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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십년전.. 강산이 몇 번은 변하기 전, 고등학교에 다닐 때다. 겨울 어느 날, 늦은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공부한다는 핑계아래 라디오를 틀어놓고 건성으로 듣고 있을 때다. 그 당시 청소년이면 누구나가 듣던 방송, 아마 ‘별이 빛나는 밤’에 이지 싶다. 이문세인가,
![]() 한 라디오 방송국의 음악프로 ‘꿈과 음악 사이에’의 방송작가가 그대에게 띄우는 50장의 그림엽서라고 하기에, 옛 생각이 떠오르면서 나에게 엽서로 사연을 전하고, 음악을 전해 주었던 그 아이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저자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50가지의 사랑이 50장의 그림엽서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어렸을 적부터 소중히 간직해 옴직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 고모부, 부모님 그리고 동생등 가족과 친구, 동료, 선배들에 대한 저자 자신의 추억이, 사랑이 수채화처럼, 여행을 다니면서 부대낀 그곳 사람들과의 인연과 기억은 때로는 유화처럼 그려져 있다.
50여장의 명화가 그려진 그림엽서에는 저자의 소박한 꿈이, 소박하지만 소중하게 간직해온 기억들이 담겨있다. 외할머니를 잃은 어머니를 연민하면서 저자는 헤라르트 테르보르흐의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어머니’의 그림이 들어있는 엽서를 고르고,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 하면서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첫 걸음마’가 들어있는 그림엽서를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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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각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에서의 추억과 따뜻했던 그곳 사람들의 기억을 떠 올리기도 한다. 뮌헨을 이야기 하면서는 막스 리베만의 ‘뮌헨 비어가든’이란 그림이 들어있는 엽서를 고르고, 이스탄불의 기억을 되살리면서는 다우구스트 마케의 ‘터키의 카페’가 그려진 엽서를 골라 자신의 감정의 일단을 쓰기도 한다. 이 책 또한 그냥 한번에 읽어버리기에는 조금은 아쉽다. 그림엽서에 들어있는 그림 한점 감상하고, 그곳에 쓰여있는 저자의 소망을 읽으면서 그 감정을 헤아려보고, 그리고 나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서 잠시나마 추억 속으로 빠져들수 있다면 그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겐가 그림엽서를 보내고 싶을 때, 다시 한번 조용히 읽어보고 싶다.
책과 함께 딸려온 네장의 그림엽서에 들어있는 그림을 올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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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꿈과 음악 사이에" 라디오작가로 활동하는 민 봄내 작가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6월의 첫 책으로 나의 품에 안았다. 그동안 작가가 선정하는 책들은 깊이 있고, 생각할 거리 들을 많이 제공했기에 내공이 깃들인 작품일 거라 믿으며 읽게 되었다. 과연...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의 글이었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세계 각국에서의 추억 보따리를 예쁜 그림엽서와 함께 풀어내는 솜씨는 짐작했던 것과 다르지 않음에 안도한다. 50여장의 명화가 주는 감동과 그 그림에 맞는 글들이 잘 짜맞추어져 있어서 그림을 보고 글을 쓴 것인지, 아니면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맞춘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림과 영화, 책과 작가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던 내공이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모부가 작가의 이름을 지어준 이야기, 기르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아픔, 여행지에서의 교통사고, 동생과의 추억 등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느낌도 들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제목과 책 제목, 그리고 찾아보고 싶은 작가를 꼼꼼하게 메모해 가면서 읽었던 행복한 책읽기였다. 작가가 반듯한 계절이라고 말한 6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작가가 거닐었을 쿠바의 아바나, 파리의 거리, 바이칼 호수등.... 언급했던 곳을 언제쯤 가볼 수 있을지..그래도 꿈은 꿔 보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잖아!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날 그날을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자~~떠남을 위한 준비를... ************** 예 뻐 서 간 직 하 고 픈 글 ************** P.6 글을 정리하고 지도 없는 가방을 꾸리는데, 죄 지은 아이처럼 한 마디가 자꾸 걸린다. 임어당이었지, "문장에 파란이 없으면 여인에게 곡선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은. 그 문구가 다르게 읽혀야 떠날 수 있을 텐데. 마음이 간절하니 그 말이 달리 들리기도 한다. "나날의 삶에 애련이 있었으니 내 몸이 둥그런 모서리들은 지워지지 않았다."고, "내 영혼은 지금도 아주 유연하다."고. P.31 새싹 앞에서 화들짝 놀라는 추위처럼 갑자기 나타난 봄 같은 사람. P.44 삶의 진동이란 몇 마디의 위로나 문장으로 잦아드는게 아니어서 때마다 쓰렁쓰렁하다. P.74 여정은 이내 은혜가 됐고, 능화지의 꽃잎처럼 내 시간에 자국을 남겼다. P.99 외로움에 사무치면 안개도 사람인가 하여 안아 보는 새벽. P.108 과거가 완벽하고 아름답게만 기억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된 환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나요. P.150 곁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견디기 힘들어지는 게, 무료함이다. 사람만 떠나야 했는데 그 사람이 차지했던 일상의 영토와 가슴의 기류와 아무 때나 들리던 목소리까지 사라졌으니까. 공백을 채울 것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때, 심심해 죽을 지경이 되는 것이다. P.156 젖은 손을 덮어주고 마른 어깨를 감싸줄 수 있는 거리에 그가 있는 것. '함께'라는 말이 울렁거릴 때, 본능은 토마토 껍질처럼 자연스럽게 벗겨진다. P.164 유년에서 한참을 지나왔는데도 햇살은 그대로니, 태양이야말로 시대를 타지않는 고전의 빛이 아닐는지. P.173 너무 멀리 있으면 종이 위의 글자들이 발진처럼 꿈틀거린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밀반죽처럼 뭉쳐 놓는다는 것 말이다. P.209 먹을거리를 챙겨 놓고 가는 부모의 뒷모습은 덜 익은 과일처럼 떫고 아리다. 그래서 옛날의 풋과일처럼 편히 씹질 못한다. P.323 누구나 겪는 일을 굳이 이야기로 만들어서 적선하는 영화를 볼때, 우리가 얻는 위로는 비슷했다. 사랑도 어쩌면 반복연마 같은 것이라고. 나와 나의 세상 말고도 흔하게 일어나는 증세니까, 유별 떨지 말라고. *********************************************************** ★★ 그녀의 맑은 글과 마주하고 있었던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언뜻 스치는 생각이 '그녀는 개구쟁이다..' 왜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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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이 늦어지는 날이 있다. 10시 넘어서 퇴근을 하는 날이면, 하루 종일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시달려서 몸도 마음도 지친상태일 때가 대부분이다. 퇴근길 러쉬아워도 지나고 한산한 도로를 달리면 딱 음악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10시대는 온통 아이돌 일색에 떼로 나와 왁자한 음악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그런 날 이 방송을 듣는다. CBS의 “꿈과 음악사이”, CBS라고 해서 온통 CCM만 나올까 싶었는데, 일반 음악방송과 다르지 않았고, 일단은 달달하고 차분한 DJ의 목소리가 좋았고 음악이나 구성이 내 또래 직장인의 퇴근길에는 딱인 프로그램이다. 그날도 늦은 퇴근길에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작가가 책을 냈다고 소개를 했다. 이름이 민봄내라고 했다. 이름이 예쁘네.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고, 두 번째로는 꿈음 작가의 책이라면 왠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이 책은 아니나 다를까, 꿈음을 눈으로 듣는 것 같다고 할까. 예쁜 그림들과 에세이로 채워진 한 권이 제법 볼륨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자전 에세이라고 하는데, 나는 왠지 꼭 라디오에 소개되는 사연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민작가의 글에 익숙해져서 인가보다. 가족과의 에피소드들, 여행에서의 에피소드들, 사람들과의 이야기.. 오랜만에 진짜 사람 냄새나는 그리고 애정이 담뿍 담긴 에세이를 읽었다는 포만감이 기분이 좋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버찌 이야기를 읽고서는 괜히 집에 들어서면서 우리집 강아지를 평소보다 한참 쓰다듬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스탄불에 나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과, 나도 일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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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하고 있는 서적 중에 가장 좋은 책을 고르라면
<민봄내 작가의 '그림에 스미다'>
메말라 갈라지기 직전이었던 내 감성의 땅이
그림을 중심에 둔 감성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녀의 스토리텔링은 그림과 아주 친근하게 접목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풀어놓은 자신의 추억, 가족, 그리움, 여행, 사랑, 인연, 등의
손에 잡혀 펼쳐지는 페이지를 무작정 읽어도
생각보다 두툼했던 책은 그만큼 멋진 구절도 많이 있었다.
p.31
p.61
p.78
p.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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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휘리릭 읽어 치울 쉬운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일 작파하고 머릴 쥐어 뜯으며 어렵게 읽힐 책도 아니다. 예전 작가의 어느 글에서 투가리 바닥에 양념이 말라 붙어 있는 정경을 '투가리에 핀 버짐' 이라고 표현한 구절을 읽으며 '글쓰기의 내공이 탄탄한 작가' 라는 느낌이 왔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이책은 풍부한 어휘덕에 생경 스럽고 당혹 스럽기 까지 한 낱말들이 많이 나와 책 좀 읽었다 생각한 얄팍한 자존심을 볼성 사납게 여지없이 구겨 놓고만다. 역시 글이란 풍성한 어휘력을 보유한 사람이 자기것화 하면서 우리 독자들의 감성을 작가가 의도한 그 무엇에 집결 시킬 수 있는 자 만이 '작가'라는 칭호를 얻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라 여겼다. 그만큼 책의 품격이 높다.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민봄내' 이름 석자가 낯설지 않음이었을까... 여느 작가의 글을 대한듯한 마음은 없어지고 대신 날카롭게 한줄 한줄 뜯어 가며 세심하게 읽게됐다. 평이한 일상의 글이고 우리 세대가 한번쯤은 경험해 봤음직한 내용들이라 그닥 새삼스러울건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들의 뒷여운은 묘한 통증을 유발 시켰다. 분명, 그녀가 앓고 있는건 느끼겠는데 그것도 '사랑' 이라는 모티브에 지금껏 앓고 있음은 분명 한데 그 통증의 중심에 합류할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감질나게 만들었다. 추천글에서 이병률님은 '마르고 닳도록 성장통을 껴안고 사는 그녀의 삶과 무늬' 라고 썼다. 나는 그녀가 아직도 '생인손'을 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세대에 어릴적 한번쯤은 된통 앓았을 생인손의 통증을 어디 내려 놓을곳 없어 혼자 속앓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작정 하고 앓으려면 질퍽하게 진물이 흐르도록 펼쳐 놓고 앓았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했다면 누군가가 약이라도 사들고 곁에 왔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진물 자체에 회복 능력이 있어 스스로 어느 선에서 딱지가 앉을수도 있었으련만.... 남에게 내상처 보여주기 싫고 진물 같은건 너무 혐오스러워 전전긍긍 하다가 딴딴한 알갱이가 가슴 밑까지 차고 올라 어찌해 볼수 없는 지경에서야 이글을 쓰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책머리에 그녀는 이렇게 실토해놓고 있다. '사람은 기다리되 사랑을 기다려본 적 없는 여자가 뒤늦게 꿈꿔보는 여정이, 책을 쓰게된 첫 마음 이었다.' 어느 문인의 말을 인용한 "외로움에 사무치면 안개도 사람인가 하여 안아 보는 새벽" 이 있을 거라고, 왜 짐작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준비가 돼 있더라도 고독이란 당해 봐야 하는것이다. 라는 구절이 작가의 뼈아픈 고백을 옮겨 온것이 아님인지...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거리는 탁자를 준비하느라 부엌을 헤집고 있을 테니까....'라는 간절한 소망을 얼핏 비치는가 하면, '아무리 간절해도 붙잡지 말고 아무리 버거워도 내치지는 말자고, 그렇게 애 쓰면서 살아보자' 라며 시치미 뚝 떼고 있다. 이책의 묘미는 다 읽은 후 2~3일이 지난뒤에 있는것 같다. 새록새록 내용들이 가슴속에 고이면서 명화의 사진들과 분명한 매치가 엮이면서, 그렇게 안달이 나던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 하고자 했던 멧세지가 전광석화 처럼 온몸을 훑어 내린다. 역시 그녀는 고단수다.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어떤이'가 단단한 핵으로 자리잡은 응어리를 아프지 않게, 예민한 신경 건드리지 않게 조물조물 다독여서 익을대로 익은 종기가 저절로 터져 나오듯 그렇게 바깥으로 내밀어 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긴 울음이든, 천둥소리 같은 비명이든, 허리 휘어지도록 웃는 웃음이든... 안으로만 감겨있지말고 밖으로 표출 되는 그런 행위. 그냥 담담히 지켜 보면서, 혼자 고군분투 했을 어깨와 온몸이 지탱 하도록 한쪽 어께 내줄수 있는 맘자리 넓은 어떤이의 출현을 기대한다. 책좀 읽는다는, 그림에 조예가 깊다는 메니아들 입에서 입으로 전파 되면서 세기가 지나도 변치 않는 태양처럼 우리 시대의 몇 안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 아니, 이미 출발선에 들어섰다. 가슴 두근 거리며 그녀의 다음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층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책을 손에 드는 순간, 어느 한장면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이미 큰 축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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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에 담은 자기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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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스미다_민봄내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50장의 그림에 엽서를 띄우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진 에세이책이다. 그림을 설명하는 책이 아닌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피력한 책인데 방송작가여서 그런지 문체가 무척이나 예쁘고 고즈넉스러웠다. 여행지에 대해서 자세히 어떠한 곳이라 이야기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여행에 대한 느낌과 그림뒤 글귀를 띄우는 형식이라서 내가 생각했던 느낌의 책은 아니였던것 같다. 하지만 책의 문체나 구절이나 그림들이 내가 보며 느낄 수 있고 즐거움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림이나 여행기책이 아닌 에세이책이라고 이야기 해두는게 더 맞을것 같다. 편안히 무리없이 읽고싶은 책이여서 그림이나 글자라는것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기때문에 책과 한동안 멀어진 사람이라도 편안히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 프란츠 아이블 책읽는 소녀라는 부분에서는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소녀의 상의가 살짝 내려온 상태에서 자신의 손을 가슴팍에 올린 이 그림은 책을 읽음으로 인해 여성이 '음탕해진다'는 옛 남성들의 느낌을 느끼게 하는것도 같았고 그냥 순수하게 책에 집중해 옷이 내려가는것도 못 느끼고 읽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해 주었다. 프란츠 아이블, 책읽는 소녀,1850, 빈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
더운밥이 찬밥이 되는 것처럼 금세인 시절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그 추억이 물처럼 갈증 나는 때가 되면, 응달의 풀인 양 웅크리고 지냈지요. 그렇다고 슬프진 않았습니다. 아주 조금 애틋하였을 뿐. 혹시 그대가 첫사랑이었던 여자가 있나요. 그럼 찾아가 주세요. 식은 밥에 마른 수저를 들기 전에. 같이 걸어가 주어요. 삶의 한 번쯤은.
사랑이 지난 후엔 사랑이 온다. 사랑만이 다시 온다.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비슷하고 더 아플 수 있는 낮익은 사랑. 그렇게 해서 시간에 더께가 앉고 먼지가 낀다. 다칠지도 모르는데 또 시작하는 것. 사랑 후에 남는 것들이 얼마나 분분한지 생각하다. 그것조차 없었으면 어떻게 버텨냈을까 싶어지는 것.
멋진 선물이란 그런 것이다. 이유식을 떼고 먹는 곡물처럼, 신선하고 맛있게 저장되는 감정. 받아 들었을 때 부담이 돼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벼워지는 중량, 그렇듯 천천히 삶의 보탬이 돼 가면서 선물의 의미가 새겨질 때, 정말로 즐거워지는 것이다.
헤어짐이 밥 먹는 일보다 잦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이별이란 늘 만남 뒤에 오는 최초의 사건이므로 서로 다 슬픈 것이다.
풍경의 아름다움은, 그 슬픔에 있다.
공항이란 기다림과 기다림만 있고 헤어짐과 헤어짐뿐이지만 다시 온다는 여운이 남는 오작교 같은것.
쿠바 사람들이 혁명가 체게바를 말할 땐, "사랑을 빚지게 한 사람"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