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주로 밀수에 대한 권력의 개입, 특히 정부나 그 대리인들의 개입에 대한역사를 다루고 있다. 밀수는 용어의 뜻 그대로 은밀히 시행되기는 했지만, 보호무역주의에 반하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의 노골적 반역 행위로서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밀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초국가적이 교역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분석되어 왔고, 보호무역주의자들은 19세기 전반 내내 이뤄진 자우무역주의자들과의 논쟁에서 미수는 통치권을 약화시키는 행위이자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이며 지역 사회를 위협하고 고귀한 애국심을 잠재우는 행위라고 규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밀수는 반역이나 혁명의 결정적인 요소로서 그 시발점 또는 영속요인 아니면 그 결과ㅑ가 되기도 했다. 이에 관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한다. 19세기 우루과이 독립 전쟁에서 소 밀수꾼이던 호세 게르바시오 아르티가스는 영웅이 되었고, 같은 세기 중반에 일어난 스페인의 카롤로스 전쟁에 참가한 개혁주의자 진영은 밀수꾼들이 집결해서 형성됐다가 규모가 확대된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밀수의 본질이 반역적인 행위이고 개인주의를 표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만 맞아떨어진다면 언제든지 혁명 세력과 제휴하게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밀수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무관하게 여겨지는데도 불구하고 위험들은 물론 모든 수입 금지품의 교역에 관한 인류학적 사회학적 정치과학적인 연구는 점점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기록을 남기지 않는 불법 거래에 따른 경제 행위와 반합법적인 상품 공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대중이 밀수에 대해 아는 바가 극히 적다는 상황과는 정반대로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이 세계를 변화시켰고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데, 이것은 세계화라든가 지정학적인 개념과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밀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즉 우리가 세계 곳곳으로 은밀히 거래되는 것들에 의문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그 시원을 찾아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무역, 세계화, 지정학 등의 용어가 밀수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 지금은 전혀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실크, 차, 향신료와 같은 물건들이 옛날부터 얽히고설킨 정치적 이해관계와 양보할 수 없는 패권 전쟁의 주인공이라면 헤로인, 코카인, 무기, 노예 등이 오늘날 국제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과거에도 밀수품은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는 사실이 놀라게 하였다.
밀수업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은 아니겠지만 매우 오래된 전문직이었음은 분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과거 어느 시점에 어떻게 이 결정적인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작용했고 융합했는지 찾아낸다면 이곳을 시작점으로 잡아서 두 요소의 시너지 효과가 더 넓고 오랫동안 나타났던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같은 밀수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서 밀수가 없었다면 문명의 확산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세계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창문을 활짝 열고 길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밀수는 실제로 고귀한 사상을 실어 날았으면 그 배후는 영웅적이고 사상적인 동기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
|
미국과 유럽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해적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캐리비안 해적]과 같은 영화가 흥행을 하고, 최근에는 블랙세일즈와 같은 해적 이야기의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달리던 기마민족의 DNA가 남아 있다면, 미국과 유럽인들에게는 대서양이나 카리브해를 누비던 항해가나 해적의 DNA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흔히 '대항해시대로' 알려져 있는 15세기에서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당시 해적들이 일반인들과 쉽게 거래를 하고, 주변의 항구에 정박해 생활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국가와 연합애서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해적이란 범죄집단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밀수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당시의 배경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밀수이야기]는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지리적 발견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항해시대, 그리고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밀수가 어떻게 세계역사와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밀수를 단순히 몇몇 개인이나 집단의 범죄행위로 보기 전에, 밀수가 얼마나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졌는지를 이야기한다. 비록 대항해시대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밀수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처음 밀수는 지금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립하는 자유무역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다. 역사성 처음으로 대서양의 패권을 잡은 나라는 포르투칼이었다. 당시는 인도에서 수입하는 향신료(주로 후추)의 무역이 성행했는데, 이 항신료는 수입하고 항로를 확보하는데 가장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포르투칼 왕 마누엘이다. 그는 그의 업적때문에 '식료품의 왕(Grocer King)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마누엘의 업적으로 인해 포르투칼의 제일 먼저 인도양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향신료의 항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독점권을 행사하고, 자신들 외의 무역을 모두 밀수로 치부해 버렸다. 당연히 이해 대항하여 독자적으로 밀수를 행하는 세력들이 생겨났다. 그 후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카리브해와 대서양의 지배자로 떠오른다. 스페인 역시 스페인에서의 독점적인 무역권을 주장하면서, 자신 외에 거래를 밀수로 취급한다. 스페인은 강한 함선들과 요새를 통해 이런 독점적인 무역권을 굳건히 한다. 이때 유명해진 인물이 '존 호킨스'와 '프랜시스 드레이크'라는 해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레이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영화나 책을 통해 많이 접해 본 적이 있다. 해적이면서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협력해서, 계속해서 스페인의 무역로를 공격했고, 결국에는 영국함대와 함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드레이크의 사촌형으로 알려진 호킨스에 대해서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당시 스페인은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해적으로부터 카리브연안을 지키기 위해 메넨데스라는 제독을 임명했었는데, 그의 뛰어난 전술에 맞서 호킨스는 카리브 연안을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며 밀수를 행했다. 이런 상황은 동인도제도나 남중국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시의 밀수품의 품목 중 가장 값진 것은 향신료였는데, 특히 지금의 몰루카 제도가 향신료의 가장 큰 생산지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이 지역에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이곳 역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밀수꾼들의 끊임없는 탐험지였다. 결국 당시의 밀수는 포르투칼이나 스페인, 네덜란드 같이 해상무역을 선점하고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나라들에 맞서 해상무역의 후발국가들이 추구하던 자유무역적인 방식이 강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물론 밀수가 항상 이렇게 낭만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밀수로 인해 피해는 역사상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편과 관련된 중국시장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은 중국에 끊임없이 아편을 밀무역했고, 나중에는 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중독되었다고 한다.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정부가 아편 밀매를 금지하자, 영국이 함대를 일끌고 아편 배들을 보호하며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아편전쟁이다. 이것은 국가가 밀수를 이용해 국가의 부를 채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외에도 밀수를 통해 문화재를 가져오는 사례도 언급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병인양요나 신미양요들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에 주요 문화재들을 약탈 당한 사건이 있다. 이 책에는 근대에 서구에 의해 중동과 아시아, 남미 등에서 광범위한 문화재 밀수가 행해졌으며, 심지어는 유명한 작가인 앙드레 말로까지 그의 부인 클라라와 함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물을 가져오는 일에 가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문화제 밀수를 범죄라기 보다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로 보았던 왜곡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후반에도 이 책은 현대에도 얼마나 밀수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언급한다. 특히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다이아몬드 밀수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시에라리온과 같은 나라에서는 품질 좋은 다이아몬드가 생산되고, 이것을 놓고 내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시 다이아몬드가 무기와 거래가 되고, 내전이 더 심각해진다. 이렇게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악명이 붙어서 밀수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부유층들에게 판매가 된다.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밀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딱딱하게 세계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재미있게 글을 쓰며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러 방면을 이야기하다보니 세계사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시간이나 장소순서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 중에 시간이나 장소, 인물들이 수없이 나열되다 보니 조금은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밀수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사와 경제사를 바라보는 책이다. |
|
이 책에서는 역사가 그동안 꽁꽁 감춰온 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밀수는 단연 세계사의 주역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15세기 대항해시대부터 21세기인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활하다. 그러한 광활함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내가 평소에 아주 짧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밀수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였다. 한마디로 보통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었다. 이것은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의 하나로서 낭만과 반역 그리고 권력의 역사를 대변한다. 즉 교역 금지를 7세기 역사로 밝히는 세계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중에서 기회를 만들어준 책이 바로 ‘밀수이야기’이다. 밀수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무관하게 여겨지는데도 불구하고 위험품은 물론 모든 수입 금지품의 교역에 관한 인류학적·사회학적·정치학적인 연구는 점점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조금 특별하게 여겨진 것은 일반 대중이 밀수에 대해 아는 것이 극히 적다는 상황과는 정반대로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이 세계를 변화시켰고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세계 곳곳으로 은밀히 거래되는 것들에 의문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그 시원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내 관심을 끌었다.
지금은 전혀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실크, 차, 향신료와 같은 물건들이 오랜 옛날에 정치적 이해관계와 양보할 수 없는 패권 전쟁으로 얽히고설킨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품목이라면, 해로인이나 코카인 그리고 무기나 노예 등은 오늘날 국제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이처럼 과거에도 밀수품은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고 이 책은 재미있는 옛이야기처럼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렇다고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카브리 해에서의 밀수가 동인도 제도의 향신료와 불법 교역처럼 거대 사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신료 밀수의 경우에는 적절한 양 또는 소량만 수송해도 수익이 보장됐던 반면, 카브리해에서는 규모의 경제라는 다른 요소가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상당한 자본이 무기에 미리 투자돼야 했기 때문에 대규모의 교역을 통해서만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때로는 대적 행위나 밀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방정식에 의해 오늘날 과하라 반도에 범람하고 있는 주류, 담배, 의류의 일상적인 비공식적 교역과 마찬가지로 고부가치와 가벼운 무게라는 밀수의 황금률이 생겨난 것이다.”(p.93) 안타깝게도 이런 활동은 폭력적인 경제로 나타났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러한 밀수품은 이제 대륙을 넘나들면서 세계 경제의 일부가 되었고 결국 대륙 대 대륙으로 거래가 이뤄졌던 것이다. 이런 밀수꾼들은 스스로 신의 속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은밀하게 활동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는 밀수꾼들의 수호신인데 그보다 더 적합한 신은 없을 것이라니 그에 능력이 참으로 놀랍다. 또한 헤르메스는 여행자와 상인, 국경 통과자들의 수호신으로 그려진다. 로마 신화의 머큐리는 헤르메스의 신화로부터 파생된 신이며 영어 형용사 변덕스러운의 어원이기도 하다. 머큐라는 변덕이 심하지만 늠름하게 생겼고, 스스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도 모습을 잘 드러내는 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시작된 비밀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한편으로는 비밀스러운 긴밀함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눈에 잘 띄는 밀수품 거래처럼 외향적인 변덕이라는 이질적인 면이 공존하는 신이다. 이것이 바로 밀수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역설이다. 켄트의 딜 항에서 매일같이 조용히 전달되는 주문장이 막상 부두에서는 떠들썩한 거래 행위로 나타난다. 물론 그 사회의 상류층이 개입한 데서 비롯된 일종의 보호장치였다.(p.223)
내가 이 책을 읽고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다양한 밀수품과 함께 밀수꾼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나폴레옹과 헤르메스의 등장이었다. 밀수하고는 하등의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은 완전 드라마틱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등장인물들은 이 책을 읽는데 폭발적인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밀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사의 전혀 다른 이면을 공부할 수 있는 진짜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인지 책이 바람 탄 듯 술술 읽혔다. 은밀한 세계사의 이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
|
‘밀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smuggling’은 고대 저지 게르만어 ‘스모클렌(smokklen)’에서 유래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밀수’하면 ‘불법적인 재화의
운반’을 뜻한다. |
|
【 밀수 이야기 】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_사이먼 하비 저/김후 역 | 예문아카이브 원서 : Smuggling: Seven Centuries of Contraband
1. 1568년 봄,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남아메리카의 외곽에 위치한 식민지마을 리오아차를 향해 출항했다. 그의 임무는 스페인이 독점하고 있는 상품의 ‘밀수’였다. 오늘날의 리오아차는 콜롬비아 최대 소금 생산지로서 수세기 동안 밀수꾼들의 영역으로 알려진 넓은 사막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밀수는 이 지역의 주요 교역 수단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비공식적인 항구에서 세금을 물지 않은 불법 수입품을 전반적으로 취급했는데, 특히 하이파이 오디오나 전자제품, 유명 브랜드 의류, 고급 주류 등이 거래됐다. 현재에도 이곳은 코카인 밀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항구에서 선박을 통하거나 수많은 비밀 활주로에서 항공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몰래 물건을 사들여 오거나 내다 파는’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매매 행위인 ‘밀수(密輸, smuggling)’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노르웨이 트론헤임대학교 역사학, 미술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사이먼 하비이다. 학부 시절부터 역사적 유물과 골동품 예술 작품에 관심이 많아 주의 깊게 살피던 중 세계 유수 박물관에 전시된 대다수의 유물이 약탈과 밀수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사실에 주목하고 본격적으로 밀수를 연구하게 되었다.
3. 15세기 대항해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밀수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밀수’라는 키워드로 세계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 무역의 흐름과 문명의 확산, 패권의 향방을 추적해간다. ‘밀수’라는 단어 자체는 매우 부정적이다. 지하 경제, 권력 장악을 위한 전쟁.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밀수품의 교역 규모는 약 10조 달러 정도의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 밀수꾼들이 힘을 합쳐 국가를 세우면 미국이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이 되는 셈이다.
4. 실크로드는 어떻게 거대 ‘밀수 통로’가 되었는가? 나폴레옹이 ‘영국 금화’를 몰래 사들인 이유는? 왜 미국은 ‘마약 밀수’ 항공사를 40년 동안 운영했는가?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가 피로 물든 보석이 된 까닭은? 등의 각 이슈마다 살을 붙인다면, 책 한 권의 분량도 나올법하다.
5. 리뷰 서두에 등장하는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사실 엘리자베스 1세의 특사나 다름없었다.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하려는 프랜시스 드레이크에게 하달된 명령은 “나의 해적은 들으시오, 그대의 함선을 가득 채워서 돌아오시오.”였다. 스페인이 독점하고 있던 ‘향신료’의 밀수가 그의 미션이었다.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탐험가이자 밀수꾼이었다. 나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공인 밀수꾼’.
6. ‘밀수’를 세 개의 키워드로 풀어나간다. 낭만, 반역, 권력 등이다. 밀수업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은 아니겠지만, 매우 오래된 전문직이었음에 틀림없다는 언급에 공감한다. 현재처럼 국가와 국가 간에, 개인과 개인 간에 합법적인 거래가 되도록 교역의 틀이 잡힌 시점에도 밀수는 진행형인데, 하물며 과거에는 어땠을까? 충분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7. 밀수품목 중에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밀수가 전한 사상(思想)도 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는 칭기즈 칸의 손자이자 중국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이 마르코 폴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네가 무엇을 밀수하는지 고하라. 분위기, 신의 가호, 애달픈 노래들을.” 밀수는 실제로 고귀한 사상을 실어 날랐다. 그 배후에 영웅적이고 사상적인 동기가 존재하기도 했다. 밀수꾼들이 볼테르가 쓴 《철학사전》을 갖고 제네바를 출발해 주라 산맥을 넘어 아직 혁명 전인 혼란의 프랑스로 들어왔을 때, 당시에는 포르노에 불과했던 《깡디드》도 함께 가져올 수도 있었다.
8.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밀수의 거의 모든 형태와 밀수에 관여한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개인을 넘어 국가가 직접 밀수에 관여한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이 되기도 했다. 영국은 밀수를 토대로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세웠다. 미국은 ‘마약과 무기’ 밀수에 대해 엄청 예민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도, 미국 군부와 백악관 참모들, CIA까지 조직적으로 관여한 ‘이란-콘트라 스캔들’도 일으킨 적이 있다.
9. 저자인 하비 교수는, 밀수가 없었다면 문명의 확산도 없었고 지금의 세계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오해소지가 있는 말이지만, 15세기에서 16세기 대항해 시대 때 신흥 식민지 개척 세력에 의해 밀수와 탐험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가는 과정과 그 이후 이뤄진 밀수 문화 과정의 흔적, 제국의 건설 과정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밀수’는 영화나 소설에서는 다뤄진 바가 있지만, 이렇게 한 권의 텍스트로 정리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인 듯하다.
|
|
밀수를 주제로 다루는 이 책 『밀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가슴 한구석에 묘하게 밀려드는 일탈의 감정이 두근거림을 일으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주된 이유는, 대다수 사람이 상식처럼 생각하듯 밀수는 언제나 불법과 연관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입고 있어서 지금껏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인 까닭이요, 따라서 대단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마치 금기의 영역 또는 금기어라는 인상을 주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밀수 이야기』를 읽는 경험은 마치 어린 시절 『보물섬』을 읽었던 경험을 데자부처럼 떠올리게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밀수(密輸)’란 ‘세관을 거치지 아니하고 몰래 물건을 사들여 오거나 내다 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밀수는 불법과 직결된 거래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밀수를 단순히 개인 간 거래에 국한시키지 않고 범위를 확대하면 ‘밀무역(密貿易)’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이 역시 ‘법을 어기고 몰래 하는 무역’으로 정의되어 있어서 불법적 행태로 단정할 수 있다. 이렇게 사전적 정의로만 보면, 밀수나 밀무역은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자주 접하는 검은 뒷거래와 잘 들어맞는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밀수’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 가령, 우리에게 정말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경우에 대단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이목을 끌게 될 공산이 매우 큰 까닭에, 그런 사회적 관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비밀리에 거래를 진행해야 할 물건이 있다면 이것도 큰 범주에서 ‘밀수’ 또는 ‘밀무역’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정하면 ‘밀수’나 ‘밀무역’은 어떤 점에서 긍정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밀수 이야기』에서 바로 그와 같이 밀수가 경제, 문화, 사회의 측면에서 수행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역사적 사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제언한다.
그래서 밀수와 관련된 나의 고정관념은 『밀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특정 상품(물품)에 대한 독점권이 행사되는 경우에 그 상품(물품)은 오히려 밀수를 통해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소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령 과거에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무역로를 장악하고 해상 무역을 통해 특정 상품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상식과 달리 그런 감시망을 뚫고 밀무역이 이루어졌으며 다른 국가의 경우도 호시탐탐 그런 상품들을 손에 넣기 위해 밀무역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대단히 역설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밀수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은, 밀수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단순히 금기시되고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유해성 상품들의 거래만 의미하는 대단히 편협한 의미의 거래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문화, 경제, 사회적 재화들까지도 포함하며 심지어 서적과 회화와 미술품과 같은 지적 재화의 유통에도 연결되어 있어서, 그 파급적 효과는 우리의 피상적 이해와 상상을 크게 초월한다는 것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밀무역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문화와 지식의 측면에서 누리는 풍요로움과 보편화 현상은 나타나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문화와 지식의 발달도 크게 지연되었을 것이다.
또한 『밀수 이야기』는 우리가 밀수를 대단히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단서도 제공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국가 권력이나 기득권과 관계있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특정 재화의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경제적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모호한 ‘자국의 이익’이다. 여기서 ‘자국의 이익’이 참으로 거국적 차원에서 국가의 존립에 도움이 되고 국민의 삶을 풍족히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처럼, 만일 ‘자국의 이익’이 어느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과 동일한 것이라면 그런 외침은 대단히 공허하다. 그래서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시행하면서 나머지를 불법과 연결시켜 밀수, 또는 밀무역으로 규정할 경우 그 어떤 정당성도 담보할 수 없다.
『밀수 이야기』는 주제나 내용이나 편성에 있어서 참으로 독특한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祕史]들을 소개하는 내용은 대단히 흥미진진했다. 물론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제재의 특성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려는 현실적 이유로, 이 책의 내용 중 90% 정도가 역사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엇이 주목적인지를 망각하고 방향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 속에 파묻혀서 허우적대다보면 목적지가 어딘지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밀수 이야기』는 우리에게 대단히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밀수’를 주제로 다루면서 밀수가 우리의 상식과 달리 역사적으로 대단히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대단히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여기에는 저자의 오랜 연구와 조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은 밀수를 단순히 불법적 거래 행위로 단죄하는 것이 대단히 환원주의적인 태도며 근시안적인 관점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비록 오늘날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밀수와 밀무역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거래를 과연 어느 관점에서 봐야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밀수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
|
164쪽 18세기 밀수를 뜻하는 다른 단어 마로너가 있었는데 비 밀스러운 일이라는 의미였고 검은 책들을 밀수하는 경우에 주 로 사횽했다. 이 단어는 달고 굵은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롱 에서 나왔다. 나쁜 책들의 공급자 중 한 곳은 뇌샤텔인쇄협회 였다. 스위스 네샤텔에 밀집해있던 인 쇄업자들이 밀수꾼들을 시켜 막 완성된 혁명 서적이나 음란서적을 주 라산맥의 북쪽 골짜기를 거쳐 국경을 넘어 프랑스 퐁탈리에 까지 운반했고, 이곳에서 다시 프랑스의 중심 지역에 배포했다. 이는 상 대적으로 영광스러운 형태의 무역이엇다. 도중에 책을 압류당하는 경 우를 대비해 STN에서 밀수꾼에게 보험을 들어주고 손실을 보상해주기 까지 했다. 또한 검은 책들은 비계 처리를 했는데 이는 다른 책 사이에 숨기는 것을 의미했다. 영국 작가 존 클리랜드의 패니 일 은 구약성서가 됐고 매춘부는 신약성서가 됐 다. 법률서 사이에서 볼테르의 저작 중 한 권을 찾을 수도 있었다. 이 밖 에 많은 책들이 검은 책들이었기 때문에 불법이었으며 특히 기행서가 많 았다.
밀수에 대해 캐러비안의 해적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대입했던 자신. 그리고 어딘가에 정해의 원정이 나오리라고 생각했던 짧은 생각 에 대해 반성을 합니다. 세상사는 내가 아는 작은 곳에서 끝나거 나 거기서 시작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세상이 재미 있으며 더 많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지혜를 길러 실천을 통 해 성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이 책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즉, 모르는 이야기가 참 많이 들어 있네요. |
|
밀수라는 주제가 이렇게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채울 만큼 긴 역사를 가졌을까? 이런 궁금증이 드는 분들이라면,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의 탄탄한 공적(公的) 사회 구조가 얼마나 개개인에 큰 혜택을 제공하는지 잠시 잊었을 수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무역의 역사는 곧 밀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내가 사는 고장에서 나지 않는 산물인데, 어쩌다 운이 좋아 한번 구해 써 보니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더라, 뭐 이런 반응이 퍼지면, 그래서 그 물산을 갖고자 하는(수요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모험심 강한 이들은 멀리라도 가서 물량을 확보한 후 고향 사람들에게 풀어 놓고 한몫 크게 잡자는 생각을 품을 만합니다. 그 타향에서 이 물자가 발에 채일 만큼 흔하다면 더 이문이 크겠음은 말할 것도 없겠고요. |
|
‘밀수’라는 단어는 분명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상적인 루트를 거치지 않고 은밀하게 거래되는 행위들은 아마 지금 이시간에도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밀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법이란 단어가 아마 밀수의 의미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 같으며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마약이나 고가의 미술품 그리고 각종 국가의 문화재 등등 각 국가가 거래를 금지시키거나 제한하는 물품들을 거래하는 것은 모두 밀수 행위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품고 있는 밀수로부터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가 하면 그도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밀수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Made in Korea가 아닌 물건들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국내에 들어와 우리 손에 들어왔는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알지 못한다. 때때로 초특가 상품들이 우리를 유혹하며 구매를 부추기는데 이러한 물건들 중에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 밀수품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밀수 로부터 모두 자유롭다고 호기롭게 얘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 밀수 자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각 국가에서 벌어진 밀수행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구한 흥미로운 책으로 여기 <밀수 이야기>가 있다. 밀수는 그 행태가 은밀하기 때문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점에 착안해 저자는 역사와 밀수의 관계에 흥미를 갖게되었다. 그리고 밀수의 역사를 연구하다보니 실제로 밀수가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7세기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밀수 이야기를 이 책에 집대성 했다. 밀수와 탐험, 밀수와 밀수의 제국, 밀수하는 세계등으로 테마를 나누고 각 테마안에 역사를 바꾸었던 은밀한 무역이야기 그리고 낭만, 반역들을 꾀나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 과거의 밀수꾼들은 분명 세상의 어두운 부분에 존재했지만 또한 국가나 거대 조직의 비공식적인 대리인이기도 했다. 밀수를 통해 자신들의 세력을 확고히할 수 있었던 밀수꾼들은 때로는 정치적 권력 투쟁의 중심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애국자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전 세계를 누비는 탐험가 이기도 했다. 밀수 행위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그 밀수 행위를 통해 문명이 확산되고 세계 각지로 향신료나 비단 같은 특정 지역의 물품들이 전달되었으며 오늘날의 세계화의 흐름에 분명 큰 역할을 했다라고 생각된다. 합법적인 교역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밀수의 역설처럼 밀수를 막으려는 행위는 또 다른 밀수 형태를 만들어 내고 밀수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하는 힘에는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 그리고 필요가 뒷받침 되어 있을 것이다. ![]() 역사책이나 영화에서 보면 가끔씩 다루어 지는 밀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에피소드이지만 이렇게 역사를 밀수라는 하나의 카테고리고 엮어 바라보고 연구한 책은 없었던것 같다. 이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시도이며 우리가 바라보는 역사의 관점을 또 다른 시각과 자세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인것 같다 흡사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무역 전쟁의 역사나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어두운 단면들을 밀수라는 프레임 안에서 바라보는 것도 또한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근현대사의 다양한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책인 것 같다. 하지만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첫 장을 넘기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
|
사이먼 하비의 밀수 이야기 / 밀수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다.
![]()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괜시리 민망하고 얼굴붉히게 만드는 것은 '밀수의 역사가 곧 우리 자신의 역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역자가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밀수꾼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면?' (5쪽)하고 물었을 때, 너무 과하다라고 생각했다. 아니 무슨 모든 사람이 밀수꾼이 될 수 있다면 다들 범죄자들이고, 우리의 역사는 곧 죄인들의 역사(기독교적인 역사관을 배제하고)란 말인가? 내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납득하지만 밀수, 밀반입 죄까지 뒤집어써야 하는 것은 뭔가 억울했기 때문이다. 바로 뒷페이지를 읽으면서 좀 전에 들었던 나의 생각이 그렇게 창피하고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분명 이 책과, 지금의 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밀수꾼이거나 앞으로 밀수꾼이 될 것을 인정하셔야 할거다.
-발췌 p.6-7- 세관에 걸리지 않고자 여행지에서 구입한 물품의 태그를 떼어내거나, 의류 및 액세서리의 경우 아예 착용하고 들어온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600달러가 넘었다면 엄연히 밀수다. 또한 소셜 커머스에서 말도 안 되게 싼 값으로 올라온 중국산 제품을 기분 좋게 구매한 적도 있을 것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밀수로 들어온 제품일 수도 있다. 쇼핑몰에 넘쳐나는 그럴듯한 짝퉁 명품도 그렇고, P2P 사이트에 올라오는 영화나 음악 mP3 파일도 밀수로 거래되는 것들이다.
필자가 어느 항목의 밀수를 했었거나 타인의 밀수를 눈감아주는 등의 밀수동조죄를 범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예비신랑 신부들이 자주드나드는 카페만 가보더라도 신혼여행과 함께 따라오는 질문 이나 tip의 내용이 대부분 세관에 걸리지 않고 입국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음반, 영화리뷰에 꼭 있다. 파일좀 공유해 달라는 분. 또한 이건 정말 몰라서 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밀수품으로 들어온 저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심지어 정말 싸게샀다고 지인들에게 '홍보'를 한 경험을 떠올리자면 역자와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밀수를 했거나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책은 조금 더 흥미로워진다. 반항이나 일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해진 규칙에서 살짝 비켜가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심지어 그것이 우리의 역사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더 집중하게 된다. 밀수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관(?)대하게 인정하고 나면 슬슬 그 시작이 궁금해진다. 도대체 밀수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우선 어원을 따져보길 좋아하는 개인취향을 살려 SMUGGLING 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고대 저지 게르만 언어 '스모클렌(smokklen)'에서 파생(6쪽)된 언어로 말 그대로 불법적인 재화의 운반이란 의미다. 불법이기 때문에 밀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규제'가 존재하게 되고 이를 관리하는 '세관'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우리는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읽다보면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다른 점에서 또 한 번 '못마땅한'기분이 드는데 한국에 천주교리가 들어오게 된 과정도 엄연히 말하자면 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제한 기독교 교리를 밀반입 하면서 활성화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적으면 가톨릭 신앙인들이 서운할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싸그리' 못마땅한 기분을 가지게 만들겠다. 우리에게 목화, 솜이라는 따뜻한 방한용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위대한 '밀반입'을 실행에 옮기신 문익점이 선생이 있다. 그 시절 문익점이라는 밀수자가 없었다면 역자 말처럼 한반도의 털 가진 짐승이 지금껏 살아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대략 몇 페이지즘 일 것 같은가. 안타깝게도 아직 본문에 접근도 못했다.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짐작이 되는가. 이제 슬슬 본문으로, 한국의 밀수사를 뒤로하고 영국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밀수로 본 세계사를 알아보자. 사실 역자의 이야기가 본문 이전에 등장하면서, 그안에 본문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한국의 밀수역사가 등장할 때 과연 이것이 본문 읽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뭉스러웠다. 밀수의 세계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기 때문인데 생각해보니 이것은 세계사의 이면이라기보다는 '밀수'로 본 세계사라는 말이 더 적확하다. 서두에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이면'이라는 호기심이 책을 펼치게 만드는데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주제를 약간 벗어난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런점에서 역자가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었다는 생각에 역자 이야기가 앞에 등장한 것이 구성상 맞았다고 본다. 필자는 이 책 한 권만 집중해서 읽지않고 세계사에 어두운 관계로 2권을 더 곁에 두고 동시에 마치 사전을 대동한 것처럼 읽었는데 어떤 책인지는 리뷰 하단에 첨부해 둘 예정이다. 미리 말해두는 것은 이 책만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데 저자가 영국학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밀수가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은 수긍했지만 '영국인'의 시선으로 보았다는 점이 아쉽지 않을 리 없다. 미국을 가장 초밀수 국사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아니 대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물을 헤아려보자면 그런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텐데 말이다. 심지어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프리즈와 페디먼트에 대한 언급을 한 줄로 과소평가, 그나마도 베를린 박물관의 페르가몬 대제단과 함께 묶어 지나친 것은 씁쓸하다. 이런 저자의 시선을 서문에 해당하는 '낭만, 반역,권력' 챕터에서도 느꼈는데 제국주의적 사고를 가진 러디어드 키플링의 <밀수와 낭만>이란 시를 언급하며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밀수꾼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흥분감과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26쪽)'라고 한 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러디어드의 제국주의적 사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동과 서의 발라드]적인 부분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아쉬운 점을 뒤로하고 드디어 밀수의 세계사 이야기를 꺼내본다. 1453년, 대항해 시대는 유럽국가 사이에 패권투쟁의 시작이자 식민지 나라가 생겨나고 더불어 본격적인 '밀수'시대가 열린 시대이기도 하다. '대항해시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대다. 대항해시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도 필자 또래의 사람들은 게임부터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당히 긍정적이고 교육적인 게임으로 15세기 신대륙발견, 실크로드, 바스코 다가미, 엘리자베스 여왕 등 유명한 탐험가와 모험가이자 밀수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물론 밀수자라고 보는 것은 이 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 콜럼버스에 대한 재해석(인종차별, 제국주의자)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어쨌든 그를 밀수자라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 밀수품목은 식료품, 설탕을 포함 노예라는 인신매매도 해당된다. 많은 영화팬들과 조니뎁을 인기배우로 만들어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만 보더라도 우리가 밀수를 떠올렸을 때 반드시 '나쁜, 부정적인'등의 의미가 아닌 낭만으로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재미있었던 또 한가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도 밀수꾼이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교역이 활발해지는 데 밀수가 차지하는 부분이 결코 적지 않고 어느 면에서 보자면 핵심적이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지배자들에 의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애써 만든 과학 혹은 산업기술 까지 밀수되고 있는 현실이다. 윗 단락에서 언급했던 문화와 관련된 작품 및 기술자들을 강제로 데려갔다는 점에서 밀수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무기 밀수도 문제지만 이 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아편, 담배, 마약과 같은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금지'되어야 할 품목이 거래되는 상황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역사 문제는 다틀려도 이 문제만큼은 모두 다 맞춘다는 '아편전쟁'은 밀수라는 행위가 정부가 규제하면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만 황당하게도 정부게 본격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편전쟁에 이어 찻잎과 관련 기술을 훔쳐오기 위해 영국인이었던 로버트 포춘의 변발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영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이렇게 다소 흥미에 가까운 밀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사를 바라볼 때 죄없는 민중이 없는 살림은 물론 목숨까지 빼았겨야 하고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야기가 빠질 순 없다. 안타까운 것은 밀수가 현재진행형이자 오히려 겉잡을 수 없게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저자가 어쩌면 가장 말하고 싶은 밀수의 어두운 면이 될지도 모르는 '다이아몬드'와 관련된 밀수 이야기는 독자인 내게도 마음이 저릿해졌다. 아마 역자가 분노하게 되었다는 부분도 거의 유사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계속된 내전은 그 잔혹성(민간인들의 사지를 절단하곤 했던 반군들의 행위)을 통해 바깥 세계에 알려졌지만, 정작 본인들은 다이아몬드에 뿌려진 피가 밀수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다이아몬드가 전쟁의 목적이자 그 전쟁을 지속시키는 연료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소년병들의 무기를 사기 위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존재는 그 동안 '반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사악한 순환 과정이다. 465-466쪽
책을 읽을 때 처음 몇페이지는 자를 대어 줄을 긋다가 나중에는 긋다보니 끝이 없길래 대충 긋다가 나중에는 아예 줄 긋기를 포기했다. 메모도 마찬가지다. 챕터별로 정리하던 것이 어느 순간 그마저도 멈추었고 함께 보던 다른 책들도 무시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이 책만 집중해서 읽었는데 그러다보니 리뷰를 쓸 때 읽을 당시의 그 기분이 그대로 묻어나온 것 같다. 중반까지는 흥미진진하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사뭇 진지해진 리뷰의 분위기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의 결말이라던가, 범법행위임에 분명한 '밀수'를 근절해야 한다든가,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 까닭은 역자의 이야기를 통해 대신한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밀수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밀수는 그 어원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화폐나 피르미드처럼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어떤 대응책을 강구하든 도저히 근절할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존재를 사악하게 만드는 것은,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존재들처럼, 이 일에 뛰어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1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