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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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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씨아이에서 issue collection으로 발행되는 만화의 면면을 보자면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소재로 여러 명의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하게 풀어내는 연작시리즈 순애보를 필두로 몇 권의 중편 시리즈와 단편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발행되는 이정애 컬렉션이 반가운 이유는 더 이상은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는, 꽤 오래전 절필 선언을 한 안타까운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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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씨아이에서 issue collection으로 발행되는 만화의 면면을 보자면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소재로 여러 명의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하게 풀어내는 연작시리즈 순애보를 필두로 몇 권의 중편 시리즈와 단편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발행되는 이정애 컬렉션이 반가운 이유는 더 이상은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는, 꽤 오래전 절필 선언을 한 안타까운 작가의 복간작품이라는 데 있다.

  이정애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열왕대전기]나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을 집필 중에 절필 선언을 한 탓에 그 작품들의 결말을 볼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예전에 발행된 작품을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완결을 볼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 되겠지만.

  이번에 발행된 이정애 컬렉션의 1권은 [키 큰 지나의 다리]라는 작품이다. [열왕대전기]나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을 제외하고는 긴 호흡의 작품이 드문 탓에 유난히 중 ․ 단편 작품이 많은 이정애 작가의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간택(?)된 작품은 솔직히 좀 예상 밖이었다. [키 큰 지나의 다리]라니……. 어떤 만화였지? 오래전 만화를 다시 읽을 때면 문득 ‘어? 그게 무슨 내용이었지? 결말은 어땠더라?’ 하는 가물가물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랬다. 허나, 이 작품을 다시 읽은 후에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작가 자신도 새롭게 느껴질 만큼 [키 큰 지나의 다리]에는 그의 작품의 원형이랄까, 소재랄까 싶은 전형적인 것들이 그 어떤 작품보다도 뚜렷하게 담겨진 작품인 듯 하다.

  20XX년 여름, 퉁구치(서울). 밀수와 갈취, 매매춘이 기승을 부리는 혼돈의 국경도시를 배경으로 퉁구치 밀매조직의 2대 세력 가운데 하나인 족제비파의 두목 지나와 지나의 오른팔이자 족제비파의 실질적인 두뇌 한, 그리고 그들 사이에 르포라이터 에블린이 개입하게 되면서 이 비극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과 다리를 나눠가진 샴쌍둥이로 태어났으나, 분리수술의 성공으로 공유했던 다리 한 쪽과 사랑했던 형을 동시에 잃어버린 태생적 아픔을 지닌 주인공 지나는 그 상실감을 탐욕과 폭력성으로 드러내는 나쁜 남자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 지나와 만나 비상한 머리로 지나의 두뇌이자, 상실한 다리와 같은 존재가 된 선(善)을 대변하는 인물 한. 한은 지나에게 구원되었으나, 또한 주변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파멸시키는 지나에게 애증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한에게 반한 괜찮은 여자 에블린이 이들 사이에 끼어들면서 지나와 한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지독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이야기이다.

  이정애 작가의 작품 속에는 유난히 키가 크고 각진 근육질의 사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흡사 인체해부학 책에나 등장할 법한 날렵한 근육덩어리의 몸을 자랑한다. 가뭄에 콩 나듯 등장했던 여주인공은 [아테르타 연대기]의 남성적인 여신, 혹은 몇 몇 단편들에 등장했던 성별이 불분명한 꼬마 여자아이의 모습이거나 그도 아니면 이 만화에 등장했던 에블린과 같이 제 3자의 눈을 가지고 작품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성이 전멸하다시피한 마초적이고 남성적인 인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독히 남성적인 모습과 아름다운 남자들과의 사랑으로 여성독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의 만화에서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미(美)의 상징적 존재도 남자의 몫이었다.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의 소델리니 교수라던가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의 나녹, 그리고 그 맹목적인 사랑을 동경하게 만들었던 [열왕대전기]의 아름다운 소년 쇼너 스키올라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절대 사랑에 목말라 하며,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절망하고, 그리고 행복해한다.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안타깝고 애처롭게 펼쳐지며, 때로는 가슴 저릿한 충격과 비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 작품 [키 큰 지나의 사랑]에서도 지나와 한의 지독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끝을 이야기한다. 허나, 에블린의 시선으로 그려진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이긴 하지만, 절망적이진 않다. 몇 페이지 넘겨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아! 이건 이정애 만화다!” 라는 그런 느낌이 무엇보다 좋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도 여전히 반갑고 뭔가 차별화된 특별함이 느껴지는 만화. 언젠가는 미완의 걸작 [열왕대전기]나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의 완결과 그의 새로운 작품도 만나볼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s****r 2010.05.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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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증오, 깊은 사랑, 그보다 더 깊은 슬픔
"깊은 증오, 깊은 사랑, 그보다 더 깊은 슬픔" 내용보기
이정애라고 하면 난 열왕대전기가 먼저 떠오른다. 당시 만화 잡지에 연재되는 걸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완결을 본 기억이 없었다. 당시 내 경우 만화를 볼 때는 단행본보다 잡지에 연재되는 걸 주로 읽었던지라 완결을 못 본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단행본으로 봤으면 되었을텐데...) 어쨌거나, 그후로는 만화에 손을 거의 대지 않고 지냈던지라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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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라고 하면 난 열왕대전기가 먼저 떠오른다. 당시 만화 잡지에 연재되는 걸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완결을 본 기억이 없었다. 당시 내 경우 만화를 볼 때는 단행본보다 잡지에 연재되는 걸 주로 읽었던지라 완결을 못 본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단행본으로 봤으면 되었을텐데...) 어쨌거나, 그후로는 만화에 손을 거의 대지 않고 지냈던지라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요번에 작가의 단편들이 복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반가웠다. 사실 쿠스모토 마키의 만화를 보면서 아, 우리나라의 이정애 작가랑 그림체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이젠 진짜 이정애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정애 컬렉션 1에는 표제작 키 큰 지나의 다리 외에 두 편의 단편이 더 수록되어 있다. 키 큰 지나의 다리. 사실 하도 오래전에 읽었던지라 내용이 가물가물했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역시란 생각이다. 샴쌍둥이로 태어나자마자 생모에게 버림받고, 그후 수술로 형과 분리가 되면서 지나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지나가 잃은 건 다리만이 아니었다. 그건 자신의 일부이자 자신의 전부이기도 했던 형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런 지나에게 없어진 다리 한 쪽은 마음의 구멍이자 그의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나의 곁에 있는 한은 동생 채은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는 칼을 갈며, 복수를 다짐한다. 지나를 철저하게 파멸시키고 싶어 하는 한. 그런 한의 마음은 애증으로 가득했다. 한은 에블린에게 지나를 증오한다고 하지만, 그게 진짜 한의 마음이었을까.

한과 지나. 둘을 보면서 이 둘은 정말 멀리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비뚤어진 마음을 비뚤어진 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지나. 그는 한을 외롭게 만들어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했고, 그건 지나만의 지독한 사랑 방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는, 그런 식으로밖에 숨을 쉴수 밖에 없는 지나를 보면서 미운 감정보다는 애처로웠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가 저지른 일들이 정당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깊은 증오, 깊은 사랑, 그리고 그보다 더 깊고 깊은 슬픔.
현실적으로는 서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안타까웠다. 

나머지 작품인 성홍열과 사랑하기 좋은 날은 판타지 성향에 가까운 작품이다. 
성홍열은 다크 판타지를 차용한 미쉴라의 성장이야기로 보여진다. 성홍열을 앓고 난 후 미쉴라는 그저 보통의 아이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아주 어린 시절과의 결별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겪어가는 과정이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

사랑하기 좋은 날은 귀신이 나오긴 하지만 오히려 유쾌하다. 근데, 아신태자가 정말 귀신일까?
혹시 아신태자가 있는 캠프 주변이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그런 지점이 아니었을까... 라는 뜬금없는 생각도 잠시. BL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줄 스토리에 흐뭇한 미소도~~

꽤나 오래전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낡은 느낌이 없다. 물론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이 약간 옛날 느낌이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요즘 나온 만화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하다. 역시 좋은 작품은 시간을 뛰어 넘는달까. 이정애 컬렉션 2권인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도 얼른 읽어야지~~


y*****5 2010.07.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