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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코틀로반은 구덩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 즉 프롤레타리아의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1920년대 후반 러시아의 현실을 리얼하고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이상적인 터전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이 무덤이기도 했다는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사실을 통해서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사회주의의 현실을 비판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러시아 문학은 묵직하고 철학적인데, 이 책 역시 그런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 플라토노프가 그린 혁명 이후의 러시아는 디스토피아 그 자체인데, 스탈린의 사회주의가 가진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도 민중과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러시아문학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소설이다. 덧. 한편으로는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구덩이'들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했다. 집의 토대였으나 무덤이 되어버린 구덩이들. 이것은 사회주의라는 체제에서만 존재한 것은 아니기에, 우리의 일상과 삶에서 싱크홀처럼 뚫려버린 현존하는 구덩이들을 생각하게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체제비판적 소설이라고 한정하기보다 인간과 인간을 구성하는 것들, 혹은 인간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소설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