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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와 '다큐'라는 단어는 왠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펼쳐보지 않고서 무작정 정석을 따라갈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래서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들이 많이 실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펼쳐본적이 없다. 가끔 책장 정리를 할 때마다 한번씩 꺼내들고 사진들을 쳐다보다가 읽어봐야지, 라는 결심을 하곤 했지만 책 정리를 마저 하고 읽어야지 하며 이내 다시 꽂아두고는 잊어버리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엊그제부터 본격적으로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다시 책장에 꽂아두면 잊어버릴 것 같아 아예 꺼내어 바닥에 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이 책을 꺼내어 들었다는 것을 슬그머니 후회했다. 괜한 선입견으로, 그러니까 왠지 너무 정직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에서 올곧고 우직하기만 한 여행이 나처럼 늘어지고 천방지축으로 튀는 여행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사람에게는 거리감이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적나라하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일상은 구석구석 아팠고, 일상 밖 몇 걸음에도 세상은 달라보였다고 한다. 펼쳐든 지도의 마을과 마을사이는 길이 이어가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가난하면서도 저마다의 친절한 손을 내밀었고 길은 꿈꾼 만큼 달았다고 했다. 저자의 시선이 머문 곳에 있는 풍경은 우리의 일상이기도 했고, 일상에서 몇 걸음 떨어진 다른 세상의 모습이기도 했고, 시간의 흐름속에서 과거의 삶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까지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의 모습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느끼게 되곤 한다.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들의 향연이 아니라 짧고 간결하게 적어내려간 기행문은 그 단순함으로 더 깊은 깊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길을 굴리는 동안, 마음은 한껏 열려 평화를 받아들인다. 이 평화는 들뜨고 가볍지만, 그것이 죄는 아니다. 평화가 무거워야 할 이유는 없는 듯싶다. 평화는 그 경중을 따지는 자의 것이 아니라 다만, 누리는 자의 것이다"(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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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고 싶은 문장. 낮은 포복으로 쓰기. 책을 놓는 순간 문장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기호에 뜻을 닮을 때 나는 어떤 방식을 써왔는가 말입니다. 저는 유려한 문체의 구분법을 잘 모릅니다. 책에, 뜻에 가장 알맞은 보폭이 한낱 기호들을 춤추게 할 뿐이라고, 가장 합리적인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연애편지는 구태스럽고 촌스럽고, 표절로 가득할수록 보편적인 사랑을 증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내용증명은 차갑게 거세되고 유리하게 단절되야 합니다. 에세이는 촉촉하거나 건조하거나 마르거나 퉁퉁한 생각이 글자를 유유히 흘러가야 합니다. 어떤 삼류소설들은 전혀 낯설지 않은 것들의 익숙한 조합으로 치정을 사랑으로 둔갑시킵니다. 어떤 여시인의 목소리는 기합처럼 단단하고 또 어떤 중견 소설가의 목소리는 머그컵처럼 자주 입술을 대고 싶습니다. 트롯의 문장은 저대로의 문법이 있고, 변주의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동시는 예쁘지 않을 때 더욱 예쁘고 어떤 오류에도 너그러워 집니다. 글에 가장 어울린다면 그 문장이야말로 가장 빛나리라 확신합니다. 이런 제게 문장력을 떼어 말할 때, 문장에 대해 탄복하는 상황은 많지 않습니다. 서툴게 립스틱을 바른 여중생의 입술만 불거져나오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칭찬할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문장이 저혼자 잘난척을 하면 그 기세에 눌려 귀를 틀어막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만한 문장에 그만한 내공을 심은 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만요. 여기, 문장력을 자랑하는 한 국어교사가 있군요. 그는 그 유려한 글씨로 길위의 이정표를 다시 씁니다. 그의 이정표는 온통 글씨로 된 그림입니다. 그에겐 도무지 직설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비유에 지난 며칠 밤을 농락 당하고 맙니다. 이 징후가 젊음의 혼잡스러움이라는 걸, 이전에 읽었던 김용택의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를 통해 바라봅니다. 김용택은 원래도 화려한 수사법을 자랑하는 시인은 아니었습니다. 담담하게 아릿한 맛을 전했던 그의 옛날 시들로 그득히 배를 채우고 디저트처럼 읽은 책이었습니다. 시인은 난폭하다시피 시감을 잘라내고 충직한 직언을 일삼았습니다. 여느 누가 내뱉었음 지루하다못해 자리를 털었을 잔소리들을 띄엄띄엄 내놓았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연륜이 쌓이면 사람이 해야할 일은 어쩌면 이런 것일수도 있겠구나'하고 말이죠.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시도한 현란한 백덩크에 공이 백 보드에 슬쩍 닿고 림 위를 한 바퀴 굴러 간신히 2점을 내기보단, 순식간에 수비에서 공격자로 무리를 따돌리고, 가지런히 모은 발과 신중히 고른 자세로 시원스런 3점슛을 얻는 전략이 전혀 위험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 말입니다. 국어교사 한상우의 <자전거 다큐 여행>은 '비유'라는 과정이 젊음의 전유물처럼 싱싱하게 다가왔습니다. 알고보면 조금은 늙은 이 80년생 조차도 비유 속에서 젊음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시인 김경주는 '길의 감식가'라는 또 다른 비유의 옷을 선사 하였고, 그의 감식반에는 몸둥이와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몸으로 현장을 들락거리며 좌절과 실패와 소외와 치욕과 고통의 피해자들 편에 서서 진술합니다. 저는 어느 쪽에 속해 있는 줄도 모른채 열렬한 박수를 칩니다. 피해자는 못 될지언정 영광스런 자도 아님을 확인합니다. 주체와 객체가 자연스럽게 전도된 그의 글쓰기는, 낮은 자세로 말미암은 높은 문장법으로 이득을 얻습니다. 알뜰하고 가여우며, 사랑하는 동시에 눈을 부릅뜨려는 그가 느껴집니다. 역사는 이긴 자의 필체로 쓰여진다. 잔혹하고 비정한 이 문장을 우리는 어떻게든 수긍해야 할 것인데, 나는 싫은 사람과 악수하는 기분이다. 궁녀 삼천 명을 절벽으로 밀어낸 건, 의자왕의 향락이 아니라 시 지으며 놀던 조선 문인의 과장된 수사법이었다. -p79 에서 전국 각지의 꽃들이 개화 전에양귀비를 찾아와 요염을 배워 가면 곱절은 더 예뻐지리라. ..복어회를 떠낸 듯 얇은 꽃잎은 반투명하여 오래 들여다보기 민망하였는데, 그 야릿한 꽃잎을 연분홍으로 물들여 입은 치맛자락은 양귀비의 몸 쪽은 하얗고 세상 쪽은 붉었다. ..한가로운 바람이 슬쩍 양귀비를 건드리면, 치맛자락은 모르는 척 뒤집어졌다. -p112에서 사진; "어머니, 참 크지요?"/"그래, 크다 커~"/은진미륵은 슬쩍 발을 곧추세웁니다. -충남 논산 관촉사 바라보는 사물들의 그림자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 저는 그가 꾹꾹 눌러쓴 글씨에 갖혀 버립니다. 그의 문장들은 남모를 긴장감으로 사람을 조여옵니다. 소박한 자전거 여행이 고속열차만큼 팽팽하고 바퀴살에 튕기는 돌멩이가 광개토대왕처럼 땅따먹기를 잘 합니다. 무른듯한 사람의 신통력을 떠올리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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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으로 점수를 매기자면 이 책은 95점이상이다. 우선 사진이 많아 두꺼워보이지만 몇시간 만에 뚝딱 읽을 수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오랜만에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군데군데 미소짓게 하고 훌쩍 공감대를 만들어 놓는 지은이의 기분좋은 감성덕분이다.
자전거타고 전국을 누볐다고 해서 실제로 자전거 탄 자신의 모습이 몇 컷은 나올줄 알았다. 책장마다 작은 자전거 그림이 귀엽게 그려져있지만 자전거를 탄 지은이 모습은 없다. 더우기 사진첩에 실린 사람들마저도 초상권을 크게 고려한 듯 직접적인 노출을 삼가하고 그림자와 프로필과 은근한 숨김을 통해 묘사되어있다. 오히려 은진미륵과 같은 불상등은 콧날도 날카롭게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그가 찍은 사진의 각도도 공감이 가고 사진들 안에서 찾아내는 나름의 이야기도 신기하다. 2층치과병원 벽에 대조되게 아래층 건물벽에 난 여섯개의 다닥창문을 보고 닦지 않은 이를 연상하다니 작가의 설명이 없이 처음엔 알지 못했다. 지은이는 사물과 동식물등의 자연을 의인화해 동료와 친구로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곳곳에서 만나는 그의 의인수법의 유머들이 독자의 마음을 흐믓하게 만든다. 부여 정림사지 석불에게 괜찮아 창피하지 않아도 돼라고 살며시 말을 건네는 이유는 그 석불 뒷통수의 땜빵자국때문이다. 경북 청도 운문사의 소나무를 보고 술한잔 걸치고 덩실덩실 어깨를 들썩이는 품새를 찾아낸다. 급기야 그는 생일술상에 엎드려 자다 문득 운문사 처진 소나무의 우산이끼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느스레를 떤다. 그리고 그 소나무로부터 생일 막걸리를 얻어먹는 자신을 묘사한다. 강릉 등명낙가사 마당에서 벌어진 잠자리의 산란에 관한 에피소드는 포복절도의 수준이었다. 녹색페인트로 방수처리를 한 마당을 물로 착각한 잠자리들이 바닥에 알을 낳는 모습을 보다 못한 지은이는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처럼 팔다리를 휘젓는다. 언어의 국경도 망각한 채 그만해!를 외치면서... 그리고 그는 등명낙가사에 애원한다. 염불도 좋지만 저 날개달린 중생들을 모른척 말고 구제해달라고. 콘크리트바닥이 뿜어내는 열기에 알들은 낳자마자 바로 익어갔기때문이다. 임란 때 철포대 500명을 데리고 투항한 사야가 이야기는 대구 녹동서원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달성군 우록마을은 김해 김씨 성을 새로이 받은 사야가의 후손들이 사는 마을이라 했다. 선조는 사야가에게 한국이름 김충선을 하사했다. 그가 우리에게 조총기술을 전했다니 놀라운 역사의 사실이렸다. 이렇게 맥이 깊은 역사얘기들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권정생 작가의 생가를 이다지 상세히 알려준 여행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가 보는 포커스의 폭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독립문에 이완용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니 서울시 당직자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알면서 그대로 두는 건지 궁금해진다. 지은이는 대신중학교 국어교사라고 한다. 은근히 이 중학교의 학생들이 부러워진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것같다. 사랑의 형태소가 몇개냐라는 질문에 그는 하나였음 좋겠다라고 했단다. 왜냐면, 둘이면 아플테니까. 이 책 아무래도 대박칠 상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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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서른 즈음인 지은이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다. 스스로 "젊은 날은 자주 길 위에 있고 싶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그는 세상이 정해 놓은 단단한 규칙들이 도무지 손에 익지 않았다. 일상은 구석구석 아팠지만 일상 밖 몇 걸음에도 세상은 달라 보였다. 그를 일상에서 끌고 나온 것은 자전거였다. 자전거 위에서 그는 세상을 보았다.
풍경 속을 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그에게 말을 건넨다. 나직한 '길'의 목소리는 새벽녘처럼 희미하거나 저물녘처럼 어렴풋하였지만 문장은 언제나 더디게 왔다. 그래서,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리고 길 위에 펼쳐진 시간과 공간이 그 속에 붙들렸다. 사진 속에 담겨진 '길'의 이야기와 기억은 그에게 와서 문장이 되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자전거 위에서 바라본 세상의 풍경과 교감을 담은 에세이이다. 자전거가 닿은 곳은 오대산 상원사, 부여 정림사지, 경주 고분군, 양산 통도사, 한라산 백록담 등과 같이 이름이 알려진 명소도 있고 안동 권정생 생가, 익산 고도리 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과 같은 한적한 시골도 있으며, 황학동 벼룩시장, 부산 용호동과 같은 도시 변두리도 있다.
어느 곳이던 지은이가 보여 주는 풍경과 글 속에는 웬지 그리움의 냄새가 베어 있고 뒷모습이 쓸쓸한 남자가 짓는 미소가 담겨 있는 듯하다. 부산 용호동 산동네 좁은 골목길을 헤매다 눈에 들어 온 어느 집 옥상에서 젖은 빨래도 배추 우거지도 우리의 삶도 말라 간다는 느낀다. 너무 잘 말라서 눈물이 난다고 한다.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어느 부자의 뒷모습에서 "화해가 더딜지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마침내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문장을 끌어내기도 한다. 남도 땅, 시골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꺼집어 올린 정조가 인상 깊었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들의 발목을 붙드는 건 돌아서면 달려드는 그리움이다. 유랑을 운명으로 짊어진 갈 곳 없는 이들에게 그리움은 무거운 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길 위에서는 그리움의 무게를 줄여야 쉽게 돌아서고 멀리 걸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터미널에 모인 사람들은 쓸쓸하게 데워진 그리움에 조금씩 비슷한 표정으로 젖어가는 것이다."
이 책의 모든 문장은 지은이가 길 위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간 소중한 발견이라고 한다. 밖으로 표출되기 보다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글들이 많아 마음이 한가로울 때 또는 한가로워지고 싶을 때 읽으며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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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있는 사람이 작가라는 건 참 묘한 기분이다. 인터넷에서 종종 보던 그의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글들.. 그때도 참 좋았다 생각했었는데 그런 그가 자전거 여행이라는 테마로 책을 냈다.
이 책에서 중요한건 자건거와 여행이 아닌 그 사이에 끼인 다큐다 어디를 어떻게 가고 어디가 어떤점이 좋다는 그런 여행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자건거를 타고 가며 눈으로 발견한 과거와 현실의 사진으로 남기며 그 사진에 살을 붙여,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책이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곳을 찍어도 보는 사람의 관점은 다 다르다. 현실을 볼수도 있고 과거를 볼수도 있고 미래를 볼수도 있으며 그 현상자체만을 볼수도 있고 그 아픔을 볼수도 있고 또는 그 배경을 볼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조금 슬프다. 행복한 현실보다는 아픈현실이 더 적나라하다.
다음 책은 좀더 사랑스럼고 따뜻한 사진이 많이 실리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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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가 처음 두발 자전거에 몸을 싣고 앞으로 차고 나갔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음에도 바람을 가르고 쌩쌩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났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 자전거를 탄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나와 다르게 지인 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를 듣고, 사진을 보며 막연히 나도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자전거 여행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나름 자전거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내게 <국어교사 한상우의 자전거 다큐 여행>이란 책은 자전거 여행 선배의 알찬 조언이 담겨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예상과 달리 그가 여행에서 보게 된 풍경을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감흥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은 것이었다. 비록 내 예상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이 책은 "자전거 다큐 여행"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만을 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풍경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저자의 감각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저자는 접이식 자전거에 의지해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그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 만큼 여행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이다. 그래서 사진은 그것이 보여주는 풍경보다 늘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여섯 개의 scene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이 scene을 나눈 기준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았다. 지역별 구분도 아니고, 딱히 내용을 하나로 묶는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데 그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끼리끼리 모여 있어도 좋고, 뿔뿔이 흩어져 있어도 이야기는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책은 저자의 사진과 글도 물론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저자의 따뜻한 생각과 감성이었다. 특히 부산 오륙도의 SK View 아파트 이야기는 꽤 놀라웠다. 그 동네에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 광고를 스크랩할 때 보았던 오륙도 SK View의 전면 광고는 대기업 분양광고답게 눈길을 사로잡는 헤드라인과 시원한 디자인 컨셉으로 소비자를 유혹했었다. 그 광고를 보며 그곳에 세워질 거대 주거 단지만을 상상했지, 삶의 터전을 뺏기게 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용호동은 나병으로 아픈 주민들의 집성촌이었다. 부산의 땅끝으로 이들을 내몰 땐 언제고, 이젠 오륙도가 앞바다에 떠 있는, 운치 있는 풍광의 자리를 내놓으란다. 용호동 판잣집의 낡은 창문 어디에서든 오륙도는 훤히 보였다. p. 20
이 글을 읽는데 마음이 먹먹했다. 그들의 아픈 설움이 전해지자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에 적잖이 화가 났다. '합법'이라는 명분 아래 누군가에겐 전부인 집을 허물고 삶을 빼앗는 세상의 비정함에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국어교사 한상우의 자전거 다큐 여행>에는 이처럼 우리들의 세상살이를 이야기 한다. 자연에서도 삶을 이야기하고, 여행에서 만난 문화재들에게서는 훼손의 상흔을 따끔하게 꾸짖는다. 그래서 '다큐 여행'이란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저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다. 저자와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고 나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했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러웠다. 책의 프롤로그의 연장선인 것 같은 에필로그에서 저자 한상우는 달콤한 사랑고백으로 이야기를 끝맺고 있다. 그 주인공인 '너'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며 분명 행복해 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도 느리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그'가 사랑을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여행의 경로나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만 담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으로 더욱 넓어진 시야와 한 뼘쯤 자란 마음을 보여준 이 책은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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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님_"지금 거기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의 기세와 콧김은 황소도 때려잡을 듯한 기운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은,
"(샐쭉 웃으며) 모든 게 궁금해지는 나이잖아요."
그 말은 의외로 황소를 허허, 웃게 만들고 먼 바다를 바라보게 했다. 세월은 모두를 용서하는 너그러움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덕분에 살았다. P.312~313
읽는 내내 작가가 궁금했던 책이다. 나보다 2년 먼저 태어났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건지.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깊이와 넓이가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건지. 요즘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행 정보를 담은 책도 있고, 여행을 떠나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옮긴 책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책들 중에 마음을 사로잡는 책은 아마, 작가의 진솔한 느낌이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써져있는 책들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자전거로 우리나라를 여행한 책이다. 이 여행을 통해 작가는 우리나라의 곳곳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곳 사람들의 삶을 돌아본다. 때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불상의 마음을 읽어보기도 하고, 때로 건물에 묻혀있는 뼈아픈 과거를 꺼내 써내려간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서대문쪽 독립문이 청나라로부터 독립하여 세워진 문인줄 몰랐고, 'ㅆ'이 그렇게 멋진 받침인 줄도 몰랐다. 부산 용호동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고, 잠자리가 아스팔트를 물로 착각하여 알을 났는 모습에는 몸서리가 쳐졌다. 또한 작가처럼 자신있게 내 나이나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어느덧 모든 게 궁금하던 나이는 나도 모르는 새 지나가 버렸고, 모든 걸 당연한 듯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는 나만 남아있었다.
늘 여행을 꿈꾸지만, 나는 똑같은 여행을 하더라도 작가의 반도 못보고 돌아오리라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똑같은 걸 보아도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공부도 부족한데.... 이 책의 작가는 나를 보는 만큼 주위를 살필 줄 알고, 주위에 대해 아는 만큼 자신의 삶을 그곳에 투영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무척 부러웠다.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싶었지만, 방향을 잃어버린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도대체 몇년 째 계속되는 방황인건지. 왜 똑같이 달려도 이 사람과 나는 이만큼 차이가 나는건지. 일상을 살아가는 나는 길위에 있는게 아니라 길 밖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나 역시 길을 떠날테고, 그 순간이 곧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때는 정확히 길 위에 서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때 내가 딱 이 책만큼 세상을 보고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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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표정이 쌓이면 인상이 되고, 그 인상 그대로 얼굴은 나이를 먹는다. 아마도 일상이 인상을 만들고, 인상이 일생을 만들 것이다. 우리가 삶을 채울 수 있는 표정은 몇개 되지 않는다. P.229
인종이나 성, 재산, 연령을 차별하지 않는 잠이야말로 인류에게 있어 가장 완벽한 평등의 종교다. 언제나 고용하고 경건한 발걸음으로 찾아오는 잠을 우리는 그저 받기만 한다. 아마도 깨어있는 동안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만이 잠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한다. 팔을 걷어 붙이고 일에 몰두했던 날은 유독 잠이 달았다. P.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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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 17살 때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우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자전거와 함께 도로위에 콰땅!! 엄청난 충격이었기에 무서움은 더해졌고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자전거를 타려고 시도도 해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내나이 24살 때.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혼자 여의도로 출발. 여의도 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오늘은 꼭 타리라 결심하고 한시간을 낑낑 대다가 결국에 그날은 못타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몸살이 걸렸다. 그리고 일년 뒤. 25살 때 다시 시도. 드디어 그날 처음으로 땅에서 발을 떼고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다. 그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나자신이 대견스럽고 자전거가 한없이 좋았다. 오늘 읽은 책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온 자전거와 여행에 관한 [국어교사 한상우의 자전거 다큐 여행]이라는 책이다. 달리 연료가 필요 없이 내 두다리가 연료가 되어 달리는 자전거와 함께한 여행이라서 그런지 적혀있는 글들을 보면 한없이 감성적이다. 편하게 한 여행이 아니어서 그럴까? 저자의 여행이야기가 나에게 정말 많이 와닿고 있었다. 이 책은 책의 절반 이상이 사진과 사진에 대한 글귀가 차지하고 있는데 그 사진들은 어떨때는 슬프고 어떨때는 웃음짓게 만드는 따뜻한 사진이었다. 너무 깊숙히 사람 냄새가 베어있는 사진첩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그런 곳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섬세함. 읽는내내 감탄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가 여행한 곳을 들여다보면 어느 한지역이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 곳곳이 숨어있는 곳을 다 찾아다닌 것처럼 나도 살면서 잘 알지 못했던 곳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내가 31년간 살아오면서 얼마나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는지… 정말 많은 곳들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었다. 강원도 철원처럼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서울 신촌,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경남 합천 가야산의 일출 등 너무나도 많은 곳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이렇듯 소소한 곳에서부터 감명깊게 끌어내는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 답게 마음이 맑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책을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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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중학교 학창시절에 선생님에게 들었던 여행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났다. 그 선생님은 여행을 무지 좋아했었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씀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시절에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시절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말을 들고 있으면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여행은 학교에서 가는 여행이었고 현재는 가족여행으로 즐기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나처럼 이러한 생각을 할 수가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빨래를 거는 할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할머니의 모습은 왠지 외로운 모습과 집의 외부의 모습으로 만으로도 알 수가 있는 듯 했다. 왠지 나는 그의 글도 좋았지만 그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에게 더욱 눈이 갔다. 소탈한 모습들과 잔잔한 자연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들은 한상우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사적 154호인 '옥산서원' 에 관광객들이 낙서를 보고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 수가 있었기에 나도 혹시 청개구리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잠시 생각을 해봤다. 낙서하지 마시오 하면 사람들은 청개구리 심정이 되어서 몰래 낙서를 하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은 그리 예쁜 모습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하지 마시오 하면 안하는게 좋다 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의 글들은 소박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그의 사진들이 더욱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지만 그의 사진들만으로도 한상우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은 무엇일까? 소박한 아줌마 같기도 하고 그의 직업에 꼭 맞는 국어선생님이기도 하다. 남자에게 아줌마 같다고 하면 혹시 기분이 나쁠까? 하지만 아줌마들의 말 솜씨은 언제나 정감이 가기 때문에 나는 그를 아줌마 같은 남자라고 하고 싶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호떡 아주머니다. 늘 우리 주위에 있는 그러한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전해주고 있는 마을들을 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한상우님께서 알려주고 있는 소박한 곳들을 나도 언젠가는 갈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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