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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씬이든, 발전에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며 꾸준히 발전을 하기도 하고, 지지부진 하던 씬에 특출한 플레이어의 갑작스런 등장이 전체의 발전을 이끌기도 한다. (영화로 따지면 픽사의 등장이나 아바타 같은 작품이 되겠다)
여기에, 한국 알앤비/힙합씬에 후자의 화두를 던질 만한 앨범이 등장했다. EP 를 들었던 사람에게도, 디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이 앨범은 경이 혹은 경악으로 가득한 앨범일 것이며, 흑인 음악 계열의 평론가들이 저다지도 흥분하며 이 아티스트의 등장을 반기는 이유를 120% 이해할 만 하다.
사실 음악의 퀄리티라는 측면으로만 본다면, 올해 진보의 역시 본토의 느낌을 자신의 것처럼 훌륭히 살려낸 앨범이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디즈의 이 우월한 점은 바로 "보편성" 혹은 썩 좋아하지 않는 말로 "대중성"이다.
슈프림팀의 "그 때", 피노다인의 "Love Is Pain", "She's Urbane" 등을 들어보면, (비의 곡들에서는 사실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디즈가 대중적인 멜로디라인과 비트에 대해서도 대단히 우월한 감각을 갖고 있음을 옅볼 수 있는데, 앨범의 가장 큰 성취점은, 이를 과하지 않게 활용하면서도 음악적인 퀄리티를 전혀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루브로 가득한 앨범이면서도 중간 중간 바운스함을 적절히 배치하여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는데,
1. Intro - Get Real
다소 길다는 점만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출발.
2. Soul Tree
선공개되어 다소 점잖은 리드머에도 꽤나 큰 반향을 일으켰던 Soul Tree. 소울풀한 오르간과 기타, 그리고 리드미컬한 보컬이 좋은 가사를 만나 시종일관 "이거 처음부터 너무 밀어 부치는데?"라는 생각이 들만큼 자신감으로 충만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EP의 "나의 빛" 이나 "Devil's Candy"에서 두어 단계 레벨업한 곡이라 평가한다.
3. Makin Luv
상대적으로 좀 덜 주목받고 있는 Makin Luv는, Verse의 그루브와 Hook의 바운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곡으로. 사실 이 곡을 타이틀로 정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세련되고 신나는 곡이다. 디즈에게 애인이 있었군! 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진심이 묻어나는 곡.
4. Sugar
타이틀곡. 이 앨범에서 이 곡이 제일 좋냐고 묻는다면,,,,음...글쎄 나한텐 가사가 좀 간지럽긴하지만, 알앤비 딱지를 붙이고 나와있는, 이게 통곡인지 노래인지 구분이 안가는 발라드 넘버들에 경종을 울리는 곡이다. 레이드백 스타일의 보컬과 함께, 세밀하고 꼼꼼하게 배치된 코러스에서 디즈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옅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디즈에게는 애인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5. Skit
사실 별로 재미 없었다.
6. Devil's Candy
한국대중음악상 R&B 싱글 부문 후보에 올랐었으며, 솔직히 수상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던 곡이다. (정엽 노래가 별로였다는 뜻을 절대 아님) 그 만큼 EP앨범 최고의 성과로 꼽히는 곡이며, 이 곡에 대한 칭찬은 너무나 많으니 더 언급하지 않겠다. 스킷이 끝나면서 바로 이 곡의 도입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7. 나의 빛
EP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의 다른 곡들을 듣다가 이 곡을 들으면 불과 1년전 곡인데도, "참 풋풋했다" 느낌이 든다. 디즈의 방향을 적절히 제시한 곡이고, 여전히 이 곡을 최고로 꼽는 분들도 있지만 굳이 흠을 잡자면, 여성보컬이 갑자기 등장하는 부분. 개인적으로는 좀 쌩뚱맞다고 느껴진다.
8. 너 하나면 돼
앨범의 유일한 Urban House 트랙 Stargate사단의 스타일을 차용하여 디즈 나름의 대중성을 가미했다. 아마도 이 곡이 EP에 수록되지 않았었더라면, 대중의 인기를 이 음반의 제 1목표로 잡았더라면, 두말 할것 없이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했을 것이다.
9. Interlude - 8bit
Soul Fish의 곡으로, 유일하게 디즈가 작곡에 참여하지 않은 곡이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뮤지션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듣다보면, 연주곡이지만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임.
10. Love Is Pain
팔세토 창법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처음엔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앨범을 몇번 듣다보면 이 곡을 무한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피노다인의 앨범에 실렸던 동명곡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지만, Urban Soul로 재탄생한 디즈만의 Love Is Pain이 확실히 더 중독성 강하다.
11. Soul Tree (Rap)
2번 트랙에 랩만 살짝 얹은 버전. 처음에 들을때는 헉피의 랩이 좀 붕 뜬 느낌이 들었으나,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듯. 현재는 꽤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역시 헉피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래퍼이다.
12. Outro - Free
Outro치고는 다소 장황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전통적인 알앤비 스타일의 보컬을 선호하는 리스너라면 좋아할 만한 트랙이다. Outro임에도, Hook이 입에 짝짝 붙는 곡.
별점은 5개까지도 고민했지만, 욕 먹을 것도 무섭고, 나온지 한달이 채 안된 앨범에 "마스터피스"딱지를 붙여주긴 부담스럽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2010년 6월 현재까지 나온 국내 모든 앨범 중 가장 귀를 사로잡는 앨범이라는 점, 국내 R&B계 뿐 아니라 가요계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칠만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앨범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벤트와 예능으로 도배당하는 가요계 현실상 뭍혀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베이스가 전혀 없다 시피했던 알앤비, 네오소울에 이런 아티스트가 이런 수준의 앨범을 들고 등장했다는 것은,
나름의 토양을 가지고 명맥을 이어온 한국 힙합씬의 최근 앨범 수준을 생각해보면,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의 두 가지 키워드;
“오리지널리티”?
그렇다. 국내에서 발매되었던 그 어느 앨범보다도 더 네오소울을 “진지하게”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120% 제공한다.
"대중성”?
이 앨범은 그 어느 대중가요보다 귀가 즐거울 음악과 연주, 보컬로 가득하다. 앞으로 1년 10개월 간 DEEZ의 음악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토록 수준높고 밀도있는 데뷔 앨범을 내놓고 간다는 것 만으로,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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