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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새벽에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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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쓰는 편지 ] - 나의 멘토에게   순간을 기억하지 않고 하루를 기억하겠습니다 꽃을 보고 울음을 참겠습니다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슬픈 날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겠습니다 혼자 사는 자유는 비장한 자유라고 떠들지 않겠습니다 살기 힘들다고 혼자 발버둥 치지 않겠습니다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겠습니다 술 마시고 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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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쓰는 편지 ]

- 나의 멘토에게


 

순간을 기억하지 않고 하루를 기억하겠습니다

꽃을 보고 울음을 참겠습니다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슬픈 날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겠습니다

혼자 사는 자유는 비장한 자유라고 떠들지 않겠습니다

살기 힘들다고 혼자 발버둥 치지 않겠습니다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겠습니다

술 마시고 우는 버릇 고치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울지는 않겠습니다

낡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젊은것들 당장 따끔하게 침 놓겠습니다


그러면서 나이 먹는 것 속상해하지 않겠습니다

나를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습니다

결벽과 완벽을 꾀하지 않겠습니다

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를 생의 전부인 듯 살겠습니다

더 실패하겠습니다

 

 

[ 50년 ]


 

반세기의 세월은

다리가 놓이고

숲이 베어지고

바다를 메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꽃과 열매의 

아픈 허리가 휘어지고

푹신한 의자가 삐걱거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어린아이가 늙어가고

늙은이가 죽어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일요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나의 시력이 50년째 되는 날이다

 

이제는

살려고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 저녁의 정거장 ]


 

전주에 간다는 것이

진주에 내렸다

독백을 한다는 것이

고백을 했다

너를 배반하는 건

바로 너다

너라는 정거장에 나를 부린다

그때마다 나의 대안은

평행선이라는 이름의 가차역

선로를 바꾸겠다고

기적을 울렸으나

종착역에 당도하지는 못하였다


돌아보니

바꿔야 할 것은

헛바퀴 돈 바퀴인 것

목적지 없는 기차표인 것

 

저녁 무렵

기차를 타고 가다

잘못 내린 역에서

잘못을 탓하였다

 

나는 내가 불편해졌다

 

 

[ 오후가 길었다 ]


 

새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나는 그것이 악보인 줄 알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아버지는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어린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셨다

 

바람이 몇 번이나 풀들 사이를

지나가는지 세어보았다

 

오동꽃이 할 말이 있는 것처럼 피었는데

나는 그것이 보루(堡壘)인 줄 알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어머니는

지는 꽃의 마음으로

어린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셨다

 

꽃 핀 쪽으로 가서 살거라

세상의 무거운 새들이란 없단다

우는 꽃이란 없단다

 

아무 말도 없던 것처럼 오후가 길었다

 

행복보다 극복을 생각하면서

서쪽을 걸었다

 

 

[ 마찬가지 ]


 

산은 저렇게 말이 없고

산속에 누운 너도

말이 없긴 마찬가지

마치 한가지로

너는 몇 년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것은 너의 영원한 레퍼토리

그너나 그렇지만

바람 불고 비는 또 내려

얼어붙은 내가 새롭게 놀라지만

오늘은 전화할 데가 없어

하루가 길다


그 많던 오늘은

어디로 다 가버린 것일까

 

산다는 게 이렇게

미안할 때가 있다니

 

 

[ 아침에 ]


 

삶은계란 먹다가

목이 막혀 가슴을 치네

아무래도 내가

삶은계란을 삶은 계란이라

잘못 읽은 것 같네

이해할 수 없어도

계속되는 것이 삶이라면

목에 걸린 건

삶은계란이 아니라 그것이었나

문득 목이 메어

누구나 슬프면


저녁노을을 좋아한다는 말 생각해보네

말은 내뱉는 것이 아니라

먹어치우는 것이라 하네

그래서 나는

아침인데 저녁노을을 먹어치우네

얼굴에

그늘질 일은 없을 것이네

 

 

[ 글자를 놓친 하루 ]

   
                           

정진하기를 바란다는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ㄴ' 자를 빼먹고

정지하기를 바란다고 보내고 말았다

글자 한 자 놓친 것 때문에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졌다

'ㄴ' 자 한 자가 모자라

신(神)이 되지 못한 시처럼

 

정진과 전지 사이에서

내가 우두커니 서 있다

 

 

...  소/라/향/기  ...

s******8 2021.12.13. 신고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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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읽으며
"새벽에 읽으며" 내용보기
새벽이라는 시간이 참 특별해서, 새벽에 생각하며 썼다는 새벽에 시를 읽고 있으니 꼭 시인이 시를 짓던 새벽에 함께 있었던 느낌. 시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고뇌하는 시집은 처음이라 뭔가… 좋다. 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렵게 좋은 느낌. 특히 ‘시가 나를 시인이라고 부를 때까지~’ 구절이 너무 좋아서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저는 술 마시고 울진 않지만 울고 싶을 때 술 마시는 건
"새벽에 읽으며" 내용보기

새벽이라는 시간이 참 특별해서, 새벽에 생각하며 썼다는 새벽에 시를 읽고 있으니 꼭 시인이 시를 짓던 새벽에 함께 있었던 느낌. 시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고뇌하는 시집은 처음이라 뭔가… 좋다. 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렵게 좋은 느낌. 특히 ‘시가 나를 시인이라고 부를 때까지~’ 구절이 너무 좋아서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저는 술 마시고 울진 않지만 울고 싶을 때 술 마시는 건 그만 두겠습니다.
d*********5 2023.07.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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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의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시인의 새벽에 생각하다" 내용보기
그녀의 시를 읽다보면 사람의 삶을 그리는 화가같다. 그림 하나로 감정을 표현하듯 시로 인생을 표현하는 작가의 깊이에 빠져들게 되는 마력. 늘 곁에 도고 또 읽어도 좋은 마음을 편안케한다.단어로 농을 치듯 마치 랩의 라임처럼 놀이 같은 시들도 있는데이것 역시 그냥 읽고 지나가기엔 깊은 내공과 그에 따른 단어의 이력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할 만큼 지적 유희다.지인들 대여
"천양희 시인의 새벽에 생각하다" 내용보기

그녀의 시를 읽다보면 사람의 삶을 그리는 화가같다. 그림 하나로 감정을 표현하듯 시로 인생을 표현하는 작가의 깊이에 빠져들게 되는 마력. 늘 곁에 도고 또 읽어도 좋은 마음을 편안케한다.

단어로 농을 치듯 마치 랩의 라임처럼 놀이 같은 시들도 있는데

이것 역시 그냥 읽고 지나가기엔 깊은 내공과 그에 따른 단어의 이력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할 만큼 지적 유희다.

지인들 대여섯명에게 선물을 했다.

모두들 마음에 들어했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한 작가라고 탄복을 한다.

천양희 시인의 다른 작품도 구입하려고 한다

f******l 2019.04.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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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새벽에 생각하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496
"[eBook] 새벽에 생각하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496" 내용보기
문학과 지성사 출판사에서 나온 천양희 시인님의 새벽에 생각하다 입니다. 새벽이란 시간을 워낙에 좋아해서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책입니다. 저도 새벽에 생각하는 거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요. 작가님 나이가 좀 있다고 들어서 시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처음에 한자가 있어서 당황했으나 그뒤론 없었고 어렵지 않았어요! 저의 편견이었나 봅니다. 좋은 시가 많아서 읽기 좋았습
"[eBook] 새벽에 생각하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496" 내용보기

문학과 지성사 출판사에서 나온 천양희 시인님의 새벽에 생각하다 입니다. 새벽이란 시간을 워낙에 좋아해서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책입니다. 저도 새벽에 생각하는 거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요. 작가님 나이가 좀 있다고 들어서 시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처음에 한자가 있어서 당황했으나 그뒤론 없었고 어렵지 않았어요! 저의 편견이었나 봅니다. 좋은 시가 많아서 읽기 좋았습니다

h*******2 2023.1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