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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종영하긴 했지만 애청하던 심야 라디오방송('K의 즐거운 사생활'-MBC)이 있었다. 심야에 생방송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상품도 없는 방송이었지만, DJ 김태훈씨의 멋진 진행과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있어 아꼈던 방송이었다. 그중에 금요일마다 다양한 책들을 매력적으로 소개해주던 '김미라'작가의 '책장에 없는책'코너를 참 좋아했는데, ![]()
아쉽게도 너무나 아꼈던 방송은 종영을 맞이했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그녀의 저작을 찾던 와중에 『HOWL AND OTHER POEMS 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 이라는 위의 시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 그렇게 만난 위의 시집은 서문에 "지옥으로 떠난다."라는 글을 통해서 불길한 경고를 내게 알렸고, 그 불길한 경고는 빈말이 아니었다. 특히나 대표작이자 연극적 형식의 시 「울부짖음」 은 난해하고 기괴하게 느껴졌다. 마치 익숙한 영화만 보다 생소한 연극을 봤을 때의 느낌처럼 반복되는 '그들'에 대한 설명과 우울함은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 어렵게 만들었고, 마약, 섹스, 성소수자, 공산주의 같은 단어 조차 피하게 되는 것들이 나열됨에 불편하기도 했다. ![]() 어쨌거나 책을 펼친 김에 밀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읽다보니 (중간중간 졸음에 항복 선언을 하면서) 이 음울한 시들을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읽어냈다는 성취감은 잠시였고 이내 부족한 나의 이해력에 속상한 마음이 들어 다시 한번 더 읽어보기로 했다. ![]() ![]() ![]()
이번에는 새로운 배경 지식과 두번째라는 익숙함으로 재무장하고 『HOWL AND OTHER POEMS 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 을 읽은 바 다행스럽게도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서문에서 묘사된 것처럼 '삶의 이빨과 배설물들 한가운데' 를 버텨야 했던 시인의 삶이 비릿한 날것의 느낌으로 전달 받을 수 있었고 나름의 매력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호흡의 시들이 좀 더 익숙하게 읽혀졌는데, 특히 재치있는 대화체의 「아메리카」 와 … 마지막 바람은 사랑이다. - 억울해할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다. 거부한다 해도 멈출 수가 없다. 그 무게는 너무나 무겁다. - 주어야 한다. 아무런 대가없이 … 「노래」 중에서 라며 사랑을 묘사한 「노래」 가 좋았다. 어려운 시집임에는 틀림없지만, 알아갈수록 조금씩이나마 그 매력을 맛볼 수 있었기에 우연히 이 서평을 읽는 이가 있다면 도전해보시기를 권하며 글을 마친다. p.s. https://en.wikipedia.org/wiki/Allen_Ginsberg - Allen Ginsberg - Wikipedia ============================== 서문 … 15 년 혹은 20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인상적인 시를 들고 나타났다. 모든 증거들로 보건대 그는 말 그대로 지옥을 지나온 듯하다. 도중에 칼 솔로몬이라는 자를 만났고, 삶의 이빨과 배설물들 한가운데에서 그가 사용한 어휘가 아니라면 결코 묘사할 수 없었을 무언가를 공유했다. 그것은 패배의 울부짖음이다. 하지만 결코 패배가 아닌 것은, 그가 그것을 평범한 경험, 사소한 경험처럼 통과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모두가 패배하더라도 단 한 사람, 그가 긴즈버그라면 그는 패배하지 않는다. 여기 삶으로부터 종이 위로 옮겨진 무시무시한 경험들은 시인 앨런 긴즈버그가 직접 몸으로 뚫고 온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살아남았다는 점이 아니라 매우 깊숙한 곳에서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동료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외면하지 않고 이 시를 통해 찬양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긴즈버그가 우리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은 삶이 한 인간에게 안겨줄 수 있는 가장 치욕스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살아남는다는 것, 그 정신은 우리의 삶에 고상함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재치와 용기, 믿음 그리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예술이 있는 한 말이다! … 우리는 눈을 가린 채 어둠 속에서 눈 먼 삶을 살아간다. 시인들의 경우에는 비록 저주받았지만 눈 먼 자들이 아니라, 천사의 눈을 통하여 본다. 긴즈버그는 자신의 시에 담긴 무척이나 사적인 디테일들을 통해 보인이 체험했던 공포 전체와 그 너머를 본다. 그는 무엇 하나 회피하지 않고 최대한 경험한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차지한 다음ㅡ그러리라 믿는데, 껄껄 웃고, 자신이 선택한 벗을 사랑할 시간과 뻔뻔함을 확보해 잘 빚은 시 안에다 기록한다. 자, 숙녀 여러분, 옷자락을 꼭 쥐십시오. 우리는 이제 지옥으로 떠납니다. William Carlos Williams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1863 - 1963) p 009, 010 ============================== 울부짖음 - Carl Solomone 칼 솔로몬을 위하여 Ⅰ 나는 내 세대 최고의 영혼들이 광기로 파괴되는 것을 보았다. 허기와 신경증으로 헐벗을 채. 스스로를 이끌고 새벽녘 흑인 구역으로가 분노의 한 방을 찾으러 다니는, 천사머리의 힙스터들 밤의 기계 속 별들의 발전기에 그 오랜 천상의 접속을 시도하려 훨훨 불타오른다. 그들 가난하고 남루하며, 텅 빈 - 눈으로 약에 취해 냉수만 나오는 아파트의 초자연적 어둠 속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도시 옥상을 떠돌며 재즈를 음미하던 자들, 그들 고가철로 밑에서 천상을 향해 뇌를 드러내고 모하멧의 천사들이 공동주택 지붕에서 빛에 휩싸여 비틀대는 걸 목격한 자들, 그들 차분하고 빛나는 시선으로 대학가를 지나며 전쟁 학자들 틈에서 환각으로 아칸소와 블레이크 - 빛 비극을 본 자들, 그들 정신에 문제가 있어, 음란한 시를 해골의 창문에 발표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제적된 자들, 그들 속옷 차림으로 면도도 안 된 방 안에 웅크려 앉아, 쓰레기통 속의 돈을 태우며 벽 너머 테러에 귀 기울이던 자들, … 그들 차를 몰고 72 시간씩 대륙을 가로지르며 내게 비전이 있는지 너에게 비전이 있는지 혹은 그에게 비전이 있는지 영원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던 자들. 그들 덴버로 여행떠났던 자들, 덴버에서 죽은 자들, 덴버로 다시와 헛되이 기다렸던 자들, 덴버만 바라보며 끙끙대다 고독해진 자들, 결국 시대를 탐구하러 떠난 자들, 이제 덴버는 자신의 영웅들 때문에 쓸쓸하다. 그들 희망 없는 성당 안에 무릎을 꿇고 엎어져 서로의 구원과 빛과 가슴들을 위해 기도하던 자들, 영혼이 아주 잠깐 동안 그 털끝이라도 깨달을 때까지. … Ⅱ 웬 시멘트와 알루미늄으로 된 스핑크스가 그들의 두개골을 깨부수고 두뇌와 상상력을 먹어치웠는가? 몰록 Moloch! 고독! 쓰레기! 추악함! 재떨이들과 손에 쥘 수 없는 달러들! 계단 밑에서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 군대에서 흐느끼는 사내들! 공원에서 눈물짓는 노인들! 몰록! 몰록! 몰록의 악몽! 사랑없는 몰록! 정신병자 몰록! 몰록은 인간의 가혹한 재판관! 몰록 이해할 수 없는 감옥! 몰록 해골 마크의 영혼 없는 교도소과 슬픔의 국회! 몰록 그것의 건물들이 곧 심판이다! 몰록 거대한 전쟁 기념비! 몰록 망연자실한 정부! 몰록 그것의 영혼은 순수한 기계다! 몰록 그것의 핏속엔 돈이 흐른다! 몰록 그것의 손가락은 열 개의 군대! 몰록 그것의 가슴은 식인 발전기! 몰록 그것의 귀는 연기 나는 무덤! 몰록 그것의 눈은 천 개의 가려진 창문이다! 몰록 그것의 마천루는 영원한 여호와들처럼 긴 거리에 서 있다! 몰록 그것의 공장들은 안개 속에서 꿈꾸고 꽥꽥댄다! 몰록 그것의 굴뚝과 안테나가 도시를 뒤덮고 있다! 몰록 그것의 사랑은 무한한 석유와 돌덩이들이다! 몰록 그것의 영혼은 전기와 은행들이다! 몰록 그것의 빈곤은 천재들의 유령이다! 몰록 그것의 운명은 섹스를 모르는 수소폭탄 구름이다! 몰록 그것의 이름은 정신이다! 몰록 그 안에 난 외로이 앉아 있다! 몰록 그 안에서 난 천사를 꿈꾼다! 몰록 안에서의 광기! 몰록 안에서의 자지 빨기! 몰록 안에서의 애정결핍과 남자 없음! 몰록 그것은 일찍이 내 영혼으로 들어왔다! 몰록 그것 안에서 나는 육체 없는 의식이다! 몰록 그것은 나로 하여금 내 자연스런 황홀경을 겁내게 했다! 몰록 난 너를 버린다! 깨어나라 몰록 안에서! 빛이 하늘로부터 흘러나온다! 몰록! 몰록! 로봇 아파트들! 보이지 않는 교회! 해골 금고들! 눈먼 자본! 악마 같은 산업! 유령 같은 국가들! 천하무적의 정신병원들! 화강암 지지자들! 괴물 같은 폭탄들! 그들은 몰록을 천국으로 들어 올리느라 등골이 부러졌다! 도로들, 나무들, 라디오들, 수천 톤의 것들! 도시를 천국으로 들어 올리는 일은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 비전들! 징조들! 환각들! 기적들! 황홀경! 모든 것이 떠내려갔다. 미국의 강들로! 꿈! 경배! 깨달음! 종교! 한 배 가득 실은 예민한 헛소리들! 돌파하라! 강 너머로! 거꾸로 매달기와 십자가형! 홍수에 쓸려갔도다! 황홀경! Epiphany 에피파니(신의 존재나 진실이 일상 속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절망! 지난 십 년 동물 같은 비명과 자살! 정신들! 새로운 사랑! 광기에 찬 세대! 시대의 바위 위로 가자! 진정으로 거룩한 웃음소리는 강에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보았다! 야생의 눈! 거룩한 함성! 그들은 작별을 고했다!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고독을 향해! 손을 흔들며! 꽃을 들고! 저 강으로! 저 거리로! p 014 ~ 025
============================== 울부짖음에 대한 주석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거룩! 세상은 거룩하다! 영혼은 거룩하다! 피부도 거룩하다! 코도 거룩하다! 혀와 성기와 손과 항문도 거룩하다! 모든 것이 거룩하다! 모두가 거룩하다! 모든 곳이 거룩하다! 매일이 영원안에 있고! 모든 이가 천사다! 행려들이 세라핌처럼 거룩하고! 정신병자도 거룩하다! 너와 내 영혼이 거룩하듯! 타자기도 거룩하고 시도 거룩하며 목소리도 거룩하고 듣는 이도 거룩하다! 황홀경도 거룩하다! 거룩한 피터 거룩한 앨런 거룩한 솔로몬 거룩한 루시엔 거룩한 케루악 거룩한 헝키 거룩한 버로스 거룩한 캐서디 거룩하다 이름 모를 기진맥진한 이들과 고통받는 걸인들 거룩하다 흉측한 인간 천사들! 거룩하다 정신병원에 있는 우리 엄마! 거룩하다 캔자스 할아버지들의 성기! 거룩하다 신음하는 색소폰! 거룩하다 비밥 계시록! 거룩하다 재즈밴드 마리화나 힙스터 평화와 약물과 드럼들! 거룩하다 고층빌딩과 보도들의 고독! 거룩하다 수백만이 들어찬 구내식당들! 거룩하다 길거리 아래의 불가사의한 눈물의 강들! 거룩하다 고독한 맹신! 거룩하다 중산층의 무수한 양떼! 거룩하다 미친 반역의 목자들! 로스앤젤레스를 자세히 살피는 이들이 바로 로스엔젤들이다! 거룩한 뉴욕 거룩한 샌프란시스코 거룩한 피오리아와 시애틀 거룩한 파리 거룩한 탕헤르 거룩한 모스크바 거룩한 이스탄불! 거룩한 영원 속의 시간 거룩한 시간 속의 영원 거룩한 우주 속 시계들 거룩한 사차원 거룩한 제 5 인터내셔널 거룩한 몰록의 천사! 거룩한 바다 거룩한 사막 거룩한 철도 거룩한 기관차 거룩한 비전들 거룩한 환각들 거룩한 기적들 거룩한 눈알 거룩한 심연! 거룩하다 용서! 자비! 자선! 믿음! 거룩하다! 우리가 지닌 것! 몸뚱이! 고통! 너그라운 마음! 거룩하다 초자연적으로 탁월하며 번뜩이는 지성을 갖춘 영혼의 자비로움이여! 1955, 버틀리 p 029, 030 ============================== 오르간 음악의 필사 땅콩 유리병 안에 담긴, 전에 부엌에 있던 그 꽃은 볕 쪽에 자리를 잡으려 휘어져 있고, 옷장 문은 열려 있다. 왜냐 내가 썼으니까, 친절하게 자신을 열어둔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주인을. 나는 바닥에 깐 돗자리에 앉아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음악을 들으며, 나의 고통, 그것이 내가 노래하고 있었던 이유였다. 방은 나를 향해 닫혀 있었고, 나는 창조주가 존재를 드러내길 기대했다, 회색으로 칠한 벽과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이 방을 품고 있었고, 나 역시 품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나의 정원을 품고 있듯, 나는 활짝 문을 열었다. 장미덩굴이 오두막 기둥을 기어오르고 있었고, 밤의 잎사귀들은 낮이 그들을 놓아둔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자리에서 꽃들이 동물 같은 머리들을 치켜들었다. 해를 보며 생각에 잠기기 위해 과연 내 어휘들로 되돌려주는 게 가능할까? 필사해보겠다는 생각에 광기로 부릅뜬 내 눈만 혹사시키는 건 아닐까? 상냥하게 성장을 추구하는 그 방식, 꽃이 지닌 그 우아한 존재의 욕구들, 그들 틈에 존재한다는 이 황홀경에 가까운 느낌 나의 존재를 목격하는 특권 - 너 역시 태양을 추구해야 하느니…… ![]() 내 책들이 앞에 쌓여 있다, 내가 읽을 수 있도록 내가 그것들을 놓아둔 공간에 대기하고 있다. 책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은 내가 쓸 수 있도록 그 잔재와 질質을 남겨두었다 - 쌓여 있는 내 어휘들, 내 텍스트들, 내 원고들, 내 사랑들. 나는 갑자기 선명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사물들의 심장부에서 그 느낌을 보았고, 울면서 정원으로 걸어 나갔다. 밤의 조명 밑에서 붉은 꽃송이들을 보았다. 해는 졌고, 꽃들이 모두 자라 있었다. 순식간에, 그리고 이제 꽃들은 제때 멈추어 기다리고 있었다. 낮의 태양이 돌아와서 뭔가를 줄 때까지……. 해 질 녘 꿈에 잠겨서 보았던 그 똑같은 꽃들, 난 충실히 물만 주었었지. 그 꽃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모른 채. 영광스러운 가운데서도 나는 몹시나 외롭다 - 꽃들이 함께 저 바깥에 있다는 사실만 빼면 -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 그 덤불 속 빨간 꽃송이들이 맹목적인 사랑으로 기다리며 창틀을 들여다보고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잎사귀 역시 희망을 품은 채 무언가를 받아들이려 뒤집은 면을 평평하게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 모든 피조물들이 뭔가를 받아들이려 열려 있었다 - 평평한 땅 그 자체가. 음악이 하강곡선을 그린다. 마치 키 크고 구부러진 묵직한 꽃의 줄기처럼, 왜냐 그것도 살아 있어야 하니까, 마지막 한 방울까지 기쁨을 이어가야 하니까. 꽃 속에 사랑이 있는 것처럼 세상은 자기 가슴속에도 사랑이 있음을 안다. 고통 받는 외로운 세상이여. 아버지는 자비로우시다. 전등 소켓이 천장에 투박하게 붙어 있다. 집이 지어졌을 때부터 죽, 거기에 꽂으면 딱인 플러그 하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리고 지금은 내 축음기를 돌리는데 쓰이고 있다……. 옷장 문도 날 위해 열려 있다. 내가 떠난 자리에 내가 열어둔 뒤로 죽, 친절하게 계속 열려 있다. 부엌에는 문이 없다. 그 텅빈 입구는 내가 부엌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면 허락할 것이다. 첫 경험을 했던 날을 떠올려본다. H.P는 자비롭게도 내 동정을 거두었고, 나는 프로빈스타운의 부두에 앉아 있었다. 23 세였고, 환희에 차,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함께 희망으로 들어 올려졌다. 자궁으로 이어지는 문이 내가 들어가고 싶다면 허락하기 위해 열려 있었다. 내가 필요하면 쓸 수 있는 안 쓰는 전기 플러그들이 집안 곳곳에 널려 있다. 부엌 창문도 열려 있다. 바깥공기를 들이려고……. 전화기도 - 연관 지으려니 슬프지만 - 바닥에 놓여 있다 - 내겐 그걸 개통할 돈이 없었다 - 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고개를 숙이고 '저 분은 타고난 시인이야. 창조주의 임재하심을 보았대.'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러자 창조주는 내 바람을 충족시켜 주려 슬쩍 자신의 임재를 보여주셨다. 당신을 갈망하는 나를 속이지 않기 위해. 1955 년 9 월 8 일, 버클리 p 033 ~ 036 ============================== 해바라기 경전 … 그리고 회색 해바라기가 석양을 등진 채 차분히 앉아 있었으니, 파삭한 암울함과 검댕을 뒤집어쓴 채 눈에는 스모그와 오래된 기관차들의 매연이 끼어 있었다 - 게슴츠레하고 가시 돋친 꽃부리는 뭔가에 눌려 낡은 왕관처럼 으스러져 있었고, 얼굴에는 씨가 떨어져 나와 있고, 머지 - 않아 - 이빨마져 - 사라질 입은 햇볕의 공기 속에, 태양광마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 털 난 머리는 꼭 마른 거미줄 가닥들 같았다. 잎들은 팔처럼 줄기에서 삐져나와 있었고, 톱밥 뿌리로부터 나온 몸짓들, 검은 잔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갈라진 석고조각, 귓속에는 죽은 파리, 불경하며 닳고 닳은 퇴물이 바로 너의 모습이었다. 나의 해바라기 오 나의 영혼, 그때 난 너와 사랑에 빠졌다! 얼룩 때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죽음과 인간 기관차들의 때였다. 그 온통 먼지투성이의 옷, 그 그을린 철도 피부로 된 망사, 그 빵의 스모그, 그 검고 비참한 눈꺼풀, 그 그을음 묻은 손 혹은 남근 혹은 먼지보다 - 더 - 나쁜 인공 돌기 - 산업 - 현대화 - 너의 광기어린 금관을 더럽히는 그 모든 문명들 - 게다가 그 죽음에 대한 흐릿한 생각들과 윤기 없이 사랑을 잊은 눈과 말단부 그 아래 시든 뿌리들, 집에서 나온 모래와 톱밥더미 속으로 고무 달러 지폐들, 기계류의 피부, 쿨럭이고 흐느끼는 자동차의 창자와 내장, 텅 비어 쓸쓸한 깡통과 그들의 녹슨 혓바닥 오오, 또 어디 이름을 더 붙일 수 있을까, 자지 시가 몇 개비의 그을린 재들, 외바퀴 손수레의 음부와 자동차들의 젖가슴,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닳아빠진 엉덩이들과 발전기의 괄약근들 - 이 모든 것이 너의 미라화된 뿌리에 엉켜 있었다 - 그리고 너는 거기 석양을 배경으로 내 앞에 서 있으니, 네 형상 안에 깃든 그 모든 영광이여! 해바라기의 완벽한 아름다움이여! 완벽하고 특별하며 사랑스러운 해바라기의 존재여! 넌 감미롭고 자연스런 눈으로 새로 뜬 근사한 달을 바라보며, 산 채로 깨어 흥분하고 있었다. 해 질 녘 그림자와 동틀 무렵의 금빛과 달마다 불어오는 바람에 사로잡힌 채! 얼마나 많은 파리 떼가 너와 네 순결한 때 주위를 윙윙거렸을까? 네가 철도들의 천국과 네 꽃으로서의 영혼을 저주하고 있었을 때? 가련한 죽은 꽃이라고? 언제부터 네가 꽃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거지? 언제부터 네 피부를 보고 스스로가 낡은 기관차의 무력한 때라고 인정해 버린 거지? 기관차의 유령이라고? 한때 왕성하게 미쳐 날뛰던 그 미국 기관차의 망령이며 그림자라고? ![]() 너는 기관차였던 적이 없다, 해바라기여, 너는 해바라기였다! 그리고 너 기관차, 너는 기관차다, 날 잊지 말길! 그렇게 난 그 해골 같은 두툼한 해바라기를 거머쥔 채 왕의 지팡이처럼 옆구리에 끼었다. 그리고 내 영혼에 설교를 전했다. 잭의 영혼에게도, 그것을 들을 누군가에게도, - 우리는 때 묻은 피부가 아니다. 우리는 무시무시하고 암울한 먼지투성이의 형상 없는 기관차가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모두 아름다운 금빛 해바라기다. 우리는 자기 고유의 씨앗과 금빛 털이 난 벌거벗은 성취 - 몸뚱이들로 축복받았으나 다만 해 질 녘의 검고 광기어린 해바라기의 형상으로 자라났을 뿐이다. 미친 기관차의 그림자 밑에서 우리의 눈에 발견되었으니 강둑의 석양 샌프란시스코의 산들에 둘러싸인 양철 깡통 저녁에 앉아서 보았던 비전. 1955 년, 버클리 p 037 ~ 040
============================== 아메리카 ![]() 아메리카 난 너에게 모든 걸 주었고 이제 빈털털리지. 아메리카 2 달러 27 센트 1956 년 1 월 17 일. 내 정신 하나 가눌 수가 없군. 아메리카 언제 우리 인류의 전쟁을 끝낼 거지? 가서 네 핵폭탄하고 씹이나 하라고. 나 기분 안 좋으니 건들지 말고. 나 정신이 좀 멀쩡해질 대까지 시 같은 건 안 쓸 생각이야. 아메리카 언제 좀 천사가 될 거지? 언제 그 옷들 벗어버릴 거야? 언제 무덤을 통해 네 자신을 들여다볼 거지? 언제 네 수백만 트로츠키주의자들만큼 가치 있는 곳이 될 거지? 아메리카 왜 네 도서관들은 눈물로 가득 차 있는 거야? 아메리카 네 계란들 인도에는 언제 보낼 거야? 네 정신 나간 요구라면 이제 진력이 난다고. 난 언제쯤 되어야 슈퍼마켓에 들어가 좀 멀쩡한 얼굴로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는 거지? 아메리카 결국 완벽한 것은 너와 나라고 다음 세상이 아니라. 너의 기계들은 나한테 너무나 과해. 너 때문에 성자가 되고 싶어졌다고. 이 논쟁을 해결할 다른 어떤 방식이 분명히 있을 거야. 버로스는 탕헤르에 있고 내 생각엔 아무래도 돌아올 것 같지가 않아 불길한 일이지. 너란 존재가 원래 불길한 거야. 아니면 이것도 일종의 어떤 지독한 농담인거야? 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집착을 멈추길 거부하겠어. 아메리카 밀지 마, 나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아니까. … 지금 너에게 얘기하고 있는 거야. 계속 그렇게 네 감성적인 삶을 타임지가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둘 꺼야? 나도 타임지 중독이지. 매 주마다 읽고 있어. 귀퉁이 구멍가게 앞을 슬그머니 지나가면 그 표지가 매번 날 노려보더군. 난 보통 버클리 공공도서관 지하에서 읽어. 그 잡지는 언제나 내게 책임감에 대해 얘기하더군. 사업가들은 진지해. 영화제작자들도 진지하고. 나만 빼고 다들 진지하지. 내가 곧 아메리카란 생각이 떠오르는군. 나 또 내 자신에게 얘기하고 있어. … 또 그 러시아놈들. 러시아는 우리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 하고 있어. 러시아의 힘은 미쳤어. 우리의 차고 안에 있는 차들을 몽땅 가져가고 싶어 한다고. 시카고도 차지하고 싶어 해. 붉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필요하다나. 우리의 자동차 공장을 시베리아에 갖다놓고 싶대, 그 거대 관료조직이 우리의 주유소를 운영하다니. 그건 정말 아니지. 우웩. 러시아놈들 인디언에게 글을 가르치겠지. 덩치 크고 시커먼 흑인들을 요구할 거야. 하, 우리 죄다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을 시키겠군. 도와줘. 아메리카 이거 꽤 심각한 일이라고. 아메리카 이게 내가 텔레비전을 들여다보고 받은 인상들이야. 아메리카 이거 맞는 거야? 내 일이나 집중하는 게 낫겠군. 참 그건 사실이야. 내가 군대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혹은 정밀부품 공장에서 선반 돌리는 일 따위는 하기 싫다는 것, 어차피 난 근시에다 사이코패스거든. 아메리카 나도 게이로서 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고. p 041 ~ 045 ============================== 그레이하운드 수화물 보관소에서 … Ⅲ 그것은 바로 보관대였다. 난 깨달았다. 점심때면 피로한 발을 풀려고 해오던 버릇대로 지금 그 트럭 위에 앉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보관대였다. 거대한 목재 선반과 지지대 기둥과 가로대들이 바닥에서 지붕까지 조립된 채 화물들과 뒤섞여 있었다. … 내가 생각에 잠겨 있던 것은 보관대와 그 위에 놓여 있는 이러한 것들이었다. 일을 그만두기 전날 밤 전등 밑에서 적나라하게 본 것들, 보관대들은 우리의 소지품을 걸어두기 위해, 우리를 한데 모으기 위해, 우주 안에서의 일시적인 이동을 위해 창조된 것이었다. 시간의 금방 무너질 듯한 구조를 세워두기 위한 신의 유일한 방식, 먼 길을 떠나는 가방을 잠시 보관하기 위해, 우리의 짐을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우리를 태워서 다시 집으로 영원으로 마음이 남고 작별의 눈물이 시작되는 그곳으로 돌려보낼 버스를 찾기 위해. p 048, 049 ============================== 아스포델 오 나의 달콤한 장미빛 이룰 수 없는 욕망이여 ……얼마나 슬픈가, 광기에 문명화된 아스포델을 변화시킬 길이 없으니, 그 눈에 보이는 실제를 게다가 피부의 섬뜩한 꽃잎들 - 그렇게 거실에 누워 있으면 얼마나 영감이 떠오르는지 술에 취해 벌거벗고 꿈을 꾸며, 전기도 끊긴 상태에서…… 계속 아스포델의 아래쪽 뿌리를 먹는다. 회색빛 운명…… 세대 속에 뒹군다. 꽃으로 가득한 카우치 위에서 그곳이 아든 숲의 둔덕인 듯- 오늘 밤 나의 유일한 장미는 내 자신의 누드라는 선물 1953 년 가을 p 051 ============================== 노래 세상의 무게가 곧 사랑이다. 고독의 짐을 질 때 불만족의 짐을 질 때 그 무게 우리가 지는 그 무게가 사랑이다. 누가 거부하랴?꿈속에서 사랑은 몸을 만지고, 생각 속에서 기적을 쌓아올리며, 상상속에서 괴로워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날 때까지- 심장에서 밖을 내다본다. 순수함으로 타오르며- 인생의 짐은 사랑이기에. 그러나 그 무게를 견디는 우리는 고단하고, 그래서 쉬어야 한다. 마지막엔 사랑의 품안에서 반드시 사랑의 품안에서 쉬어야 한다. 사랑 없이는 쉼도 없고, 사랑의 꿈 없이는 잠도 없다- 광기에 차거나 오싹해지거나 천사들 혹은 기계들에 집착할지라도, 마지막 바람은 사랑이다. -억울해할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다. 거부한다 해도 멈출 수가 없다. 그 무게는 너무나 무겁다. -주어야 한다. 아무런 대가없이 마치 사상이 고독 속에서 고독이 극치일 때 그 모든 특별함 속에서 주어지듯이 따스한 몸들이 어둠 속에서 함께 빛난다. 손이 살의 중심을 향해 움직이고, 피부는 행복에 겨워 떤다. 그리고 영혼이 기쁨에 차 눈동자로 밀려온다- 그래, 그래, 그것이 바로 내가 원했던 것, 내가 언제나 원했던 것, 내가 언제나 바랐던 것,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 내가 태어났던 그곳으로. 1954 년, 새너제이 p 052 ~ 055 ![]()
============================== 야성의 고아 따분해진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거닌다. 철길 옆으로 강둑으로 - 아이는 종적을 감춰버린 자동차광의 자식 - 아이는 차들을 상상하고 꿈속에서 타보기도 한다. 얼마나 외로운가, 그렇게 자란다는 것 상상 속 차들과 테리타운의 생기 없는 영혼들 틈에서 결국 자기만의 상상으로 창조해낸다. 야성이 넘치던 자기 선조의 아름다움을 - 그가 물려 받지 못한 신화를. 아이도 훗날 환각으로 자신의 신들을 보게 될까? 의문에 휩싸여 깨어나게 될까? 광기어린 희미한 기억과 함께? ![]() 알아본다는 것 -무언가 자신의 영혼에 희박한 것을, 꿈에서만 만났던 것을 - 또 다른 삶을 향한 향수. 영혼이 던진 질문. 이제 상처 입은 아이들은 상처를 잊어간다. 그들의 천진함과 - 성기, 십자가 사랑이 지닌 위대함으로. 그리고 아이 아버지는 비애에 잠겨 있다. 싸구려 여인숙에서 온통 뒤엉킨 추억과 함께 수천 마일 멀리, 누군지도 모르고 예상하지도 못한 젊은 이방인이 그의 문으로 터덕터덕 다가서고 있다. 1952 년 4 월 13 일, 뉴욕 p 056, 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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