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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서늘하고 회색을 띤, 사랑의 도시" - 조지 스털링
하지만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의 어두운 뒷골목, 포크거리에서 시작한다. 돈을 받고 몸을 팔고,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이든 가능한 남창들이 득실거리는 지구... 여기에 색맹에 광과민증을 가진 사진작가 케이가 남창이자 소중한 친구이며 사진모델을 맡아주는 팀을 기다리고 있다. 20살이라 주장하지만 열일곱도 안되보이는 소년의 이미지인 팀은 "생크림 같은 피부와 하얀 뺨을 지닌 그는 손님들이 꿈꾸는 영원한 소년이다" -p12 로 묘사될만큼 뒷골목의 꽃미남으로 통하는 존재다. 하지만 케이와의 약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더니 다음날 토막난 시체로 발견되게 된다. 난 진짜로 처음엔 범인이 삼순누님이라고 확신했었다...튀자..;;
여느 스릴러와 다름없이 시간이 흐르고, 집념에 불타는 케이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사실 어떤단서로 어떻게 사건이 풀리는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 해피엔딩이냐 베드엔딩이냐의 기준또한 범인이 잡히느냐 잡히지 않느냐에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건의 전모와 상관없이 두가지가 존재한다.
묻어둔 15년의 진실 케이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이며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과 맞짱뜨는 강력계 스타일보단, 사람들에게 소소한 도움을 주며 기쁨을 만끽하는 수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경찰이었다. 팀사건이 결국 미궁으로 빠져버린 과거 T사건과 관계있다는 결론아래 당시 해당 사건과 연류되어 은퇴한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연약한 사진기자일 뿐인 딸 케이가 위험에 노출될수 있다는 핑계로 T사건의 전모는 커녕 탐정놀이를 그만두라는 권유만 당하게 된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없듯이 집요한 케이의 집념덕분에 아버지는 동료형사 4명과 함께 가슴깊이 묻어야했던 비밀스러운 사건의 전모를 남김없이 이야기하기에 이른다.
경찰로서의 지위와 성취감을 위해 T사건 전담팀도 아닌상태에서의 수사는 결국 용의자살인으로 이어졌었고, 두려움과 후회속에 시체를 유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네가 포기하지 않은게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난 너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했어. 네가 사실을 아는 게 싫어서.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네가 알아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488p 감추고 싶었던 과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어가는 아버지의 마음. 그것은 15년간 묻어온 죄책감에 대한 해방의 욕구이자 딸에대한 그리고 자살로 사라져간 어머니에 대한 진심어린 화해였다.
저맨서 마법사 팀의 삼촌이라 불리우는 데이비드 드조프로이와의 접촉을 통해 과거 마술쇼에서 저맨서마술을 팀과 팀의 쌍둥이 남매 애리앤이 담당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저맨서마법은 마술쇼중 사라진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나오는마법을 말하는데, 이는 쌍둥이들만 가능한 마술트릭이라고 한다. 남창거리에서도 팀의 쌍둥이 남매인 애리앤은 아모레토라 불리우며 팀을 넘어서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 남매는 몸을 파는 와중에 저맨서 마술을 보여주며 어느순간 애리앤에서 팀으로 바뀌어있는 장난을 치곤 했다.
데이비드 드조프로이는 소아성애자로 러브지 쌍둥이(팀쌍둥이)가 마술쇼에 등장하던 시절부터 빈번하게 강간을 당했다. 마술단에서 도망나왔지만 할줄아는것은 저맨서 마술뿐인 이들은 환락의 거리에서 새로운 저맨서마술을 통해 몸을 파는일이었다. "우린 거리를 사랑하고, 익명의 섹스를 사랑하고, 그토록 강렬한 욕망의 되는걸 사랑했어. 우린 몸의 구속을 떨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탐험가들이었어. 한계를 초월하고 자리를 바꿔서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경험, 누나와 남동생, 서로 별개의 존재이면서도 똑같은 존재. 둘이었다가, 하나였다가, 다시 둘!" -560p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혼자가 되고싶었다. 팀의 죽음을 예견한 애리앤, 그녀가 원한건...
"난 .... 내가 이제야 정말로, 그러니까.. 정말로 혼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 -577p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 몸부림치는 애리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케이, 과연 애리앤은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진정 그녀가 원한것은 팀의 소멸로 인한 완벽한 자아의 획득이었을까?
람다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그 상의 의미만큼이나 많은 게이들이 등장한다. 람다 문학상은 베스트 게이 미스터리와 베스트 레즈비언 미스터리 분야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의미를 만끽해 보는것도 독특한 경험이 될듯 싶다. 그리고 색맹인 케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모노컬러의 우울한 샌프란시스코의 이야기또한 매력적인 경험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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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밝고 활기 넘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와 또 다른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도시의 이면을 이야기하며 생생한 캐릭터들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색맹에 광 과민 증세를 지닌 주인공 사진작가 ‘케이’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흑과 백, 음영으로만 보이며, 특히 눈에 무리를 주는 낮보다는 어두운 곳과 밤에 시야가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밤이야말로 그녀의 세상이 되는 인물이다. 그녀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남창 친구 팀은 양성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닌 묘한 분위기를 지닌 순교자의 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인 쌍둥이 누나 애리앤은 팀의 신비로운 외모에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 강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또한 빵을 굽는 일에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전직 경찰출신 아버지와 그의 과거 동료들과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알게 된 레즈비언 여형사 힐리, 숨겨진 비리와 진실을 찾고자 케이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탐사보도기자 조얼이 있다. 그밖에 다양한 과거와 욕망을 지닌 채,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 샌프란시코의 밝은 햇살 속에서 케이의 눈에 비친 흑백 영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걸치면서 그들의 비열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색맹에 광 과민증인 케이의 시각으로 컬러로 가득한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단번에,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처럼 강렬하게 환치시키며 그녀의 눈을 통해 흑과 백, 음영으로 세상을, 도시를, 거리를, 인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너무나 많은 색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러한 색들의 향연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는 시점에 케이의 시선은 잠시나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고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케이는 다양한 생활 속의 경험으로 색을 느끼려고 하고 뒷골목 거리의 사람들을 담백한 시선으로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느낄 줄 아는 인물이다. 그녀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들 자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이해하고 잔인한 시체로 발견된 팀을 위해,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알기 위해 비열하고 잔인한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맞서는 모습은 캐릭터에 특별한 힘을 실어주며 진한 감동을 준다.
팀의 죽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팀이 존재를 숨겨왔던 누나 애리앤과 그들의 삶을 송두리 채 바꿔버린 마술 '저맨서'를 가르친 마술사 삼촌과의 치명적인 사건과 과거를 알게 되는 과정을 흑백의 차분한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 날것의 느낌의 컬러의 같은 격렬한 동적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건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더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이 되어 많은 잔상을 남긴다. 흑백사진 한 장이 모든 감정을 간직한 채, 시선을 붙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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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지만, 나는 스릴러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범죄 스릴러 소설의 대부라고 불린다는 저가 윌리엄 베이어가 데이비드 헌트라는 이름으로 여러 상을 비롯해서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고 한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라는 독특한 제목과 뭔가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표지.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이끌 수 있는 탁월한 심리묘사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무대는 샌프란시스고, 포크협곡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정신병자, 마약중독자, 부랑자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남창들이 몸을 팔기위해 모이는 곳이다. 케이는 이렇게 위험하다면 위험할 수 있는 포크협곡에 자주 간다. 버그라 불리는 그녀는 색맹의 사진작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쓰일 사진을 찍기위해 그곳을 방문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팀이라는 멋진 남자와 친해졌다.
우선 색맹의 그녀가 사진작가라고 한다는 설정이 뭔가 비밀스럽고, 더욱 묘한 분위기를 설정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색맹과 달리 '광과민증'의 그녀는 온 세상이 흑백의 명암으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어느날 걸려온 팀의 다급한 목소리,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듯한 팀은 케이에게 전화해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팀은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날 팀은 끔찍하게 토막난 시체로 발견된다.
케이는 전화목소리로 분명 팀이 자신의 위험을 알아채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몸을 파는 남창.. 손님이 그를 죽인 것일까, 아니면 그가 모았다던 5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팀을 죽인 것일까. 형사 섄리와 힐리도 이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것 같지만 친구를 잃어버린 케이는 팀의 행적을 찾아, 그를 죽일 만한 사람을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 팀과의 만남 속에서 팀이 케이에게 자신의 과거를 알리고 싶어했음을 생각한다. 부모님도 없고, 돌아갈 가족도 없었던 팀. 데이비드 삼촌이라는 팀의 친척을 떠올리며 연락되면서, 팀의 과거의 불행한 이야기와 마술사인 데이비드와 함께 어렸을 적 ‘저맨서’라는 끔찍한 마술을 도왔던 일, 그리고 그에게 이란성 쌍둥이 누나인 애리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은 케이의 아버지가 경찰관으로 일할 당시 그녀의 가족에게도 불행을 안겨줬던 게이 남성들이 토막살인을 당했던 'T 사건'과 유사함이 발견되고, 그때 사건을 조사했던 헤일 형사도 등장한다. 게다가 또 사회적 명성과 부유한 생활을 하면서도 밤에는 포크협곡에 비싼 차를 끌고와 어린 소년의 몸을 사려고 하는 마커크레인, 그리고 그와 남창을 이어주는 놉, 과거 팀과 애리앤을 이용해 ‘저맨서’라는 끔찍한 마술을 하게 했던 마술사 데이비드까지.. 팀의 죽음을 둘러싸고 혐의를 둘만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야기는 중반이 넘어서까지, 이렇게 사건의 혐의를 둘만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모방사건으로 생각되는 'T 사건까지 연계되어 미스터리하게 흘러간다. 그러니까 다소 불필요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조금은 늘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팀의 과거와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반전의 반전을 통해 600페이지 정도의 두툼한 소설이지만 독자의 몰입을 이끌고 있다.
처음 케이가 색맹의 여성 사진작가라는 점부터가 이야기의 묘한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설정이었고, 마술사,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등장인물도 좀 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게 할 수 있는 장치가 된것 같다. 어두운 도시에서 자신의 몸을 파는 남창이지만, 순교자를 꿈꾸던 팀, 반면 겉은 순결한 척 하지만 자신을 쾌락을 쫓는 사람들의 모습. 혼란스러운 도시의 인간의 본성 역시 닮은 듯하다.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색맹의 케이가 바라보는 눈으로 회색과 검은 명암만 있게 되어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이, 이야기의 미스터리하고 묘한 분위기를 잘 살려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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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포크 거리에는 몸을 사고 파는 남창과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들만 찾는 남자들 그리고 마약거래 등으로 낯선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나는 사진작가로서 오랫동안 이 거리에서 몸을 팔았던 팀과 친밀하게 지내던 중 어느 날 토막사체가 되어서 돌아 온 팀을 보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고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발벗고 나서서 사건을 파헤치게 되고 이 사건은 십오년 전 이 거리를 끔찍한 분위기로 뒤덮었던 또 다른 사건의 모방범죄로 드러나게 된다.
시종일관 어두컴컴하며 자극적인 소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추리소설 캐릭터는 그 중요성이 점점 더 해가지만 이 책에서는 캐릭터보다는 내용에 더욱 매력이 느껴진다. 범접할 수 없는 소재와 탄탄한 구성이 흡인력을 만들어내고 길고 길었던 내용의 책도 덮고 난 후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부하지 않기에 더욱 뇌리에 깊게 남는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살인사건의 장소는 사람들이 흔히 접하기 힘든 범죄와 일탈의 공간이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레즈비언을 비롯하여 남창까지 다소 충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독자는 이들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을 축으로 하여 보여지는 이들의 성격과 지나온 인생사를 들여다보게 해 줌으로써 독자는 오히려 그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책을 높이 사고 싶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였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그 이면의 모습을 드러내주어서 이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짙어졌다. 이 책 속의 강한 캐릭터들과 샌프란시스코의 조화가 절묘했고 탄탄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내용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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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정말 멋진 소설을 읽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표지의 거북스런 사진이 조금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 두께가 어찌나 만만찮은 지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매끄러운 표지와 고급스런 재질의 내지가 무려 582쪽에 달하는 이 소설을 처음의 몇 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을 다 읽는 날까지 내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될 지를 상상하며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주인공 케이는 남과 다른 특성을 지녔다. 혹자는 그것을 장애라 부를지 모르지만, 케이의 그 능력은 내겐 매력적이기만 하다. 색맹인 그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색맹의 사진가. 얼핏 보면 아이러니한 그 단어들의 조합이 그녀가 찍어내는 사진들이 갖고 있을 독특한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포착하는 그녀만의 능력은 하나를 빼앗은 대신 하나의 새로운 능력을 주신 자연의 공정함이 아닐까? 그 사진들을 실제로 보고 싶은 나의 마음은 어린 아이가 만화 영화 주인공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케이에게는 남창인 팀이라는 친구가 있다. 아름다운 육체를 맘껏 자랑하면서 어두운 골목의 왕처럼 군림하던 그가 어느 날 무참하게 토막난 채로 발견된다.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두려운 목소리의 마지막 전화를 기억하는 케이는 팀을 잃은 상실감을 범인을 찾고자 하는데 쏟아 붓는다.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로 묻혀버린 전직 경찰인 아버지의 비밀이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소설은 그 분량답게 수많은 사람들의 등장을 치밀하게 엮어서 필연적인 진실로 가는 과정을 내게 열어 보여주었다. 치명적 매력을 갖춘 아름다운 인물들은 이 세계 안에서 맘껏 취하고 욕망하고 악을 내뿜는다. 꽉 찬 구성과 매력적인 인물, 물 흐르는 듯한 호흡의 문체와 흥미로운 사건들이 소설을 읽는 재미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내가 찾은 오자 495쪽 17쪽 천장의 높이는 칠판 미터 ->천장의 높이는 칠팔 미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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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스산한 분위기의 거리를 걷는 느낌의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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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주인공 케이에게 세상은 온통 회색으로 보인다. 색맹인 그녀는 흑백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원래부터 화려한 색이 익숙한 사람에게 모든 색이 사라지고 회색 명암만 존재한다면 답답하고 갇힌 느낌일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색맹이라는 결함을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 이럴 때 색(色)은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심리를 나타낸다. 다양한 색이 존재하지만 자기만의 색을 고집한다는 건 갈등과 충돌을 의미한다. 결국 누군가는 갈등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샌프란시스코 포크 협곡을 배경으로 한다. 빈민가인 그 곳은 창녀와 남창이 살고 있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그래서 더욱 은밀하고 유혹적인 곳이다. 괴상한 성적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슬금슬금 모여드는 사람들과 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케이는 스승인 매디의 충고대로 갇혀 있는 온실이 아닌 거친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녀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카메라가 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포크 협곡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중 그녀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건 팀 뿐이다. 팀은 생크림 같은 피부와 하얀 뺨을 지닌 미소년의 외모를 지녔으며 다정하고 부드럽다. 단단한 상반신은 청년의 느낌을 준다. 팀은 포크 협곡 거리의 남창이다. 케이는 처음에는 그의 매력적인 외모에 반했고 그 후에는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져 팀을 모델로 사진을 찍는다. 위험과 욕망 앞에 자신의 몸을 내놓는 거리의 사람들을 사진 속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불안한 목소리의 팀이 케이를 만나자고 한다.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팀은 살해당한 후 토막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누가 팀을 죽인 것일까? 이야기는 케이가 팀의 지난 삶을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문득 케이가 팀에게 느끼는 감정이 뭘까 궁금해진다. 단순히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성적인 끌림도 있겠지만 팀을 통해서 자유로운 영혼을 느낀 것이 아닐까? 세상의 편견을 무시하고 두려움과 욕망 앞에 온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혹은 무모함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케이는 팀을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케이의 아버지 잭은 전직 경찰관이다. 십오 년 전에 일어난 연쇄 살인 T 사건을 담당했다가 증거물 분실이라는 실수를 저지르고 불명예 퇴직을 한다. 케이에게는, 원래 철두철미한 경찰관이었던 아버지가 어이없는 실수로 퇴직한 뒤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자살한 아픈 과거가 있다. T 살인 사건은 서로에게 고통스럽고 아픈 과거다. 하지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과거를 끄집어내면서 묻혀 있던 진실을 밝혀낸다. 과거 T 사건은 어린 남창들이 살해당한 뒤 특수 비누로 씻겨지고 토막낸 뒤 버려진 연쇄 살인 사건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와 유사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팀이 죽고 난 뒤에야 케이는 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홀홀단신인 줄 알았던 팀에게 누나가 있었고 그녀의 별명은 '경이의 아모레토' 즉 '어린 큐피드'였다. 팀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비슷한 일을 했던 것이다. 이들 남매에게는 데이비드 삼촌이라는 가짜 삼촌과 연결된 마술 같은 삶이 있었다. 마술은 그럴 듯한 속임수다. 화려하고도 잔인한 반전을 주는 마술 같은 삶은 결국 큐피드의 동생을 향해 화살을 쏜 것이다. 마술에서는 언제나 되살아났지만 현실은 죽음뿐이다. 팀과 누나 애리앤의 관계처럼 사랑은 간혹 너무도 잔혹하고 이기적인 형태로 변질된다. 환한 빛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케이는 밤이 되면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어둡고 일그러진 세상을 사진으로 찍는 일은 두렵지만 감당해야 할 진실이다. 케이를 통해서 뒤틀어진 욕망의 진실을 보았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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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헌트'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책의 저자는 윌리엄 베이어이며, 미국에서는 범죄 스릴러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많은 상을 수상했고,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며, 그 기대감만큼 충분히 만족했던 소설이라고 결론부터 말하고 싶다.
화려한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이면에 감춰진 우울함과 범죄의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대하고 충격적인 마술쇼와 같은 이야기이다. 광과민증이자 색맹인 사진 저널리스트 케이의 눈으로 바라본 흑백의 세상은 내 머릿 속에서도 흑백의 공포 영화를 보는 듯 읽는 내내 흥미진진함과 사건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슴이 떨렸다. 사실 무서운 영화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제목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마술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기에 택한 책이었다. 끊임없이 드러나는 사건의 연결고리와 반전, 동성애자, 그리고 이란성 쌍둥이를 이용한 저맨서 마술, 경찰들의 얽히고 설킨 욕망과 이해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거리로 재미를 더했다.
원제는 'The Magician's Tale'이며, 데이비드 드조프로이라는 마술사로 인해 이란성 남매 쌍둥이인 팀과 애리앤이 끔찍한 저맨서 마술을 익히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어린 쌍둥이를 훈련시켜 죽은 사람이 다시 사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과감히 살인을 저지르는 끔찍한 마술을 하면서 돈을 벌게 한 것이, 쌍둥이들에게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게 만들고, 세상의 어두운 곳으로 내몰았던 게 아닌가 싶다.
-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연결고리, 어렸을 때의 러브지 쌍둥이와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 사이의 연결고리가 이제 분명히 보인다. 아무래도 거슬리는 내용의 저맨서 마술을 공연하던 어린 마술사들이 나중에는 모자를 들고 관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돈을 받는 역할을 하다가 어른이 된 뒤에는 돈을 많이 내는 손님들을 위해 저맨서를 공연하는 성의 마술사로 변신했다.(p.568)
노출을 주제로 한 작품의 사진을 찍기위해 음침한 거리로 나선 케이. 성을 팔고 사는 사람들, 술과 마약에 의지에 살아가는 거리의 부랑자들이 작품의 소재이므로 그들과 친밀함을 유지하며 지낸다. 조각과도 같은 아름다운 팀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를 작품 속에 담았다. 친구인 팀이 토막난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조사를 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들, 욕망에 찬 경찰이자 동성애자인 힐리, 부자 부인을 두고도 어린 남자를 찾아 거리를 나서는 크레인과 그에 얽힌 전과자 놉과 리오, 팀에게 15년 전의 미해결 사건인 T 살인사건으로 위장함으로써 드러난 T 살인사건의 진실과 그에 얽힌 경찰들....사건이 다 해결되었다 싶었는데 갑작스레 크레인이 자살하고, 새로운 퀸트라는 인물이 범인으로 결론 지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케이가 팀의 쌍둥이 누이 애리앤을 만나러 멕시코의 산미구엘이라는 곳에 가면서부터 다시한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순교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언젠가는 산미구엘에 떠날거라던 그리운 친구 팀의 이야기를 따라 간 곳에서 애리앤을 만난다. 팀과는 너무도 다르게 악한 모습을 한 애리앤, 쌍둥이라서 항상 강하게 서로를 끌어당기면서도 늘 혼자이길 바랬던 욕망이 팀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결론은 애리앤의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으로 마무리 된다. 긴 이야기이지만 짜임새 있는 문장 덕분에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고, 인간의 욕망과 범죄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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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는 신비롭고 놀라운 마술을 펼치면서 다양한 환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들의 모자속에 들어간 토끼는 비둘기로 바뀌어서 나오고, 상자에 들어간 사람의 몸을 자유롭게 분해하기도 하며, 그 자신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꿈을 꾸는것 같은 환상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그런 마술사들을 나는 아주 오랫동안 동경해왔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소개하려는 이 작품에도 마술사가 등장한다.
미국 범죄 스릴러 소설의 대부라고 불리우는 윌리엄 베이어가 '데이비드 헌트'라는 익명으로 지난 1997년에 발표해 독자와 문단의 찬사를 받으며 권위 있는 람다 문학상을 수상한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밝은 희망과 어두운 욕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거리에서 토막난 시체로 발견된 어느 남창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둠과 욕망이 꿈틀대는 범죄를 소재로 다루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우아함과 기품있는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 반짝이는 눈, 검은 눈썹, 작은 삼각형 얼굴, 한쪽에 가르마를 탄 중간 길이의 검은 머리를 지닌 주인공 케이 패로는 사진작가다. 그녀는 완전 색맹이다. 즉, 상염색체 퇴행성 색맹으로 세상의 색깔을 전혀 보지 못하고 빛에 대한 과민증도 있기 때문에 대낮에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만 한다. 비록 그녀는 색깔을 못보는 색맹이지만 대신 세상을 다양한 회색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으며 어둠에도 쉽게 적응할 수가 있다.
케이는 자신의 프로젝트 '노출'을 위해서 어두운 밤에 포크 협곡을 거닐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데, 그곳에서 레인이라는 별명을 지닌 영원하고 아름다운 소년이자 거리의 남창인 티모시 러브지' 팀을 만나게 된다. 둘은 곧 친구가 되고 케이는 팀을 모델로 많은 사진들을 찍는다. 어느 날, 팀이 누군가에게 살해 당해 시체로 발견되고 케이는 소중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크게 분노한다. 범인을 밝히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던 케이는 팀의 죽음이 과거 미해결된 T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것을 발견하고, 뒤를 이어 새로운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성인지, 아니면 남성인지 정확한 성별을 구별하기가 어려운 마네킹이 공허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음 담은 표지가 매우 인상적인 이 작품의 원제는 [The Magician's Tale]이다. 처음에는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라는 제목에 꽤 자극을 받았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왠지 원제인 마술사의 이야기가 훨씬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실제로 팀의 주변 인물로 데이비드 드조프로이라는 영국인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전체적인 내용들이 더욱 절묘하게 맞았기 때문이다.
서늘하고 회색을 띤 안개의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작품의 배경으로서 아주 탁월한 공간이다. 더욱이 색맹인 주인공 케이가 그녀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데 더욱 적합한 무대를 마련해준다. 케이의 세계에는 색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흑과 백으로만 이뤄져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물의 실체에 더 집중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실제로 케이의 그런 능력은 팀의 사건을 조사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콘택스 카메라를 들고 여러 사람들과 사물의 사진을 찍으며 팀의 죽음에 관련된 단서들을 하나 둘씩 찾아나가는 케이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고독한 여성이 주인공인 느와르물의 탐정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녀가 독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아주 뛰어난 추리를 선보이는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헌트가 창조한 케이의 세계에는 너무나도 탄탄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활을 한다. 마술사가 들려주는 팀과 애리앤, 이란성 쌍둥이 남매와 저맨서 마술에 관한 이야기와 케이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T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작품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헌트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문장은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독자들을 이야기속에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속에서 만나는 인물들도 무척 흥미로운데, 케이에게 사랑의 색을 전해주는 인도인 사샤 파텔과 그녀를 도와주는 착한 노숙자 드레이크, 야망 있는 레즈비언 형사 힐리와 듬직한 삼촌 같은 조얼이 바로 그들이다.
데이비드 헌트의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아름답고 우아한 스릴러로 거기에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것은 탐욕으로 얼룩진 범죄 이야기이자, 자신만의 색을 보는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며, 거리에서 일하는 남창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치명적인 아모레토 애리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쌍둥이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저맨서 마술과, 그들이 꿈꾼 환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흑과 백, 빛과 어둠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색조의 마술에 관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