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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거울을 쳐다보면서 '이게 정말 나인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생각보다 나이가 들어버려서일수도, 무뚝뚝해보이며 무표정한 표정이 왠지 어색해서일수도, 남들하고 똑같이 사는데 혼자 지친 듯한 기색이 못마땅해서일수도, 의식하지 않은 채 생각보다 커져버린 마음 속 '나르시즘'에 빗대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외모를 하고 있어서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꾸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들을 비집고 무언가 더 근본적이고 설명력이 강한 이질감의 정체가 드러나는 듯하다. 그것은 '내가 이런 가면을 쓰고 세상을 연기하는구나..' 하는 생각.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은 라틴어로 인격, 위격(位格)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그리스어원으로는 '가면'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리스 시대 유행했던 연극에서 극중 인물의 성격이나 지위를 더 정확하고 한 눈에 인지시키기 위해 배우들이 만들어 썼던 가면이..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에 의해 심리학 용어로 변용되었다. 페르소나는 사회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집단사회의 행동규범에 녹아들어 '생존'하기 위해 써야 하는 '위장(僞裝)'을 의미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속에서 읽힌 이질감은 내가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느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어느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또 대한민국의 중년남자로서 적응을 위해 다듬어져 씌여진 가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삼십대 후반의 세진과 인혜라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쓰여졌다. 건축사와 광고기획자..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라 불리우키 충분한 커리어를 가진 두 여주인공은 어린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죽마고우. 그러나 이 두 여인에게는 남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상처가 있다. 유아기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근원적 상실감과 세상에서 인정받고 타인의 갈채를 끊임없이 희구해야 자신의 존재의미가 비로서 엷게나마 찾아지는 얄팍한 자존감이 그것이다.
세진은 남자들과의 잠자리에 대하여 혐오감을 동반한 불감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른 후반이 되도록 남자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가져 본 적이 없다. 대학시절 성폭행의 기억이 상처가 정신적 장애가 되어버린거라고 막연히 스스로를 진단하고는 스스로 상처를 추스리며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있던 세진은 어느날 갑작스레 닥친 불면증과 가위눌림 현상으로 정신과에서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세진의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 인혜는 성기능 장애와 폭력 행사라는 두 가지의 절대적 결격사유를 가진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살아가고 있는 광고기획자. 그녀는 이혼 이후 여러 남자를 만나며 자유연애를 즐긴다. 그녀의 연애 원칙은 '상대방에게 너무 빠지지 말것..'.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무너진 자존감을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들을 통해 회복하고자하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델마와 루이스」 같은 페미니즘 영화의 전형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신과 심리치료'에 결국 초첨을 모으는 시도로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하겠다. 페미니즘을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이 딱딱하게 바위처럼 굳어진 세상에 계란같은 몸을 부딪쳐 산산히 깨어져버리는 듯한 처절함을 감동이나 메세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반해 이 작품은 개인적인 극복의 과정과 그후 도덕적 판단의 틀을 넘어선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가진 본원적 아픔의 공유 차원을 넘어 '살아가는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게 하는 좋는 계기를 선사한다.
심리치료에 심취했다는 평을 많이 듣는 작가 김형경님의 작품인지라 작품 전반에 심리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방법이나 내용들이 쉬지않고 등장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해서 어렵거나 부담스럽운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현대를 사는 열 중 아홉 이상은 가지고 있을 '어떤 상처들'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은 다소 부담스러웠다. 상처가, 콤플렉스가, 강박(노이로제)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면, 그러한 상처의 치유가 반드시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 내 삶이 결국 내가 지금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라면, 내가 그 페르소나에 억압된 무의식을 각성시키고, 그것이 원하는 것을 꺼내어 실천하는 것에는 얻을 수 있는 득(得)만큼이나 많은 실(失)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 싶다.
이 작품의 재미있는 특징은 각 장의 시점 변화에 있다. 번갈아 1인칭과 3인칭 시점이 오간다. 세진의 치유기는 1인칭으로 그려지는데 반해, 인혜의 방황은 3인칭으로 그려진다. 보다 적절한 심리적 묘사를 위해 의도적으로 취해진 이 방법은 읽는 이에게 감정이입에 의한 동화과정과 관찰자시점으로 인한 객관화를 번갈아 제공하여 더 깊이있는 몰입과 이해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살면서 '아.. 정말 힘드네..T.T' 라고 느껴지는 시점이 온다면(반드시 한 번 이상 올 거라 생각한다) '심리치료'라는 것을 한 번 받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지 싶다. 그 행위가 얼마만큼, 또 어떤방향으로 치유효과를 발휘하는 지를 구지 사전에 예상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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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후반의 골드미스인 여주인공 세진은 유아기에 받은 상처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가 몸이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병명을 찾지 못한 세진은 심리치료 분야에 문을 두드린다. 인혜보다는 세진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아이에게 사랑을 충분히 베풀어야 하는 이유를, 어린이 였을때 받은 상처가 나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아무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도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 대상이 아이라도 말이다. 엄마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 엄마도 어렷을때의 상처로 인해, 억압당한 무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거라는 생각에 미치면 답답하다. 답이 안 나온다. |
인상깊은 구절“공상 과학 만화를 보던 초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궁금증이 하나 있어. 심장도 이식하고, 다리도 이식하고, 안구도 콩밭도 이식하고, 그렇게 해서 신체 기관들을 하나씩 바꾸어 본래의 내 신체가 전혀 남지 않게 되어도…… 그래도 과연 나는 나일까? 돌이켜보면 그것이 최초로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일이구나 싶어.” -240
#01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꾸준히도 나와의 싸움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진짜 나인지, 이토록 질퍽한 감정을 느끼는 내가 진짜 나인지,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아는 한 이 책을 읽은 나의 지인들은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우는 일은 종종 있어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는 잘 울지 않는다. 간혹 읽은 책이 너무 절절하면 책을 다 덮고 나서야 눈물 몇 방울을 흘리는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마음이 북받쳐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이 작가는 대체 어떤 힘을 가졌기에 이토록 사람의 아픈 마음을 찔러대는가.
#02 빨리 읽어야만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온통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기억나서 나는 이 책을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다. 세진이 매사에 자신에게 닥친 일을 관대하게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그녀 마음에 내재된 고통들이 마치 내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못내 '분'을 삭히지 못했다. 우리 여자들은 분노하는 법을 모른다는 그 말에 맞아, 맞아, 그러면서 마음이 지릿했달까.
#03 내적 치유에 대해 생각한다 잠재의식 속에 남겨진 상처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내서 그 순간 느끼지 못한 고통을 느끼고 또 표현하는 일에 누군가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작업이 분명 우리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냥 모른 채 지나치고 만 우리들의 상처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또 더 나이 먹었을 때 허무감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니까. 나는 삶을 명징하게 살고 싶기에 세진이 택한 방식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04 소설은 이런 것이다 그녀가 한줄 한줄 써내려간 소설을 읽으면서 아, 어떻게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이 책의 좋은 글귀를 한글에 쳐내려가면서 대체 몇 페이지를 넘겼던가.
한동안 나 자신을 온전히 투사해서 읽은 책들이 잘 없었는데, 이 책은 정말 말 그대로 나 자신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온통 복잡한 심정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외면했던 내 분노와 슬픔들과 마주했다. 다음날 퉁퉁 부은 눈이 부끄럽기도 했고,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하고 오래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나대로 내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세진처럼 정신분석을 받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둔 채.
#05 다음 책도 심리학에 관한 것 한 책을 읽고 있으면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책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세진과 인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심리학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1년 전에 사둔 심리학 책을 꺼내들었다. 온전히 나 자신을 투사했던 이 책보다 조금 더디 읽히지만 흥미롭다.
#06 마지막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서둘러 끝이 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만족스럽다. 그래도 희망을 말하니까,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07 사랑 끝끝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세진, 인혜... 그래도 너희들은 사랑받고 있잖아 하는 생각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행복한 일인지 나는 알고 있다.
by pEP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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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나는 사십 대가 된다. 아직은 삼십 대 라고 마음에 여유를 부리지만 이제 곧 사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읽게 된 이 책은 아주 커다란 충격을 남긴다.여성문학에서 페미니즘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지라 최근 읽은 문학소설들이 공교롭게도 폐미니즘에 관한 책들이라 내가 이러다가 페미니스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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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을 읽다가.. p.182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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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밤을 꼬박 새우며 두권을 읽었다 어떻게 리뷰를 남길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겨야할 것 같다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가슴 떨리도록 설레임을 느끼며 두권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만난 세진이의 모습은 잊을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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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면 내게는 두 가지의 책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지적 허영심을 채워 주는 책과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이 책은 그 중 후자이다. 나온 지는 몇 해 되었지만 같이 읽자는 얘기가 되어 읽기 시작한지 어언 한 달도 넘었는데, 며칠 전에서야 다 읽기를 마쳤다.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몇몇 발견되는 오타에 짜증까지 나며 읽었건만 난 자꾸만 세진에게서 내 유년의 상처를 발견하고, 인혜에게서 현재의 ‘나’가 지닌 부조리와 갈등을 발견한다. 다른 이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부분에서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두 주인공의 내면 세계가 곧 나와 같음을 느끼며 섬찟하기까지 하다. 직접 정신분석을 해 봤다는 작가 김형경은 혹시 나와 닮은 것일까?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의 형식미에서는 초반의 세진이 화자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특이하고 신선했으나 이후에는 문장들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이 탄력의 문제인지, 무거운 내용에서 오는 무거운 서술 탓인지 잘은 모르겠다. 화자는 세진이었다. 처음엔 인혜의 입장에선 3인칭의 화자가 얘기를 전개하고 있어 갑자기 ‘나’가 등장했을 때도 그것이 인혜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인혜는 세진이라는 인물이 지니지 않은 다른 면모의 한 여자를 보여 주면서 동시에 세진이라는 인물을 더 잘 보여 주기 위한 제2의 주인공이며 실상 진짜 주인공은 인혜가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아했던 친구 세진이었다. 이야기는 세진이의 정신분석 상담 장면을 주축으로 하면서 그녀가 자기 치유를 해 가는 과정을 주된 줄기로 잡고 있다. 그리고 ‘오여사’라는 모임의 여자들 얘기가 양념처럼 섞이면서 세진이와 인혜의 얘기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많은 여자들이 갖고 있는 얘기라는 보편성을 띠고자 의도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점점 읽어갈수록 세진이와 인혜가 마치 하나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세진이를 치유하는 이야기지만 그것은 곧 인혜를 치유하고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작품이 끝나가면서 더 분명하게...... 옮기는 구절들은 내가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것들만은 아니다. 어떤 것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며 어떤 것은 반대편에 고개 젓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더 눈길이 머물고 내 인생의 필름에서 유사한 장면을 반추해 보는 기회를 준 것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나는 나를 정신분석하고 있었다. 물론 순전히 야매였겠으나 나는 한동안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항상 성찰적으로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성찰은 다분히 주관적이었다. 그래서 진정으로 내가 꺼풀을 벗고 성숙할 수 있었는지가 분명치 않았다. 그런데 2권까지 읽고 뒷 껍데기를 덮으면서 나는 내가 좀 더 자란 듯한 환희를 맛본다. 그리고 내가 지닌 껍데기도 한 꺼풀 벗겨 본다.
81. 프로이트도 타인의 무의식을 그토록 열심히 분석하는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라캉이 한 말이죠 82. 이제는 다 괜찮아졌다고 믿고 있는 일들, 이미 극복해서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고 치부해 온 것들이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슬픔의 감정으로 되살아나는 데 놀랐다. 85. 똑같은 고통에 대해서도 더 아프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그렇게 느끼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89. 나는 면담자의 장난스러운 태도와, 이름을 잘못 부른 사실에 대해 서운해한다. 내 이름은 박세진인데...... 91. 어떤 관계에서든 사람은 각각 상대에 대한 어떤 느낌들을 가지고 있는데 면담자와 피면담자와의 관계에서도 어떤 느낌들이 싹튼다고 한다. 피면담자가 느끼는 감정은 ‘전이’, 면담자가 느끼는 감정은 ‘역전이’라 부르며, 그 내용에는 강렬한 애정으로부터 강렬한 증오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포함된다고 한다. 91-92.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 보세요. 제가 가장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본 게 대학 졸업 후 취직하고 몇 달 지나서였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두 해 전이었죠. 아버지는 시골에서 우체국장을 하고 있었는데, 은최하면 거기서 사시겠다고 땅을 사서 농사도 짓고 계섰어요. 돼지와 닭도 키우고요. 아버지는 이제 삶이 안정되고 수렴되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윗방에는 아버지가 농사지었다는 쌀 가마니가 대여섯 개쯤 쌓여 있고 그 옆에는 이복동생들이 놀고 있었다. 아버지의 여자는 외출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월급을 타서 산 선물들을 방구석에 놓아두고 조금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묵은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회사일은 어떤지 물었다. 짧은 대화 후 이야기가 끊겼고, 침묵 속에서 약 30분쯤 어색하게 앉아 있었고, 그러다가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아버지는 뒤따라 일어나며 저것을 가져가라고 했다. 아버지가 가리키는 것은 쌀가마니였다. 아버지는 자전거로 그것을 버스 터미널까지 실어다주고 돌아갔다. 나는 쌀가마니 위에 걸터앉아 황망한 기분을 수습한 다음 미곡상을 찾아가 주인을 데리고 왔다. 쌀가게 주인은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미곡상까지 옮긴 후 내게 지폐를 건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면담자늕 그것을 ‘쌀가마니 사건’이라 칭하겠다고 했다. 쌀가마니 사건은 내가 여기서 들은 얘기 중 명장면 베스트 텐에 들 만해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어떤 상징성이죠? 사랑을 주기는 주는데 그것도 무지 큰 사랑을 주는데 도무지 합당하지 못한 사랑이죠. 합당하지 못하다고 하셨죠? 그게 무슨 뜻인지... 사랑을 주기는 주는데 쓸 수 없게 주는 거죠. 엉뚱하게. 제가 늘 그런 느낌 받았어요. 아버지가 제게 무엇인가를 줄 때 한번도 기쁘거나 반갑게 그것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것을 딸이 들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판단하지 못하는 것, 그것을 돈으로 교환해 주지 않은 것, 그것이 합당하지 못한 거예요. 93. 여기는 인간의 버라이어티 쇼죠. 내가 외국을 나가도 몇 번을 나갈 역마살을 끼고 태어났는데 여기서 그것을 때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걸어간 오솔길을 이리저리 따라가면서......요즈음은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인가 생각하죠. 결국은 어태치먼트, 애착 또는 집착이 아닐까 싶어요. 94. 사르트르가 말했죠. 창피하다는 느낌은 나를 타자화하는 것이다. 나를 대상화시켜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거죠. 206. 친근한 관계가 형성되고 가까워진 다음에는 퇴행이 일어나야 해요. 오륙 세와 같은 아이들이 소꿉장난으로 엄머아빠놀이 하는 수준까지 퇴행이 따라야 해요. 그 유치함을 건강한 퇴행이라 부르죠. 217.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노이로제이고, 아무것도 아닌 말에 상처 입는 게 콤플렉스이듯, 그 사람이 선택하는 단어가 그 당사자의 상처였다 231.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 퍼센트예요. 그러지만 오 퍼센트만 달라져도 살기가 한결 수월하죠. 2-32 아들없는 집안의 셋째인 엄마는 전형적인 원치 않은 아기였을 것이다. 더구나 엄마는 이름까지 후남이라고 붙여져 이제는 사랑받을 수 있는 주체적 존재가 아니라 아들을 얻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라는 인식까지 갖게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아래 태어난 금덩이 같은 외아들과 얼마나 극심한 차별을 받으며 성장했겠는가. 엄마의 상처가 눈에 보이듯 확연했다. 그러고보니 세상이 셋째 딸에 대해 만들어놓은 통념조차 일종의 위안장치거나 거짓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셋째 딸은 인물 좋고, 재주 많고, 알뜰해서 선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는 그 오래된 거짓말에 내포된 진실이 보였다. 부모들은 셋째 딸의 출생을 반기지 않았던 미안함을 씻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하고 셋째 딸은 가족 속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어 사랑받기 위해 피나게 재주를 연마하고 착하게 행동하고 부지런한 아이로 자라나는, 그 오래된 거짓말의 고리 말이다. 2-191. 삶만이 농담인 줄 알았더니 죽음조차 농담이었다. 2-203.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힘들군요. 이제는 무의미하겠지만, 꼭 이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게는 첫사랑이었다는....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혜는 그 말을 할 뻔했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고. 인혜는 사랑에 빠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랑이 아주 특별하고 위대하며 고유하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헤쳐온 난관이 가장 험하고 자신들의 용기가 가장 높으며 자신들의 사랑이 헤피 엔딩에 이르렀음을 자랑했다. 인혜도 처음에는 그랬다. 각각의 사랑이 특별했고, 각각의 연인이 위대했다. 한 번씩 사랑을 잃을 때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 까, 유행가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끊임없이 나타났고 사랑도 반복되었다. 많은 사랑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삶의 여러 행위 중 오직 사랑만이 드물게 빛나고 고양되는 순간을 제공해 주었다. 인혜즌 자신이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양로원에 가서도 틀리없이 연애를 할 것이라 예감하고 있었다. 진웅도 다음 사랑이나 그 다음 사랑을 할 무렵에는 스스로 터득할 것이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고, 첫사랑은 양로원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을. 2-252. 융은 거강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는 것이 곧 자기라고 믿는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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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니로부터 선물을 받았는데, 일년에 한번씩은 꼭 꺼내어 읽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 정신과치료를 받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의 행동, 나의 생각을 이해하며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게 된다. 마음의 상처로 자신을 힘들어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선물하는 책이 되었다. 소설이기보다는 심리치료서에 가까울정도로 아주 섬세하고 리얼하게 내면의 세계를 잘 파헤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므로 내면의 상처를 지니며 살아가고, 그로 인해 표출되어지는 행동을 하는 주변 사람들을 감싸안고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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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게 어떠한 기준이 있는 걸까...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어떤 기준이나 잣대에 의해 선택되어지고 행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이성간의 달콤함을 넘어서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는 모은 사람과의 사랑 즉 소통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인 듯 하다. 더불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남성과 여성의 양면중 여성의 시각에서 상대 성을 바라보며 양면의 입장을 같은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었던 이야기 인 듯도 하다.
주인공 인혜와 세진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지만 인간이기에 또 여성이기에 겪는 심적 갈등, 고통들은 고스란히 우리와 동일시되는 듯 하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 두 주인공의 내면의 이야기이고 세진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심리학적인 치유가 주 내용인 듯 하다.
우리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고 ,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자신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들어내놓고 괴로워하며 치유를 하고 싶어하는 자가 있는 반면 그냥 저냥 불편이 없다면 묻어두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인 듯 하다
글을 읽으면서 모든 부분이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부분은 " 아 나도 이런게 있는데 ... 이래서 그런 거였구나"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면의 고통과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묻어두어 병이 되고 남들에게는 완벽한 인간이고 싶어 상황을 연출하고 이러한 행동뒤에는 그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감추고자 하는 의식이 더욱 강하다는거 동전의 양면성과 같다는 거 공감한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고 모든 것이 이해된 것도 아니지만 어설프게 나마 한번쯤 그렇구나 하는 맘이 들었다.
자신을 찾기 위해 더 나은 인생의 도약을 위해 고분분투한 세진과 인혜에게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