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25%
  • 리뷰 총점6 25%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내용보기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조용헌 랜덤하우스코리아/2011.1.12. sanbaram   저자는 동양학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단 동양학과 전통적인 공부를 통해 터득한 사람들의 재야 동양학으로 나누고 있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은 재야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한 꼭지씩 써서 매체에 실렸던 내용을 역어서 펴낸 책이다. 저자 조용헌은 원광대학교 대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내용보기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조용헌

랜덤하우스코리아/2011.1.12.

sanbaram

 

저자는 동양학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단 동양학과 전통적인 공부를 통해 터득한 사람들의 재야 동양학으로 나누고 있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은 재야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한 꼭지씩 써서 매체에 실렸던 내용을 역어서 펴낸 책이다. 저자 조용헌은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민속학을 전공하여 불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야 고수들의 만남을 통해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동양강호학의 3대 과목을 한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하여 왔다. 저서로 조용헌의 사찰기행>, <조용헌의 소설 1,2>,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고수기행등 다수가 있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에 실린 내용은 강호를 유람하면서 보고 듣고 몸으로 겪으면서 배운 내용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슴에 탁기를 걷어내고 기운생동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독만권서하고 행만리로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전국의 방방곡곡에 있는 여러 방면의 고수들을 찾아가 들은 이야기나, 그로인해 알게 된 내용을 하나씩 간단간단하게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인물, 사회, 문화, 문명등 네 가지 주제로 엮어 만든 책이다. 내용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있고 생소한 것도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파락호

파락호라는 말이 있다. 양반집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을 의미한다. 일제 강점기 때 양반 동네인 안동에서 당대의 파락호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유명한 학봉 종가의 13대 종손인 김용환이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는 노름을 즐겼다. (p.12)

한번은 시집간 외동딸이 신행 때 친정집에 가서 농을 사오라고 시댁에서 받은 돈이 있었는데, 이 돈마저도 친정아버지인 김용환은 노름으로 탕진하였다. 딸은 빈손으로 시댁에 갈 수 없어서 친정 큰어머니가 쓰던 헌 농을 가지고 가면서 눈물바람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정도니 주변에서 얼마나 김용환을 욕했겠는가. 이러한 파락호가 만주에 독립자금을 댄 독립투사였음이 사후에 밝혀졌다.

독립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철저하게 노름꾼으로 위장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1946년 임종 무렵에 동지가 머리맡에서 이제는 돈 보낸 사실을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나?”고 하자, “선비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야기할 필요 없다.”고 하면서 눈을 감았다. (p.13)

 

최치원 유학길

최치원의 고향은 보통 경주로 알려져 있다. 경상도 경주에서 출발하여 일단 전라도 영암에 도착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영암에는 국제 무역항인 상대포라고 하는 포구가 있었다. 기암괴석의 월출산이 병풍처럼 보이는 상대포는 일본이나 당나라로 가는 상선들이 정박하던 곳이었다. 영암이 고향이었던 백제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갈 때 출발했던 항구도 바로 상대포로 여겨진다. (p.28)

 

사쟁해투

동물 중에서 뱀의 천적이 바로 돼지다. 예로부터 뱀이 많은 지역에서는 반드시 돼지를 키웠다. 돼지는 뱀을 국숫발처럼 쉽게 잡아먹는다. 뱀의 독은 돼지의 두꺼운 지방층을 뚫지 못한다. 뱀을 무서워하던 고대 사회에서는 집에서 반드시 돼지를 키웠다. 그래서 집 가()자에 돼지 ()’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p.73)

 

광풍각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정원이라고만 하면 그 정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쇄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소쇄원은 조선 선비들의 살롱이자 아카데미였다고 해야만 그 정체성이 드러난다. 음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기도 하였고, 아울러 여기에 모여 토론도 하고, 시를 지으면서 공부를 하던 곳이기도 하다. 송순, 김인후, 고경명, 정철, 백광훈, 송시열과 같은 명사들이 그 멤버였다.

소쇄원의 가장 중심에 있는 건물이 바로 광풍각이다. 건물에 전이나 각자가 붙으면 아주 격이 높은 건물임을 암시한다. 각자가 붙은 광풍각은 그 크기가 한 평밖에 되지 않는다. 세 명이 앉아 있으며 꽉 차는 넓이다. 그러나 광풍각에 앉아 있으면 소쇄원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p.114)

 

대보름 부럼과 파옥

한국세시풍속>(임동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세시 행사가 1년 동안 총 192건인데, 그중에서 정월 한 달에 102건이 집중되어 있고 정월 중에서도 대보름을 전후하여 55건이 몰려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정월 대보름이 한민족의 큰 명절이었던 것이다. p.116

우리말의 범어기원설에 의하면 대보름에 땅콩이나 호두의 껍질을 깨는 것은 파혹의 상징이 된다. 대보름날 부럼 먹고 미혹을 깨자! (p.117)

 

무술주

곡류가 아닌 육류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술이 있다. 그게 바로 무술주이다. 개고기를 고아서 만든 술이다. 쉽게 말하면 개소주와 비슷하다. 무술주는 우리의 전통 보신주 계보를 잇고 있는 술이다. 왜 무술주인가? 술은 개를 뜻한다. 무는 중앙 토로서, 그 색깔은 누런 황색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무술은 누렁개황구를 뜻한다. ..... 원래 무술주는 퇴계 선생이 양생서로 애독하던 활인심방에서 유래하였다.

무술주는 동의보감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원기를 보하고 노인이 먹으면 더 좋다고 나온다. 성질이 온순하고, 몸집이 크지 않은 황구를 구해다 내장과 가죽은 버린다. 뼈와 함께 솥에 넣고 24시간 장작불로 달인다. 그 국물을 찹쌀 고두밥, 누룩을 함께 넣고 항아리에서 15일 정도 발효시킨 뒤에 먹는다. 우리 조상들이 삼복더위에 먹었던 매우 독특한 술이 무술주. (p.119)

 

엿장수 가위

표주 과정에서 도사가 굶어죽지 않으려면 세 가지 술을 익히고 있어야 한다. 의술, 역술, 학술이 그 삼술이다. 인간 세상 어디를 가든 아픈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앞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한 사람이 있고, 책과 문자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삼술을 지니고 있으면 수요는 항상 있기 마련이므로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 (p.124)

효봉스님의 출가 전 생계 수단이 바로 엿장수 가위였다고 한다. 효봉은 일제 강점기 때 판사를 하였다. 어느 날 사형 판결을 내리고 난 후 자기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그날로 판사를 그만둔다. 1923년이었다. 입고 있던 판사복을 팔아서 엿판과 가위를 구입하였다. 전국을 방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효봉은 3년간 엿장수를 하였다. 효봉은 거처에다가 항상 엿장수 가위를 걸어 놓았었다.

내가 저승 갈 때 가지고 갈 것은 오직 저 가위뿐이다. 내가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저 가위고, 인생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저 가위 덕택이다.” (p.125)

 

호남과 황등제

중국의 호남지역은 동정호 이남 지역을 가리킨다. 우리의 호남은 어던 호수를 기준으로 하는가. 우리의 동정호는 어디인가?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황등제자. 일제 강점기 때 없어진 이 황등제는 미륵산 일대로부터 내려오는 물길을 막아서 형성된 호수다.

호수의 둘레가 80리나 되었던 황등제의 둑은 황등면에 있었다. 익산시 원광대학교 뒤쪽의 도치산과 황등산 사이를 연결한 둑의 길이는 1.3킬로미터이다. 이 둑 안에 해당되는 호수 지역이 현재의 익산시 삼기면과 금마면 일대다. 이 호수를 기점으로 아래쪽 지역을 호남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지역 범위와도 부합된다. (p.140)

 

신안 천일염

염전의 물은 하루에 시계 방향으로 19-21번 회전한다고 한다. 온도가 높으면 물이 빨리 돈다. 물이 돌아야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송홧가루를 포함해 미세한 발효균이 함유된다. 이 균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간 광물질로 분류되어 천대받았던 우리나라 천일염이 2008년부터 식품으로 분류되었다. 신안군 소금은 명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한 수 위라고 하니 앞날이 기대된다. (p.155)

 

 

 

이달의 사락 k******4 2021.04.20. 신고 공감 1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세상을 밝게 읽어내자는 동양학이 구린내 가득한 조선일보에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세상을 밝게 읽어내자는 동양학이 구린내 가득한 조선일보에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내용보기
왠지 속은 기분이다. ‘역사와 철학, 동양의 고전에게 미래를 묻다’ 라는 부제와 함께 ‘동양학 강의’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종의 동양적 딜레탕트라고 할 수 있는 저자 자신이 수집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스스로를 이야기를 채취하는 사람인 채담가라고 말한다) 짧은 칼럼의 형식으로 (책 속의 글들은 제길, 조선일보에 작가가 쓰고
"세상을 밝게 읽어내자는 동양학이 구린내 가득한 조선일보에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내용보기

  왠지 속은 기분이다. ‘역사와 철학, 동양의 고전에게 미래를 묻다’ 라는 부제와 함께 ‘동양학 강의’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종의 동양적 딜레탕트라고 할 수 있는 저자 자신이 수집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스스로를 이야기를 채취하는 사람인 채담가라고 말한다) 짧은 칼럼의 형식으로 (책 속의 글들은 제길, 조선일보에 작가가 쓰고 있는 칼럼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 이야기의 장르 구분만을 한 채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모음집이 의미가 없는 바는 아니겠지만 왜 그렇게 거창한 제목과 부제를 붙여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인물, 사회, 문화, 문명이라는 네 가지의 큰 카테고리로 나누고 그 아래에 자잘한 하위 카테고리를 둔 이야기들이 물론 재미 없지는 않지만 그것을 읽는 일이 동양학 강의를 듣는 일과는 다르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 강의 중간중간 살아 있는 에피소드들로 이 이야기들을 이용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든 업業에는 업보業報가 뒤따른다. ‘업業’자가들어가는 모든 직업에는 반드시 업보가 그림자처럼 남기 마련이다. 기쁜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지면 기쁜 업보가 있다. 남을 억누르고 짓밟고 가슴에 상처를 주고 그 대가로 돈과 권력을 얻는 직업을 모두 다 선망하지만, 타인을 억누르고 짓밟는 업보는 자기가 지고 가야 할 업보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기 내면의 무의식에 일상생활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그대로 저장되고, 이 저장된 무의식이 결국 업보로 전환된다...”


  하지만 더욱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그의 이 글들이 조선일보에 실리는 칼럼이란 사실들 때문일 것이다. 조중동문이 가지는 (그 중에 제일이 조선일보일 것이고) 사회적 폐악이 적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마당에, 비록 자유로운 칼럼의 형태라고는 하지만 조선일보의 마인드가 알 듯 모를 듯 스며들어 있는 것을 작가 자신 또한 피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더불어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행위 자체가 작가에게 업보로 작용될 수도 있는 것은 아닌지 , 하는 심정이 된다.


  “‘강류석부전 江流石不轉’ ‘강물은 흘러가도 강바닥의 돌은 굴러가지 않는다.’ 이 구절은 조선시대 지방 하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아전衙前들이 책상 앞에 써 붙여놓았던 좌우명(?)이다. 새로 부임한 사또가 오면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아전들을 들볶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아전들은 이 구절을 되새기며 자신의 힘없는 처지를 위로했다. 여기서 강물은 사또고, 돌은 아전을 상징한다.”


  물론 작가인 조용헌의 의도가 조선일보의 거대한 의도와 맞닿아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저 우리들의 근현대에의 역사 혹은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하여 그저 세상을 밝게 읽어내는 방법으로서 자신의 글을 토해내는 것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는 간간히 조선일보에 싣는 칼럼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맥을 같이 하는 부류들을 향하여 조심스레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는 씨네 21에 실린 배우 고현정과의 인터뷰 글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을 나무라는 듯한 표현을 썼는데, 그때 옅으나마 작가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글에서 전혀 자신의 색을 드러내지 않는 무색무취의 태도를 취하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기득권 계층에 대한 옹호라는 마인드에서 (그의 글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내용은 아랫것들한테 후하게 베풀었던 부자들은 그러한 나눔의 미덕 덕분에 동학농민의 난이나 한국전쟁 등의 위험천만한 시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국민들을 정치와 무관해지게 만듦으로써 정치적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케 하려는 조선일보의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에 (침소봉대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엄연한 사실인 것을 어쩌랴...) 작가의 그저 보편적일 뿐인 동양학에 대한 관심이 이용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동양학에 대한 관심은 역사를 뒤로 돌리고자함이 아니라 보다 나은 역사를 추구하기 위한 지혜의 보고로 이를 사용하자는 것일터, 이러한 그의 진중한 노력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허구를 진실로 진실을 허구로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는 조선일보와 분명한 선긋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1.12.01.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강호 고수에게 배우는 소소한 인생의 즐거움
"강호 고수에게 배우는 소소한 인생의 즐거움" 내용보기
거창하게‘동양학’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으나, 강호를 두루 두루 돌아다니면서 저자의 뻥도 좀 세진 것 같다. 그 1권인 인사(人事)편으로 시시콜콜한 인간만사를 통해 삶의 그러해야 함에 대한 대략 100여개의 단상을 풀어내고 있으니 예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심오한 학문적 성취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독만권서(讀萬卷書)하고 행만리로(行萬理路)한 내공으로 버텨내는 입담이라 하여야
"강호 고수에게 배우는 소소한 인생의 즐거움" 내용보기

거창하게‘동양학’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으나, 강호를 두루 두루 돌아다니면서 저자의 뻥도 좀 세진 것 같다. 그 1권인 인사(人事)편으로 시시콜콜한 인간만사를 통해 삶의 그러해야 함에 대한 대략 100여개의 단상을 풀어내고 있으니 예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심오한 학문적 성취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독만권서(讀萬卷書)하고 행만리로(行萬理路)한 내공으로 버텨내는 입담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바람을 먹고 이슬을 덮고 자는“풍찬노숙(風餐露宿)의 과정을 거쳐야만 강호학(江湖學)을 할 수 있다.”라면서 인생의 시름과 깊이를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구라도 칠 수 있다는 것은 일견 설득력있어 보인다. 게다가‘강호의 4대 학파’까지 운운하면서 대개들 알법한 인물들로 구성된‘다석, 간송, 장일순, 야산학파’를 들먹이면 이건 그럴듯함을 넘어 지고한 경지로부터 솟아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사마천’은 세계의 구라꾼으로 장엄하고 아름다운 중국 천지를 여행함으로써 인생을 알고 속세를 초월하는 상상력의 산물인『사기(史記)』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나,“이야기는 건달이 만드는 것이고, 건달이 되면 춥고 배곯으며 천하를 돌아다녀야 한다. 건달의 궁극적 관심은 주역의 건(乾)괘에 통달(達)하는‘건달(乾達)이 되는 경지다.”하면, 정말 강호를 주유천하(周遊天下)해야지만 인생의 참맛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이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데 유유자적 산천을 거닐며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는 느림의 철학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케 된다.

그렇다보니 강호를 주유하며 사람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네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진한 삶의 향기에서 인간의 도리와 인생의 그러해야 함에 대한 지혜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이 강호학을 말하는 저자의 설레발이 그리 밉지는 않다.


1만2천석 대지주집 도령이 하인에게 건넨 정감 있는 말 한마디가 후일 목숨을 건지게 해주었다는‘봉소당 피화담(避禍談)’얘기에서 “논리(論理)위에 정리(情理)”가 있음을 확인케 하고, 조선 선조 조일전쟁의 의병대장이었던 고경명을 비롯하여 구한말 의병대장 고광순, 고광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이어가며 의로움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고씨 가문이나, 가난한 민중들을 의식하여 굴뚝을 낮게 하여 위화감을 없애려하고 사랑채 옆 쌀뒤주에서 쌀을 퍼가게 눈을 감아주는 사대부의 아량 넘치는 미덕에서 어느덧 잃어버린 고귀한 정신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여기에“자신에게 이로우면 남에게도 이로워야 오래간다.”즉,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인생의 보람 있는 무의식이자 양심의 세계를 통해 바로 이 무의식이 염라대왕의 장부책, 인간 양심의 블랙박스임을 설파하는 글이 더해져 나눔의 사회에 대한 정의를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한편 깊은 인상을 준 글로, 고택(古宅)에 대한 인식인데, 오늘에까지 무너지지 않고 수백 년을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 것은‘역사의 검증’에서 살아남았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변의 민중들에 덕을 베풀어 적을 만들지 않았으며, 학문적 성취도 존숭(尊崇)받는 집안으로 자손 대대로 이를 긍지와 자존심으로 지켜낼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갓 잔류하고 있는 사대부들의 고택이 민속가옥의 전통적 가치이외에 무어가 있을까 했던 시선이 순간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또한 오늘날 의전(儀典)의 문제가 대두하면 왼쪽이 상석이냐 오른쪽이 상석이냐 하며 자리배치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좌(左),우(右)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공부(工)와 입구(口), 양과 음으로 바라보는 전통적 사고의 뿌리 깊은 인식으로 풀어내어 퇴계학파를 모시는 호계서원의 학봉과 서애의 위패 자리다툼시비가 400 년 만에 학봉 자손들의 양해로 마무리되었다는 미담은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한다.


어쨌거나 산다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와 너 어울려 고통 없이 즐겁고 평안하게 살다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자니 밝은 마음, 이웃에 대한 배려와 같이 덕과 선함의 의지와 풍요로운 자연과 교감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삶, 그 이상 무어가 있을까.

‘소동파’가 정했다는 시원하면서 즐거운 그 무엇인‘상심16사(賞心十六事)’, 즉 “시원한 비오는 밤 죽창(竹窓)옆에서 이야기 나누기, 여름밤 시냇물에서 발 씻기, 제방길 산보하기, 강 건너 산사의 종소리 듣는 것, 등나무 베개 베고 낮잠 자기,..등등”이나, 맹자의 군자삼락은 아니더라도 소인인 내게 있어 소인삼락(小人三樂)으로 저자가 꼽은, “지리산 천은사 뒤의 눈 덮인 소나무 숲에서 장엄한 광경을 보며 세상사의 때를 씻어내고, 오래된 벗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남은 인생의 유한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그곳에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정말 인생이 즐겁지 않겠는가!


민간에 자리 잡은 전해져 오는 민담에서, 지나가다 만난 의외의 강호의 고수에게서, 그리고 소소한 삶의 자투리와 장엄한 자연 모두에게서 배워내는 삶의 지혜들을 익숙한 고사에 먹음직스럽게 버무려낸 보편적 도덕과 사회정의를 말하는 도덕사회학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중년의 나이에 책을 읽고 그 소감을 쓰고 있는 내게 그것이 바로‘상팔자’아니냐고 하는 저자가 고맙기도 해진다...

리뷰 총점 종이책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내용보기
이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인기 칼럼 '조용헌 살롱'을 1권 인사편, 2권 천문편으로 나누어 동양학 사전처럼 세밀하게 재구성한 책이다. 그런데 그의 칼럼을 찾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 그의 이름조차 생소하고 제목의 '동양학'이란 단어부터가 처음엔 내게 두려움만 안겨주었다. 하지만 학문은 서양 것과 동양 것을 두루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서 고른 책인데, 조금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내용보기
 
이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인기 칼럼 '조용헌 살롱'을 1권 인사편, 2권 천문편으로 나누어 동양학 사전처럼 세밀하게 재구성한 책이다. 그런데 그의 칼럼을 찾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 그의 이름조차 생소하고 제목의 '동양학'이란 단어부터가 처음엔 내게 두려움만 안겨주었다. 하지만 학문은 서양 것과 동양 것을 두루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서 고른 책인데, 조금은 허탈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고 간단한데다가 동양학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난이도로 친절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이야기가 신문 칼럼을 편집해놓은 것이다 보니까 2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딱딱 읽기 쉽게 만들어놓았을 뿐, 그다지 동양'학'이라고 말할 정도의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였기에 부담이 없었다. 딱 호기심이 유지될 정도의 분량이라고나 할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목을 '동양학 강의'라고 할 게 아니라 '동양학 잡설'이나 '동양학 잡담'이라고 했더라면, 아니 '동양학 채담'이라고 바꿨더라도 훨씬 더 친근하고 이 책의 목적에도 딱 맞을 뻔했을 거란 아쉬움이 들었다.
 
그 중 1권 인사편은 크게 인물, 사회, 문화, 문명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좀 더 세분화하여 설명되어 있다. 만약 찾아보고 싶다면 충분히 찾아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의 측면에 인쇄도 잘 해놨다. 예를 들어, 인물 편을 보면 이름, 역사, 사회, 정치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를 충분히 찾아보기 쉽게 측면 인쇄가 잘 되어 있으니 사전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찾아볼 만큼의 방향이 모호해서 문제이지만. 그러니까 사회 편에는 가족, 민속, 시사, 지역, 의식주로 나뉘어있는데 솔직히 사회 편에서 의식주를 찾아볼 생각이 들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목차를 준비해두고 있긴 하지만,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딱히 사전의 역할을 하진 못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사전'이란 표현을 뒤늦게 봤는데 조금 웃겼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가 사실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런 모든 이야기를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다. 그런데 뭣하러 동양학 사전을 찾아보겠는가. 이치나 깨달음이라면 또 모를까.
 
그러니까 이 책은 동양학의 개론서도 아니고 동양학 사전도 아니고 동양학 '강의'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신영복의 강의란 책 덕분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오해하고 접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일단 나부터도 그랬으니까. 이 책은 어찌 보면 심심풀이 땅콩으로, 어찌 보면 인생을 향유하는데 큰 가르침으로 시시때때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책이다. 그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기만 하면, 충분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 자체가 동양인이지만 오히려 동양인인 우리가 모르는 많은 동양의 강호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 속에 숨겨진 주옥 같은 진리들을 우리는 배울 수 있다. 그의 말대로, 그는 "밥 대신 바람을 먹고 이불 대신 이슬을 덮고 자는 풍찬노숙의 과정을 거친(거쳐야만) 강호학을 할 수 있(다)는 사람이고 바람을 먹어보아야 기백이 무엇인지 알고, 이슬을 맞아보아야 인생의 깊은 시름과 깊이를 아는 사람이니(안다)"(p. 4) 충분히 그에게서 들을 이야기가 많지 않겠는가.
 
스스로 채담가로 여겼듯이, 그가 들은 이야기는 수백 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번 나와 우리가 제대로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기도 한다. 현재 간송미술관으로 남아있는 간송 전형필은 쌀값 1만석을 내놓고 문화재를 제값을 주고 사들였던 인물로 유명하다. 만석가는 부자였지만 재산을 그렇게 고귀하게 쓴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의 일화는 인물 편의 사회에 등장하기도 하고, 문명 편의 유물에도 등장해서 거듭 강조해주고 있다. 부자들이 사회적인 의무를 다하는 것은 외국에서만 있는 사례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이루어진 것을. 간송 말고도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부잣집들은 항상 가난한 백성들을 잊지 않고 챙겼는데 그것이 도토리죽이든 수확할 때 나락을 가져가도 눈 감아주는 것이든 그 모양이 다양했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택들은 그 자손들의 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난리가 일어나면 개인적인 감정으로 집에 불을 지르거나 잡혀가도록 모함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집안의 자손들은 항상 잡혀왔더라도 슬그머니 풀어준 보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옥 같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다. 범주야 워낙 다양한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라서 체계적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만, 충분히 그 이야기는 읽을 만한 것들이다. 특히나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의미조차 생소한 현대인이라면, 그리고 동양인으로서 유구한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이 한낱 미신이나 고루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의 것을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역사나 문화가 서구의 것보다 실용성이 부족하고 학문의 체계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니,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와 인물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깨달으면 바로 해결될 문제이지 않는가. 자칫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국수주의로 빠지는 것도 물론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 때에 우리의 자랑스런 뿌리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우리가 지금 이순간 어느 땅에 발을 디디며,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라도 우리가 동양의 유구하고 고귀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j*****3 2010.06.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쉽고 재미있는 동양학
"쉽고 재미있는 동양학" 내용보기
동양학강의라고 하기에 약간 부담이 있었다. 서양에서 들여온 학문을 주로 공부한 데다가, 동양학의 기본인 한자에 약한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언제까지나 동양학을 멀리 할수는 없는 일이어서 이 책으로 동양를 맛보려고 하였다. 지가고 보니 그건 정말로 옳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조용헌님은 가볍고 부담없는 글에 깊은 성찰을 담은 책들로 유명한 사
"쉽고 재미있는 동양학" 내용보기
동양학강의라고 하기에 약간 부담이 있었다. 서양에서 들여온 학문을 주로 공부한 데다가, 동양학의 기본인 한자에 약한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언제까지나 동양학을 멀리 할수는 없는 일이어서 이 책으로 동양를 맛보려고 하였다. 지가고 보니 그건 정말로 옳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헌님은 가볍고 부담없는 글에 깊은 성찰을 담은 책들로 유명한 사람이다. 다작을 하기로도 유명한 그는 계속 뽑아내는 글들이 부담이 없다. 쉽게 읽히는 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모르던 것은 알려주고, 어렴풋이 알고 확실히 알지 못하던 것은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의 글쏨시 앞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한자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잘 모르고 지내던 한자의 뜻풀이를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단어들 중에서 순우리말이 아닌 한자에서 나온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말들 중에서 우리가 제대로 뜻을 아는 말들은 또 얼마나 적은가. 그런 한계를 가진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이 책은 어루만질줄 안다. 쉬운말로 책을 쓰는 것이 어려운 말로 책을 분량을 채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책은 두권으로 동양의 인물과 철학, 풍수와 자연, 지명과 여러가지 관습의 유례등 실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 두권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더우기 책은 모두 한 제목으로 두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짤막한 부피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짧게 끝나는 문장이기에 부담이 없고, 그 짧은 문장으로 알지 못하던 새로운 지혜를 얻을수가 있으니 참으로 효율적인 책이다.

동양학에 대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동양학을 공부헀다기 보다는 짤막한  신문기사들을 읽은것 같을 뿐인데, 이 책을 읽기 전보다 동양과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아는것 같은 느낌이 놀라울 뿐이다
 
s***g 2010.06.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1,2권)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1,2권)" 내용보기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격조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동양학 강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졌으나, 누구든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채집하여 여운이 긴 해석 하나 덧 붙였다. 산들산들 느린 바람 부는 강호에, 작은 배 하나 물결따라 흔들리게 띄워놓고,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세월도 잊히고 시름도 잊힐 것만 같다. 그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1,2권)" 내용보기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격조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동양학 강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졌으나, 누구든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채집하여 여운이 긴 해석 하나 덧 붙였다. 산들산들 느린 바람 부는 강호에, 작은 배 하나 물결따라 흔들리게 띄워놓고,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세월도 잊히고 시름도 잊힐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강의'를 조심해야 한다. 만만이 봤다가는 정작 답안을 하나도 작성하지 못할 수도 있는 과목이 바로 이런 과목이다. '쉽고', '재미 있음'이 바로 이야기가 가진 강점이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함정이다. 이야기 속에 함축된 이치를 스스로 캐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이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은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삶에 스스로 적용해야 할 둔중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1권 <인사편>에서 '의식주'라는 카테고리 안에 편입된 '부잣집 낮은 굴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150-151).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굴뚝이 높아야 연기가 잘 빠진다. 굴뚝이 낮으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나라 양반 집안들의 고택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굴뚝이 낮게 설치된 집이 많았다는 것이다. 1,000석 이상을 하던 부잣집 굴뚝이 채 1미터도 안 되더라는 것이다. 연기가 밖으로 새지 않고 집 마당 안에서 흘어지면, 집안 식구들은 이 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니까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뚝 연기가 밖으로 잘 나가지 않도록 단속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배고픈 시절에 부잣집 굴뚝 연기는 위화감 조성의 원인이었고, 위화감을 주지 않으려고 굴뚝을 맞게 만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추석 명절 무렵에는 추수한 나락을 곧장 창고로 옮기지 않고, 일부러 대문 바깥에 일주일 정도 야적해놓았다고 한다. 그 일주일은 배고픈 주변 사람들이 밤에 몰래 나락을 가져가도 눈감아주는 기간이었다. 저자는 이 이야기 끝에 이런 해석을 덧붙인다. "이는 조선의 양반 부자들이 자신들의 가격(家格)을 높이는 동시에, 유사시 안전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강의는 이렇게 끝이 난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를 읽으며 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하나의 주제는 '격조 있는 삶', 바로 그것이었다. 평생을 노름 행각으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은 난봉꾼으로 이름을 날린 학봉 종가의 13대 종손인 김용환. 이러한 파락호가 사실은 만주에 독립자금을 댄 독립투사였음이 사후에 밝혀졌다(12-13). 우리나라에서 도토리 죽으로 가장 유명한 집안이 바로 영덕군 영해에서 살았던 재령 이씨 집안이라고 한다. 영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부잣집이었던 이 집에서는 흉년이 들면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도토리 죽을 끓여 나눠주었는데, 도토리를 만지다가 고부간에 손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죽을 끓였다고 한다(106-107). 격조 있는 삶이란, 바로 이러한 삶이 아니겠는가. 이 대목에서 아파트 열쇠 하나 들고 삶의 '품격'을 이야기하는 낯뜨거운 광고 하나가 떠올랐다.

 

<조영헌의 동양학 강의>는 강호에서 채집한 이야기들이다. '동양학'이라는 키워드가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만큼 '구수한' 이야기들을 입심 좋게 풀어놓았다.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조용헌 살롱'이라는 칼럼을 모태로 하고 있어, 글 한 꼭지 분량이 딱 그만큼이다. 2권 <천문편>에 '유불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시 한 편이 소개되고 있다(170-171). 부설거사가 남겼다는 '팔죽시'(八竹詩)라는 제목의 시이다.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대로 보고,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장 물건 사고파는 것은 세월대로,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가 바로 그런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읽는 사람 마음에 따라 시시한 책이 될 수도 있고, 격조 있는 가르침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그렇다. 스승은 들려줄 뿐이다. 가르치는 스승보다 듣는 제자가 더 지혜로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c***1 2010.06.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 인사편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 인사편" 내용보기
조용헌님의 책은 이번에 두번째이다. 처음 읽었던 책으론 <조용헌의 명문가>가 있었다. 그 책을 보았을 당시,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꿈꾸며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찾아 가치를 한껏 높여준 것이 인상깊었다. 특히나 이렇게 고전을 찾아서, 혹은 역사를 찾아서 그들의 흔적으로 배우는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편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그 책이 상당히 흥미로웠기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 인사편" 내용보기

조용헌님의 책은 이번에 두번째이다. 처음 읽었던 책으론 <조용헌의 명문가>가 있었다. 그 책을 보았을 당시,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꿈꾸며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찾아 가치를 한껏 높여준 것이 인상깊었다. 특히나 이렇게 고전을 찾아서, 혹은 역사를 찾아서 그들의 흔적으로 배우는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편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그 책이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에, 이번에 큰 관심을 두고 동양학 강의 시리즈 1, 2 권을 읽게 되었다.

 

첫번째 책은 동양학 강의의 인사편이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눈여겨 볼만한 인물 중에서도 이름이나 역사, 사회상, 정치 분야로 나누어서 한 페이지 정도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 사회편에서는 가족, 민속, 시사, 지역, 의식주로 나누어졌다. 문화편에서는 학문, 건강, 사고, 풍류 그리고 문명편에서는 기술, 유물 재물 로 분류되었다.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한 경우도 많지만 이것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여겨진다. 각각의 파트별로 소개된 주제들은 한쪽 정도를 이루고 있고, 그 한 쪽에 특별한 이야기들을 실어 우리를 고전과 역사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 인도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로 인해 우리 현재를 고찰해볼 수 있는 길도 터준다.

 

인물편의 '추기경'을 보면 그 추기경의 어원을 찾아본다. 여기에서 '추'는 '지도리' 또는 '돌쩌귀'를 뜻하며 그것은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장치를 말한다고 한다. 그럼 이 중심은 어떤것이라 해아하는가. 문 밖은 자연이고, 문 안은 문명이며 그 문을 통해서 유와 무가 만나고, 삶과 죽음이 만날 수 있다. 그 사이길의 중심을 잡아주는 '추'에서 또한 북두칠성의 제일 첫 번째 별 '추성'을 말한다. 그로인해 우리는 '추기경'을 나라의 어른으로 모실 수 있는 힘을 이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 둘 엮이다보니 그 깊이는 얕은 편이지만 두루 학식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사실, 모두 쉽지많은 않다. 아무래도 저자 자체가 동양학에 정통하신 분이고, 어려운 고어나 한자어도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것은 비단 나의 얕고 좁은 학식 때문일까. 비교한다는 것이 다소 무의미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민 저자의 책과 비교하게 되기도 했다. 그에 비해서 다소 '어렵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몇가지 이 책에서 흥미로운 편이 있다면 추기경편 이외에 '구라학'이 있었다. 구라(口羅)는 '입에서 비단이 나온다'라는 뜻으로 한마디로 '이야기'를 뜻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구라꾼들은 우선 여행도 많이 한다고 하면서 사기의 사마천과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호메로스를 소개한다. 물론 짧은 글이지만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나에게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대목이었다. 여행. 나름의 멋진 여행을 언제나 꿈꾸는 나로써는 참 기분 좋은 구라학이 아닐 수 없었다.

 

1편을 읽은 후 2편의 천문편을 읽었다.


 



l******n 2010.06.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인기 신문연재 칼럼의 재미와 한계를 같이 보여준다.
"인기 신문연재 칼럼의 재미와 한계를 같이 보여준다." 내용보기
학창시절 무협과 홍콩 영화에 미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강호란 단어는 너무나도 친숙하고 반갑다. 그가 말하는 강호동양학이 강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을 풍찬노숙하면서 얻은 것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에는 한편의 구수한 옛날이야기 같은 때도 있다. 서문에 썼듯이 그의 강호동양학은 8할은 강호에서, 2할은 강단에서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삶의 만남과 경험은
"인기 신문연재 칼럼의 재미와 한계를 같이 보여준다." 내용보기
학창시절 무협과 홍콩 영화에 미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강호란 단어는 너무나도 친숙하고 반갑다. 그가 말하는 강호동양학이 강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을 풍찬노숙하면서 얻은 것이라 그런지 어느 순간에는 한편의 구수한 옛날이야기 같은 때도 있다. 서문에 썼듯이 그의 강호동양학은 8할은 강호에서, 2할은 강단에서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삶의 만남과 경험은 그의 글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현재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인기 칼럼 ‘조용헌 살롱’을 1권 인사편, 2권 천문편으로 나누어 새롭게 펴낸 책이다. 신문에 연재된 것이다 보니 각 이야기의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 결코 두 쪽을 넘지 않고, 이야기는 간결하게 진행되고 마무리된다. 긴 호흡으로 깊은 생각을 하면서 읽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스스로 채담가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알맞은 선택이다. 긴 세월을 연재한 탓인지 시대의 상황과 맞는 이야기도 많아 기억을 되살려 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과외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인사편은 인물, 사회, 문화, 문명으로 나누고, 천문편은 자연, 천문, 종교, 인문으로 구분한다. 각장을 작은 범주로 나누고, 그 밑에 다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신문 연재 당시 글들을 그 내용에 따라 묶어서 구분한 것이다. 이 구성을 보면 그가 가진 관심과 지식의 영역이 얼마나 폭넓은 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폭만 넓은 것이 아니라 내공 또한 상당히 깊다. 배움을 위해 그가 경험한 일들이 곳곳에 나오는데 부럽고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이전에 그의 다른 책에서 이미 만난 것도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책에서 좀더 세부적으로 다룬 이야기가 이 책에선 간략하게 말해지고 있다. 긴 세월을 연재한 탓인지 하나의 이야기가 다시 말해지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이것은 그가 글을 쓰던 당시 사회 분위기나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그의 경험이 아무리 다양하고 깊을지라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살짝 아쉽다. 어쩌면 그의 폭넓은 지식에 대한 조그마한 질투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한 동양학을 유교, 불교, 노장사상 등을 하나의 흐름이나 학문적으로 다룬 것으로 기대했다면 잘못된 선택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문칼럼의 한계 속에서 편집된 책이다. 그런데도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그의 동양학이 강호란 수식어를 앞에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학 사전처럼 쉽고 간편하게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데 짧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지만 깊은 학문의 세계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그리고 알아야 하는 것은 그의 강호학에 바탕이 되는 것이 정통 동양학의 외양을 띄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가 주장하는 강호동양학에 대한 어렴풋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지만 실체를 그대로 얻는 것에는 실패했다. 재미있고, 잠시 생각에 잠기고, 다른 시각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게 되지만 역시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전체를 엮어서 풀어내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만약 풍수지리, 주역 등에 관심이 많다면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석과 단상으로 많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달의 사락 f***2 2010.06.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