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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록』은 MBC '퀴즈가 좋다' 프로그램에 문제로 소개되기도 한 책이다. 이는 중국 원나라의 법학자 왕여(1261∼1346)지은 법의학 서적이다. 무원(無寃)이란 말 그대로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원통함을 없게 하려는 인정(仁政)의 의지이다. 한나라 문제 때 정위(廷尉)인 장석지는 사건을 공정하고 법에 따라 해결함으로써 천하에 원통한 백성이 없었고, 한나라 선제 때 정위인 우정국 또한 공정한 판결로 인해 백성의 원망이 저절로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판결의 기본은 검험(검시)이며, 이의 판정이 그릇되지 않게 하기 위해 송나라 송자는 검시를 위한 법의학 서적인 세원록(洗寃錄)를 엮었으며, 중국 원나라 조일제가 다시 평원록(平寃錄)을 고정하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기에는 덜어낼 것과 추가할 것들이 모아 편찬한 것이 바로『무원록』이다.
『신주무원록』은 조선 세종 때 최치운을 대표로 하여 『무원록』에 음주를 달아 만든 책이다. 워낙 글의 뜻이 깊어 사람들이 다 이해하지 못하므로 다른 책들을 참고하고, 그 사례는 원류를 캐고, 글자는 근원을 연구하여 자세히 주석을 가하고 음훈을 단 것이다. 책은 총론에 해당하는 논변과 격례로 구성된 상권과 각론으로서 시체 검험의 구체적인 방법을 나타낸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구체적인 검시 절차, 검시 보고서 양식, 상부기관에 대한 보고 방식 등의 지침들이 나와 있다.
조선 시대에 검시 방법은 어떠했을까. 그것은 시대적으로 보아 상당히 과학적인 면모가 서려 있다. 무원록의 대부분은 검시, 즉 시체의 관찰 기술이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시체와 안색을 살펴서 사인을 분석하는 방법을 나타내고 질식사, 독살, 살해 후 위장을 한 경우, 칼에 의해 사망한 경우, 병사, 목을 매단 경우 등 다양한 사인이 분석되어 있으며, 위장한 상흔의 구별 방법까지 총 망라되어 있다. 또한 정확하고 표준화된 검사를 위해 해야 하는 갖가지 검시 절차와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익사한 시체의 경우 남자는 엎드려 있고 여자는 누워 있다. 그것은 나자는 양기가 얼굴로 모이므로 얼굴이 무거워 익사하면 반드시 엎드리고, 여자는 음기가 등에 모이므로 등이 무거워 익사하면 반드시 누워 있게 된다. 독약을 먹고 죽은 경우 은비녀를 인후 안에 깊이 넣었다가 꺼내면 비녀의 색이 검어진다. 그러나 은비녀는 위조가 많고 진품이 아닌 것이 있어 검시의 판명이 잘못 될 수 있으니 관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기타 여러 가지 검시 방법을 보면 참으로 수긍되는 사례가 많다.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 아닌가 하다. [인상깊은구절] 검시하는 데 있어 의심스럽고 어려운 일들을 이전 사람들이 저술하여 갖추어 놓았지만 전적에 실려 있는 것과 다른 경우를 몇 번 겪었다면 이를 기록하여 귀감으로 삼지 않을 수 있겠는가? |
| 모 신문의 책 리뷰에서 처음 봤습니다. '법의학'이라... 조선 시대에도 '법의학'이라는 개념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하긴, 다시 생각해 보니, 역사 소설을 읽을때면, 포교들이 시체를 검시하는 장면을 읽은 기억은 나는군요. 하지만, 그 '검시'라는 것이 이렇게 정교할지는 몰랐습니다. 이 책은 중국의 법의학서 '무원록'을 토대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쓰여졌다는 표현이 모호한데, 그 책에다 주석을 단 책입니다. 주석을 다는 행위 자체가 '다시 쓰기'의 과정이니, 이 책도 온전한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책의 내용은 당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인 것 같습니다. 의학과 법학의 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결과물을 통해 당대의 문화적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시체 하나의 검시를 위해 법과 의학, 자연과학, 공학적 지식들이 총동원됩니다. 이 책은 그런 다양한 경우들에 대한 예들이 실려 있습니다. 얘를 들어 칼로 자살한 사람의 상처를 보면 처음은 깊으나 끝은 얕다고 합니다. 왜 그런고 하니. 자살하는 사람이 처음에는 깊게 찔렀다가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놓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 정교한 관찰이죠. 그 법의학적 지식들의 가장 밑 바탕에는 책의 제목대로 억울함이 없게 하려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구요. 가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조선시대와 현재, 그 500여년의 간격이 가지는 문화적 차이입니다. 특히, 시체 검시에서 '기'를 강조하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기'의 들고 남으로 사람의 죽음을 가리는 행위는 상당히 비과학적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검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안색'이라는 부분도 그렇구요. 그러나, 모르죠. '비과학적'이라는 말 제체가 비과학적이고 폭력적이니까요.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이 현실에 제대로 적용 되었을지 의문입니다. 법이야 언제나 완벽하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인간이 문제니까요. 깔끔한 번역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책 편집에서 여백이 너무 많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가뜩이나, 책 값이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