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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당직자로 쟁쟁한 명사들과 함께 활동하셨던 노항래 저자가 쓴 잔잔한 인생론을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소개에도 나와 있듯 시집처럼 힐링 미디어처럼 주로 시각적인 임팩트에 초점을 둔 편집이라서, 촘촘한 텍스트 위주의 독서를 기대한 분들에게는 좀 아닐 수 있지만 뭔가 치유의 체험을 위해 책을 펴든 층, 또 연로한 분들께는 안성맞춤인 책이겠습니다.
스토리펀딩은 노항래 저자님 말고도 2016년 연중 내내 유명인들이 연재했던, 포털 사이트 Daum이 마련한 훈훈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저는 뉴스 편집이 역동적이고 센스가 있어서 다음 메인을 자주 찾는 편인데(네이버는 이 점에서는 좀 별로인 듯), 이 기획 역시 많은 네티즌들의 주목을 끈 신선한 시도였다고 봅니다. 이 책도 노항래님 외, 이분과 뜻을 함께해 온 여러 유명인들이 함께 글을 남긴 구성입니다. 지금 보면 좀 놀라운 게, 작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대선 주자가 두 명이나 필진에 끼어 있기도 해요. 우연이라기보다 이처럼 일반 대중과 다양한 경로를 놓고 소통하는 정치인이 그만큼 잘 풀릴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는 거죠.

최민희 전 국회의원은 현재도 여러 방송 채널에 자주 얼굴이 나오는 분이며 현재 소속 당 안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이 패널로 출연할 때, 당연한 일이지만 타 진영을 대표하는 분들, 심지어 진행자와도 의견이 서로 충돌하거나, 얼굴을 붉힐 만한 감정 대립이 빚어질 때 대응하시는 태도를 여러 번 봤습니다. 보통은 시선을 피하거나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혹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될 때에도, 상대를 약간 원망하듯 책망하듯 하는 눈빛에, 애교 아닌 듯 점잖은 애교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어떤 인격의 여유랄까 품위가 돋보이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로 얼마 전 몇몇 공직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비위 사실 관련 논쟁에서, 물론 당직자는 소속 정당의 당론에 따라야 하니 해당 후보자의 입장을 변호는 하시지만, 왠지 좀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짓는 그 표정이 참 인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정직한 양심의 발로였을까요? 무슨 이슈에 대해서도 경중과 차별적인 당부당을 따지지 않고, 그저 날선 목소리로 특정 진영만 대변하는, 기계적인, 영혼 없는 그런 태도가 아니어서 저는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지도자가 국민을 대변하여 따스한 소통을 이루는 정치판이 되길 기대합니다.
저는 유시민 씨가 소개될 때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이 역시 (요즘 대세라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소탈한 모습이긴 합니다. 작가라고 하면 얼마나 층위와 자질이 다양합니까. 그런데도 심플하게 그냥 "작가"로 자신을 내세우는 건, 일단 겸손의 표징으로 봐 줄 수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데뷔하기 전에도 (주)풀무원의 경영자로 두각을 보인, 이제는 노인 유세단에 낄 만큼 연로한 노장 정치인이 된 원혜영 씨의 말도 귀에 새길 만한 게 있더군요.
사실 이 책에 소개된 경구들, 실천에 옮길 것을 권하는 상당수 폼(form)이나 계획, 지침 등은, 제 나이 또래 독자들이 읽기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이거나, 삶의 종착점을 막 앞두기도 한 사회의 중견, 중진들이 더 집중하고 동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혹은 "정갈한" 편집의 미덕, 나아가 인생 보편의 공통 진리를 지긋이 응시하는 달관의 태도는, 어느 연령대의 독자에게건 인생의 진의를 바로 통찰하게 도울 만한, 읽다 보면 육신과 영혼의 눈이 고루 맑아지는 참된 일깨움을 독자에게 잘 전달해 주는 듯했습니다. 어디 인생의 바른 각성과 온전한 초심의 회귀가, 특정 연령대에만 부과되고 달성 가능한 과업이겠습니까. 삶의 오의와 진실은 초등학생도 어느 순간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삶을 다루는 정치에서, 죽음은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표 한 장 보탤 것 없는 사자에 대해 세속의 정치인들은 아예 관심도 두지 않기에, 가장 "삶"의 절실한 문제가 되어야 할 죽음은 정치인들로부터 냉대 받는다는 게 원혜영 대표의 말입니다. 정치인이 죽음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 산 자들의 삶 그 고갱이도 알차게 건강하게 채워질 수 있다는 결론이겠습니다. 역발상입니다. 죽은 이를 챙기는 정치가, 산 이들의 행복과 환희에 기여하는 지름길이라는 그 관점의 전환이 말입니다. "가장 약한 이들(위험에 처한 이들)을 향해 내미는 사마리아인의 손길". 타당합니다. 우리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는 필멸의 존재들이기에 그렇습니다. 아직은 낯선, 이 "웰 다잉"에 대한 시민적, 실천적 인식이 더욱 확산하여, 겸손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성찰이 깊이을 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치와 시민 활동은 결코 둘이 아닙니다. 이상하게도 이 말은 정다산의 교훈을 통해 더 울림이 깊어지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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