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아니 공식적으로 조선인민공화국과의 전쟁은 한반도를 공멸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전쟁을 막는 방식에 있어서는 입장에 따라 강조점이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 한쪽에서는 강력한 국방력을 통한 대북 억지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보다 폭넓은 경제협력이 전쟁 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은 그동안 남북한 간에 이루어졌던 경제협력과 앞으로의 전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후자에 보다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책이다. 총 열 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남북 경제협력과 북한의 체제전망이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논문집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논문의 성격이 전반적인 개관에서부터 매우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를테면, 대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글이나 그동안의 남북관계와 북한 체제의 변화 양상을 다루는 글들은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 특구나 IT 산업에 관한 글들은 세부적인 주제를 통해서 전체를 파악하려는 귀납적 성격의 논문들이라 할 수 있다. 북한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나서는 일이 많다. 신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이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균형잡힌 인식을 가진 국내 연구자들이 내놓는 연구서들을 통해 관련 지식을 얻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상적이며 단편적인 북한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집단이 많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북한 문제야 말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가장 냉정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래전략연구원에서 만드는 연구총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온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 2002년 이후의 변화가 기록되어 있지 않고, 국제 정세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는 북한 문제의 특성상 겨우 재작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은 지난 대북협력의 양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향후 어떤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체적인 상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정경분리를 통한 남측의 경제적 지원이 ‘퍼주기’가 아닌 통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이와 더불어 북측의 개혁/개방 정책이 보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한 역시 김정일 정권이 안정된 이후 지속적이며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남과 북 그리고 국제 사회라는 모든 당사자가 북한 경제의 재활과 그것을 기반해서 이루어지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을리 책을 읽은 탓에, 남북경협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루는 이 책을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 사건 이후에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동안의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도 있는 이런 사건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와 경제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으며, 오히려 연쇄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대북경제협력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