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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소설집 진화신화를 읽었다. 최근에 과학관련 책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생각해보니 아마 2~3년전에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라는 팟캐스트를 듣고 나서인 듯하다.
파토는 딴지일보 필진으로 오래 전부터 과학 및 사회적 이슈에 관해 글을 꾸준히 써왔으며, 단행본도 서너 편을 냈다. 나는 그 중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와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를 읽었다. 내가 꽤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을 쓰는데, 읽기 즐거운 글의 요건을 정보와 재미, 두 가지로 꼽는다면 그의 글이 그러하다.
글 뿐만 아니라 파토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나는 많은 빚을 졌다.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단순히 암기로만 접한 과학의 세계, 그 어렵다던 물리학의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이게 신기한 것이, 예전에는 그렇게 지겹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이 이토록 재미있고 신비한 일들로 가득 찬 신세계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거다. 나이 들어 새로운 재미와 공부거리를 안겨준 그와 그의 팟캐스트를 거쳐간 많은 과학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파토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는 과학자를 게스트로 초대해서 일반/특수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복잡계, 천체물리, 진화 등, 이름만 들어도 도망가버리고 싶은 과학이론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고, 과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거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과학책을 다루는 코너도 있다. 아마 특집으로 SF소설에 관한 전문가가 출연해서 SF의 고전과 인기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SF소설로 추천했던 책이 바로 김보영의 <진화신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sf와 판타지도 구분을 잘 못하는 나에게 약간은 생소한 분야의 책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왔던 것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세계와 실제로 과학에서 통용되는 지식이 절묘하게 결합되어서 흥미진진함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평범함을 뒤집어 보면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보는 진실은 거울에 비친 허상에 불과하고 실체는 다른 곳에 있는지 말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어렵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인간의 본능이 관성에 기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미지의 것을 알아나가려는 욕망은 또 다른 인간의 특성 중 하나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것, 우주와 인간, 사물의 신비한 원리를 알아가는 즐거움은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읽은 것의 총합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은 그들이 읽은 것의 총합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과학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훈련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과학이 마냥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처럼 흥미로운 소설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렵지 않은 sf소설을 시작으로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이나 장대익의 다윈 시리즈,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읽은 후 리차드 도킨스나 칼세이건을 읽는다면 과학이 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 거라고 장담한다. 아마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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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감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은 얼마나 될까? 우주와 시간과 공간 전체를 볼 때 대체 얼마만한 비중을 차지할까?(아니 차지하기라도 할까?)
감히 인간이 읽어내고 감지하고 맛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모든 것을 인간이 아닌, 혹은 이것이 인간이라고 믿었던 존재들의 눈으로 본다. 한 순간에 너와 내가 뒤집히고, 그들과 우리는 낯설어진다.
그 순간 오는 낙차와 떨어지는 속도감에 독자들은 전율을 경험한다.
모든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그리고 모든 '비정상'들과의 떨리는 조우. 보장하건대...누구나 분명히 재미를 느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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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을 처음 만난 것은 <누군가를 만났어>란 작품집을 통해서였다. 당시 한국 sf문학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던 나에게 이 작품집은 큰 충격을 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수준 높은 구성과 전개를 펼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작품집에 이름을 올린 세 사람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거나 앤솔로지 중심의 단편만 나오면서 아쉬움을 주었다. 그러다가 특히 많은 관심을 두었던 배명훈의 장편이 나왔고, 이번엔 김보영의 단편들이 두 권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두 권으로 묶인 책 중에서 첫 권은 앞의 몇 편을 제외하면 이미 <누군가를 만났어>에 실린 작품이다. 아직 읽지 못한 초기작 몇 편이 나를 유혹하는데 차후 읽을 예정이다. 이번 중단편선은 sf와 판타지의 교차점에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 중에서 하드sf가 준 재미가 무척 강렬했던 것을 생각하면 좀 의외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녀만의 특성들이 묻어나고,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그 상황과 설정에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은 앞의 세 작품이다. <진화신화>는 <삼국사기> 중 고구려본기 제6대 태조대왕 실록에서 발췌한 사실 몇 개에서 시작한다. 역사적 사실은 작가의 상상력을 거치면서 진화한다. 이 진화는 종의 진화로 이어지면서 가속화되고, 민초의 아픔과 지배자의 탐욕이 맞물리면서 역사는 새로운 길로 들어간다. <땅 밑에>는 하강자라는 존재를 통해 지하 탐험이 이어지고, 그 깊고 끝을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도전과 탐험은 긴장감을 불러온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작가는 하강자를 산악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데 개인적으로 이 단편을 읽으면서 동굴탐험가들이 연상되었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이전에 읽은 해외걸작 sf단편선 중 한 편이 연상된다. 그 작품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제목인 문장을 통해 상상력이 펼쳐지고, 한 특수기면증 환자의 편지를 통해 그 세계를 그려낸다. 밤도 없고, 잠도 없는 세계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병인 그 행성에서 2만 5천 광년을 넘어온 문장이 자신의 병을 새롭게 돌아보고, 다른 문화와 환경이 빚어내는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몽중몽>은 <스크립터>와 더불어 가장 어렵게 읽었다. 이 두 작품은 인간, 존재, 추상적 관념 등이 뒤섞여 있는데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서인지 그 재미를 완전하게 누리지 못했다. 꿈이 이어지고, 깨고,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그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나 게임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존재를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어려움을 겪었다. <거울애>는 거울의 이미지를 사람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한 소녀 소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섬뜩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나의 감정이 만약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0과 1사이>는 누구나 겪게 되는 학창시절을 둘러싼 이야기인데 현실에 대한 풍자적 모습이 강하게 담겨 있다. 양자역학과 시간여행기를 통해 그려지는 미래 속의 현실은 현실의 그림자이자 가능성이 사라진 동시에 열린 시간이다. 하지만 어릴 때 경험했던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마지막 늑대>는 먼 미래 이야기다. 용이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을 애완동물처럼 키운다. 이 애완동물 중 한 명이 늑대로 불리는 저항세력을 찾아오는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실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 소녀의 성장을 다루면서 미래의 변화를 담은 장편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노인과 소년>은 한편의 우화를 읽는 느낌을 준다. 자기 확신과 강력한 의지와 뚜렷한 목적의식이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