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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실낙원'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와타나베 준이치를 떠올렸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며 학창시절의 내게 호기심을 유발하게 했던 작품이다. 그런 작품이 세계문학 전집에 있다니, 생각 외로 대단한 작품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이 책이 밀턴의 <실낙원>, 즉 <Paradise Lost>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귀까지 빨개지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존 밀턴의 <실낙원>이 어떤 작품이던가. 단테의 <신곡>에 버금가는 대서사시로, 구약성서를 소재로 인간의 원죄를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던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을 떠나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서사시라는 특징상 쉽게 읽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각 장들은 아담과 하와의 행적을 쉽게 구분하여 묘사했기 때문에 오히려 성서를 읽는 것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장대한 이야기를 구술로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실낙원>을 쓸 무렵, 밀턴은 실명을 해서 앞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인간의 능력이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진 듯하다. 밀턴의 절실함이 이런 명작을 낳게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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