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 -일본 형법 제 39조
통합실소증(정신분열증)환자들에 관련된 법조항이다. 그들은 범법자가 아닌 환자로 취급하기에, 범죄에 가담한 행위가 적발이 되더라도 수감되지 않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반발할 거리도, 이유도 없어 보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게다가 살인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눈이 뒤집힐 상황이 오게될지도 모르지 않을까? 과거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흔적이 있거나, 통합실소증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정신과 의사의 기준이 피해자를 납득시킬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짧은 시간만에 사회로 복귀한 통합실소증 환자인 살인마를 길에서 마주쳤을때를 상상해 볼 수 있겠는가?
보이지 않는 위협 아무런 잘못도 혹은 위험에 대한 전혀 준비도 되지않은 사람들이 무려 12명이나 통합실소증환자에게 상해를 당하고 그중 3명은 죽음에 이른다. '13일의 금요일'에서 제이슨이 벌이는 무차별 살인극과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사람을 조종하는 '검은안개'를 없애기위함이라는 독수리 5형제에게서나 들을법한 이유만이 그 사건의 배경에 깔려있을 뿐이었다. 얼마전 헵시바님이 포스팅한 '우울증' 처럼 통합실소증 역시 완쾌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애매모호하다. 바로 '증'들의 특징이리라, 최근 중국에서 들려오는 무차별 살인뉴스를 접하다 보면 10년전 DMZ지역을 수색할때 지뢰밭을 지날때처럼 주위를 경계해야만 목숨을 유지할수 있는건 아닌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가방엔 권총 한자루씩은 넣고 다녀야 하진 않을지도..
통합실소증환자가 처벌되지않는 이유? 그것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지않은 상태이기 때문인데, 이를 이용한다면 자유를 넘어 방종을 만끽해볼수 있는 유일한 특권계층이 되는게 아닌가싶다. 어쩌면 앞으로 '심신상실자'계급이 급속하게 떠올지도 모르겠다. 돈으로도 누릴수없는 특권을 가질수 있을테니 말이다.
정신병을 주제로 하는 책이라서 그런지, 등장인물의 대부분도 정신병을 앓고있다. 범인에게 은식처를 제공한 유키는 해리성동일성장애를, 범인에게 딸을 잃은 사와코는 범인과 동일한 통합실소증을 얻게되고, 지적장애를 가진 유키의 동생도 있다. 이들이 위험한 존재라고 한다면, 우린 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걸까? 보통 통합실소증환자중 99%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무분별한 살인을 난무하는 환자들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 정신병자들이 많이 등장하기때문인지, 정상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역시 비단 정상적으로만은 보이지 않는다. 아내를 위해 밤낮없이 범인을 감시하고 미행하는 미카미나 유키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집착증을 보이고 함께 죽어버리자는 타시로의 경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을 애매하게 넘나들고 있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중 '정상'의 기준또한 '통합실소증'판단을 내리는 애매한 기준과 비슷한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혹시 모르겠다. 요즘들어 책만 읽고있는 나도 '도피성독서과욕증'같은 정신질환을 앓고있는지도.. 당신도 예외는 아니고..
성녀의 구제 2탄인가? 가장 맘에 안드는 스토리라인은 종장에 가서 '처음부터 그것은 연극이었다~'란 끝맺음이다. 성녀의 구제에서 느낀 허무함이 허몽에서도 느껴진것은 통합실소증을 얻은 사와코가 나중에 모든게 연극이었다~ 라는 부분이었다. 사실 형법 제 39조를 역설하기 위해 사용된 트릭이었고, 자신 또한 그 형법을 이용해 정당한 살인을 할 수 있을거란 치밀한 계획이 들어있었다. 칭찬하고 싶은 부분임과 동시에 책 전체를 거짓으로 만드는 한마디에 허무함이 생기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도 꽤나 심도있는 소재인데.. 비록 잔인한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지만, 그 주제가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처벌의 기준에 대해선 꽤나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 한명의 검은안개 처벌자가 등장하는 날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건지 당신은 알수 있겠나? 막연히 책임의식을 가지지않았다 해도 '살인'행위를 저지른 통합실소증환자들에 대해선 그에 따른 별도의 형법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적어도 격리는 시켜놔야 맘편하게 거리를 활보할수 있지 않겠나? 난 개죽음은 싫으니까..
|
|
엄청나게 잔인하고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잡고 나서 경찰에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범인의 정신 감정이다. ‘법률에 의해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이런 조항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만약 그 심신 상실자에게 사랑하는 딸을 잃은 부모라면 그 조항에 동의를 할 수 있을까?
눈이 내린 겨울. 사와코는 딸 루미를 데리고 공원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그곳에 청년 하나가 칼을 들고 폭력을 휘두른다. 무차별 살인자는 통합 실조증 즉 정신분열증 진단으로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후 사와코와 미카미는 이혼을 하고 각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와코로부터 전화를 받은 미카미... 사와코는 딸 루미를 죽인 후지사키를 봤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을 죽일 것 같다고 말하는 사와코는 점점 이상한 말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가 발전해 후지사키와 똑같은 통합실조증이 된 사와코. 재혼은 했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이혼을 하고 만 사와코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운 미카미.. 후지사키를 미행하기 시작하는 미카미...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들이 숨어 있는 것일까?
마지막에 기가 막힌 반전이 숨어 있다면 그 반전만큼은 이야기 하지 않는 게 맞겠지? 점점 정신을 놓아버린 사와코를 보면서 엄마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고작 세 살 밖에 되지 않은 딸이 눈앞에서 죽었다. 그것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청년에게... 하지만 그 청년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정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선하고 착한 얼굴 그대로 인 채. 정신이 아픈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로 인해 내 가족이 다쳤다면 나도 그들을 바라보는 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열두 명이나 되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많은 가족을 슬픔의 밑바닥으로 떨어뜨린 후지사키에게 사형을 내리기는커녕 교도소에 보내지도 못하고 죄도 묻지 못하고 재판마저 걸 수 없었다. (32)
비슷한 무차별 살인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능력이 있다며 사형을 받는 사람과, 심신실조와 심신모약을 인정받아 불기소나 무죄, 혹은 감형을 받는 인간으로 나누어진다. 이 차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벌을 받는 정신 상태와 벌을 받지 않는 정신상태의 경계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현재의 범인과 마주 앉아 정신 감정을 한다 해도, 과거 일인 범행 순간의 정신 상태를 얼마나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66)
우리나라에서도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점검한다. 하지만 가끔 나는 의구심이 든다. 미친 척(?)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래서 자신의 죄가 감면된다면 얼마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분명 예전보다 법이 세분화되고 발전했다고는 하나, 그 법을 이용해 더 큰 죄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참 무섭다.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거나 하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교묘하게 법안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사람들. 그들로 인해 정말 정신적으로 아픈, 그래서 보호 받아야 할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미쳐버려야 이 세상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딸을 눈앞에서 잃은 어미는.. 이런 범죄에 노출된 가정은 대부분 이혼하고 깨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지킬 수 없었던 이유를 서로의 탓으로 돌린 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책이다. 사와코의 선택에, 미카미의 선택에 손가락질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들이라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많이... 씁쓸하다. |
|
...사람을 죽이려 한 시점에서 그 인간의 정신은 이미 병들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범행시의 순간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상적인 정신이 아니기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비슷한 무차별사건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책임능력이 있다며 사형을 받는 사람과 심신실조와 심신모약을 인정받아 불기소나 무죄, 혹은 감형을 받는 인간으로 나누어진다. 이 차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벌을 받는 정신상태와 벌을 받지않는 정신상태의 경계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p.66
이런 생각을 나도 해본 적이 있다. 그건 프랑스 유학중에 여자친구를 살해해서 먹고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결국 돈많은 아버지의 힘으로 일본으로 이송되어와 위의 이유로 무죄를 받고 나중에 책까지 써낸 인물이 있다는 것을 읽고 또 인터넷에서 그의 태연한 사진을 보고. 그리고 또 조금은 카테고리가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나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폭력을 휘두르고도 책임능력을 없어 죄를 받지않았지만, 또 어떤 아이가 강요로 인해 쓴 편지를 충분한 책임능력이 있는 의사표시라고 인정한 재판부의 판단에 의해 성폭력 가해자 어른에게 무죄를 선고된 것을 보고.
미카미는 잘나가는 추리소설작가였다. 하지만, 4년전 공원에서 일어난 무차별사건으로 딸 루미를 잃고 아내 사와코와도 이혼을 하고 나자, 아니 사건당일 딸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그 피가 묻은 손을 보자 더 이상 추리소설 상에서 누구를 어떻게 교묘하게 죽일 것인지 생각하는 것 자체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는 삿포로시의 다양한 유흥업소를 취재하여 홍보해주는 글을 쓰는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재혼해서 그런대로 잘 사는 것만 같았던 전처 사와코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사건당시 심신상실로 무죄를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던 범인 후지와라를 다시 본 것 같다는... 미카미는 사와코의 히스테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아니 실상 속에 감춰두었던 복수심에 의해 후지와라를 뒤좇는다.
한편,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는 유키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거짓프로필과 사연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일에 점점 지쳐간다. 잠잘때도 이름을 부를 만큼 사랑하는 동생이 지적장애자라고 놀림받고 덩달아 아이들의 폭력을 상대했기에 고향을 도망치듯 떠난 유키지만, 따로 동생의 이름으로 저축을 하면서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몸보다는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손님 후지와라를 만난다.
결국 그토록 미워하던 후지와라가 처벌로부터 도망쳤던 병, 통합실조증, 즉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전처 사와코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후지와라를 없애는게 낫지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른 미카미..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관련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경우는 많은 경우 범죄에 해당된다, 서로 없었던 일로 합의하는 것 외엔. 하지만, 없었던 것으로 하기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경우 도대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른다. 오로지 법에 매달릴 뿐이다. 하지만, 그 법적인 해결이 납득이 가지않는다면, 가장 최소한의 사회적 상식이라는 법률이 상식적이지않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로 이분할 수 없는 경우, 행위당사자가 책임을 다 지지못하는 경우 이를 납득시켜줄 사회적 시스템이 현재보다 더욱 강화되지않는한. 소년범, 심신상실자의 범죄자의 인권보다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매스컴에 더 노출되기 쉽고, 피해자가 피해를 입는데엔 스스로의 책임도 있지않는냐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현실을 바로잡지않는한 사건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모든 이에게 남기며 계속적으로 분노와 교묘하게 악용된 사례를 남길 뿐이다. 아마 많은 사회파 추리소설은 이러한 점에서 탄생을 했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도 사건 당일 피해자인 미카미에게 취재요구를 하다가 한대 맞은 기자가 말한다. 유명한 추리소설가였던 미카미 자신이 이슈를 만들어 사회적 변화를 만들 힘이 있었는데 왜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는 제목 [허몽]이 사실과 다른 꿈이란 의미로, 후지와라와 비슷하지만, 또다른 등장인물의 사연을 결말에 반전식으로 보여주면서, 작품 속 이슈가 고발을 하다가 잠시 놓칠 수 있는, 하지만 또다른 선입견을 낳을 수 있는 것마저 바로잡으면서 균형감을 찾는다.
..심신상실자의 범죄율은 정상인에 비해 높지않다. 심신장애자는 결코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p.94
범죄자 하나만을 바라보고 복수심을 꿈꾸지 말고, 악용될 수 있는 허점을 막아내며 심신상실자 같은 개인을 사회적으로 보호해나가야 함을. 꽤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빠른 전개속에 상대적으로 얇은 (흠, 요즘은 500여 페이지는 기본이잖아..ㅎㅎ. 갑자기 아가사 크리스티의 아드리아네 올리버 부인이 생각나네. 추리소설가는 그녀는 소설을 쓰고 난뒤 페이지수가 적다고 살인사건 하나 더 만들어내야 하나며 투덜대는데..) 볼륨안에 담아내기에 솔직히 정신이 없다. 반전이 주는 쓴 맛도 크고. 하지만, [하드럭]이나 [허몽]이나 손내밀면 잡아줄 사람이 남아있는한 (에고, 하드럭 범인은 그렇지도 못해 안쓰럽지만...) 도움의 손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결국 섬과 같은 사람들이지만 건너갈 다리는 언제나 있으니까.
p.s: 야쿠마루 가쿠 (藥丸岳)
- 형사 나츠메 노부히토 시리즈 ( 刑事・夏目信人シリーズ) - 시리즈외 天使のナイフ(2005) 천사의 나이프 에도가와 란포상 ハードラック(2011)하드럭 逃走(2012)
|
![]()
내 딸을 죽인 남자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라는 다소 뻔한 문구로 소개되고 있는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은 일본 형법 제39조에 따른 '심신상실자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사와코'는 3살짜리 외동딸 '루미'를 데리고 흰 눈으로 덮인 공원으로 나왔다. 루미는 사와코에게 배운대로 눈사람을 만들면서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자가 공원에 나타나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칼로 찌르는 것이 아닌가. 사와코는 루미를 감싸안고 도망쳤지만 남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남자는 루미마저도 잔인하게 살해했으나 정신분열을 진단받아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다. 사와코와 남편 '미카미'는 평생 아물지 않을 상처를 껴안은 채 헤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4년 후, 미카미는 '무차별 살인자'를 봤다는 사와코의 연락을 받는데..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서점에서 문득 책을 발견했을때 읽고싶다는 느낌이 들어 무작정 집어들었던 책인데다가.. 책의 앞이나 뒤에 작가나 역자의 후기도 전혀 없던 책이라서.. 그런 느낌이 더했던 것일까. 책장을 넘기면 제일 앞에 허몽虛夢. 사실과 다른 꿈.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꿈으로 꾸는 것. 이라는 짤막한 문구가 적혀있는 것만 보고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가끔 생각해보기도 했던 법률에 관한 문제점을 전면에 내세웠으면서도 다이나믹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이 작품.. 요즘 자주 만나게되는 미스터리 소설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매번 사회성 짙은 소설을 발표하며 사법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가 야쿠마루 가쿠. 자칫 무겁고 난해하게 흐를 수 있는 소재의 작품을 미스터리와 반전이라는 장치를 사용해 엔터테인먼트성까지 고루 갖춘 작품으로 완성시키기에, 작가 야쿠마루 가쿠는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인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나보는 작가였는데, 그래서 이제서야 작가의 소개글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 작품에는 그 특징이 모두 완벽하게 들어있었다. 작년 5월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그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피해자'의 시점이 담겨있는 작품들 이라는 주제로 책을 묶어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었다. 오늘 만난 이 소설 역시 그때 읽었더라면 주저하지 않고 포함시켰을 작품이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작품. <주제를 아는 소설이야기.. http://liebeami.blog.me/40106386540>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은 그 법의 허점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된 소재는 일본 형법 39조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일본 형법 제39조-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일본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법은 -형법 제10조- 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조문이 약간 다를 뿐이지 결국 같은 법률이다. 이 작품의 문제제기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도가 존재하고 있기도 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사형이 구형되어야 마땅한 범죄자들의 형이 감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신감정, 심신장애.. 범죄자의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는 말 따위로 그들을 우리와 같은 세상에 숨쉬고 살아가게 만든다. 차마 입에 담기에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들을 술에 취해있었다는 이유로, 정신병이 있다는 이유로 밥 먹여가며 살려두는게 현실이다. 그 잘난 인권이라는 말로 법없이도 착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의 인권은 담보로 저당잡아두는게 현실이다. 피해자의 인권 따위는 생각해보지도 않는게 현실이다. '허몽'은 외동딸을 '무차별 살인자'로 인해 여읜 이후, 어긋난 삶을 살게 된 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심신상실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 문제에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가해자가 보호받는 부조리한 법으로 인해 분노와 슬픔을 나타내지 못하게 된 피해자 유족의 아픔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피해자의 가족인 등장인물 미카미 코이치의 머리와 입을 빌려 이 법률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의 편견에서 외면당해 온 가해자 시점 역시 동시에 교차시키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에 대한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않는다. 단지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턱없이 부족한 현대 사회와 인지하면서도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는 사법의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어내는 상황을 통해 호소하고 있을 뿐, 생각은 스스로가 해야할 문제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강한 어조로 전달한다. 다행히 이 강한 어조가 작품을 읽는데에 전혀 거부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미스터리라는 측면에서의 재미에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야쿠마루 가쿠는 자칫 무겁고 어렵게 풀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소재를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300페이지 남짓한 분량 안에 모두 담아놓았다. 단죄와 복수라는 자칫 칙칙하고 어둡게만 이어질 수 있는 마지막에서도 그는, 현실적인 심각한 주제를 그저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작가 야쿠마루 가쿠. 그리고 허몽이라는 소설. 단 하나의 작품으로 그 이름을 절대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
|
그 놈이 돌아왔다. 사건이 발생한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놈이 돌아왔다. 내 딸을 죽이고 나에게 칼을 찔렀던 바로 그 놈이다. 사와코는 세 살인 딸 루미를 데리고 공원에 나왔다. 그냥 평화로운 하루였을 것이다. 사와코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원이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 아닌가. 산책을 하거나 맑은 공기를 마시거나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곳. 바로 그곳이 살인현장으로 바뀌는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미친 놈이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는 데는 말이다. 딸을 잃은 사와코는 일상 생활을 하지 못했고 결국은 이혼했다. 작가였던 미카미는 소설을 쓰지 못했다. 사건 이후로. 그렇게 헤어진 그들인데 사와코가 전화를 한 것이다. 그 놈이 돌아왔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사와코가 잘 못 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카미는 결국 그 놈을 찾아냈다. 후지사키를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법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것. 솔직히 정신 이상자의 행위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술이나 마약에 취해서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에는 법 조항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래왔다. 술을 마시던 마약을 하던 자신이 선택해서 저지른 행위이고 그렇다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행위에 대해서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사유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형을 줄여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후지사키의 경우에는 확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니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 범죄자를 보는 피해자의 입장은 어떨까.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범죄자가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을 마치고 같은 동네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조두순도 그런 경우였다. 동네 사람들은 당연히 반대했다. 왜 자신들의 동네로 오느냐고 말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이 그곳에 있으니 돌아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둘째 문제고 성범죄의 전과를 가진 범죄자와 피해자가 한 동네에 사는 것은 법적으로 막아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럴 일은 절대 없어야 하겠지만 제범의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성범죄라는 것이 다른 범죄와는 다르니 말이다. 계속 관찰을 통해 추적하거나 확실히 화학적 방법을 통해서 제거를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허몽. 허무한 꿈. 자신의 자식을 죽인 그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을 죽인다면 마음이 편해질까. 자식의 원수를 갚았다고 복수를 했다고 뿌듯해질까. 아니면 그 모두가 다 허무한 하나의 꿈이려나. |
|
이번에 제가 읽은 작품은 야쿠마루 가쿠 님의 <허몽>입니다..
<천사의 나이프>라는 이름을 알리신 작가분이죠..
<허몽>은 요근래 읽었던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어던 작품이 아니었나라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시작부터 굉장히 강렬하게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무차별살인..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무차별살인..
사실 무차별살인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죠..
암튼 <허몽>은 무차별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시선이 주된 시선이지만 그와 더불어 무차별 살인사건의 피의자의 시선도
녹아있습니다..무차별 살인사건으로 3명을 살해하고 9명을 크게 다치게 만들었지만 "형법 39조"라는 법률에 의해서
'심신상실자(心神喪失者)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心神耗弱者)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
통합실조증(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병때문에 교도소가 아닌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3년만에 풀려나온 피의자..
그런 피의자를 거리에서 목격한 피해자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요?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살인사건으로 인해 형벌을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피해자만이 존재하는 사회부조리를 잘 꼬집어낸 작품입니다..
지난해 여름에 방영했던 드라마 "혼"이나 영화화되기도 했던 "데스노트"처럼 진정한 사회정의란 무엇일까?
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마지막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너무나 훌륭했던 작품이었습니다.. |
|
2010 . 07 . 19 [ & 111 ]
虛 ( 빌 허 ) 夢 ( 꿈 몽 ) 의 제목을 지닌 허몽. 이 책이 보여 줄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이길래 이러한 제목을 얻었는 지 궁금해졌다.
요즘은 글이 왜 이렇게 좋은 지, 사실 공부를 하기 싫다는 한 가지 핑계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하루에 약 한 권정도의 책을 읽고 있는데 대부분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있다. 원래 알고 있는 책의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라서 카페를 통해 서평을 쓱 훑거나, 유명해서 얼핏 들었던 책 들, 별점만 보고 제목이 기억나는 책 들을 빌려오는데 책의 줄거리는 하나도 모르고 빌려오는 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허몽 역시 책의 줄거리는 하나도 모르고 빌려 온 책들 중 한 권!
서평을 쓰는 것에 집착하지만 사실 별 내용없이 줄거리 몇 줄, 내 생각 몇 줄 뿐인 나의 서평. 책을 다 읽고 몰아쓰는 서평들이라서 가끔은 기억이 왜곡되기도 해서 요즘은 서평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된다.
어느 겨울, 사와코는 자신의 딸 루미와 함께 거닐다가 흰 눈이 쌓인 공원에서 한 청년, 후지사카의 무차별 살인사건에 딸을 잃게 된다. 그 사건으로 딸을 잃은 사와코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고 남편 미스터리 작가 코이치와 이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4 년후 코이치에게 후지사카를 봤다는 사와코의 연락이 온다..
형법 39조는 술에 취한 상태나 각성제 등의 마약으로 환각과 망상에 사로잡혔을 때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이 나라에서는 마약과 알코올의 힘을 빌려 흉악 범죄를 저지르면 감형을 받거나 무죄가 되는 것이다. 술과 마약등은 자기 의사로 섭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69p) 무차별 살인사건이 이 책의 중심. 후지사카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후지사카는 무차별 살인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사형따윈 선고받지 않았다. 어떻게 판단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병을 앓고 있다고 모든 것이 감해지는 건 아니여야 하는 데 책에서는 그는 사형을 받지 않았고, 그는 4 년만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사회로 나왔다. 정신적인 문제로 형을 감했다면 계속해서 그를 치료하고 관찰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벌을 받는 정신상태와 벌을 받지 않는 정신상태의 경계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현재의 범인과 마주 앉아 정신감정을 한다 해도, 과거의 일인 범행 순간의 정신상태를 얼마나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것도 포함해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감정하는 정신과 의사는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 그것은 밖에서 보이는 억측과 추측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줘야 할 일이다. (66p)내가 생각하는 의문이 바로 이거였다. 책 속에서 이 부분을 발견했을 때는 뭔가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다랄까.. 나도 이 부분이 가장 의문이다.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데의 의문. 이 의문은 사와코의 마지막 편지를 통해서 더 증폭됬다.. (다 이야기하면 스포가 되니까) 많은 부분이 찌릿하고 안타까운 내용의 소설이였다. 허 몽
|
|
2011년 '노르웨이'의 극우테러범은 총기난사로 76명의 10대 아이들을 학살합니다.. 죄없는 아이들을 죽였으므로 극형이 당연하지만.. 현재 21년형을 받고 '노르웨이' 초호화 교도소에 수형중인데요.... 왜냐하면 '노르웨이'는 최고형벌이 '21년'형이라고 해서 더 줄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그 넘이 있는 교도소를 언론에서 보여줬는데 말입니다.. 이게 교도소인지 휴양지일지 모르는 ....고급 교도소인데.. 그럼에도...그 넘은 교도소 시설이 별루라고 인권 소송을 했다고 합니다.. '유영철'도 얼마전에 인권침해라며 소송을 했는데 말이지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생각도 못하는.. 이런 사이코패스들도 문제지만.. 그런데도 이런넘들은 죽어라고 챙겨주는 '인권위'사람들...도대체 이해가 안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 못합니다... 왜 그리 '범죄자'들의 '인권'과 '처우'만을 챙기는 건지....말이지요... 피해자들의 유족은 평생 고통속에서 살고.. 죽은 딸들을 잊지못해 자살한 아버지도 있는데... 쓰레기같은 살인범들은 교도소에서 웃고 즐기고 편안하게 지내니까 말이지요.. 참 이중의 고통이 아닐까요?? 솔직히 이런넘들은 '아오지'탄광 같은데 보내.. 죽은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도록 평생 노역을 살게 해야되는게 합당한게 아닌가요?? '허몽'의 시작은 '사와코'가 딸 '루미'와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눈밭은 피바다가 되는데요.. 무차별 살인자에게 죽어가는 사람들.. '사와코'는 '루미'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하지만, 눈밭은 그녀의 발길을 더디게 합니다 그리고 범인에게 칼에 찔려 쓰려지는 '사와코' 범인넘은 그녀의 앞에서 '루미'의 목에 칼을..꽂습니다.ㅠㅠ 그리고 4년후... '미카미'는 이혼후 한번도 연락이 없던 '사와코'에게 연락을 받는데요.. 자신의 딸 '루미'를 죽인 '후지사키'를 거리에서 봤다는 것이지요.. 12명이나 죽인 살인자가 벌써 거리를 돌아다닐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와코'의 말에 그녀가 말한곳을 찾아갑니다.. 4년전...12명의 사람들을 죽인 무차별 살인마 '후지사키' 그러나 법은 그를 '정신분열'을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그는 정신병원행이 됩니다...그리고 상처받은 두 사람은 이혼의 길을 선택했는데요.. 자신의 딸은 죽었는데...죽인넘은 아무런 죄값도 받지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을 본 두 사람.. '사와코'는 '루미'의 죽음으로 본인이 그렇게도 증오하던 '살인범'과 같은 병에 걸리게되고.. '사와코'는 자신이 그를 죽이므로 복수와 '형법39조'의 부조리를 알리려고 하는데요.. 요즘도 흔하게 보는 신문기사들이 있습니다.. 사람들 죽였지만, 10년만에 다시 나오고...또 누군가를 죽이는 뉴스.. 그런 기사에는 답글이 달리지요..'저 여자는 판사가 죽이거라고' 12명이나 죽인 살인마지만...정신병이란 이유만으로 풀려나. 여자친구도 생겨..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후지사키'의 광기가 사라진건 아닌데요...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고 도대체 ....또 들어가면 ...또 정신병으로 풀어줄껀가? 생각도 들던데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정말 약한 법에 분개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하던데 말입니다..특히 '소년법'은 악법이라고 아는데 소설속에 등장하는 '형법 39조' 역시 마찬가지로 악법중의 악법이지요.. (우리나라는 형법 10조라고 합니다..비슷한 내용임) 그래서 데뷔작인 '천사의 나이프'가 '소년법'의 허점을 다뤘다면.. '허몽'은 '형법 39조'의 부조리를 다루고 있는데 말입니다.. 둘다 비슷하긴 합니다...사람을 죽였음에도 별로 처벌을 받지 않고.. 몇년 후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생활을 하는 범죄자들.... 도대체 이런 영화나 소설들이 연이어 나오고...매번 사건이 터질때마다 논란이 되는데도 도대체 바뀌지 않는 현실..ㅠㅠ '조두순'은 몇년후에 나오고...칠곡계모도 몇년안에 나오고... 이러니 피해자만 억울하다는 말이 나오지 말입니다 역시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이라 가독성도 있고 생각할거리도 많이 던져주지만.. 소설은 좀 사이다 같은 결말을 원했는데.....씁쓸하더라구요... |
|
허몽, 사실과 다른 꿈.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꿈으로 꾸는 것. 책의 머리말로 쓰인 문구에서 '백일몽(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을 떠올렸다. 만일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하였더라면 일어날 법한 일이기는 하구나싶었을텐데,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단정지으니 가슴이 먹먹했다. 이 책의 띠지와 뒷면에 적시된 스토리 소개에서 알 수 있듯 <허몽>은 심실상실자나 심실모약자가 저지른 살인으로 고통받는 가족의 사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앞서, '허몽'은 아마 피해자 가족의 바람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즉, 가해자의 정신이 온전치 않더라도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기를, 아니 이런 비참한 살인조차 흉몽에 불과하기를말이다.. 하지만 '허몽'은 다른 데있었다. 왜 루미가, 사와코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범인에 대한 격렬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대체 어떤 인간이 왜 이런 짓을-. 그런 생각을 텔레비전 화면을 노려보았다. 열두 명을 살상한 유례없는 대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21세의 전문학교 학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름을 비롯한 다른 사항은 보도되지 않았다_24쪽 첫눈이 내린 온화한 마을 정경을 묘사한 서장에서는 돌연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야쿠마루 가쿠 작가님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했데 이처럼 급격한 장면을 전환하면서도 독자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노련한 필력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온몸에 전율이 돋는 잔인한 사건 이래 4년이 지난 현재. 미카미 코이치는 이혼한 하시다 사와코로부터 대뜸 연락을 받았다. 사랑하는 딸, 루미를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 살인한 후지카시 히로유키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것. '형법 39조'라는 법률에 의해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_31쪽 다만 신문기사 등을 읽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사람을 죽이려 한 시점에서 그 인간의 정신은 이미 병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범행 시의 순간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상적인 정신이 아니기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일 이후 두 사람의 인생은 전과 달라져 있었다. 상냥하고 친절하던 사와코는 환각을 보는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고 전업작가였던 미카미는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사회는 2년 반 후인 2005년 9월에 '심신실조자 등 의료관찰법'을 시행하였고, 히로유키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불기소 처분되어 입원이 결정된 상태였다. 즉,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만일 <허몽>의 시점이 부조리한 법률에 좌절하는 유가족의 마음에만 머물렀다면, 그리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 책은 루미를 죽인 히로유키의 관점도 교대로 제시하고 있었다. 언젠가 읽은 대니얼 키스의 실화를 다룬 소설, <빌리 밀리건>이 떠올랐다. 그는 최초로 법원에서 다중인격장애를 인정받아 무죄 협의를 받은 자였다. 주 인격의 통제를 벗어난 타 인격이 저지른 죄를 무고한 인격이 대신 치르는 장면에서 든 감정이, <허몽>에서 되살아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허몽>이 피해자의 관점도 아울러 제시했다는 점에서 갈대처럼 바람 부는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답답한 마음만 들뿐이다. <허몽>을 읽기로 한 데에는 그 소재가 주목할만하다는 점도 있지만, '과연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잘 살릴 수 있을까'라는 일종의 의심과 호기심에 있었다. 사건과 범인, 피해자가 위를 향한 손바닥처럼 속시원히 펼쳐진 상태에서 독자를 전율케하는 트릭과 반전을 은밀히 숨길 수 있을지말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사치라고, 책은 복잡하고 난해한 트릭을 이용하지 않고도 기본 전제를 한순간에 뒤집어버리는 대범함이 있었다. 특히 인물들의 신상을 이용한 서술트릭이 돋보였는데 사와코라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허몽>은 예민한 소재를 흥밋거리로 삼은 책에 불과했을 것이다. 가해자의 정신 상태에 따라 달리 처벌하는 제도의 양면성을 미스터리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
|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 -일본 형법 제39조- 이는 일본의 형법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닐 경우엔 죄를 지어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상태는 같은 '인간'이 판가름한다. 과연 인간이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책은 이 형법의 한 조항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정한 아내, 열심히 일하는 아빠. 세 살의 어여쁜 딸 하나. 누가봐도 다정한 가족이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사건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너무나도 참혹하게 일어났다. 한 겨울 눈이 내리던 날, 엄마 사와코는 딸 루미를 데리고 동네의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한가롭게 눈사람을 만들던 중 공원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어떤 남자가 눈 앞의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사와코와 루미 또한 그 남자에게 무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사와코는 목숨을 건졌지만 아이는 그만 짧은 삶을 마감하고 만다. 사건 이후 단란했던 가정은 흔적도 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세 명의 목숨을 빼앗고, 아홉명의 사람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힌 범인은 정신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법의 처벌이 아닌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과연 이 법은 옳은 걸까? 범인이 정신병자이기에 처벌받을 수 없다면 유가족들 혹은 피해자의 가족들은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할까.. 작가의 전작인 '천사의 나이프'를 봤을 때도 참 강렬하게 남았었는데, 이 책 또한 만만치 않았다. 천사의 나이프에선 청소년들의 강렬범죄를 문제삼았다면 이 책에선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를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책은, 이야기는 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죄인을 처벌하기에 앞서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 또한 이를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사와코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정신병을 가진 자에 의해서 본인은 커다란 상처를 갖게 되었고, 하나 밖에 없던 소중한 딸을 잃은 여인. 것도 모자라 그 후유증으로 인해 범인과 같은 정신병을 앓게 된 여자. 아무리 소설 속이라지만 정말이지 상상도 하기 싫은 삶을 살아가게 된 여자 사와코. 또 한 명의 인물로 사와코의 남편인 미카미가 있다. 역시 순식간에 단란했던 가정이 파탄나고, 직업 또한 잃게 된 남자. 그는 왜 범인을 처벌하지 않느냐고 언론에, 사회에 호소하지 않았다. 것보단 사건으로부터 멀어지고, 자신을 숨기는 쪽을 택했다. 때문에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 사와코가 점점 더 병들어 가는 것을 몰랐다. 사와코와 미카미는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이 일으키는 범죄에 대한 우리들의 두 가지 반응을 대표하는 것 같았다. 맞서 싸우는 자와 애써 외면하려는 자. 딱 그래 보였다. 둘을 보면서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일까 싶었다. 결론적으론 어느 쪽이든 확신할 순 없을 것 같지만..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강렬했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 또한 있었다. 피해자의 입장인 사와코와 미카미에 대해선 잘 표현해낸 반면에 가해자였던 후지사키의 입장은 좀 부족한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왜그렇게 됐는지, 사건을 일으킨 후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에 대해서가 거의 표현되지 않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 생각지 못했던 반전도 있었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긴장감이 있었기에 즐거운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