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영 화백의 『수호지 1』은 나로서는 벼르고 벼르다 구입한 책이다. 1975년에 일간스포츠에 연재될 때부터 그 매력에 흠뻑 취했었으니 40년의 인연이라고 할까? 그러나 20권이라는 방대한 양을 모두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워서 망설이다가 일단 1편을 구입한 것이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시대를 초월한 고우영 화백의 힘을 느꼈다. 이 작품은 40여 년 전의 작품이다. 그동안 강산이 바뀌어도 몇 번은 바뀔 만큼 많은 세월이 흐른 것이다. 책을 펼치면서 기대와 함께 걱정도 되었다. 그렇게 기대했던 작품인데 행여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또는 감동적으로 보았던 영화나 읽었던 책을 성인이 된 뒤에 만났을 때 그때의 아름다운 환상이 깨지는 것을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대의 어떤 작가가 수호지를 리메이크 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뛰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림은 물론 대사 하나하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다. 내 걱정은 기우였던 것이다.
둘째, 넓은 공간을 활용한 시원한 장면에 가슴마저 열리는 듯했다. 이 작품이 신문에 연재될 때는 한 컷이 4x4cm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 지면을 중시하는 신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발간된 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신문의 지면 그대로 편집했으므로 읽기에 불편한 것은 물론 답답함을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한 쪽에 3칸으로 확대되었고, 때로는 2칸 또는 3칸으로 넓게 편집하였으므로 가슴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작가 생존 시에 발간되었으므로 이런 재편집이 가능했을 것이다.
셋째, 읽으면서 애틋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수호지의 내용이야 여러 번 읽었으므로 궁금할 것이 없다. 그러나 고우영 화백의 손에 의해 어떻게 구현될 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작품은 일간스포츠와 스포츠 투데이 등에서 연재를 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작가가 타계했다.
개인적으로 결말을 보지 못한 3대 작품으로 홍명회의 임꺽정, 이은성의 동의보감과 함께 이 작품을 꼽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완성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1970년대에 낙양의 지가를 울리면서 일간스포츠 부수 확장에 일등공신이었던 작품이다. 지금 읽어도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나는 먼저 만화로 수호지를 접했다. 한글로 된 것은 고우영 선생의 만화를 통해서였고, 중국어로 된 것은 채지충(蔡志忠)의 만화를 통해서였다.그러고 보니 중국의 사대기서를 모두 만화로 시작한 셈이고, 이처럼 어릴 때부터 간직한 재미난 기억과 소회가 나중에 모두 원서로 이들 작품을 완독하게 되는 힘이 된 것 같다. 고우영 선생의 수호지는 완전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무송이 호랑이를 때려 잡는 장면이나 화상 노지심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가 읽은 수호지 원전은 홍콩 풍화출판사에서 1991년도에 출간된 70회 판본의 《수호전》이었다. 국내에서 수호지는 아쉽게도 삼국지에 비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마니아층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수호지는 삼국지만큼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상상력을 잘 결합한 백미 문학이고 다양한 버전의 수호지 '다시쓰기'가 오늘날 성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