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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죽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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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고 간 이 세상엔 인간이 남긴 흔적이 역사로 남아 역사는 죽지 않고 살아있고 인간에 의해 증명되지만, 개개인의 인간사는 삶의 자취가 있을 뿐 개인의 덕행에 따른 인격의 수행이 아닌가……. 그러나 지워지고 묻힌다.” (23쪽)  일본 유학을 떠난 재승은 아버지가 위독해 돌아온다. 그는 3.1 독립운동 선언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국내로 반입한 당사자였다. 그에게는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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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살고 간 이 세상엔 인간이 남긴 흔적이 역사로 남아 역사는 죽지 않고 살아있고 인간에 의해 증명되지만, 개개인의 인간사는 삶의 자취가 있을 뿐 개인의 덕행에 따른 인격의 수행이 아닌가……. 그러나 지워지고 묻힌다.” (23)

 

 일본 유학을 떠난 재승은 아버지가 위독해 돌아온다. 그는 3.1 독립운동 선언서의 초안을 작성하고 국내로 반입한 당사자였다. 그에게는 연인 미야꼬와 아들 지성이 있었다. 재승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고향 용인을 떠나라는 유언을 남겼다.

 

 재승은 서울에서 살기로 결정한다지성이를 키워준 아내와 딸과 아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길은 잔인하게도 아름다웠다. 봄이 오는 길목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하는 부지런한 삶, 그것은 고스란히 일본의 것. 땅과 노동까지 착취당하는 시대였다. 일본 유학을 마친 조선의 지식인이지만 일자리는 없었다. 일본인 교장을 아래 교사로 갈 수밖에 없었다. 조선인을 회유하고 친일을 종용을 원했다. 하지만 재승은 학생들에게 시대를 제대로 알리고 독립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고 결국 감옥에 가고 만다. 

 

 가장 대신 자신의 신념과 삶의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한 재승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나는 짐작할 수 없다. 한편으로 그가 얼마나 힘든 결정을 내렸을지는 알 것도 같다. 안타깝게도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답게 사는 삶과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며 살고 있다.

    

 길 위에서 재승은 지난 삶을 복기한다. 미야꼬와 함께 보낸 일본에서의 시간. 사랑을 나누며 자신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미야꼬를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들. 재승에게 아들 지성이를 흔쾌히 보내줄 수 있다며 슬픔은 감추고 환하게 웃기만 했던 미야코. 부모와 아내가 기다리는 조선을 생각하며 일본에서 누리는 행복에 두려워했던 날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닌가. 비극의 시대를 탓해도 괜찮을 것일까. 일본에서 조선으로 돌아오는 걸 선택한 건 재승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재승이 선택해야 할 몫이었다.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삶의 형태가 아닐까.

 

 주인공 박재승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 그것이었다. 분노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고 욕망하며 방황하며 길을 찾는 여정. 처음엔 분명하게 보였던 길이 점차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만난 길을 걸으면서도 의문을 품는 여정 말이다. 소설을 읽는 건 재승의 삶에 동행하는 것이자 그 시대의 풍경에 스며드는 것이었다. 나라를 잃고 일제의 탄압으로 땅은 병들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살아야만 했던 암흑의 시대. 그것을 견디고 지탱하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생,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생의 숭고함을 생각한다. 시대적 불행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오소림 작가는 이런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쓰는 동안 고통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기억이란 잔인하여 잊고 싶은 장면도 생생하게 불러오는 힘을 지녔다. 그럼에도 유려한 문장으로 주변을 묘사하고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준 소설이다.

 

r*********s 2019.02.26. 신고 공감 3 댓글 0