등을 보여준다. 왕안이 또한 이 책에서 두 도시를 대비시키며 자연환경, 도시, 사람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바람의 계절이 돌아오면 베이징의 하늘은 거대한 바람이 호호탕탕 거친 기세로 행군하지만, 눈으로는 바람이 있는지 없는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투명하던 공기가 과립 형태로 변해 바스락거리기 시작하고 천지간에 울음소리가 가득하게 된다. 이 소리는 들리지 않는 곳이 없다. 반면 상하이의 바람은 훨씬 가늘고 귀엽다. 상하이의 바람은 아주 좁은 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을 뚫고 다니다가 손바닥만 한 공터에서 회오리를 일으켜 종잇조각이나 낙엽을 날려 이리저리 떠돌게 한다. 바람이 두 건물 사이를 비집고 지나갈 때면 가벼운 충격과 함께 비비고 튕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베이징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인의 기질이 있어 입을 열었다 하면 훌륭한 글이 된다. 그들은 역사학자의 기질도 있어 언어의 배후에 무수한 전고(典故)가 담겨 있다. ··· 그에 비하면 상하이 사람들은 몹시 거친 편이다. 상하이 사람들은 수십 년에 걸친 식민지 시대의 속성으로 신사와 숙녀의 규범을 배웠고, 아주 피상적인 것들을 일종의 학문으로 간주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과거의 역사가 많이 들어 있지 않다. 그저 20년 동안 번화했던 옛 꿈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꿈은 아무리 해도 다 꿀 수 없는 꿈이라도 지금도 상하이 사람들은 이 꿈에 취해 있다." "베이징은 감성적이다. 베이징에서 어느 장소를 찾아가려면 지명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환경의 특징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가야 한다. ··· 이에 비해 상하이의 택시 기사들은 개괄적으로 추리하는 능력이 있다. 그들은 지명만 가지고도 손님이 가고자 하는 곳까지 무사히 데려다준다." 2.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단 한 번도 더듬어보지 않는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상하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 말투, 성격부터 이곳의 음식, 주택, 거리의 풍경, 생활, 문학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도시의 풍경과 역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베이다오의 '베이징'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한 가운데서 유년기를 겪으며 체험했던 에피소드들을 긴 호흡으로 재구성했다면, 왕안이의 '상하이'는 글로 풍경을 그리듯 가볍고 산뜻한 느낌으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의 현대성과 풀뿌리처럼 아직은 밑바탕에 남아 있는 전통의 교차점을 예리하게 파악하는 관찰력이 일품이다. "···이처럼 기본이 없는 만큼 융합과 소통이 편리한 것이 상하이 음식의 특징이다. 그러다가 근대에 이르러 개방의 추세가 필연으로 굳어지다 보니 여러 지역의 음식과 조리법이 전부 상하이로 몰려들어 국제 카니발무대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무대 뒤로 가보면 집집마다 뒷골목을 향한 부엌 밖에 온갖 조리 기구를 내놓고 눈발을 맞으며 생선과 고기, 온갖 채소를 평범하지만 다양한 조미료와 양념을 넣어 볶고 굽고 튀기는 풍경이 펼져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도시, 상하이 풀뿌리들의 향기다." "···이 도시에 사방 도처에 농민공들이 가득하고 공중에는 그들이 흘리는 땀 냄새와 시골 방언 억양이 떠다니고 있다. ··· 아무 거리낌도 없이 당당하면서도 왠지 모를 두려움에 젖어 있는 모습들이다. ㅡ고 작은 거리와 골목 담장 아래서 소변을 복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도 눈에 띈다. 이런 모습들은 이 도시가 갖고 있는 부르주아적 풍격을 거칠고 조악하게 바꿔놓는다." 3. 남자와 여자, 여자의 도시 도시의 일상을 관찰하며 느낀 전통과 현대성을 다음 2부에서는 여성성과 여성으로서의 도시적 삶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왕안이는 여성성을 발견하고, 특히 여성들의 '자아의식'이 글과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한다. "여성 작가들에게는 자아가 가장 중요한 창작 요소였고, 자신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이었다. ··· 그래서 중국 여인들의 자아의식은 더욱 강렬해지고 남성들의 집단의식을 더욱더 강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상하이라는 이 단단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곧고 강직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영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얼마간이라도 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도시의 여자들이 강인하게 자신들의 존재와 현실을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도시가 교체의 시절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차분히 더듬어 본 이후에 마지막으로 그 공간에서의 자신의 삶을 떠올려본다. "19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이 구간의 역사에 속해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정말로 만족스럽다. 먼저 이 시대는 내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고, 충실하게 나의 사상을 개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 다음, 나를 아주 힘든 곤경으로 밀어 넣어 계속 학습하고 인식하며 실천하고 경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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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문밖으로 확장되어 펼쳐지는 도시의 내밀한 흔적들! 시대의 흔적과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하이를 추억하다!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단 한 번도 더듬어보지 않는다.” 중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상하이, 여자의 향기> 저자인 왕안이는 자신의 소설 첫머리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딛고 있는 이 터전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자 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낯선 일이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일상이 진득하게 밀착되어 있는 탓에 자칫 사적인 경험과 언어들로 전락할 수 있는 까닭이다. 마찬가지로 상하이를 대표하는 작가라 불리는 만큼 책의 저자 역시 이에 대한 고충을 먼저 토로한다. 그래서 도록이나 연감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들이나 고서를 살펴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상하이라는 도시가 멀게만 느껴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상에 녹아든 기민한 감각으로, 상하이의 다양한 풍광들을 묘사하고 저자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한 편의 ‘상하이 수채화’ 같은 낭만을 선사한다.
거리의 풍경은 삶의 결심이자 활짝 열린 얼굴이다
‘동양의 파리’, ‘중국의 뉴욕’이라 불리는 모던의 도시, 상하이. 그곳에서는 생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얼굴들, 빛과 소리, 냄새로 표정을 바꾸는 거리의 모습들, 날 것과 감춰진 것들이 때로는 느리게 혹은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과거의 기억을 들추고 현재를 읽어내어 다양한 변화를 품고 있는 상하이 도시만의 매력과 가치들을 매우 통찰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나 ‘감성’이 가장 먼저 포착하는 인상이 얼굴형이라는 그녀의 표현처럼, 거리에 관한 풍경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민들의 모습에서 이 도시의 운치와 깊이가 느껴진다. 작은 구멍가게 여주인이 어울림직한 여자, 책대여점 주인, 나막신 신고 따각따각 소리 내어 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 청빈하고 절약하여 얼굴이 싱겁고 담담해 보이는 부녀자의 모습까지, 거리의 표식 같은 존재가 된 이들의 모습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한다. 억양이 다소 거친 편이고 실용정신이 강하며, 진한 맛을 좋아가고, 거칠고 저속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순수함과 진실함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네들의 일상을 밀착력 있게 그려내는 점 또한 독자와 상하이와의 거리를 한층 좁혀준다. 뿐만 아니라, 외국문물이 많이 들어와 세상은 변화했으나 뜻밖에도 자신들이 아직 바람직하고 좋은 환경을 건설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며 점차 낭만적인 색채가 사라져가고, 역사관이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등 점차 변질되어가는 도시의 오랜 느낌을 간직하고픈 작가의 바램 또한 읽을 수 있다.
이 도시의 성질은 매우 조급하지만 호방하기도 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것들은 그냥 지나가버린다. 이 도시는 내면에 끈질긴 동력을 갖추고 있어 적지 않은 관문과 요새를 뚫고서 마침내 평형에 도달한다. 그런 다음에는 또다시 끈질기게 기울어져 간다. 이 도시가 불안하게 요동치는 것은 욕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욕망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우리는 이 도시에 소리가 멈출 수 없다는 알게 될 것이다. 거리의 한구석에서도 커다란 동작은 멈추지 않는다. 전차가 지잉 하고 울리는 소리처럼 욕망이 머리를 들기 때문이다. / 34p
물을 나르는 물통도 전부 물을 흘린다. 물통에서 흘린 물이 덜컹거리는 물 배달용 수레를 적시면서 뜨거운 김에 휘감긴다. 계압혈탕을 파는 노점상들이 거리에서 닭과 오리의 털을 뽑고 있고, 피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따라 하수구로 흘러든다. 그러다보니 하수구가 막히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하수구를 뚫는 인부가 어디선가 긴 대나무 막대를 들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이곳에 펼쳐지는 풍정은 늘 이렇게 질펀하고 깔끔하지 못하다. 몹시 거칠면서도 선정적이다. / 51p
여자와 도시, 그리고 여자의 향기
저자는 상하이에 대해 글을 쓰자면 가장 대표적인 주제가 바로 ‘여성’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신분의 축적에서 상하이 여성들은 가난한 프롤레타리아로, 혁명가가 많고 그 중에서도 중년 여성이 특별한 대표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녀들은 행동하는 거인들로, 운명의 결정에 직면하여 단호하고 과단성 있는 태도와 주도면밀한 행동을 보여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견고한 기개가 있는 상하이의 여성들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의 강인함을 가지고, 득실의 균형을 찾아나가는 지혜를 갖추었다.
이는 여성 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은 큰 시대와 큰 운동, 큰 불행과 큰 승리를 묘사하면서 자신의 작지만 겹겹이 착종된 복잡한 감정들을 함께 표출할 줄 알았다. 아마도 중국의 여인들이 다른 나라의 여인들보다 더 오랫동안 좁은 천지 안에 갇혀 살아온 반면, 중국의 남자들은 정치와 도덕에 대해 좀 더 큰 인생의 이상을 지니고 있었기에 여성 작가들에게는 특히 ‘자아’가 가장 중요한 창작 요소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기의 자아의식은 표면적으로만 드러날 뿐, 철저히 자각되지 못하고 깊이가 결여된 채 발산되었음으로 같은 여성 작가로서 자아의 진실성에 대한 성찰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남성 속에서의 여성, 사회 속에서의 여성으로서 이성적으로 여성 스스로를 성찰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자신의 이미지를 몹시 아끼는 편인 데 비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고 수치를 모르는 용감함을 갖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의 자아를 더 잘 느끼고 살필 수 있는 만큼 자아를 더 아끼고 중시한다. 여인들은 인생의 이상을 직조해나가듯이 정성껏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빚어낸다. 그 결과 여인들은 뜻밖에도 암암리에 남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고 만다. 그렇게 억지로 만들어진 자아가 바로 자신의 자아라고 오인하는 것이다. 사실은 진정한 자아가 아닌데도 말이다. / 167p
상하이 여인들은 퇴폐적인 극을 연기하지 못한다. 게다가 상하이는 항상 사람들에게 사치와 낭비의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하이 사람들의 몸과 기질 속에 강철처럼 단단한 근육과 뼈가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들의 그런 몸과 기질이 아니었다면 이 콘크리트 천하가 무엇에 의지하여 버틸 수 있었겠는가. 상하이라는 이 단단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곧고 강직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영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얼마간이라도 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도시의 여자들이 강인하게 자신들의 존재와 현실을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178p
이른바 문화대혁명이라 하여, 문예 비판에서 시작하여 정상적인 교육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많은 엘리트들이 박해를 당한 때가 있었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작든 크든 그들의 삶에 모든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유년 시절에 이 시기를 겪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순간순간들을 써나가며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게 해주고, 충실하게 사상을 개방할 수 있게 해준 이 시대에 감사함을 느낀다. 덕분에 아주 힘든 곤경 속에서도 계속 학습하고 인식하며 실천하고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점점 시장에 영합하고, 화려하지만 공허하고 졸렬한 외피를 덧씌우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목소리를 주저하지 않는다. 거칠지만 여리고 탐욕스러우면서도 절제할 줄 아는 상하이만의 정신을 찾고 싶은 건 그녀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시장은 최고의 효율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졸렬하고 용속한 취미에 영합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이 시장에 영합하여 현실을 회피하는 화려하고 공허한 글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소박하고 표일하며 총명하고 영리한’ 작가들의 재빠른 글쓰기가 이 도시를 가득 메꾸면서 도시 전체에 경박하고 화려한 외피를 씌우고 있다. 이제 또다시 1930년대의 ‘모던 상하이’가 무대에 등장했다. 화려하고 염미한 소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 속에서 선생의 그림자를 찾게 된다. 그 둔중하고 거대한 그림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선생이 있었기 때문에 ‘30년대’는 모던과 향락과 풍류의 시대로 밤마다 음악과 노랫소리가 그치지 않았지만, 동시에 강철의 대오가 있어 사람들을 향해 외치고 버틸 수 있었다. / 133p
이처럼 <상하이, 여자의 향기>를 읽으며 시대의 모든 흔적과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하이의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치 수채화처럼, 풍경화처럼 시적이고 섬세한 문장들이 더욱 매력적인 에세이였다. 함께 출간된 다른 남성 작가가 쓴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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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여자의 향기
중국권 책은 별로 접해보지 않은데다 크게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궁금했던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역시 마냥 쉽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랬던 만큼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어서 무척 새로웠다. 특히 왕안이의 섬세한 묘사를 읽고 있자면 상하이란 곳이 궁금해진다. 내가 아는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며 힘들어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것 같고, 내 코에 그 곳의 냄새가 전해지며 내 피부에 그 곳의 기후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도시에는 사람들을 특별히 불안하게 만드는 시기가 있다. 이른 봄에 갑자기 날씨가 며칠간 무더워진다. 사람들은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한여름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 책의 초반에는 상하이란 도시의 기후나, 다양한 특징의 사람들, 음식 등 조금의 상상력만 발휘해도 상하이의 독특한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왕안이라는 작가의 묘사가 참 아름답고 좋았다. 단순히 잘 접해보지 못한 곳이라서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다. 기후를 설명할 때는 그 습습함이 내 피부에 전해지는 것 같았고, 음식을 설명할때는 내 코에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냄새들도 모두 상쾌하고 시원해진다. 모기향 냄새와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수박냄새, 박하냄새가 도는 어린아이들의 땀띠약 냄새는 하나같이 풀 냄새면서 이 도시에서 맡을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냄새들이자 이 도시의 체취다. 상하이의 독특한 모습이나, 소박한 모습, 또는 화려한 모습들을 적절하게 잘 묘사해서 그 각각의 모습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내가 살아온 곳에 대해 나는 얼마나 잘 묘사할 수 있을까. 읽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내가 알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을 만큼 멋지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도시가 불안하게 요동치는 것은 욕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욕망에 관해 얘기하다 보면 우리는 이 도시에 소리가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거리의 한구석에서도 커다란 동작은 멈추지 않는다. 전차가 지잉 하고 울리는 소리처럼 욕망이 머리는 들기 때문이다. 문화대혁명 시절에는 학교 수업이 중단되었다. 어른들은 집에서 자신들의 기율과 검열통과에 신경을 쓰느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졌고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었다. 한창 키가 클 나이인데 집안의 경제사정은 무척 팍팍했다. 먹을 밥은 있었지만 기름기가 없었고 항상 부족했다. 그리고 작가가 들려주는 옛 기억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잘은 몰라도 중국을 얘기할 때 문화대혁명, 사회주의에 대한 것이 항상 나오는 것 같아 찾아보기도 하며 읽었다. 이 책과 함께 읽은 베이징, 내 유년의 빛 에서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5·7 간부학교, 삼추운동 등 중국에 대해 알아갈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강한 대장부는 열심히 찾지 않는 여자들 곁에 있어서, 열심히 찾는 여자들은 영원히 이들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연의 안배는 항상 이처럼 인간의 뜻과 다르게 형성된다. 인간의 뜻과 완전히 들어맞는 주도면밀한 구석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은 항상 생활의 결합속에 있도록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2부에 접어들면서 작가는 여자에 대해서도 말한다. 상하이여자에 대해서. 여자들의 성향, 옷차림 등. 초반에는 남자와 여자에 대해 드라마나 영화등을 얘기해가며 써 나가는데 그 영화나 드라마들을 알지 못하니까 쉽게 몰입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에 관한 이야기는 끝없는 관심의 주제 아닌가. 상하이 여성들의 강인함은 '공격'의 강인함이 아니라 '수비'의 강인함이다. 아마 상하이 여인들보다 억울한 일을 더 잘 견뎌내는 부류는 없을 것이다. 견뎌낸다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득실의 균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상하이 여인들의 눈물을 절대로 연약함의 눈물이라고 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새롭다. 익숙하지 않아서 새롭기도 하지만 그 생경한 모습을 시각적으로든, 후각적으로든 촉각적으로든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상하이라는 도시를 느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이 재밌냐고, 잘 읽히냐고 묻는다면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는 만큼 쉽게 몰입되니까 생소한 상하이니, 마냥 쉽지만은 않은게 당연할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왕안이라는 작가는 상하이라는 대도시를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코드라고 설명한다. 왕안이 그녀의 삶 자체가 상하이라고. 한사람이 한 도시에서 평생 살았다고 해서 모두가 이처럼 사소한 삶의 일면부터 역사적 배경의 모습까지 잘 녹여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왕안이의 책은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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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시에 오래 살거나 오래 머무른다고 해서 그곳의 숨결에 온전히 젖어들 수는 없을 것이다. 도시가 마치 사람과 같이 자기 자신의 역사와 기억을 품을 수 있고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의 숨결과 향기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사건들, 이야기들이 도시의 안팎으로 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도시의 생활인이 토박이가 되어 그곳을 익숙하게 아는 문제 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막연하게 오래 살고 오래 지내다 보면 토박이가 될 수는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 누가 살고 있으며, 어디에 가면 어떤 것을 찾을 수 있는지를 다 외워버리게 되니까 말이다. 단순히 도시에서 지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함께 쌓인 나의 시간과 기억을 역사라는 형태로 이해하고 생각해보자는 것을 <상하이, 여자의 향기>라는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태도를 객관적인 역사를 통해 읊어 내려가는 식으로 보여주면서도, 개인이 경험한 상하이를 매우 사밀하게 이야기한다. 굳이 번역서의 제목은 '향기'라는 단어가 붙어서 역사의 깊이에 왠지 서정적인 느낌을 곁들였는데, 사실 이 책은 원제가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성별과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떤 '관점'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시작한 책이기는 하다. <男人和女人, 女人和城市>가 원제인데, 오히려 이런 원제를 살리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상하이의 역사적 풍경이 내내 펼쳐지는 이 책은 단순한 풍경이라기보다는 '그곳에서 내내 살아온 자기 자신과 과거 상하이 사람들의 역사를 탐구'하여 이어붙인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처음부터는 조금 시작되었는데, 왜 번역서의 제목은 원제와 다르게 붙게 되었는지는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되기는 한다. 역사적 풍경이라는 인상 때문에 그저 딱딱한 내용인 것 같지만, 사실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상하이에서 듣고 배워온 풍경의 재구성, 경험한 역사를 다시 쓰는 것에 문학적인 색채가 끊이지 않고 내내 이어지는 책이다. 그래서 그런가? 번역서의 제목은 다분히 서정적이고 목가적인데, 그러니까 이건 의도된 번역인 것 같기도 하다. 구체적인 상하이의 풍경이 마치 흑백 보도사진처럼 묘사되어 있으면서도, 이 책에는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여자라는 자의식이 글쓰기의 모태가 되는 듯한 왕안이 작가의 성향을 따라서 문학적인 레퍼런스와 색채가 진하게 배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하이, 여자의 향기>라는 제목은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상하이는 무언가 무시무시한 빌딩과 외지인들이 가득한 곳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리고 왠지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기는 하다. 발음에 '얼화'가 별로 들리지 않는 상하이 사람들의 무언가 세련된 표준어 발음을 들을 때면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가볼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또 가보게 되면 그 어디보다도 빠르게 역사를 다시 쓰고 다시 쓰는 상하이에 또 놀라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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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칠 때, 나의 공간이 지겨워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여행을 꿈꾸게 되며 여행지는 일상적 공간이 아닌 새롭고 특별한 공간이 된다. 그렇게 다른 도시를 열망하고 꿈꾸게 된다. 하지만 당장 떠날 수 없을 때, 게다가 나의 일상까지 다시 사랑하고 싶다면, '그 도시의 일상적 모습은 어떨까?'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도시의 일상적이지만 매력적인 모습을 찬찬히 묘사하는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말이다. 왕안이의 <상하이, 여자의 향기>와 베이다오의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은 그런 에세이 집이다. 에세이 집에서 상하이와 베이징은 단지 도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한 사람이 되어 나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 되어 침을 고이게도 만든다. 작가들은 공간이라는 것은 여러 기억들이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그리하여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사랑하게 만든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담백한 도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두 에세이집을 읽어보자. 왜인지 책장을 덮으며 실제로 가본적 없던 베이징과 상하이를 더 가깝게 경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실제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이 넘치는 여행지를 미리 알아 둔 기분이다. 게다가, 서울이라는 공간 마저 다시 보게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의 도시의 모습을 이야기로 풀어낸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더욱 일상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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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과 상하이,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쓴 두 권의 에세이를 만났다. <베이징, 내 유년의 빛>이 남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도시를 이야기한다면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여자 작가가 자신이 살아온 옛 상하이에 대한 기억을 들려주는 책이다. 나는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루쉰의 아큐정전 등 주로 중국 작가들이 쓴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에세이는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왕안이의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그동안 읽어왔던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과 깊이가 있는 책이었다. 작가가 살아왔던 옛 상하이를 기억하는 가벼운 에세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왕안이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상하이의 모습을 그려준다. 하지만 크로키를 하듯 특징만을 빠르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정밀화를 그리듯 그때의 상하이를 독자들에게 꼼꼼하게 보여준다.
'상하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급격한 변화, 중국의 떠오르는 도시라는 말이다. 마치 어딘가에서 만들어놓은 도시를 옛 도시 위에 탁 하고 얹어놓은 것 같았다. TV에서 본 상하이는 어느 순간 높은 건물과 번쩍이는 네온 사인이 가득한 미래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아마 그녀는 급변하는 상하이를 온몸으로 느꼈겠지. 작가는 1955년에 상하이로 이주해서 60년 가까이 상하이를 회상하고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변화하는 상하이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는 그녀의 삶, 그 자체이다. 그래서 <상하이, 여자의 향기>에는 상하이를 지독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때로는 미워하는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하이, 여자의 향기> 속 하나의 주제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작가의 기억 속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일상, 장면들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때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작가의 글은 디테일하고 생동감이 느껴졌다. 특히 상하이의 골목과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글에서는 그녀가 맡았던 그때의 그 골목의 냄새를 나도 맡은 것만 같았다. 요란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들숨과 날숨을 그녀와 함께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읽어본 중국 작가의 에세이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내게 여러모로 색다른 책이었다.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1부와 2부로 나눠져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옛 상하이를 추억하고 현재의 상하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1부라면, 2부는 상하이라는 도시와 여자, 격동의 시절을 지나온 여자 작가의 생각을 더 많이 들려준다. 아마 <상하이, 여자의 향기>는 중국 에세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독자들에게 조금은 낯선 책일 것이다. 세계사 시간에만 들어봤던 '문화대혁명'이라는 시기를 겪어 온 작가의 그때 그 풍경들은 분명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상하이, 여자의 향기>의 한 페이지, 페이지를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그녀의 글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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