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박물관을 가게 되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고지도'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많은 유물들을 관람하고 끝날즈음에 '고지도'들이 전시되어 있기에, 관람객들은 '고지도'를 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관람을 하지 않은 이상, 그냥 슬쩍 보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고지도들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 이 책의 저자인 '서정철'은 우연한 기회에 고지도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떠난 프랑스의 베르사유궁 루이 14세의 거실에 놓인 지구의에서 우리나라의 동해의 표기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Mer Orientale' 즉 'Oriental Sea' 라고 쓰여있는 것이다. '동해'라는 지구의에 표기된 그 글자를 인연으로 고지도 수집 및 연구를 하게 된 것이다. 고가의 고지도를 사기위해서 자신의 사재를 털어가면서.... 그 일을 이해해 주고 함께 해 준 이는 바로 공동 저자인 그의 아내 '김인환'이다. 그들을 무엇때문에 그 일을 하게 되었을까? 그것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가장 오래된 지도에서부터, 세계지도의 변천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 ![]() 그들이 고지도를 수집하고 연구하게 된 이유은 고지도에 표기된 내용들을 통해서 한국문제. 즉, 영토 문제를 풀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라는 글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과 중국의 국경 문제 등 다양한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물창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지도다. 그렇기에 고지도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읽는 것이다.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가 숨쉬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가 담겨있기때문이다. ![]() ![]() 지도의 역사를 살펴볼 때에 고대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지도 제작을 집대성한 학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지도에는 인도 동쪽은 그려져 있지가 않다. 그들에게 동방 세계은 인도가 끝이었기에. 그이후의 아랍, 이슬람인들은 신라, 고려시대에 우리와의 교역이 있었기에 그들의 지도에는 신라, 고구려까지 그려지게 된다. 거기에 고려의 국가명이 그들의 지도에 'Cory' 로 표기된다. 그이후에 가장 정확하게 한반도 전도를 그린 사람은 프랑스의 '당빌'이다. 그는 직접 측량을 하여 그린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지도에는 한반도가 그려져 있고, 이것이 유럽 지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1737년에 만든 '당빌'의 '신중국 지도첩'에 조선왕국 전도에는 압록강, 두만강 경계의 중국, 한국 국경선까지 나온다. ![]() ![]() 지도 제작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일찍 해양에 눈을 뜬 국가들은 그들 나라의 항해가들의 업적에 의해서 지도제작에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으니까.
이 책에는 세계 최초의 지도에서부터,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변천하는 지도 제작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대부분의 지도가 유럽이나 아프리카 북부는 정확하게 그려지고 그밖의 지역들이 엉성하게 그려지다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단,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세하고 정밀하게 제작되고 있음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 그런데, 이 책의 공동저자인 두 분은 구하기도 힘들고, 고가의 돈을 지불하고 평생동안 모았던 고지도들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기증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지도 사랑은 끝나지 않아서 '동해연구회'홍보담당을 맡아서 각종 세미나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고지도속에 한반도의 모든 역사와 정보가 들어가 있는 일인데,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은 국가가 알아서 수집하고 보존하고 연구하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귀한 지도들이 한 개인에 의해서 수집되고 보존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도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앞으로 해외 박물관에 들린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고지도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곳에 표기된 단어들도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
가수 김장훈은 독도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는 뉴옥타임스에 광고를 싣기도 했다. 일본의 극우 인사가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일본 교과서에 일본해라는 표기를 실었다는 언론보도가 뜨면, 수많은 네티즌들이 일본측 주장에 분노한다. 이처럼 '독도 및 동해 지명표기 문제'는 현실이다. 당연히 우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을 일본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에 우리는 황당할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 측 주장도 근거가 있다고 하기도 하고, 동해만 고집해서는 논리성이 부족하므로 동해/일본해 병기 주장해야 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동해는 너무 우리 중심의 지명이기 때문에, 제3의 명칭을 주장하여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지명 분쟁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정답은 무엇이고,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지명 및 영토 분쟁과 관련된 주장의 근거를 면밀한 고지도 연구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랑스 유학시절 우연히 접한 서양 고지도에서의 동해라는 표기를 보고, 고지도 수집과 연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지도를 하나씩 수집하다 보니 각 고지도들의 연결고리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후 수십년 동안 고지도 수집에 몰두하게 되었다. 사실 부유층들 사이에서 고미술품, 조각, 골동품 등을 미적 가치 혹은 재테크 수단으로 수집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하지만 저자같은 경우처럼 비전공자가 학술적 목적을 가지고 고지도를 수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일 것이다. 저자가 고지도를 개인의 소장욕심으로 수집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결국 저자가 수집한 고지도를 모두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고지도를 수집하는 과정은 엄청난 시간, 비용이 든다. 아무래도 저자 이외에는 고지도를 미적 가치 혹은 재테크 수단으로 수집할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저자와 저자의 부인은 둘 다 유명 대학의 교수이지만, 그럼에도 고지도 수집을 위해 서양의 여러 나라를 왕복하고 그것을 구입하는 비용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본문에서도 저자는 고지도 구입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월급 몇달치를 가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고지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가격 흥정, 세관 통과 과정 등의 여러 에피소드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을 읽는 포인트 중의 하나는 이러한 저자의 고지도 수집 과정에서의 우여곡절과, 그것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고지도 수집에 대한 열정이다. 한 개인이 사적 이익이 아닌 국익을 위해, 개인시간과 재산을 쏟아부은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고지도를 하나의 지도로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대신, 이 지도가 만들어지게 된 시대의 사상적 배경, 역사적 전개와 연관지어 지도를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지도와의 연관성을 고려하고, 문명사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리나 역사, 문화재 연구쪽 전공이 아니지만, 언어전공자이기 때문에 고지도를 읽고 지명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본문에서도 Coree, Cory, Korea 등 한국에 해당하는 여러 명칭이 공존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한다. (p.299) 그리고 고지도 연구를 하면, 우리나라 사람으로의 애국심을 반드시 발동시키지 않더라도 우리측의 주장이 일본측의 주장보다 정당하다고 본다. 특히 동해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동쪽 바다를 동해라고 한 것은 당연한데, 서양의 고지도에서도 동해라는 명칭이 나온다. 그런데 이 "동해" 혹은 "동양해"라는 지명은 현재 우리가 말하는 동해와 다른, 인도 동쪽 너머의 어느 바다를 칭하는 일반명사였다고 한다. 이슬람 지도에서는 신라, 고려 등과 교류한 적이 있지만, 서양에서는 우리나라 주변의 지리적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16세기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far east"라는 위치로 인해 서양에 의한 지리적 위치 파악이 늦었다. 그러므로 이는 막연한 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동해를 명확히 지정한 것은 17세기 프랑스의 고지도에서부터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서양은 지리적 조건에 따라 동해를 "한국해"라고 표기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그 이유는 서양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사용하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동쪽에 있는 곳에 한반도의 지명을 붙여 "한국해"라는 지명을 붙인 것이다. 18세기의 서양 고지도에는 "한국해"가 대세라고 할 정도로 한국해의 표기가 많다. 그러나 19세기 시볼트, 크루젠스턴 등의 몇몇 서양인들이 제작한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이후, 그 지도를 참조하여 제작한 지도들에게서 일본해라는 지명이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이 가속화되는 20세기부터 일본은 일본해라는 지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것이 현재 세계 각국의 지도에서 일본해가 동해보다 많이 등장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런데 유엔지명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그 지역의 토착명(Endonyme)을 외래명(Exonyme)보다 우선순위로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이 약 2000년 동안 사용해 온 "동해"라는 지명이, 서양에서 먼저 불려왔고 일본이 약 100여년밖에 사용하지 않은 '일본해"라는 지명보다 논리적으로 앞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명사적 관점에서 고지도를 분석한 결과는, 동해의 명칭이 일본해보다 정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일본은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우월한 국력을 이용하고 정치,외교적 역량을 쏟아붇는다. 반면에 우리나라 측 주장은 논리적으로 우월함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조금 더 효과적인 정부 차원의 전략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혔다. 한편 지리, 역사쪽 전공자가 아닌 한계도 어느정도 보인다. 제목이나 서문을 보면, 이 책의 목적이 세계 고지도사를 통시적으로 파악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한, 중, 일의 표기를 통해 영토문제의 진실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의 초중반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고지도사 서술 파트에서 상세한 내용 설명이 조금씩 부족한 면이 있다. 아무래도 저자가 소유하고 있는 작품 위주로 서술이 되다보니 통시적인 접근에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그리고 저자도 본문에서 밝히듯이, 우리 측의 주장이 중심이 되다보니 반대편인 일본 측의 주장의 정당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조금 소홀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동해, 독도 표기, 그리고 간도 문제 등 몇 가지 영토문제에 대한 근거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유리하면서 합리적인 주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도 국익을 위해 저자의 개인적인 시간을 쏟아부은 노력은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