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샛노란 표지에 아련하게 추억을 부르는 흑백사진. 사진 속의 젊은 두 남녀는 다정하고 행복해 보인다. 지금은 구식이 된 자동차에 걸터앉아 이들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제목이 말해주듯 지난 날 상하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독립 운동가이면서 최초의 서양 의사였고, 젊은 나이에 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진 김필순과 그의 일가에 관한 이야기이고 중국 영화의 황제가 된 그의 아들 김염의 불꽃같은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이는 단순히 한 가족사 같기도 하지만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시 선구자란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소신껏 해내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로 칭송되어 마땅하다.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 뒤에는 얼마나 많은 가족들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이 책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고 그것은 명예와 권력을 쫒는 얄팍한 인간상이 아닌 애국심과 자존심,인간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야만 가능한 일이란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들이 눈물과 애정으로 혹은 죽음으로 지켜 낸 조국, 그 조국의 현실을 돌이켜 볼때 심히 걱정이 된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역사 교과서나 다른 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친숙한 이름들이 나와 편히 읽혔는데 그것이 바로 이책의 장점이면서 단점인것 같다. 다분히 주관적인 서술을 하다보니 책의 격을 조금더 높일 수있었음에도 그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대중에게 읽히려면 쉬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진짜 제대로 만들어진 역사서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안락한 삶이 보장된 직업이 있었음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개인적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리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의고 소의건 간에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또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지금은 김 염이 활동할 당시보다 영화라는 쟝르가 많이 발전했고 배우나 관계자들의 대우 또한 그 때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독립 운동가나 의사,학자를 배출한 그의 가족사를 볼 때 배우가 되겠다는 김 염의 결심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모한 일이었는지 그 가족들 간의 갈등이 본문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열 일곱이라는 이른 나이에 자신의 나아갈 길을 정하고 그 길로 매진한 김 염의 용기도 대단한 것이다. 13억이 넘는 거대한 대륙을 자신의 무대로 한 평생 열심히 살다간 김 염을 생각하면 작지만 큰 사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또 사람이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김 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그와 함께 작업했던 쑨유감독으로 인해 배우 김 염이 탄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또 한가지 매력은 영화 황제로 군림하던 김 염의 전성기를 포커스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후 건강이 악화되어 김 염 스스로 느끼는 절망감과 인간적인 외로움을 잘 표현한 부분이다. 우리는 배우 김 염과 함께 인간 김 염을 느끼는 것이다. 책 중간중간 소개되는 빛바랜 사진들에서 그들이 가진 삶의 열정을 느낄수 있고 우리 엄마나 할머니들의 삶을 유추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직접 한번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사진 몇 장으로도 그들을 느낄수 있고 친근하게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일까? |
|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삶의 넓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는 태어나 자기가 갇히 골방에서 한 뼘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기도 하고, 누구는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부족한 삶을 살기도 한다. 누구는 자기 목숨 하나 부지하는 것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반면, 누구는 민족, 나아가 인류를 위한 이상을 실천하는 것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 논픽션이 다루고 있는 김필순 일가의 이야기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 드넓음과 깊음... 단순히 독립운동가 집안의 이야기로 규정하기엔 부족한 뭔가가 있다. 독립운동이라는 '민족'의 이념적 규정틀로 규정될 수 없는, 뭐랄까 어떤 실존적 의지가 김필순 일가에 잠재되어 있는 것 같았고, 그 의지가 가장 독창적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불꽃' 김염의 삶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저자도 그것을 포착했기 때문일까? 김필순 일가의 행적과 김염의 일생을 반반씩 할애했고, 김염의 일생에 대해서는, 마치 저자 자신이 이를 자기화시켜버리고 싶었다는 듯이, 일인칭 서술로 실존적 현장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