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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은퇴설계총서05. 미래에셋이 '은퇴설계의 명가'라는 캐피프레이즈를 내걸고 뛰어든 '퇴직연금 등 사업'의 정신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미래에셋의 은퇴설계 상품으로 생각이 흐르게 되어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책 나름의 장점들이 있다.
우선, 저자인 강창희의 겸손함이 눈에 띈다. "주제 넘게 남의 인생에 참견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하여 참다가 이런 책을 쓰게 됐다는데, 책의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매우 조심스럽고 점잖은 대목을 보면 그말이 가히 진실되게 느껴진다. 문장 끝을 아예 존칭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어쩌면 저자가 강연회에 다니며 은퇴 전후의 청객들로부터 꽤나 부정적인 반응을 겪으면서 스스로 매우 조심스러워졌을 수도 있겠다. 하긴 그의 주장 상당수가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긴 하다. 이를테면 노후(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투자는 '절약'이란다. 남들이 10,000원 써서 해결할 일을 9,000원에 해결했다면 거기서 대략 10%의 수익을 낸 셈이라는 것이다. 아마 누구라도 '노후 대책'을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부아가 치밀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예는 개인 자산 상태 점검의 방법으로 '백지에 T자를 그려서 왼쪽에는 소유자산을 적고 오른쪽에는 부채를 적으라'고 안내하는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한 상당수는 이런 정도의 자산표 관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을 테지만, 아마도 '은퇴설계 강연회' 정도를 쫒아다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뿐만 아니라 그런 말에 신경질을 낼 법하긴 하다.
여튼 저자는 이런 정도의 단순한 논리로 무장하여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노후 대책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 마음에 확하고 와닿는 것들 중 첫번 째 것은 바로 '자녀 리스크'다. 기껏 큰 돈 들여서 자식들 교육시키고 혼사까지 치러줬는데도 불구하고 어느날 갑자기 아들이나 사위가 쳐들어와서 '사업 자금'이니 뭐니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대개는 쪽박만 남기고 퍼주게 된다는 것인데, 이런 사태가 종종 발생하는 까닭은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 궁리만 했지 정작 자식이 '현명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진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자식에 대한 '투자'를 잘못한 결과라는 게다. 사교육비 쓸 돈을 쪼개, 일부는 '지혜'가 될 인문/소양 교육에 좀 더 집중해서 투자하고, 또 일부는 본인들 노후 대비를 위해 쟁여두라고 한다. 부동산 위주의 자산 축적도 문제라고 한다. 자산 중 부동산의 비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의 두 배 이상인 70% 정도라고 하니 문제는 문제인 모양이다. 뭐, 우리집 역시 죽으나사나 부동산에 올인하고 있으니 남들 비웃을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40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부동산 이외의 상품에도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연금 계획도 회사에만 너무 의존(DB, 확정급여형 위주)하지 말고 개인 차원에서 설계(DC, 확정기여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뭐, 이 부분은 변액유니버셜이니 뭐니 하면서 역시 미래에셋 상품 광고로 이어지는 대목이긴 하지만 의미가 없지 않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형의 관점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의 차원에서 노후를 바라보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흔히 '노후'라고 하면 노후대비자금이 화제가 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2~30년, 약 8만 시간(책의 제목대로)을 사용하면서 보낼 '삶' 그 자체에 대한 설계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 역시 시간이 갈수록 노후의 생활자금쪽으로만 고민했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단순하면서도 아픈 충고 같다. 책의 2부는 노후를 '겨우 견뎌내야 할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로 향유'한 예들을 짧게짧게 보여주고 있다. 은퇴후 예술활동이나 봉사활동, 심지어 60세에 의사면허를 딴 일본 사람의 이야기까지. 아무려나, 노후에 임박하거나 정작 은퇴한 다음에 이런 책 읽어서 뭐하겠는가? 월급도 받고, 자식교육비도 왕창왕창 쓰고, 자동차도 몇 년마다 바꾸고 뭐 그런 경제활동을 나름 왕성하게 전개하고 있는 청장년이야말로 바로 이런 책의 제1독자가 돼얄 듯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