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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산길을 찾아 길을 나선다. 호젓한 산길을 걷노라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 속에 유영할 수 있어 무엇보다 감사하다. 먹이를 구하러 나온 산새는 자신의 일을 훼방 놓는 이를 경계하며 소스라치게 놀라 나뭇가지로 숨어든다.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시간 속에 사유의 늪으로 빠져드는 시간 유년 시절의 동심을 찾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짧은 시 한 편은 가슴 속에 사려 있던 감성을 일깨우고 세밀한 관찰력으로 깊은 생각을 표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파란 색 표지에 건장한 아버지의 뒷모습에 잠옷 바람으로 안겨 있는 딸은 잠이 덜 깬 얼굴로 아빠의 품에 오랫동안 안겨 안락함을 얻고 싶어 하는 듯하다.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드립니다. <중략>
뽀뽀라는 말 대신에 입술 우표를 붙인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은 출장을 갈 때면 꼭 아이들에게 뽀뽀 인사를 받은 뒤 짐을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유랑하는 시간 속에 아이의 입술 우표를 보증삼아 삶의 신산함을 녹이며 새로운 희망을 싣는 일상을 담은 동시이다. 이 대목을 보니 무엇보다 동가식서가숙하면서 오누이를 키워 낸 엄마의 수고로움이 떠오른다. 그 때 발품을 팔면서 옷을 팔러 다닌 엄마에게 입술우표를 주지 않았던 게 회한으로 다가온다. 그 때는 살갑게 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탓에 늘 숫기 없는 자신을 탓할 때가 많았다.
엄마가 다리미질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리미가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 치운다.
다리미 뱃속에는 쪼글쪼글한 주름이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처럼 꽉꽉 차 있을라나?
시인의 남다른 관찰력은 밋밋한 일상을 놓치지 않고 그 모습을 포착해 시로 형상화했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냥 지나칠 만한 일들을 시적 소재로 삼아 창의적인 생각을 어린이의 시선에 담아내고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해 보인다. 점점 어린이의 마음과는 멀어지는 자신을 볼 때면 동시집 한 권이 내뿜는 열기가 지대함을 깨닫는다. 힘든 시절을 견뎌낸 시인의 내공이 시 속에서 느껴진다. 글은 손과 발로 쓰는 일이라던 어느 작가의 말대로 시인이 쓴 동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슴에서 울려 퍼지는 리듬으로 마음을 잔잔히 울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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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들_입술 우표]한 마디 칭찬보다 더 큰 힘이 되는 한 마디 위로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칭찬도 힘이 되지만 정말 힘들어 할 때 더 큰 힘이 되고 절실한 것은 한 마디 위로입니다. 칭찬은 칭찬으로 끝날 수 있지만 위로에는 앞으로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때문이겠지요. 지금 성장하는 아이들이 힘이 들 때는 어떻게 할까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 드러내어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할 뿐 마음 고생은 말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아이에게 항상 곁에 있는 부모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더더욱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힘이 될 수 있는 양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서라고 해서 꼭 빽빽한 글로 씌어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입술 우표>에는 바로 아이들이 마음을 다쳐 힘이 들어 할 때 읽으면 큰 힘이 될 수 있는 동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만 미워하는 엄마 길을 가다 동생이 "엄마, 개미!" 하면 "개미가 우리 미소랑 친구하고 싶은가 보네." 하며 동생 옆에 나란히 앉는 엄마 길을 가다 내가 "엄마, 지렁이!" 하면 "빨리 안 따라오고 뭐해!" 하며 눈 흘기는 엄마 나뭇잎에 달린 빗방울 보고 동생이 "엄마, 나뭇잎에 눈물이 달렸어!" 하면 "나무가 슬픈 일이 있나 보네." 하며 동생 등을 토닥여 주는 엄마 방충망에 달린 노린재를 보고 내가 "엄마, 노린재가 나랑 놀고 싶은가 봐!" 하면 "너, 공부 안 하고 뭐하니!" 하고 소리 지르는 엄마 - 본문 中 - 이 동시 한 편만 읽더라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가 있답니다. 정말 위로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번 계기를 통해 소중한 동시집을 한 권 안겨 주는 것은 어떨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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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술 우표 >>
곽해룡님의 '맛의 거리'에 이은 두번째 동시집 "입술 우표"는 책 표지도 따뜻한 느낌이고, 시들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이었어요. 특별한 수식어구가 필요하지 않은 이쁜 동시들이 가득들어있는 이 책은~ 때로는 아이의 일기장을 보는듯한 아이다운 마음이 들어있고,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가슴먹먹함을 함께 할수 있는 글도 있답니다.
이쁜 동시들에 딱 알맞게 너무 과하지도 않은 그림들. 그 그림도 그렇게 따뜻함이 베어나와서 동시글이 마냥 이뻐 보였어요.
"입술 우표"라는 제목의 시를 먼저 찾아봤더니 제일 마지막 시로 있네요.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편지처럼 여기저기 다니는데 그럴때마다 뺭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달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아무리 해도 닳지 않은 입술 우표를 쪽! 소리 나도록 붙여드리지만.. 어느날은 반송되어 오기도 하고, 새벽에 가는 날은 미리 우표를 붙여달라고 하는 아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시네요. 한꺼번에 여러장 붙여 드리는 어떤 날은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하는데... 이 풍경이 눈에 선~ 한듯 같이 가슴이 먹먹해지려고 했어요.
아빠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편지에 비유된 아빠. 그리고 이쁜 뽀뽀를 입술 우표라고 하니 한동안 아이도 입술 우표를 붙여주겠다고 하네요. 따라쟁이 ㅋㅋ
목련꽃은 활짝 폈을때는 꽃송이도 커서 이쁜데 늘 떨어지고 나면 안타까워집니다. 이런 생각을 담은 목련꽃의 못브을 마음을 닦아 그렇게 더려워 졌다고 하니 이제 이해가 되네요~
민달팽이는 자신의 집을 안고 다니고, 동물원의 캥거루는 뛰지 못해 스프링이 녹슬어 버렸을지 모른다고 하는 글들을 보며 그렇게 고개를 끄덕여 졌어요.
작은 책 한권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수 있으면 좋겠다는 곽해룡님의 글은 우선 우리집에 두명에게 깊은 위로와 따뜻함을 전했다고 말해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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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우표
메마른 땅이어서 아까시나무밖에 살 수 없었던 돌산 이제는 예쁜 꽃, 나무 심는다고 전기톱으로 척척 베어내는 걸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까시 나무가 헌 집처럼 푹푹 쓰러지고 있다
고 시인이 표현한다. 그 안타까운 마음, 척박한 땅에 와서 뿌리내려 살아준 아까시 나무에 대한 연민이 그대로 짧은 시구 속에 뚝뚝 떨어진다. 쭈글쭈글한 매미 배를 쥐어짜며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막 울어라고 하기도 하고 봄이네 마당에 핀 목련꽃을 보고 걸레처럼 더러워진 마음을 꽃잎들이 닦아주었나보다고도 노래한다. 같은 걸 보더라도 시인은 그 내면의 것을 잡아내는 신비한 힘이 있다. 그걸 잡아내어 아름답게 꾸미고 다듬어 우리에게 들려주면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느새 시인이 노래하는 마음과 같아져 마음이 깨끗해지고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세태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나오면 나도 같이 안타깝고 시원해하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즐거워하고 웃게 되기도 한다. 그런 마력을 지닌 시인은 그래서 언어의 예술가라 하나보다. 뇌성마비 막내 고모 삐뚤빼뚤 수저를 쥐고도 밥 안 할 흘리지 않는 막내 고모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기 손에도 힘이 꽉 쥐어진다는 시가 있다. 똑바로 말을 하면서도 줄줄 흘리고 남은 밥알은 당연하다는 듯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 대조되어 읽는데 나도 모르게 내 손에도 힘이 꽉 쥐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입술 우표의 시들은 하나같이 사랑을 노래하고 보다 넉넉하고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자라는 우리 아이도 이 시들을 통해 그렇게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자랐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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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접한지 한참 되어서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푸른책들의 동시집을 만나보면서 요즘에는 동시집을 만나게 되면 마음속에 왠지모를 따뜻함이 느껴지고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더라구요. 입술 우표라는 제목과 함께 아빠에게 안겨있는 여자 아이 모습이 꼭 우리 딸래미와 신랑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친숙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이즈도 휴대하기에 간편하고 페이지수도 부담되지 않아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펼쳐볼수 있겠구요. 예쁜 동시들과 함께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깔려있는 삽화 그림들이 있어서 아무 그림없이 밋밋한 것 보다는동시의 느낌을 더 잘 느껴볼수 있었습니다. 동시들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도 생각할수 있구나 하는걸 느꼈답니다. 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은데 거꾸로 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이렇게도 바라볼수 있겠구나 하는걸 처음 <턱걸이> 동시에서 부터 느낄수 있었는데요 철봉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거꾸로 지구가 들렸다고 표현하고 있고 <달리기>에서는 아이들이 발바닥으로 힘차게 지구를 돌린다고 표현되어 있어서 평소 그냥 일어나는 일상들의 모습에서도 한번더 생각해볼수 있구나 ,, 또 다음 동시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어있을까 궁금해서 책장을 넘겨보게 되더라구요. 때론 자연을 대상으로 때론 인간을 대상으로 표현한 동시들이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짤막짤막한 동시들이지만 그 속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또 사랑이 담겨있는데요 그것은 그냥 얻어지는것이아닌 슬픔과 외로움, 아픔을 견뎌낸 것이라 더 마음 깊이 와 닿을수 있었던듯합니다. 책 뒤에 작가의 말처럼 살아가면서 삶이 힘들고 외로울때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때 보면서 힘을 얻을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뷰에 인용된 글은 책속에 글을 인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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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해룡 시인의 시는 처음 접해 보았습니다... 아빠의 품에 안겨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표지가 책속에 시가 얼마나 포근할까 기대를 하게 하네요. 아이들 밖에서 노는 동안 시집을 들고가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전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았습니다... 입술우표를 읽는데 우리집 남편의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네요. 입술우표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 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 드립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부산으로도 여수로도 떠나지 못하고 반송되어 와 종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에 떠나느라 내 입술 우표를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이제 아빠는 내가 잠들기 전에 미리 입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어떤날 아빠는 내 입술 우표를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 가기도 합니다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 주어도 닳지 않아 아깝지 않지만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 드리는 날은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p : 56~57) 우리아이들도 어쩌면 이런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되고 미안하고 그렇네요... 아빠가 현장이 멀면 자주 집에 오지 못할때가 있는데 그걸때면 우리집 막둥이가 "엄마 아빠 언제와요?.." 하고 물어보는데 아마도 우리아이들도 아빠가 일하시러 현장에 가시는날이면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까 싶어 제 가슴이 먹먹해 지네요... 봄에 새하얗게 피어있는 목련꽃을 보면 참 예뻐서 보고있는 것만으로 행복해 집니다... 하지만 목련꽃이 길가에 떨어져 있으면 지저분하다고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곤 하는데 목련꽃 시를 읽고나니 내년엔 다른눈으로 목련꽃을 보게 될것 같아요. 목련꽃 며칠전 봄이네 앞마당에 활짝 핀 목련꽃 넋 놓고 바라본 적 있었는데요 잘 다려진 손수건처럼 하얀 꽃들 본 순간 내 마음 잘 닦인 유리창처럼 맑아지는 걸 느꼈는데요 오늘 와 보니 그 목련꽃들 마당에 마구 흩어져 있어요 걸레처럼 더러워진 저 꽃잎들 그때 내 마음 닦아 주었나 봐요 (p : 12~13) 이외의 동시들 중에서도 저를 사로잡는게 참 많이 있답니다... 나만 미워하는 엄마 - 혹시나 우리아이들도 이런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뜨끔합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아무래도 똑같이 다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기엔 그렇지 않을것 같아요... 고물리어카, 면발뽑는 아저씨, 안경과 안대, 똥을 치운다 등 좋은동시들이 가득 담겨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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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이와 기차를 타고 지방에 다녀왔다. 비온뒤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도 선명하게 그 색채를 드러내고 있었다. 회색구름이 넓게 하늘에 퍼져 있었으며 푸른 나무들과 모내기 전인 논에는 빗물로 가득했고, 아카시아 나무는 하얀 꽃들로 가득했다. 이제 말문이 터진 아이가 창밖을 보면서 "나무 나무" 하길래 내가 "아카시아 나무"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단숨에 "아까시 나무"라고 말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기차타고 간 이야기를 뭐라 하면서 "아까시, 아까시"한다. 그래서 웃었는데 <입술 우표>라는 동시집을 읽다가 아까시나무가 나와서 깜짝 놀랬다. 혹시나 아까시나무가 따로 있나 싶어서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아카시아 나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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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해룡님의 동시집이라 반가운 마음이 더 컸던 시집입니다.
이 책에서 만난 동시들은~ 군더더기 하나 없다고 해야할까요? 화려한 수식어구 찾기 힘든 동시들은 그래서 더욱 진실되게 다가오는듯합니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어떤 동시는 웃음이 절로 벙싯 피어나게 만들고, 어떤 동시는 마음을 콕 찌르기도 하고, 어떤 동시는 코가 시큰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날 아빠는 내 입술 우표를 /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 가기도 합니다. /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 주어도 닳지 않아 / 아깝지 않지만 /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 드리는 날은 /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 <입술우표> 중 일부 처음, 동시집 제목을 보면서 '입술 우표'가 뭘까~ 했습니다. 표제작 <입술 우표>를 읽고서야 아이가 아빠 볼에 하는 뽀뽀라는 걸 알았는데, 짐차 운전수인 아빠가 먼 길 떠나기전 아이에게 뽀뽀를 받고 떠나는 모습을 그린 이 동시는, 마지막 연에서 아빠에게 뽀뽀를 많이 하게 되는 날~ 아주아주 먼 길을 떠나실 아빠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글 한 줄 없지만,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과 아빠를 향한 아이의 사랑이~ 읽는 이에게도 강하게 전해져 코가 시큰거리게 만든 동시입니다. 어떤 동시들은 읽는 우리아이들의 상상력을 톡톡 자극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시로 표현했는지~~~. 이 동시집에 실린 여러 재미있던 동시들 중에서 <다리미> 한 편을 옮겨보면~ 엄마가 / 쪼글쪼글한 옷을 다린다. // 다리미가 /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 치운다. // 다리미 뱃속에는 / 쪼글쪼글한 주름이 //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처럼 / 꽉꽉 차 있을라나? - <다리미> 전문 다리미를 보면서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 치워 뱃속에 차 있을거라는 상상이 재밌었던 동시입니다. 그런데, 뒤이어 나오는 <매미>라는 동시를 읽으면서는 또다른 느낌을 전해줍니다. 매미는 울면서 / 쭈글쭈글한 배를 쥐어짠다. // 몸속에 든 울음을 / 남기지 않고 다 비워 내려는가 보다. // 매미야, 막 울어라. //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실컷 울어라 - <매미> 전문 다리미가 먹어치워 버린 '주름'이 왠지 매미의 '쭈글쭈글한 배' 속에 들어 있는 '울음'처럼 느껴지면서, 다리미가 가져간 쪼글쪼글한 주름이 '슬픔'이 아니였을까~ 생각케 만든 <매미> 동시였네요. 뒤편에 실린 '시인의 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중에 '제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앉아 힘든 일을 이겨 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라고 쓰고 있는 글이 마음에 남습니다. 위로가 되어 주는 시...... 그러고보니 <입술 우표>에는 그렇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을 주고,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을 위한 동시로 말이지요.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못해 / 안경이 깨졌다. // 안경 대신 안대를 끼고 보니 / 칠판 글씨도 흐릿하고 / 친구들 얼굴도 흐릿해 / 그 얼굴이 다 그 얼굴 같다. // -눈탱이가 밤탱이 됐네! / -조심하지 그랬어. 많이 아프겠다! // 그렇잖아도 속상한데 / 놀리는 친구도 있고 / 위로해 주는 친구도 있다. // 안경을 끼고 볼 때는 / 친구들 얼굴이 잘 보였는데 / 안대를 끼고 보니 / 친구들 마음이 보인다. - <안경과 안대>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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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런 시가 좋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 그리고 읽다보면 딴 생각을 한참 하게 하거나 그림이 그려지는 시. 이 시집에도 그런 시가 몇 개 있다. [입술우표]의 표지 그림은 사실 마음에 안들었지만(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지만), 시집의 전반적인 내용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시는 [날개]와 [오리가족]이다.
벌레에게 먹힌 어린 나뭇잎 이듬해 봄이면 호랑나비 날개가 된다
수채에게 먹힌 어린 물고기 여름이면 왕잠자리 날개가 된다.
그물맥만 남긴 나뭇잎이 꽃잎에 앉았다
가시만 남긴 어린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 -날개, 전문-
화자는 팔뚝에 겁도 없이 앉아 준 잠자리가 고마워서 날아갈 때까지 막대기처럼 서 있기도 하고[막대기가 된 날], 오목눈이 둥지에서 아기새 네 마리를 봤지만 친구들에게 그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무사히 자라 포롱포롱 날 때까지 뻥쟁이가 되려고도 한다. [뻥쟁이가 되기로 했다] 화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이웃이나 내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눈빛도 보인다. 아빠 오리는 안 보이지만 행복해보이는 [오리가족], 아들을 못 본지 일년이 넘었다는 [면발 뽑는 아저씨], 뇌성마비 [막내고모], 하늘 나라 들길을 걷고 있을 할아버지의 [고물리어카], 지하철이 무대인 [맹인가수] 등등. 우리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 잘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는 읽기에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오리가족]은 마음에 쏙 드는 시다.
오리 가족이 헤엄쳐 간다
엄마 오리가 물살을 가르며 간다
아기 오리들이 씩씩하게 따라간다
아빠 오리는 안 보인다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오리 가족,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