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처음 만난 셰익스피어'라는 부제를 단 '한여름 밤의 꿈(메리 램 글, 두산 칼라이 그림, 예림당 출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소설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소재와 등장인물을 따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대폭 축소되었고, 글의 형식도 희곡에서 소설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작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유머, 풍자 등은 내용 속에 녹아 있으며, 두산 칼라이의 환상적이고 화사한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뜨거운 열기가 잠시 주춤한 한여름 밤에 살짝 눈을 붙이고 잠들었다가 꾸는 조각조각의 꿈처럼 이 책에는 인간 세계와 요정 세계, 남녀간의 사랑과 질투, 요정들끼리의 다툼과 사랑 등이 뒤죽박죽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다. 마치 그리이스 로마 신화를 보는 것처럼. 또한 비합리적인 정략결혼제도, 외모로만 기준을 삼은 사랑, 자존심을 버린 여인의 사랑고백, 요정의 장난에 따라 쉽게 상대를 바꾸는 사랑과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남자들의 결투 장면에서 나약하고 쉽게 변화하는 인간, 욕심에 매여있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원래 귀족의 결혼 축하용으로 쓰여진 희곡이라는데 작가는 진실되고 변함없는 사랑의 소중함에 대해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모든 소동을 한여름 밤의 꿈으로 여겨달라고 부탁하면서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 이야기를 보면서 미소짓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위대한 작가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느끼려면 원어로 된 작품을 읽거나 작가와의 대화가 있어야 하고, 아니면 희곡으로 된 원작을 그대로 번역한 작품을 읽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작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내가 처음 만난 셰익스피어'라는 부제 아래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아동용 문고로 나오게 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아동용 문고판을 읽고 그의 작품을 다 이해했다고 말한다면 큰 잘못이다. 하지만 한 사람을 알고, 그의 정신 세계나 작품을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양한 접근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아동용 문고판으로 명작 읽기를 시작하는 것도 위대한 작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시도가 될 수 있으리라. 무엇을 따라한다는 것이 가치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원래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며, 쉽게 접근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메리 램에 의해 다시 쓰여지고 두산 칼라이에 의해 환상적인 그림으로 꾸며진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를 따라잡기 위한 첫걸음이란 면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원작을 다시 대하게 될 때 어린 시절 독서의 경험이 책을 더 쉽게 이해하며 셰익스피어의 문체나 그가 말하려는 속 뜻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
| “한 여름밤의 꿈(메리 램 지음, 두산칼라이 그림, 펴냄)“은 세익스피어의 희극을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색하여 쓴 책이다. 허미어는 아버지가 정해준 디미트리어스와의 결혼을 피해 사랑하는 라이샌더와 함께 숲으로 도망친다. 그녀를 찾아 디미트리어스가 숲으로 가고 그를 사랑하는 헬레나가 뒤를 따른다. 한편 숲속에서는 요정의 왕 오베론이 왕비 티타니아와 싸우고 놀려줄 생각으로 자주색 제비꽃물을 눈에 바르도록 요정 퍼크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우연히 보게 된 헬레나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오베론은 퍼크에게 디미트리어스에게도 같은 약을 발라줄 것을 시키지만. 파크의 실수로 디미트리어스와 라이샌더 모두 헬레나에게 구애를 하게 되고 오랜 친구였던 헬레나와 허미아는 사랑의 질투로 인해 또다른 싸움을 벌인다. 요정들의 실수로 인한 한바탕의 소동은 다시 요정들에 의해 해결이 되고 디미트리어스와 헬레나가 주위의 인정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작품은 어른의 문학을 어린이들이 쉽게 읽고 환상적 체험과 함께 극적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그림에서 풍기는 신비스런 분위기와 글의 간결성은 어린이들에게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조차도 원작을 소설이 아닌 희곡을 접한 경험이 적을 만큼 제대로 이해기 어려운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히는 데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독서라는 활동은 단순한 의미 파악의 독해 과정이 아니라 문장 이면의 암시까지 읽어내고 내 것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이유가 그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문학적으로 충실한 구조에 있다고 본다. 그림을 넣고 간결한 문체와 쉬운 어휘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어린이들이 작품의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할까? 과연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세익스피어는 개성 만점 인물들의 등장과 재치 넘치는 이야기를 통하여 인간의 웃음, 슬픔, 사랑 등의 인생의 지혜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랑의 묘약으로 인한 엇갈린 사랑의 의미와 티타니아가 죽은 치니구의 아이를 데려다 몰래 키우고 그로 인해 오베론과 벌이는 갈등 상황을 어떻게 풀이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 하곤 한다. 책을 읽는 데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기를 앞당긴 문학 작품 읽기가 아이들에게 그 책에 대한 흥미를 오히려 반감시키고 어른이 되어서 ‘이미 읽었던 책’으로 제껴 놓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을 깔아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한여름 밤이란 ‘성 요한제’ 전날 밤을 가리키는 것으로 서양에서 그 날이 갖는 의미를 알려 줌으로써 오늘날의 사고 방식으로서가 아닌 그 당시의 분위기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작과 세익스피어의 문학에 대한 간단한 언급도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쉽게 풀어 쓴 책이라 생각하지 않고 보다 더 신중히 지도해야 할 것이 어린이 수준으로 끌어 내린 각색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