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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 번씩. 그게 주로 일년의 하반기 쯤인데, 왜사나 싶기도 하고 기운이 쫙 빠지기도 하고 그럴 때가 있다. 슬프거나 우울한 것과는 달리 뭐랄까. 의욕상실의 상태랄까. 그럴 때면 나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봤다. 집에 DVD로 잘 모셔놓고 있는 두 작품들. 특히 '매그놀리아'의 힘은 정말 한 편의 영화가 나의 엔진을 다시 돌려놓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그랬다.
올해도 그 시기는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품절이던 이 영화의 DVD를 구하게 되었다. 매년 가을이 찾아와 나를 살려놓는 것처럼, 역시 브라보.
사랑은 쿵쾅쿵쾅거리며 뜬금없이 내 앞에 놓인 오르간처럼 다가와서 푸딩으로 쓰지도 않을 마일리지를 모으고, 소심하기 짝이 없으나 그것이 일순간에 폭발해버리는 나를 부끄럽지 않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녀를 다치게 한 꽤나 껄렁거리는 4명의 사내도 물리칠 수 있고 그 먼 곳까지 달려가 '나'를 무시하는 그 놈팽이 앞에서 내겐 (사랑의) 힘이 있다고 또박또박 외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그녀에게 한 방 맞아 어질어질 제 정신이 아닌 상태니까. 그 상태의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 순간은 그러하다. 항상 자신의 속내를 안심하고 털어놓지 못하던 주인공이 그녀에게 화장실은 자기가 부순 거라고 순순히 털어 놓듯이.
보고난 직후에는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그리고 외로워 죽을 것 같은 그 초조함을 보여주기 위해 두 개의 빈의자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는 장면. 그런 장면을 연출하고 그런 각본을 써내는 앤더슨의 천재성에도 역시 박수.
아.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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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 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메디 영화로서 그는 이전 연출작 "부기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 주로 작가주의 영화를 즐겨 만든 감독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로맨틱 코메디 영화라고는 하지만 영화는 무척 난해한 작품이며,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이전 영화들에 대한 반응을 비추어 볼 때 다분히 받아들이기 힘든 스타일의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영화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 전개는 겉포장만 로맨틱 코메디일 뿐 사실상 예술영화 즉 작가주의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또한, 주연을 맡은 '아담 샌들러' 의 이미지나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떠올리시고 본 영화를 접하신다면 무척이나 당황하실 것 같습니다. 그가 출연한 이전 코메디 영화들인 "웨딩싱어" "워터보이" "빅 대디" 등과 달리 마치 작심한 듯 전혀 색다른 연기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Keyword로 요약하면 "기묘한 사랑이야기" "컬러" 그리고 "전문가 vs 비전문가" 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기묘한 사랑이야기" 는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속에 담겨진 정신병적인 캐릭터들,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행동들이 뒤죽박죽 난장판처럼 펼쳐지는 영화전개는 흔히들 말하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메디영화와는 완전히 차별된 느낌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오르간을 비롯해서 푸딩, 하와이, 기이한 사랑의 대화 등 등장하는 장면들마다 앞뒤 전개가 전혀없이 난데없이 등장하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하며 극단적인 설정에는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두사람의 관계와 만남은 정신분석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기묘한 사랑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HCGV 굿무비 리뷰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사랑이란 교통사고처럼 돌발적이고 오르간처럼 따뜻하고 펀치처럼 아찔한 것" 이라는 문구가 영화를 핵심적으로 요약한 멋진 말인 것 같아 여기에 옮겨 적어봅니다.
영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옷색깔을 말하는 것으로 주인공 '애덤 샌들러' 의 블루컬러 양복은 그가 우울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으며, 반면 레드컬러의 옷을 입고 있는 여주인공은 활기차고 적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만나 점차 사랑하게 되면서 주인공 '애덤 샌들러' 의 넥타이 컬러가 블루에서 퍼플로 그리고 레드로 바뀌는 점인데 점차로 여주인공에게 빠져드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상태를 말하는 시각적 변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내내 '애덤 샌들러' 가 입고있던 블루컬러 양복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해준 영화속 컬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전문가 vs 비전문가" 는 이 이상하고도 황당하면서 엽기적이기까지 한 영화를 정말이지 신선하고 무척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서 대다수 많은 분들이 영화만큼이나 황당한 반응을 보일텐데 본 영화처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들은 보면서도 잘 이해가 되질 않고, 그나마 그의 작품중 가장 쉽다는 이번 영화조차 더더욱 이해가 되질 않으며, 영화 전문가들의 호평을 보면 나에게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본 영화를 본 후 반응에 따라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로 냉철하게 구분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느쪽이신가요? 전 아무래도 비전문가인 것 같습니다.
무려 세 번에 걸쳐 영화를 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으며, 감동 또한 생기질 않으니 말입니다. 어슬프게 전문가인척 억지 감동을 이야기 하기보단 차라리 비전문가로 남아 솔직한 제 느낌을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본 후 느낌을 담은 곡은 샤이니의 "Punch-Drunk Love" 를 추천합니다. 샤이니의 2013년 세 번째 앨범 "The Misconceptions Of Us" 에 수록된 곡으로서 이 영화에서 노래제목을 착안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남자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터라 이 노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영화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영화속 기묘하고 황당한 사랑 이야기에 보다보면 정신을 놓고 있는 듯한 상태가 되어 버리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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