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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내심 기대를 걸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지금의 시집보다는 뒤에 출간 된 우리는 매일매일이 더 좋았다. 그래도 작가의 시가 어디서부터 뻗어져 나오는지 슬쩍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집이었다. *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 서성거렸다, 꽃이 지는 시간을 /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를 / 가랑비에 젖은 자들은 옷을 벗어두고 떠났다 : 좋은 시간이다. 청승 청승 아무래도 나는 청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 내 가슴엔 / 멜랑멜랑한 꼬리를 가진 우울한 염소가 한 마리 / 살고 있어 / 종일토록 종이들만 먹어치우곤 / 시시한 시들만 토해넀네 / 켜켜이 쏟아지는 햇빛 속을 단정한 몸짓으로 지나쳐 가는 아이들의 속도에 가끔 겁나기도 했지만 / 빈둥빈둥 노는 듯하던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 / 담담하게 담배만 피우던 시절 * 어릴 적에요 / 내가 만든 비눗방울 사라져버렸어요 / 제일 작고 몸이 약한 비눗방울 /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는데요 / 놀다 보니 사라져버렸어요 누굴 따라갔을까 / 나무가 되어 기다렸어요 / 엄마가 담아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줄곧 여기에서 / 돌아보면 안아주려고 두 팔을 벌리고서 : 조금 빤히 내다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
| 진은영 시인님의 첫 시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진은영 시인님을 알게 된 건 '훔쳐가는 노래'였는데요 가장 최근의 시들도 좋았고, 이번에 읽은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시집도 좋았어요. 최근 시들보다 좀더 비비드하고 직설적인 이미지들이 있었는데요, 특히 '서른''가족''청춘'같은 시들은 그 시절에만 나올 수 있었을 시라서 무척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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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리뷰에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진은영 시인의 시집이라고 적었는데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보니 아차 싶네요.. 이게 두번째인 것 같기도 하고. 진은영 시인이야 모든 시집이 훌륭하기 때문에 순위가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좋아하는 것에 순위 매기는 것도 어쩔 땐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좋은 거지 뭐.. 아무튼, 이 시집의 표제작을 감히 잊을 수 있을까요. 오십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써주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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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통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을 내어줬다. 열린 마음에 들일 것 없지만 통하는 바람이 시원하다. 세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청춘, 바깥풍경- 처음에 시인의 내면을 말하다가 두번째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세번째에 밖으로 눈을 돌려 자신을 알아간다 는 식으로 느껴졌다. 시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쓸 수 없다. ‘’손가락’으로 제 몸에서 제일 멀리 나와 외부와 만나려는 욕망’. ‘그러니 시인은 ‘긴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시인의 시가 그의 긴 손가락이 마음을 건드린다. <우리는 매일매일> 시집도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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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손가락의 詩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김수영 시인은 산문 「詩여, 침을 뱉어라 ? 힘으로서의 詩의 存在」에서 “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나가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때부터다. 시가 머릿속으로, 관념으로, 책상에서 쓰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때가. 실천적인 시론이 확립된 시기가. 그 뒤로 머리로 시를 쓰는 것보다 몸으로, 온몸으로 시를 쓰는 게 중요하게 생각되었다면 진은영은 몸, 그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긴 손가락으로 쓰는 게 시라고 여긴다. 자기의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가락으로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건드리거니와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자기의 가장 멀리 있는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나게 하려고 한다.
시인은 먼저 집을 떠나려고 한다. “밖에선 /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 집에만 가져가면 / 꽃들이 / 화분이 // 다 죽”(「가족」)는 곳을 벗어나려고 한다. 한 마리 벌레가 되어 “벽을 타고 / 올라갔습니다 / 천장 끝에서 끝까지 / 수십 개의 발로 기었습니다 / 다시 벽을 타고 아래로 / 바닥을 정신없이 기었습니다 / 이렇게 많은 다리를 가지고도 / 문을 찾을 수 없다니”(「벌레가 되었습니다」) 좌절하기도 하며, 집과 가족, 자신의 몸을 탈출하려고 한다. “문학 /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길동무 삼아 “가슴엔 / 멜랑멜랑한 꼬리를 가진 우울한 염소가 한 마리 / 살고 있어 / 종일토록 종이들만 먹어치우곤”(「대학 시절」) 시를 토해낸다.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 / 담담하게 담배만 피우”기도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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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가 접한 시집 중에서 가장 밝고 재밌는 시집 같다. 복잡한 인간의 문제를 너무 재밌게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p9 혼자 바닷가를 걷다가 바위와 바위 사이이 구멍에 끼인 발
부어올라 빠지지 않는,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
p29 나는 화가 나서 해를 향해 술병을 던졌다
p32 나는 드릴처럼 튼튼한 이를 가진 쥐였다 내 가족이 사는 집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내고 숨어들고 싶었다
p37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갔다
p39 맞아 죽고 싶습니다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습니다
p72 자 덤빌 테면 덤벼봐 악어는 정글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이를 갈며 기다리고 있다 복병처럼 숨어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세상이여 나의 납작해진 뒤통수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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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음이 개구쟁이처럼 느껴진다. 일상의 생활이 재밌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오랜만에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지고 밝아지는 기분이다 난 그냥 시를 읽는 걸 좋아한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뜻은 모른다. 그냥 시를 읽다가 어느 구절이 내 가슴에 오래 머물면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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