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인문학의 화두는 주체/타자의 문제이며,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학문적 견해가 갈라지곤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인문학의 분위기 속에서 주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근대 서양 철학 속에서 위치하고 있는 주체 개념의 기원과 그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논의를 정리한다. 많은 이들이 동조하듯이, 강영안 선생님 역시도 주체 개념의 정리를 위하여 데카르트의 코기토 cogito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여러 논의들이 아주 메끄럽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후기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강영안 선생님이 이미 주체와 관련해 발표했던 글들을 묶어 낸 것이기 때문에, 주체에 관한 일관된 논의를 파악하는 것 보다는, 주체와 관련되어 어떠한 논의들이 있어왔는지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신칸트학파, 헤겔 이후 키에르 케고르와 니체 등의 독일 관념론, 그리고 라깡을 거쳐 레비나스에 이르는 몇 세기 동안의 주체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니까 말이다(물론, 그만큼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이러한 방식으로 편집된 책들의 큰 단점이기도 하다). 물론 여러 논의가 있다고 해서 저자가 바라보는 주체에 대한 관점이 없을 수는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내비치고 있는 근대 이성 또는 주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은 레비나스와 폴리니를 결말을 대신해서 이 책의 말미에 배치한 것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니체에서 시작된 반이성주의적 비판 의식을 중요시하면서도, 결코 주체의 죽음을 말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될 수 있는 올바른 주체의 상을 제시하려 한다. 이는 저자가 끊임없이 레비나스에 대한 관심을 가져온 것에서도 이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레비나스의 핵심적 저서 중 하나인 <시간과 타자="">의 번역자가 바로 강영안 선생님인데, 그 책 말미에 수록된 역자 해설은 국내에 소개된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가장 좋은 주석서이기도 하다).시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